문학방/소설

반쪽 장군 이야기 (총 12편 중 / 1-3까지)

웃는곰 2025. 4. 15. 20:17

1. 장사 반쪽이

 

아주 멀고먼 옛날 옛적 깊은 산골에 반쪽짜리 총각이 있었습니다. 다리도 하나, 눈도 하나, 귀도 코도 반쪽. 그런 사람이 키가 7척 장신에 힘이 장사였습니다.

 

그가 어디를 갈 때는 한 다리를 접었다 쭉 펴면 몸이 구름 위로 치올라 십리 거리에서 내렸습니다. 그가 높이 떴다가 내릴 때는 천둥소리가 났습니다.

 

하루는 반쪽총각이 깊은 산길을 가는데 가만히 보니 길가에 커다란 정자나무가 바람도 안 부는데 마치 누구한테 절이라도 하듯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 참 이상도 하다. 나무가 꾸벅꾸벅 절을 하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한 반쪽이가 정자나무 가까이 다가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젊은 사람이 정자나무 아래서 자고 있는데 콧바람이 얼마나 센지 후하고 내쉬면 나무가 허리를 펴고 바람을 둘이쉬면 나무가 휘어져 절을 하는 꼴이었습니다.

 

천하장사 반쪽이가 놀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다가가서 보니 나무 아래 자는 사람은 인물도 좋고 덩치가 황소 같은 7척 장부였습니다. 그는 자는 사람을 깨웠습니다.

이 사람아, 그만 자!”

 

그러자 자던 사람이 일어나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습니다.

누가 감히 내 잠을 깨우는가?”

그리고 바라보니 사람은 사람인데 반쪽짜리 인간이라 우습게보고 꾸짖었습니다.

 

뭐 이런 것이 남의 단잠을 깨우는 거야? 사람이야 뭐야?”

미안하다. 나도 사람이다. 반쪽은 집에 두고 나왔다.”

뭣이? 반쪽이?”

 

그렇다. 반쪽만 돌아다녀도 불편하지 않다. 낮잠을 자도 곱게 잘 것이지 잘 자란 정자나무를 괴롭히며 자다니 건방진 것.”

뭣이 어때? 반쪽밖에 없는 것이 감히 나를 모욕해?”

미안하다. 넌 몇 살이냐?”

 

허허 웃기네. 네까짓 게 내 나이를 묻다니!”

넌 나보다 아래로 보여서 묻는 거다. 순순히 대답이나 하라.”

이런 병신이 나를 뭘로 알고 이러는 거냐?”

 

병신이라도 너보다는 으흐흐흐!”

나를 놀리는 거냐?”

놀릴 거리나 되는 줄 아느냐? 오늘 잘 만났다. 나하고 한 판 붙어보자.”

 

좋다. 네까짓 거야!”

내가 제의하겠다. 저 산 봉우리에 큰 정자나무가 있지 않으냐? 거기까지 올라가서 솔방을 열 개를 먼저 따오는 사람이 형이 되기로 하자.”

 

좋다. 네가 먼저 떠나라.”

내 걱정은 말고 네가 먼저 떠나라. 출발!”

이 말에 정자 아래 장사가 내달리기 시작했다. 한참 달리다 보니 반쪽이는 겁이 났는지 그 자리에서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돌아보며 소리쳤다.

 

뭐하느냐? 포기냐?”

아니다. 네가 얼마나 빠른지 보고 있다. 내 걱정 말고 너나 빨리 달려라.”

좋다!”

 

정자나무 아래 청년은 산비탈은 부지런히 기어올랐다. 그러다 올려다보니 언제 왔는지 반쪽이가 정자나무 그늘에서 소리쳤다.

빨리 오지 않고 어찌 그리 느리냐?”

뭐라고?” (계속)

 

2. 정자산이

나는 솔방울을 열다섯이나 땄다. 빨리 올라 와라.”

그러면서 땀을 흘리며 올라오는 상대에게 솔방울 다섯 개를 던져주면서 말했다.

 

빨리 돌아가라. 나보다 늦으면 넌 나한테 진다.”

그러자 상대는 부지런히 내려가면서 생각했다.

반쪽밖에 안 되는 것이 어느 틈에 나보다 먼저 올랐지? 그렇지만 내려갈 때는 다르지.’

 

그러면서 반은 구르다시피 산비탈을 타고 달렸다. 그리고 정자나무 아래 도착해 보니 거기 반쪽이가 먼저 와 서서 웃고 있었다.

빨리 오지 않고 어찌 그리 느리냐?”

 

빨리 내려오느라고 옷도 찢기고 얼굴도 상처가 간 난 얼굴로 대답했다.

내가 졌다. 넌 어떻게 나보다 빠르냐?”

 

넌 두 다리로 다니니 느린 것이야. 나는 외다리로 뛰니까 너보다 빠른 것이다. 어떠냐? 누가 승리자냐?”

정자나무 아래 총각은 무릎을 꿇었다.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좋아. 나는 반쪽이다. 너는 내 동생을 삼고 이름을 지어주마. 너는 정자나무 아래서 만났으니 정자산이다.”

감사합니다. 형님.”

 

그렇게 하여 둘이는 의형제를 맺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아주 높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정자산이는 부지런히 걸어가고 반쪽이는 서 있다가 펄떡 뛰어 정자산이 앞에 내려서 기다렸습니다.

형님, 대단하십니다. 일찍이 못 알아보고 실례를 했습니다.”

