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왕 두두
1. 개미한테 배워라
나나는 책에서 이상한 구절을 읽고 머리를 갸웃거렸어요.
‘너희는 개미한테 지혜를 배워라.’
개미한테 배우라고? 작은 바람에도 날아갈 듯 작고 허리가 가늘고 연탄보다 새까만 개미한테 뭘 배워?
그러다가 개미를 가만히 생각해 보았어요. 반짝거리는 눈에 안테나 더듬이를 달고 부지런히 일하는 모양이 귀엽기도 했어요.
또 책에 이런 말이 있었어요.
‘개미가 작다고 우습게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개미가 황소도 이기고 호랑이도 이기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지요?’
예쁘고 귀여운 나나가 개미가 무슨 힘으로 호랑이를 이긴다는 거야? 거짓말이야 하고 동화책을 읽다가 깜박 잠이 들었는데 창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달그락 달그락 두두 두두.”
창문을 누군가가 달그락달그락 두두 소리가 나도록 흔들었어요. 졸던 나나가 고개를 갸웃하고 중얼거렸어요.
“누가 창문을 흔드는 거야?”
이때 달그락 소리를 타고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어요.
“누구냐고? 슈슈슈. 두두두.”
나나가 문 쪽을 향해 물었어요.
“누구예요?”
“나야 나.”
“나가 누구예요?”
“쉬쉬 쉿! 나야 나. 두두.”
“네?”
“밖으로 나와 봐.”
나나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밖으로 나왔지만 아무도 없었어요.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데 꽃밭에서 소리가 들려왔어요.
“나나야, 이리 와 봐.”
아무도 없는데 꽃밭에서 소리가 또 들려왔어요.
“누구세요?”
“나야 나. 두두. 이리 와봐.”
나나는 소리 나는 쪽으로 갔어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빨갛고 예쁜 장미꽃이 살랑살랑 흔들렸어요. 나나가 물었어요.
“장미야, 네가 나를 불렀어?”
장미가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어요.
“난 안 불렀는데…….”
장미꽃이 또 살랑살랑 흔들리고 소리가 들렸어요.
“장미가 아니고 나야, 두두.”
“두두가 뭐야? 넌 누구야?”
“두두가 내 이름이야, 사람들은 나를 보지 못해.”
“귀신이야?”
“귀신이 아냐. 난 장미 얼굴을 쓰다듬고 있어.”
장미가 한들한들 예쁘게 춤을 추었어요.
“네가 두두라고?”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내가 너를 만져줄게.”
갑자기 실바람이 불어와 나나 얼굴을 쓰다듬었습니다. 나나는 콧등이 간질간질하고 재채기가 났어요.
“에이취!”
두두가 장난스럽게 말했어요.
“호호호. 간지럽지?”
나나가 짜증난 소리로 물었어요.
“뭐야 넌?”
“샤샤샤아, 난 씽씽 바람왕 두두야.”
“바람왕 두두라고?”
“그래, 장난꾸러기 씽씽 바람왕 두두.”
“장난꾸러기 두두?”
“응.”
나나가 궁금해서 물었어요.
“네가 내 방 창문을 두드렸어?”
“그래, 너를 불렀지.”
“왜?”
“너하고 친구하려고.”
“난 싫어. 누가 바람하고 친구를 해?”
“넌 나를 몰라서 그래. 내 친구가 되면 네 심부름도 해주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다 해줄 수 있어.”
“정말?”
“그래, 무서워하지 마. 내가 하는 말은 아무도 못 들어. 너만 들을 수 있어.”
“거짓말. 바람이 무슨 소리를 해?”
“나를 못 믿겠으면 이리 와 봐.”
“어딘데?”
“놀라지 마, 알았지?” (계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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