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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꼬리 부부의 사랑

웃는곰 2022. 10. 2. 15:58

꾀꼬리 부부의 사랑

 

첫날밤

지리산 깊은 숲속에 아주 맑고 예쁜 소리로 노래를 잘 불러서 온갖 새들의 인기를 누리는 암 꾀꼬리가 살았당게.

아따 고것이 노래를 을매나 잘 부르는지 산속의 꿩이며 산비둘기, 파랑새, 부엉이들이 모두 암꾀꼬리한테 반하여 짝짓기를 하자고 난리였당게.

그 가운데 나이도 한 살 어린 수꾀꼬리가 밤낮으로 따라다니며 프러포즈를 해싸서 아무래도 누군가와 결혼을 했다고 하면 편할 것 같아서 수꾀꼬리한테 이런 다짐을 했당게.

내가 결혼을 하지 않고 있응게 별것들이 다 괴롭혀서 못 살것다. 네가 그렇게 졸라대니 너라도 남편이라고 해 둬야겠응게 혼인 날짜 잡고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리자. 그 대신 내 요구대로 지키겠다고 맹세 혀.”

이 말에 수꾀꼬리 팽수는 가슴이 터질 듯 기뻤당게.

정말이라랑가?”

그려. 맹세혀.”

그렇게 하여 암꾀꼬리 유미는 세상 새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을 하였고 팽수하고 부부가 되었지라. 남편 팽수가 첫날밤을 맞아 흥분하여 한마디.

여보야, 고맙구먼. 당신같이 인기 최고의 예쁜 짝을 만난 나는 꿈같고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랑게. 오늘밤엔 뜨겁게 첫 알 만들자.”

암 꾀꼬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빽 소리.

뭐여? 알을 만들자고?”

그래야 우리가 자식을 둘 것 아니랑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 내가 알을 배라고?”

그렇당게.”

알배면 몸매 버려서 가수로 인기 떨어진당게. 그리는 못혀!”

몸매보다 중요한 건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는 거여. 당신 닮은 예쁜 딸을 낳장게. 그런 기쁨은 몸매가 문제가 아니여.”

뭔 소릴 그리 지껄인당가?”

그래도 팽수가 징글맞게 웃으며 능청을 떨었당게.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게 더 예쁘당게.”

뭘 다 안다는겨?”

당신 그 예쁜 꼬리만 바짝 올리고 옥문을 대면 내가 옥경으로 아주 문대줄랑게. 싸게싸게 꼬리 올려 보더라고. 그보다 짜릿하고 즐거운 게 세상엔 없당게.”

뭐라? 옥문이 어쩌고 옥경이 어쩌고, 그 무슨 귀신 짖는 소리여?

2. 마누라는 인기 가수

팽수는 실망하여 아무 소리도 못하는디 유미가 날개를 말아접고 자면서 한 마디.

나 스케쥴이 바빠서 먼저 잘랑게 당신도 일찍 자더라고. 내일은 일찍 떠나야 항게. 춘양골에서 열리는 노래 경연대회에 나가서 금상을 받을 생각잉게 당신은 날 따라다니며 뒷바라지를 잘 하랑게.”

이렇게 첫날밤을 보낸 다음 날 팽수는 유미 남편으로 당당히 춘양골로 갔지라오. 춘양골엔 지리산 속의 온갖 가수 새무리가 구름같이 모였더랑게.

팽수 마누라 꾀꼬리 유미가 화려한 날개를 팔랑거리며 무대에 오르자 수천 마리 새들이 박수를 치며 난리법석이었당게. 유미가 부르는 맑고 예쁜 목소리가 퍼지자 모든 새들이 날개를 치며 부러워하는디 부엉이가 팽수한테 다가와 이러더랑게.

네가 겁나게 부럽다. 넌 밤마다 얼마나 행복하것냐. 넌 재수가 좋아서 저 예쁜 것을 마누라로 삼았으니 억수로 부럽당게.”

이때 산비둘기가 다가와 팽수한테.

