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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좋은 친구

웃는곰 2023. 8. 15. 20:09

돈보다 좋은 친구

 

책 읽기 싫은 아이들

손자 녀석들이 학교에 갔다 오면 방구석에 틀어박혀 스마트 폰에 빠져 꼼짝 않는다.

그 손자들이 책하고 가까워지게 하려고 할아버지가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래서 동화책을 들고 손자를 불렀다.

동식아, 이리 오너라.”

스마트 폰에 푹 빠졌던 아이가 불만스럽게 대답했다.

할아버지 왜?”

이리 좀 와.”

나 지금 재미있는 게임 중이야.”

허허, 빨리 오지 못할까?”

동식이 불만스런 얼굴로 나타났다.

할아버지 왜 자꾸 불러.”

할아버지가 동화책을 내밀면서 말했다.

스마트 폰만 보지 말고 이런 동화책도 읽어 보아라. 다 읽으면 상 줄게.”

무슨 상?”

좋은 상이야. 받아.”

알았어.”

녀석은 할아버지가 내미는 동화책을 받아들고 제 방으로 들어가 아무데나 처박았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동화책을 들고 옆집 민우한테 가서 말했다.

민우야, 너 이 책 가져.”

난 책 싫은데.”

싫어도 가져. 우리 할아버지가 읽으라고 주었는데 난 한 장도 안 보고 너한테 주는 거야.”

알았어. 그럼 내가 가져갈게.”

그렇게 하여 동수는 책 한 장도 안 열어보고 민우한테 주었고 민우도 받자마자 정민이한테 달려갔다.

정민 아, 너 책 좋아하지?”

아니, 난 게임이 더 재미있어.”

그래도 이 책 받아, 난 너한테 주었다.”

정민 이 책을 받아들고 한 장도 안 열어보고 계단 위에 사는 충빈이한테 가지고 갔다.

충빈아, 너 책 좋아하지?”

.”

이 책 받아. 난 읽기 싫어서 너한테 주는 거야.”

알았어. 잘 읽어 볼게.”

충빈이는 좋아서 책을 들고 집으로 가서 첫 장부터 읽었습니다. 그것을 본 엄마가 물었습니다.

 

 

별을 세는 아이들

무슨 책이냐?”

별을 세는 아이들이라는 책인데요, 아주 재미있어요.”

아이들이 별을 세다니 무슨 이야기냐?”

시골 동네 아이들이 밤마다 동네 할아버지하고 큰 나무 아래 모여서 별을 보고 꿈을 꾸며 별이 몇 개나 될까 세어보는 이야기인데요,”

그 많은 별을 어떻게 다 센다는 거야?”

그래서 아이들이 하나, , 셋 세다가 백 천 만 십만 백만 하고 세는데 억 조 십조 백조 하다가 더는 세지 못하고요.”

그런 이야기도 있어? 아이들이 몇 개까지 세었는지 잘 읽어 보아라.”

그렇게 말한 엄마도 혼자 단, , , , , 십만 하고 수를 셈하며 돌아갔습니다.

충빈이는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맨 끝장 갈피 깊이 오만 원짜리 한 장이 끼어 있었습니다.

? 무슨 돈이 여기 끼어 있어?”

충빈이가 엄마한테 갔습니다.

엄마, 이 동화책 속에 돈이 있어요.”

돈이라니 무슨 말이냐?”

오만 원짜리 새 돈이에요.”

충빈이가 내민 돈을 들여다보며 엄마가 말했습니다.

누가 거기다 돈을 넣었을까?”

엄마, 이거 내가 가져도 될까요?”

엄마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네 돈이 아닌 건 안 돼. 돈은 반드시 자기가 번 돈이 아니면 안 돼.”

그렇지만 거저 생긴 돈인데요,”

그런 돈한테 양심을 시험당하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나 사고 싶은 거 있는데.”

뭘 사고 싶은데?”

비밀.”

비밀로 할 거면 절대로 사서도 안 돼. 넌 욕심이 생겨서 아무 말이나 해 보는 거지?”

