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동화

은하수

웃는곰 2022. 11. 16. 10:42

은하수

 

은하수 / 1. 별들이 속삭이는 말

캄캄한 여름밤에 공상 할아버지와 동네 아이들이 마을회관 마당 평상에 모여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새까만 하늘은 별들이 지붕처럼 덮여 있고 크고 작은 것들이 깜박거리며 아이들을 내려다보고 속삭였습니다.

얘들아 나 보이니? 나 예쁘지? 반짝 반짝.”

얘들아 반갑다. 반짝 반짝.”

공상 할아버지도 계셨네요.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반짝 반짝.”

동네 아이들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지내신 할아버지를 공상 할아버지라고 부릅니다.

할아버지는 세상에 없는 이야기들을 그럴 듯하게 이야기해 주시기 때문에 아이들이 정한 호칭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다연이가 할아버지한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별은 모두 아름답지요?”

아름답구나. 사람도 훌륭한 사람을 별 같은 사람이라고 하는 걸 보면 별보다 아름다운 건 세상에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할 때는 별처럼 아름답다고 하지 않느냐.”

한나가 별을 손가락으로 하나 둘 셋 넷 세다가 다 셀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할아버지한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별은 몇 개나 되나요?”

나도 세어 보지 않아서 알 수가 없구나.”

장민구가 끼어들었습니다.

할아버지, 우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별은 억 개도 넘는대요.”

할아버지가 웃으시며 대답했습니다.

억이 얼마나 큰 숫자인지 알고 있느냐?”

천만보다 많은 숫자라고 생각해요.”

공상 할아버지가 또 물었습니다.

너희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숫자가 무엇인지 아느냐?”

유소라가 대답했습니다.

천억이에요.”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천억? 그럼 하나서부터 천억까지 숫자를 말해 보거라.”

소라가 신이 나서 대답했습니다.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윤병두가 놀랍다는 듯 소라 칭찬을 했습니다.

야아! 유소라. 그렇게 많은 숫자를 외울 수 있어?”

소라가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런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할아버지가 다른 아이한테 물었습니다.

잘 알고 있었구나. 누가 그보다 더 많은 숫자를 알고 있을까?”

오수철이 당당하게 대답했습니다.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입니다.”

할아버지가 놀라시며 칭찬을 했습니다.

거기까지 아는 것을 보니 대단하구나. 그 이상을 아는 사람이 있느냐?”

아이들은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웃으면서 숙제를 냈습니다.

너희들이 아는 숫자가 천조까지밖에 모르는 것 같구나. 그 이상의 숫자를 집에 가서 어른들한테 여쭈어 알아 오너라.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저녁에 또 모여서 누가 알아오나 기다려 보기로 하자.”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한테 할아버지 숙제를 여쭈어 보았습니다.

은하수 / 2. 백조는 호수에 있고

박경미가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한테 물었습니다.

아빠는 일, , , , 하고 숫자를 몇까지 셀 수 있어?”

아빠가 대답했습니다.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경미가 뒤를 이었습니다.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

아빠가 놀란 눈으로 물었습니다.

네가 언제 그런 것까지 배웠느냐?”

그리고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경까지 아는데……. 그 이상은 모르겠어. 아빠도 더 몰라?”

모르겠다. 어디서 그런 문제를 가지고 와서 그래?”

 

한편 구자경이도 집에가서 할아버지한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다음은 뭐야?”

그게 무슨 소리냐? 백조는 호수에 있고 천조는 하늘 새를 가리키는 거란다.”

그런 것 말고 숫자 가운데 천조보다 더 큰 숫자가 뭐냐고 여쭈어 본 거예요.”

할아버지는 아예 말 상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거 알아서 뭘 하느냐 공부나 하지 않고.”

그게 숫자 공부잖아요?”

모르겠다. 너의 아빠한테 물어 보든지.”

자경이는 아빠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가 물어보았습니다.

아빠,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그리고 다음은 뭐야?”

은하수 / 3. 별을 어떻게 다 세지?

아빠가 쉽게 대답했습니다.

그 다음은 경이라고 하지.”

그 이상은?”

그 이상은 알 필요도 없는 숫자다.”

자경이는 경까지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오수철이는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엄마한테 물었습니다.

엄마,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경 다음은 뭐야?”

 

엄마는 손가락으로 꼽아가며 외웠습니다.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 …….”

엄마는 더 이상 몰라?”

그런 것은 왜 알고 싶은 거냐?”

