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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왕 두두 2 / 날아다니는 모자

웃는곰 2022. 10. 11. 19:52

2. 날아다니는 모자

이때 할아버지가 저쪽으로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휘익 불어 할아버지 모자가 벗겨지며 날아와 나나 머리에 씌워졌습니다.

할아버지가 나나를 화난 얼굴로 꾸짖었습니다.

네가 그랬느냐?”

나나가 아니라고 하려는데 바람이 휙 불어 모자가 다시 할아버지 머리로 날아가 씌워졌습니다. 할아버지가 놀라운 듯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렸습니다.

별일 다 보겠네. 모자가 날아다니다니, 허허.”

 

할아버지가 힐끔거리며 골목길로 돌아갔습니다. 바람이 장난을 쳤습니다.

쉬유! 쉬쉿! 슈웅! 재미있지? 나나야.”

나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네 친구들이 부르는 소릴 듣고 알았지. 더 묻지 마. 대신 재미있는 구경시켜줄까?”

무슨 구경?”

황소하고 왕개미하고 싸우면 누가 이기겠니?”

나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입을 다물었습니다.

나나, 왜 대답이 없어?”

네가 나를 바보로 아는 것 같아서.”

?”

 

그 따위 작은 개미하고 집채만 한 황소가 싸운다고? 그게 말이 돼?”

네 생각에는 누가 이길 것 같으냐?”

당근, 황소가 이기지.”

두고 봐, 내가 황소한테 가서 하는 소리 잘 들어봐.”

바람이 휘잉 불어 풀을 뜯는 황소한테 가서 등을 쓰다듬었습니다. 황소는 시원한 바람에 눈을 스르르 감고 중얼거렸습니다.

아이고 시원해 음머어! 나는 바람이 쓰다듬으면 잠이 온단 말이야.”

이때 바람이 황소 귀에다 속닥거렸습니다.

황소야, 왕개미가 너를 보고 뭐라고 했는지 알아?”

황소가 고개를 번쩍 들고 대답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그따위 개미새끼가 나한테 욕이라도 한 거냐?”

바람 두두가 예쁜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황소야, 오해하지 마. ?”

무슨 소린데?”

개미가 너를 곰같이 미련하고 몸뚱이는 초가집 같다고 비웃었어.”

뭐야? 그 코딱지만도 못한 것이 감히 나를 곰 같다고?”

그러면서 뭐라고 했는지 알아?”

 

뭐라고 했는데?”

너하고 싸우면 제가 이긴다는 거야.”

황소가 화를 버럭 냈습니다.

? 그 놈 어디 있냐? 당장에 허리를 부러뜨려 줄 거다.”

바람이 휘익 떠나며 말했습니다.

기다려, 내가 개미 데리고 올게.”

바람은 개미한테 떠나면서 나나한테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동물이 무언지 알아?”

 

공작새.”

공작새보다 귀여운 건 개미야.”

개미가 뭐? 뭐가 귀여워.”

넌 개미가 가장 귀엽게 보일 때가 언제인지 모르지?”

개미가 귀엽다고?”

그래, 개미가 커다란 나뭇잎을 예쁘게 오려 물고 갈 때가 멋져. 저보다 몇 배나 큰 잎사귀를 입에 물고 가는 거 보았지?”

.”

 

내가 가끔 개미를 살살 밀어주기도 한다.”

거짓말.”

거짓말 같지? 내가 어떤 때는 개미를 반짝 들어다 굴 앞에 놓아주기도 하는데 개미는 내가 한 것을 모르거든.”

바람은 나나를 데라고 개미한테 갔습니다.

개미야, 황소가 너 보고 뭐라고 했는지 알아?”

개미가 일하다가 물었습니다.

그 덩치 크고 미련한 소가 뭐라고 했어?”

바람 두두가 약 올리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황소가 너를 만나면 한 번에 허리를 부러뜨려 준다고 했어.”

그 미련한 황소가?”

그 황소가 저 언덕에서 졸고 있어. 한번 가 볼래?”

좋아, 내가 황소를 가만 둘 줄 알고.”

바람 두두가 나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나나야, 들었지? 황소하고 왕개미가 싸우는 구경 한번 해볼래?” (계속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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