헤헤헤, 엄마는 씨씨 티브이야? 난 들켰어.”

엄마, 이 책 다 보았으니 정민이 한테 돌려줄까?”

그래라, 그 책은 정민이 책이니까 돈도 그 애 것일 거야.”

충빈이 책을 가지고 정민이한테 갔습니다.

정민아, 나 책 다 읽었어. 너한테 돌려준다.”

난 책 싫어해. 너 그냥 가져.”

안 돼. 이 책은 가질 수가 없어.”

?”

책갈피 속에 돈이 들어 있었어.”

정민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물었습니다.

뭐야? 돈이 들었다고?”

욕심쟁이

그래, 오만 원이야.”

정민이 책을 와락 받아들고 말했습니다.

그건 내 돈이야.”

알았어. 책도 받아.”

충빈이가 책을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정민이는 그 속에 든 돈만 꺼내 갖고 책을 돌려주며 말했습니다.

돈은 내거지만 책은 너 가져.”

싫어. 책도 네 거야.”

충빈이 책을 돌려주고 돌아왔습니다.

엄마, 정민한테 동화책 돌려주고 왔어.”

잘했다. 돈도 돌려주었지?”

아깝지만…….”

 

그리고 며칠 뒤입니다. 할아버지가 동수를 불러 물으셨습니다.

동수야, 동화책 다 읽었지?”

. 읽었어.”

잘했다. 다 읽었다니 도로 가져오너라.”

도로?”

녀석, 왜 그리 놀라느냐?”

그 책 다 보고 친구한테 빌려주었는데.”

잘했다. 가서 찾아오너라.”

동수가 민우한테 달려갔습니다.

민우야, 내가 준 동화책 도로 줘.”

?”

우리 할아버지가 가져오라고 하셔.”

알았어. 난 읽기 싫어서 정민이한테 주었는데.”

알았어. 정민이한테 가서 찾아와야지.”

동수는 정민이를 만났습니다.

정민아, 민우가 너한테 준 동화책 있지?”

, 내가 충빈이한테 주었더니 충빈이가 싫다고 돌려주었어. 그런데 왜?”

우리 할아버지가 가져오라고 하시었어.”

정민이는 돈은 주머니에 넣고 동화책만 내주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수는 동화책을 받아들고 할아버지한테 달려갔습니다.

할아버지, 책 여기 있어.”

알았다. 너는 그 동화책을 다 읽고 친구한테 빌려주었다고 했지?”

.”

그 동화책을 누가누가 읽었느냐?”

민수. 정민이 충빈이가.”

알았다. 내가 물어볼 말이 있으니 그 아이들 모두 이리로 오라고 해라.”

왜 그래, 할아버지?”

누가 가장 잘 읽었는지 알아보고 상을 주려고 한다.”

할아버지 깊은 속

정말?”

그렇다니까.”

동수는 금방 친구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습니다.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사랑방에 둘러 앉혀 놓고 물었습니다.

너희들 그 동화책을 다 읽어보았지?”

아이들이 모두 똑같이 대답했습니다.

, , , .”

잘했다. 이제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가장 잘하는 사람한테 상을 주겠다.”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무엇을 물어보실까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다렸습니다. 할아버지가 동수한테 먼저 물었습니다.

동수 듣거라. 별을 아이들이 몇까지 세었느냐?”

동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했습니다.

아이들이 별을 세었다고요?”

됐다. 다음 민수한테 묻겠다.”

너도 책을 읽었다고 했지?”

.”

아이들이 별을 세다가 못다 셀 때 동네 할아버지가 몇 가지 세었다고 했더냐?”

저는 그런 거 못 보았어요.”

알았다. 다음 정민이가 대답해 보아라. 동네 할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시던 분이었더냐?”

시골 할아버지니까 농부였겠지요.”

할아버지는 태연히 충빈이한테 눈길을 돌리고 물었습니다.

너한테 물어보마. 동네 할아버지는 전에 무슨 일을 하던 분이라고 했더냐?”

교장선생님이었어요.”

. 하나 더 묻자, 그 할아버지는 어디로 갔느냐?”