우리 동네 공상 할아버지한테 하늘의 별이 몇 개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할아버지가 숫자를 알아 오라고 하셨어.”

하늘의 별을 무슨 수로 다 세어 본다는 거냐?”

끝까지 세어 보면 알 수 있지 않아?”

끝까지 누가 다 세어 보겠니? 난 더 이상 모른다.”

이렇게 하여 자경이는 까지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한나 아버지는 딸이 묻는 말에 대답이 궁색해지자 책을 뒤지며 중얼거렸습니다.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 , , , …….”

자경이 귀를 기울이다가 물었습니다.

아빠, 경보다 높은 숫자가 해, , , 극이야?”

은하수 / 4. 별을 세는 아이들

아빠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렇다고 씌어 있는데 더는 알 수가 없구나.”

다음날 저녁입니다. 마을회관 평상에 어린이와 엄마들이 모였습니다. 할아버지가 자경이 엄마한테 물었습니다.

오늘은 어떻게 엄마들까지 모이셨나요?”

자경이 엄마가 대답했습니다.

우리 자경이가 숫자를 묻는데 대답을 못다 해서 할아버님한테 오면 배울 것 같아서 왔습니다.”

아이들 데리고 하는 소린데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셨습니까.”

수철이가 끼어들었습니다.

할아버지 일,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보다 높은 숫자가 뭔지 우리 엄마 아빠는 모르신다고 했어요. 가르쳐 주세요.”

자경이가 아빠가 한 숫자를 외웠습니다.

할아버지, 우리 아빠가요 일,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 , , , 극까지는 알았는데 더 이상은 모르신다고 했어요. 더 큰 숫자를 가르쳐주세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 , , , ……. 그 다음은 항하사, 아승지, 나유타이고…….”

윤병두가 낄낄거리며 입을 열었습니다.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 , , , , 항하사, 아승지, 나유타, 할아버지도 그 이상을 모르시는 거지요? 히히히…….”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네 말이 맞다 이 할아버지도 모르는 숫자다. 불가사의라는 것이니까 누구도 모른다는 말이 되는 것 같구나.”

자경이 엄마가 물었습니다.

불가사의라면 아예 사람 생각으로는 더 이상 모르겠다는 말씀이군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그렇지요, 그러나 알 수 없다는 것보다 더 큰 숫자가 뭐겠습니까?”

없는 거 아닌가요?”

있습니다.”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할아버지께 물었습니다.

은하수 / 5. 없는 우주 셀 수 없는 별들

자경 엄마가 놀란 듯 물었습니다.

그보다 더 큰 숫자가 있다고요?”

하늘의 별을 보아라. 몇이나 되느냐?”

자경이 엄마가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습니다.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고 상상도 할 수 없으니 무량…….”

할아버지가 신기해하며 다음 말을 물었습니다.

무량 다음은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모르겠어요.”

할아버지가 끝말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무량대수라는 것입니다. 한도 끝도 없는 것이라 셀 수 없이 많다는 말이지요.”

자경이 엄마가 정리하여 말했습니다.

그럼 숫자는 일,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 , , , , 항하사, 아승지, 나유타, 불가사의, 무량대수라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요. 하늘의 별은 무량대수입니다.”

장민구가 한 마디 했습니다.

할아버지 하늘의 별들이 그렇게 많은가요?”

그렇지. 별들이 얼마나 많은지 끝이 없다는 것이란다. 그러니 누가 세겠느냐?”

할아버지, 별들은 왜 크고 작은 별들이 있을까요?”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어떤 별은 크지만 너무 멀리 있어서 작게 보일 수도 있고 어떤 별은 그보다 작지만 지구에서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크게 보일 수도 있을게다.”

자경 엄마가 발들을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지구 인구가 60억이 넘는다는데 별들이 사람보다 많을까요? 사람이 태어나면 별도 하나가 생긴다는데 정말 그럴까요?”

은하수 / 6.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된다는데

박경미가 할아버지한테 다른 것을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별나라에는 사람이 살고 있을까요?”

과학자들은 별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다. 내 생각으로는 이 우주에 수없이 많은 별들에는 지구처럼 동물과 식물이 사는 별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과학을 아무리 발전시켜도 우주의 비밀을 다 알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태양계도 못 다 알면서 태양계보다 수천억 배나 많은 별들의 세계를 누가 알겠느냐?”

자경 엄마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우주과학자들은 우주의 비밀을 다 아는 듯이 말하지만 지구를 중심으로 한 태양계의 한 귀퉁이만 겨우 알고 하는 소리라고 생각해요.”