 

그게 무슨 실례냐. 우리가 결의한 예의가 아니냐,”

이때 언덕 위의 커다란 바위를 베고 낮잠을 자는 사람이 보였다. 그런데 그 사람이 숨을 들이쉬면 바위가 쑥 들어가고 숨을 내쉬면 바위가 불쑥 솟아올랐다. 정자산이 말했다.

 

3. 바위산이

***********************

형님, 저것 좀 보시지요. 사람이 바위를 베고 자는 것 같은데 바위가 땅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합니다.”

그렇구나. 가까이 가 보자.”

두 사람이 가까이서 보고 있는데 바위를 타고 자는 청년은 바람을 일으키며 자고 있었다. 정자산이 나서서 소리쳤다.

 

여봐라. 어찌 이렇게 오만을 떠느냐?”

자던 청년이 누운 채 눈을 비비고 대답했다.

도대체 눈 누구냐? 감히 남의 낮잠을 깨우다니!”

정자산이 소리를 높였다.

 

발딱 일어나지 못할까?”

그 사람이 누운 채 대답했다.

못 일어난다. 넌 누구냐?”

누구는 묻지 말고 일어나란 말이다.”

 

화가 난 잠꾸러기가 벌떡 일어섰다. 큰소리치는 인물 치고는 키가 작은 땅딸보였다. 그가 배를 쑥 내밀고 대들었다.

! 일어났다. 넌 누구냐?”

정자산이 대답했다.

네 형님이다.”

 

땅딸보가 물었다.

뭣이? 네가 형이라고? 같이 다이는 저 반쪽은 뭐냐?”

정자산이 꾸짖었다.

허허, 이 송편만 한 것이 감히 우리 형님을 반쪽이라고?”

잠꾸러기가 화를 냈다.

무엇이? 송편만 하다고? 내 자존심을 건드렸것다.”

그러면서 베고 자던 바위를 번쩍 들어 정자산한테 던졌다. 정자산이 바위를 거뜬히 받아 들어 던지며 외쳤다.

옛다. 받아라!”

 

바위가 날아가 송편한테 안겼다. 두 사람은 바위를 받아 던지고 또 던지기를 하다가 정자산이 말했다.

쉬었다 하자.”

땅딸보가 물었다.

항복한다는 말이냐?”

항복은 아니고 쉬었다 하자는 말이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정자산이 들고 있던 바위를 베고 정자나무 아래 누워 콧바람을 일으켰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정자나무가 휘어졌다 펴졌다 춤을 추었다.

 

땅딸보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허리를 숙였다.

그만 하시오. 내가 졌소. 형님으로 모시겠소.”

정자산이 반쪽이 형을 보고 말했다.

형님, 아우 하나 더 얻었으니 아우 이름이나 지어 주시지요.”

반쪽이 그 말을 듣고 대답했다.

 

알았다. 너는 정자나무 아래서 만나서 정자산이라 하였으니 새 아우는 바위에서 만났으니 바위산이라고 하자.”

땅딸보 바위산이 갸웃거리며 물었다.

 

정자산 형님, 저 반쪽이를 나도 형이라고 불러야 하오?”

건방진 소리, 이 형님이 형님이라는데 말이 많다. 형님 앞에 허릴 꺾지 못할까?”

 

반쪽이 말했다.

그럴 것 없다. 네가 형이 되었고 나는 네 형이니 아무렇게 불러도 상관없다.”

이 말에 바위산이 무릎을 꿇었다.

큰형님, 그만하시면 형님으로 모셔도 유감이 없습니다.”

반쪽이 한 손으로 바위산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됐다. 이만하면 우리 삼형제가 되었으니 좋은 세상 두루 돌아다니며 재미있게 살아보자.”

 

바위산이 겸손해져 앞장서 가며 말했다.

, 큰형님. 제가 이 산속을 돌아다니며 바위를 타고 잠을 많이 자 보았지만 딱 한 바위만은 내가 타고 자도 끄떡 않는 바위가 있습니다.”

정자산이 물었다.

그 바위가 어디 있는 바위냐? 한번 가 보자.”

그렇게 되어 삼형제가 그 바위를 찾아갔다. 산속 아주 깊은 골에 있는 바위였다. 그 바위 아래로는 물이 펑펑 솟아 계곡을 타고 흘러내렸다. 정자산이 바위를 밀어 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바위산이도 달라붙어 바위를 들어 보았지만 꿈쩍 않았다.

 

과연 크고 대단한 바위로구나.”

정자산이 이렇게 말하자 바위산이 그 바위를 타고 누워 크게 숨을 쉬어 보았지만 역시 꿈쩍도 하지 않자 이렇게 말했다.

큰형님 우리 삼형제가 힘을 모아 밀어보면 어떨까요?”

 

반쪽이가 대답했다.

그럴 것 없다. 내가 들어 보마.”

그리고 한 팔로 바위를 번쩍 들어 올렸다. 정자산도 바위산도 놀라 뒤로 물러섰다.

형님! 형님 대단하십니다.”

반쪽이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 올린 바위 밑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바위 밑을 들여다보아라.”

 

두 아우가 번쩍 들린 바위 밑을 들여다보다가 크게 놀라 소리를 질렀다.

아아! 형님 저 아래!”

반쪽이 물었다.

무엇이 보이느냐?”

기가 막힌 궁전이 보입니다.”

궁전이라고?”

, 궁전입니다. 임금님이 사시는 곳인가 봅니다.”

 

반쪽이 바위를 든 채 말했다.

그리 내려가 보아라. 나도 바위를 덮고 내려가겠다.”

정자산이와 바위산이가 내려가자 반쪽이 바위 뚜껑을 덮고 뒤를 따랐다.

 

3-5까지 다음에 / 재미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