금성으로 가셨습니다.”

, 아이들이 별을 어디까지 세었느냐? 하나서부터 끝가지 말해 보거라.”

충빈이가 조심스럽게 대답했습니다.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도, 천조, , , , , , 항하시, 이승지, 나유타, 불가사의, 무량대수입니다.”

할아버지가 아주 만족하여 웃으시며 더 물었습니다.

하하하, 기특도 하다. 그걸 다 외웠다니 어른도 외우기 어려운 것을. 그 책을 다 읽었더니 마지막에 무엇이 보이더냐?”

충빈이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돈이 보였습니다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돈은 정민이가 가졌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허허, 어째서 그 대답은 안 하는 것이냐?”

그건…….”

네가 뭔가를 보기는 본 것이지?”

…….”

충빈이가 입을 꼭 다물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것을 본 정민이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만약 돈을 보았다고 하면 그 돈 가져와라 하면 충빈이가 저한테 달라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속으로 간절히 빌었습니다.

 

돈보다 네가 좋아

충민아, 모른다고 해. 아무것도 못 보았다고 해.’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둘러보며 가만히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준 동화책을 다 읽었다고 했지? 내가 다시 묻겠다. 다 읽은 사람 손들어 보아라.”

아무도 손을 들지 못하고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할아버지가 당장 매를 때려도 할 말이 없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죄인처럼 꼼짝도 못했습니다.

내 묻는 말에 솔직히 대답하는 사람은 용서하마. 스마트 폰 보느라고 동화책을 읽기 싫었던 것이지?”

, , .”

책속에는 돈보다 귀한 것이 들어 있느니라. 충빈이는 바로 읽었기 때문에 하늘의 별을 다 세지 않았느냐. 그것만 외워도 돈보다 귀한 것을 얻은 것이다.”

할아버지가 돈돈 할 때마다 정민이 가슴은 콩콩 뛰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또 물었습니다.

그 책속에 무엇이 들었더냐?”

그 비밀을 아는 사람은 충빈이와 정민이뿐입니다. 정민이는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 숨고 싶었습니다. 만약 충빈이가 입을 바로 열면 어떻게 됩니까. 그래서 속으로 사정했습니다.

충빈아, 나 좀 살려줘, . 할아버지한테 말하지 마. 모른다고 해. 그럼 내가 너한테 다 줄게.’

할아버지가 충빈이한테 다시 물었습니다.

넌 어째서 말이 없느냐?”

저는 외우는 숫자만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없었다는 말이지?”

…….”

할아버지는 누군가가 가졌으리라 생각하시면서 더 닦달하면 아이들한테 상처를 줄 것 같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알았다. 네가 그 많은 숫자를 외운 것이면 상을 받을 만하다. 책에 무엇이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모두들 거짓말 하지 말고 이 책을 다시 줄 테니 꼭 읽도록 해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는 내가 다시 시험을 해 보겠다. 알겠느냐?”

휴우!”

이건 정민 이가 해방되는 소리입니다. 할아버지는 책을 동수한테 맡기시었습니다.

너도 다시는 할아버지 속이면 안 된다. 알겠느냐?”

.”

이 책 다 읽은 다음 친구들한테 돌아가며 읽도록 주어라. 그리고 다음에 다 읽었는지 시험해 보겠다.”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내보냈습니다. 밖으로 나온 동수가 물었습니다.

충빈이 너는 거기 뭐가 들었는지 알고 있지?”

몰라.”

민수도 물었습니다.

충빈이는 알고 있으면서 거기 든 걸 가졌기 때문에 말을 못한 걸 거야? 안 그래?”

충빈이 대답했습니다.

맞아, 거기 있는 거 내가 가졌어. 그건 비밀이야.”

이 대답에 정민이는 해방감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 기뻤습니다.

아이들이 헤어져 각기 자기 집 쪽으로 돌아갔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안 보일 때 정민이가 충빈이 손을 잡고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충빈아 고마워. 난 돈보다 네가 더 좋아! 돈은 네 거야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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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5-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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