할아버지도 같은 의견을 말했습니다.

그래요, 사람이 아무리 지혜를 짜고 과학을 발전시켜도 끝없이 넓은 우주의 비밀을 다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민구가 엉뚱한 질문을 했습니다.

할아버지,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된다는데 정말인가요?”

할아버지가 웃으며 물었습니다.

누가 그러더냐?”

우리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사람은 죽어서 땅에 묻히고 영혼은 별이 된다고 했어요.”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래,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말은 영혼이 별나라로 간다고 하는 생각하는 것과도 같으니 틀린 말 같지는 않다. 이 할아버지도 별들을 보면서 아름다운 꿈을 꾸기도 하고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공상도 한단다.”

소라가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은하수를 가만해 올려다보고 있으면 별들은 모두 아름다운 비밀을 가진 눈동자 같아요. 어떤 별은 웃고 있고 어떤 별은 눈물을 흘리는 것 같고 어떤 별은…….”

수철이가 말을 막았습니다.

그런 별이 어디 있냐? 모두가 졸린 눈처럼 깜박거리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은하수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별무리가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뿌옇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길게 떠 있지 않으냐? 저게 은하수라는 것이다. 그 은하수 안에는 지구보다 몇 배나 큰 별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떠 있는 것이란다.”

병두가 올려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저렇게 작은 별들이 지구보다 클 수는 없을 거예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작은 별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게다. 그러나 저 하늘 멀리 아주 멀리 보이는 별 가운데는 지구보다 백배 천배나 더 큰 별도 있고 해보다 더 큰 붙박이별이라는 것도 있단다.”

한나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지구는 자전을 하면서 공전한다고 배웠어요. 지구가 왜 자전을 할까요?”

은하수 / 7. 죽은 별 살아 있는 별

할아버지는 나름대로 생각하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나는 과학자가 아니라 더 깊은 것은 말할 수 없다만 별에는 죽은 별과 살아 있는 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모두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우우, 죽은 별 산 별……. 어떤 별이 죽은 별인가요?”

이때 하늘에서 별똥별이 동쪽에서 긴 꼬리를 끌고 나타났다가 서쪽으로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야아! 별똥별이다아아.”

할아버지도 보시고 말했습니다.

바로 저 별똥별이 죽은 별이라고 생각한다. 죽은 별은 제 길(궤도)를 잃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다 저희끼리 부딪쳐 깨지고 부서지기도 한다. 그 쪼가리들이 지구에까지 날아와 대기권에 들어오면 공기에 부딪쳐 타면서 빛을 내는 것이다.”

병두가 아는 체하고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그 정도는 학교에서 배워서 우리도 다 알고 있어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그렇구나. 나도 학교에서 배운 대로 말했으니 내가 배운 것이나 너희들이 배운 것이 다를 수가 없겠구나.”

한나가 하던 질문을 또 했습니다.

할아버지, 지구는 왜 자전과 공전을 하느냐고 여쭈어 보았는데…….”

, 내 생각대로 대답해 보마. 이 말은 과학자들이 한 말은 아니다. 교과서에도 없는 이야기를 공상으로 하는 것이니 재미로 듣기 바란다. 지구는 태양에서 떨어져 나올 때 처음에는 빙글빙글 몸부림을 치며 도는 커다란 불덩어리였다. 그런데 우주 천체 중에는 떠다니는 어름덩어리 별이 있는데 그것이 불덩어리로 날아들어 부딪치자 물과 불이 큰 싸움이 벌어졌다. 그 싸움은 수만 년이 계속되었고 어름에 맞아 식은 불덩어리 쪼가리는 흙이 되고 불에 덴 어름덩어리는 수증기가 되어 공중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한나가 의심을 가지고 물었습니다.

정말 그랬을까요?”

할아버지는 껄껄 웃으시며 대답했습니다.

하하하, 네가 내 말을 믿을 수가 없는 모양이로구나. 나도 이렇게 공상을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의심을 하면서 하는 말이니 네가 의심할만하다.”

한나는 그래도 재미있다는 듯 할아버지 말씀을 재촉했습니다.

괜찮아요 할아버지. 그런 이야기는 과학책에도 없는 이야기라 의심이 가지만 재미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된 거예요?”

은하수 / 8. 은하수와 미리내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계속되었습니다.

