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동화

요것들이 그냥!

웃는곰 2023. 10. 9. 14:36

요것들이 그냥!

 

초등학교 4학년 아이 둘이 뒷골목에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아이 이름은 가인수, 또 한 아이는 나진우.

인수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천당 가셨대.”

진우가 물었다.

누가 그래?”

동네 사람들이 다 그랬어. 우리 할아버지는 틀림없이 천당에 가셨을 거래. 너의 할아버지는?”

이때 담 너머에서 다영이 할아버지가 아이들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두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주고받았다.

진우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우리 할아버진 지옥 가셨을 거래.”

누가 그래?”

우리 아빠가.”

인수가 물었다.

너의 아빠가 그걸 어떻게 아신대?”

동네 사람들은 우리 할아버지를 모두 싫어했대.”

?”

진우가 찌그러진 소리로 대답했다.

나도 몰라. 나한테는 좋은 할아버지였는데 사람들은 아무 말도 안 하지만 우리 아빠가 그러시는데 지옥 가셨을 거래.”

지옥은 무섭다는데. 너도 알지?”

.”

정말 지옥으로 가셨을까?”

아빠가 그렇다고 하시니까…….”

이때 인수가 엉뚱하게 다영이 말을 꺼냈다.

다영이 할아버지는 죽으면 어디로 가실까?”

손녀 다영이 소리를 들은 할아버지는 귀를 바짝 세웠다.

진우가 대답했다.

지옥 가실 거야.”

?”

당영이 할아버지는 우리 할아버지보다 더 나쁘다고 동네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거든.”

담 너머 다영이 할아버지는 요것들이 그냥 하고 눈을 부릅뜨고 귀를 바짝 세웠다. 인수도 같은 말을 했다.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다영이 할아버지는 아무한테나 소리를 꽥꽥지르고 동네 아이들한테 이놈저놈 하고…….”

그것뿐이 아니야. 누구한테든지 느애비, 느애미, 새끼, 지랄, 미쳐, 요 자식들 하고 아이들보다도 더 아무 말이나 하시는 거 나도 보았으니까.”

다영이 할아버지는 당장 뛰어나가 요것들을 그냥 하고 주먹을 부르르 떨며 입속말을 했다.

뭣이 어째? 요것들이 그냥 못하는 소리가 없어.”

인수가 대꾸하듯 말했다.

난 다영이가 예뻐서 좋은데 걔 할아버지가 싫어서 다영이가 나를 좋아해도 걔하고 안 논다.”

그래, 다영이는 참 예쁘고 착한테 어쩌다 호랑이 같은 할아버지 손녀가 되었을까?”

다영이 할아버지는 속으로 요것들이 그냥 별 소리를 다 하네하고 다음에 무슨 소리를 할까 기다렸다. 진우가 말했다.

우리 할아버지하고 다영이 할아버지는 만나기만 하면 싸웠어. 둘이 똑같이 무서운 사람들이라 서로 잘났다고 우기고 싸우는 걸 많이 보았어. 우리 할아버지가 지옥으로 가셨으면 다영이 할아버지도 지옥으로 가실 거야. 그리고 거기서 만나면…….”

정말 그럴까? 히히히 거기서 만나면 어떻게 될까?”

진우가 정말인 것처럼 이렇게 대답했다.

네 놈이 올 날을 기다렸다. 넌 천당 갈 거라더니 여기가 천당이냐? 지옥이다 지옥. 넌 오늘부터 내 말에 거역하면 이 불 꼬챙이로 귀를 쑤실 거다. 알았나? 지옥법은 세상 법과 달라. 선배한테 후배는 영원히. 야앗!”

인수가 물었다.

야앗이 무슨 소리냐?”

불 꼬챙이로 다영이 할아버지 이마를 지지는 소리.”

? 고향 사람끼리 그럴 수 있어?”

지옥에서는 그래야 후배가 말을 잘 듣는 법이야.”

넌 지옥에 가 본 것 같다.”

지옥은 그럴 거야. 히히히 아이고 좋아 히히히. 우리 할아버지가 다영이 할아버지를 부하로 부릴 테니까.”

인수가 안타깝다는 소리를 했다.

다영이 할아버지가 불쌍하다. 정말 지옥에 가서 너의 할아버지를 마나면 안 되겠다. 그지?”

나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할아버지가 안 갈 수 없잖아.”

인수 말은 진지했다.

아무리 나쁜 사람도 교회에 나가서 하나님한테 죄를 빌면 하나님이 용서해 주신다는데 다영이 할아버지가 그랬으면 좋겠다.”

다영이 할아버지가 교회를 간다고? 교회 문을 닫아야 한다면서 교회 나가는 사람들한테 욕을 하고 비웃었는데…….”

그렇지? 다영이 할아버지는 지옥으로 갈 수밖에 없겠지. 그만 집에 가자.”

두 아이는 골목길을 떠나 제각기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고것들이 그냥 하는 소리를 다 들은 할아버지는 괘씸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린것들이 하는 소리지만 꼭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구나. 정말 내가 이렇게 살다가 지옥에 가서 그 원수 진득이 놈을 만나면……. 세상에서도 원수같이 싫던 놈을 지옥에서까지 만나? 그건 안 되지.’

다영이 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으며 방으로 들어가 누워서도 생각했다.

정말 교회에 나가서 예수를 믿으면 지옥에 안 갈까? 천당이고 지옥이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그 말을 믿어? 나 좋은 대로 사는 게 천당이지.’

이때 다영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할아버지가 손녀를 앉혀놓고 물었다.

다영아,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갈까?”

착한 사람은 천당으로 가고 악한 사람은 지옥으로 간대.”

나는 어디로 갈 것 같으냐?”

몰라. 할아버지는 천당 못 갈지 몰라.”

?”

몰라! 천당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왜 그런 걱정을 해 할아버지?”

그렇지? 천당이 없으면 지옥도 없겠지?”

할아버지, 그럴 때는 천당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착하게 살면 되는 거야.”

그렇겠지. 없으면 좋겠지만 천당이 정말 있으면…….”

다영이가 놀라운 대답을 했다.

그러니까 머리 좋은 사람은 천당이 있다고 믿는 거야.”

할아버지 기분이 안 좋았다.

머리 좋은 사람? 하나님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바보짓 하는 사람이 머리 좋은 사람이냐? 그건 머리 나쁜 사람들이 하는 짓이지.”

그렇게 말하는 할아버지는 머리가 나쁜 사람……. 헤헤헤.”

요것이 뭐라는 게야? 내 머리가 나쁘다고?”

할아버지는 머리 좋은 사람은 아니잖아?”

허허, 내가 별 소리를 다 듣는구나. 너한테까지 내가 그런 할애비냐?”

할아버지도 이제 동네 아이들 많이 사랑해 주고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고 다른 사람처럼 교회에 가서 찬송도 하고 기도도 하시면 난 우리 할아버지 짱이라고 자랑할 거야.”

…….”

손녀 말을 듣고 보니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나님이 있는지 없는지, 천당과 지옥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자존심을 버리고 이렇게 말했다.

알았다. 네 말 대로 내가 밑지는 셈치고 하나님 한번 믿어줘 보마.” <>

 

'문학방 > 동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랑잎  (1) 2024.01.14
천사가 사는 집  (1) 2023.11.19
동물들의 항의  (2) 2023.09.14
돈보다 좋은 친구  (0) 2023.08.15
은하수  (0) 2022.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