처음에 불덩어리에 어름덩어리가 부딪칠 때의 힘으로 불과 물은 빙빙 돌았고 불덩어리가 물에 식어서 가루가 된 것들은 물 위에 내려앉아 뭍이 되고 불에 데워 공중으로 달아났던 수증기는 구름이 된 것이다. 그렇게 불과 물이 몸부림을 치고 싸우면서 돌아가는 것이 자전이 된 것 같다.”

민구가 물었습니다.

공전은 왜 생겼나요?”

공전은 태양에서 떨어져 나온 불덩어리가 태양의 자력에 끌려 더 이상 달아날 수 없는 한계점에 이르자 자전을 하면서 태양 둘레를 빙빙 돌게 된 것 같다. 내 대답이 되었느냐?”

한나가 대답했습니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럴듯하고 재미있어요. 그런데 은하수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할아버지도 잘 모르는 듯 망설이다가 대답했습니다.

은하수는 우리말로 하면 용()의 옛말인 미르가 변한 말 미리와 내천()의 내를 합쳐 미리내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하늘을 가로지르는 뿌연 빛의 별무리 흐름이 강 같지 않으냐? 별들이 흐르는 시냇물이라는 말도 되겠지.”

한나가 또 묻던 말을 계속했습니다.

할아버지, 지구는 가만히 있는 것 같은데 자전을 하며 공전을 한다고 하는데 지구는 얼마나 빨리 돌아가고 있나요?”

허허, 한나가 점점 어려운 문제만 내놓는구나.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과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지구 적도의 길이는 약 40,000km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적도 위의 한 점은 하루에 약 40,000km의 거리를 움직이는 셈이다. 이를 24시간으로 나누면, 지구는 시속 약 1,700km의 속도로 돌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한다. , 적도에 서 있는 사람은 시속 1,700km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 것과 같다. 그것은 비행공기보다도 빠른 셈이다.”

한나가 또 물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지구는 초속 463m로 자전하고 있는 셈인데 속도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은하수 / 9. 비행기보다 빨리 나는 지구

할아버지는 머리를 긁으시며 대답했습니다.

글쎄다. 그것도 내 공상대로 대답해도 되겠느냐?”

한나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 할아버지 공상은 재미있으니까요. 호호호.”

우리가 지구의 돌아가는 속도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공간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무엇과도 비교할 데가 없기 때문이고 매우 큰 덩어리가 돌아가는 속도가 시간적으로 느린 때문이다. 만약 지구의 자전속도가 훨씬 더 바르게 된다면 지구 표면에는 집도 지을 수 없을 것이고 사람이나 짐승도 붙어살지 못할 것이 아니겠느냐?”

이번에는 민구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지구가 태양을 돌아가는 것을 공전이라고 배웠는데 지구가 날아가는 속도는 얼마나 되나요?”

할아버지가 아이들한테 손짓을 해가며 대답했습니다.

지구는 1초에는 약 30km의 속도로 태양 주위를 달린다고 한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얼마나 빨리 돌아가는지 짐작이 가느냐?”

민구가 대답했습니다.

“1초에 30킬로미터를 날아가면 똑딱똑딱 하는 사이에 75리를 날아가는 셈이 아닌가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그렇지. 안성 우리 동네에서 서울까지가 몇 킬로미터나 되느냐?”

아이들이 머리를 갸웃거리고 대답을 못하자 자경이 엄마가 대답했습니다.

“75킬로입니다.”

할아버지가 벙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내가 꾸벅하고 졸면서 눈을 감았다 뜨는 사이에 1초가 지나는 셈이니 지구는 그 사이에 서울을 떠나 안성에 도착한 셈입니다.”

아이들이 모두 손가락을 접고 펴 보면서 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와아! 빠르다. 그렇게 빠른 지구를 우리가 타고 있다고요? 하하하.”

할아버지가 덧붙였습니다.

지구만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 외에 다른 행성(금성, 화성, 목성, 토성, 수성, 해왕성, 명왕성, 천왕성 등)들도 모두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단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지구의 자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도는데 시계 초침의 반대 방향으로 돈다고 한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병두가 입을 열었습니다.

할아버지, 과학 이야기는 그만 하세요. 학교에 온 것 같아서 싫어요.”

할아버지가 웃는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네가 학교 공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로구나. 그래, 네 소원대로 학교 이야기는 그만하고 내가 별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 이야기나 해주마.”

아이들이 모두 좋아서 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 , , ,!”

은하수 / 10. 죽은 사람이 가는 별

할아버지는 민구를 보고 물었습니다.

너는 할머니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신 것 같다. 네가 들은 이야기 중에 재미있는 별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지 않겠니?”

민구가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했습니다.

저 혼자 아는 이야기가 아니고 다른 아이들도 다 아는 이야기에요. 칠월칠석날 밤에 견우와 직녀가 만나서 반가움에 눈물을 흘리기 때문에 밤에 비가 온대요. 그게 다예요. 헤헤헤.”

박경미가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그런 이야기는 동화책에도 많이 있어요. 동화책에 없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세요.”

할아버지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내가 무슨 재주로 동화책에 나오는 이야기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느냐.”

수철이가 끼어들어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무슨 이야기든 해 주세요. 재미있게 들어드릴게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도 듣는 사람이 재미없게 들으면 재미가 없는 것이고 별로 재미가 없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들으면 재미있는 것이다. 네가 그렇게 말했으니 재미없어도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다오.”

아이들이 새들처럼 똑같은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 , , , .”

할아버지가 북극성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저기 북쪽에 다른 별보다 크게 빛나는 별이 보이지 않느냐? 저 별을 북극성이라고 하는데 지구는 저 북극성을 축으로 비스듬하게 돌고 있고 지구에서 못 쓰게 된 폐물들은 다 저 별이 빨아간단다.”

다연이가 할아버지 말을 막았습니다.

할아버지, 그건 말이 안 돼요, 거짓말이에요. 지구에 있는 못 쓰게 된 것들이 어떻게 북극성까지 가요?”

할아버지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네 말도 맞다. 못 쓰게 된 물건들이 어떻게 지구를 빠져나가 별에까지 가겠느냐?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은 거짓말이고 공상이라고 하는 게 아니겠느냐? 허허허.”

할아버지는 민구를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사람은 죽으면 몸뚱이는 땅에 묻히고 영혼은 별이 된다고 했지?”

, 우리 할머니가 여름밤에 별을 보면서 그러셨어요.”

할아버지는 별을 올려다보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래, 그래.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말이 맞을는지도 모른다. 지구에서 살다가 죽은 사람은 몸뚱이를 땅에 묻고 영혼이 지구를 떠나 저 북극성으로 간다고 한다. 북극성에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

민구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욕심쟁이 벽호라는 사람이 죽었다.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제 집처럼 쓰던 영혼이 몸뚱이는 버리고 황천길을 떠났다. 그 영혼은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 빠르게 날아 북극성에 도착했다. 별에 도착해 보니 지구의 천배도 넘는 큰 별에 지구에서 온 영혼들이 줄을 섰는데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영혼한테 물어 보았다.”

이렇게 많은 영혼들이 줄 선 길이가 얼마나 깁니까?”

나도 모릅니다. 내가 여기 도착한 지가 지구 나이로 치면 천년이 넘습니다.”

천년이 넘도록 한 자리에만 서 있었다고요?”

저 앞에 서 있는 영혼들은 나보다 훨씬 먼저 왔으니 수만 년이 넘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얼마 안 기다리면 심판대라는 저울 앞에 도착된답니다.”

이렇게 줄을 서서 심판대로 간다고요?”

그렇다고 합니다.”

심판대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지구별에 살 때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살다가 왔나를 심판을 받는 것이지요.”

모두가요?!”

그렇지요,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아닙니다. 하도 신기해서…….”

욕심쟁이 벽호는 갑자기 걱정이 생겼습니다.

할아버지 이야기는 계속되었습니다.

은하수 / 11. 구두쇠가 받은 벌

욕심쟁이 구두쇠 벽호는 지구에 살 때 착한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고 못된 짓만 하다가 온 것입니다. 벌을 받게 되나 보다 생각한 벽호는 벌벌 떨었습니다.

앞에 먼저 온 영혼이 물었습니다.

왜 그리 떠시오?”

아닙니다. 날씨가…….”

날씨가 어때서 그렇습니까. 여기는 지구 날씨로 말하면 봄 날씨인데 그래도 춥습니까?”

그 별은 하루가 지구의 천년과 같고 봄 날씨처럼 온화했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길게 늘어선 앞의 영혼들이 심판대를 통하여 어디론가 사라지고 뒤에는 끝이 안 보일만큼 긴 영혼의 줄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마침내 구두쇠 벽호가 심판받을 순서가 되었습니다. 심판대는 아주 높은 계단 위에 있어서 밑에서는 거기 누가 있는지 볼 수가 없었습니다.

벌벌 떨면서 계단을 밟고 올라가 보니 심판대에는 심판관도 없고 커다란 거울과 저울이 하나 있을 뿐이었습니다. 구두쇠 벽호가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어디선지 우렁우렁하고 위엄 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울에 올라라.”

그 한 마디뿐이었습니다. 벽호는 심판대에 올라섰습니다. 그 순간 앞에 있는 거울이 새까매지고 저울추가 한편으로 무겁게 내려갔습니다.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네놈은 세상에서 착한 일은 하지 않고 못된 짓만 하였구나.”

벽호는 변명을 했습니다.

착한 일도 몇 번 했습니다.”

무엇이라고? 네가 했다는 착한 일이 무엇이냐?”

…….”

또 소리가 들리면서 거울이 비쳤습니다.

네가 했다는 착한 일이 이것이냐?”

거울에는 어렸을 때 길 잃은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 준 것이 전부였습니다. 벽호는 자랑스럽게 대답했습니다.

, 제가 그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또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거울 속을 보아라. 네 무게는 죄가 99%이고 착한 일은 1%로밖에 안 되느니라.”

그러면서 거울에 그 동안 못된 짓한 모든 것들이 비쳐졌습니다. 옆집 노인을 속이고 똔 떼어먹은 일, 착한 아내를 주먹으로 때린 일, 부모님 마음을 아프게 한 일, 친구들과 술 마시고 술집 주인한테 행패를 부리고 돈도 안 주고 떼어 먹은 일……. 이루 말할 수 없는 창피한 비밀들이 모두 몰래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다 보였습니다.

벽호는 그것을 보면서 세상에서 잘못 산 것을 크게 후회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세상에 내려가 살 수도 없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결국 그는 무서운 벌을 받아야 합니다.

위엄 있는 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

이 자는 은하수 끝 뱅뱅이 별로 보내라.”

명령이 떨어지자 벽호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은하수를 건너 뱅뱅이별로 떠났습니다. 가다가 지구 곁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멀리서 본 지구는 파란 색이 빛나는 아름다운 별이었습니다. 벽호는 지구를 보면서 후회했습니다.

 

은하수 / 12. 징그런 괴물의 웃음소리

파랗게 빛나는 지구는 매우 아름다운 별이었습니다. 벽호는 지구를 보면서 후회했습니다.

저렇게 아름다운 별에 살면서 내가 왜 못된 짓만 했는가. 다시 돌아가 살 수 있다면 착한 일만 하고 오겠다.”

그러나 때는 늦었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벽호는 별들의 나라 은하수를 지나 뱅뱅이별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별들은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데 뱅뱅이별은 빙글빙글 도는 아무 빛도 없는 새까맣고 큰 바위 들판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바위 벌판 어디선가 소름이 끼치도록 몸서리 쳐지는 징글맞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으흐흐흐, 네 놈이 오기를 기다렸다. 으으흐흐흐.”

벽호는 겁이 덜컥 나고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 순간 어디든 숨고 싶어 달아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시커먼 것이 위에서 내리 덮치며 전신을 푹 뒤집어 씌웠습니다.

갑자기 거머리같이 흐물흐물하고 끈적끈적한 것이 몸에 착 달라붙으며 고약한 냄새를 풍겼습니다.

이크! 이게 뭐야? 캑캑!”

컴컴한 속에서 시뻘건 입이 긴 혀를 날름거리며 괴상한 소리를 질렀습니다.

깍깍까악! 으흐흐흐흐!”

벽호는 숨이 막혔지만 빠져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괴물은 큰소리로 웃다가 또 칵칵 소리를 지르면서 벽호를 공중으로 높이 던졌습니다. 공중으로 붕 떠오른 벽호는 괴물을 보았습니다.

그 괴물은 황소보다 크고 머리는 거머리 같고 몸은 지렁이 같은데 뱀같이 긴 꼬리를 휘휘 젓고 있었습니다. 벽호는 바닥에 떨어지자 무릎을 꿇고 빌었습니다.

신령인 살려주십시오.”

괴물이 또 웃어댔습니다.

으흐흐흐, 신령님이 누구냐, 살려달라고? 까깍깍!”

잘못했습니다. 신령님 살려주십시오.”

나는 신령님이 아니니라. 네가 무슨 잘못했다는 것이냐? 흐흐흐.”

살려 주신다면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습니다.”

괴물은 또 웃어댔습니다.

으흐흐흐, 네 놈이 죽은 지가 언제인데 살려달라는 것이냐? 네가 언제 죽었는지 아느냐?”

벽호는 죽은 지 십 년쯤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십년 되옵니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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