야 이놈아, 어제 첫날밤에 얼마나 행복했냐아? 저렇게 예쁜 것을 품에 안고 잤것제? 몇 번이나 끄끄했냐?”

팽수는 할 말이 없었당게. 밤에 유미 날개도 못 만져 보았으니 무슨 말을 할 수 있당가. 그렇지만 남편이라고 하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할 수는 없고, 거짓말을.

그걸 우찌 말로 한당가. 기가 막혔당게.”

그렇것지? 저렇게 예쁜 것을 품었으니 을매나 행복했을꼬. 부럽다. 오늘 밤에도 끄끄할 거 아닌가베.”

팽수가 뽐내는 소리로 대답.

그걸 말로 해야 한당가?”

이번에는 부엉이가 지껄지껄.

오늘 밤에 내가 부엉 부엉 하지 않고 네 둥지로 가서 몰래 봐야 쓰것다. 그 예쁜 것이 너하고 끄끄하는 소리 좀 들어야겠응게.”

팽수가 자신 있게 대답.

내 예쁜 아내는 누가 보는 낌새만 있으면 절대 나를 가까이 다가가게 두지 않을 것잉게 그런 생각은 하덜 말라고.”

정말 그런가 보장게. 오늘 네 마누라는 금상을 받았응게 밤에는 기가 막히게 더 끄끄할 것 아니랑가.”

그날 유미는 금상을 받고 선물도 받아 팽수한데 안겨주며.

오늘 기분 짱이랑게, 당신 이거 가지고 먼저 집으로 가. 난 동창들하고 놀다 갈랑게.”

팽수는 마누라 상품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고 마누라는 밤 늦게야 왔당게. 기분이 찢어지게 짱인 팽수는 오늘 한번 끄끄하려고 귀를 바짝 세우고 기다리는디.

3. 좋은 세월 다 가고

암 꾀꼬리 유미가 둥우리에 들자마자 다리를 쩍 벌리고 벌렁 누웠당게.

수 꾀꼬리 팽수가 이때다 싶어 허벌나게 달려들며,

유미야, 오늘 끄끄하자. ?”

암 꾀꼬리리가 발딱 일어나 노려보며 빽 소리.

씨벌 너 정말 날 이렇게 괴롭힐랑가? 난 알 배면 몸매 버려서 인기 떨어진다고 했어 안 했어?”

했지라.”

그래도 그 짓을 하겠다고?”

우리는 부부 아닌가베. 부부가 뭐랑가? 남들은 내 속도 모르고 얼마나 좋으냐 행복하냐고 하는디. 이자 듣고 보니 임자가 나를 너라고 하다니 마누라가 할 소리간디?”

그렁게 내 기분 상하지 않게 하랑게. 나는 몸매하고 목소리 인기로 살아가는 가수인디 그런 줄을 알것제?”

, 알고말고. 그래도 우리는 부부인데 한번이라도 끄끄를 해서…….”

암꾀꼬리가 발로 걷어차며.

저리 가랑게. 옆에서 지랄 떨면 당장 이혼 이혼할랑게.”

수꾀꼬리는 이혼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당게.

이혼이라니 그런 말 해싸면 안 된당게. 부부는 일심동체 아닌가베?”

한 둥우리에 살면 됐지 뭘 더 바라능겨? 나허고 사는 거 다들 부러워하지 않당가?”

모두가 부러워는 하는디…….”

그럼 되았지 뭘 더 바란당가?”

그라도 씨는 받아야 않것소?”

씨고 장구고 집어치랑게. 낼은 서울 관악산에서 전국 가수 경연대회가 있어서 가야 항게 일찍 자고 일어나 날 따라가야 쓰것소. 아시오오?”

알았응게 고따위 걱정은 말더라구.”

앞으로 난 서울 남산 콩쿠르, 인천 해변 노래 공연, 그 다음 날은 대전 대구 부산에서 초청이 줄줄이 있어설랑 바쁜게 싸게싸게 준비나 하랑게.”

, 그 끄끄는 언제 할랑가?”

끄끄가 무슨 소리여. 그런 소리 할라거든 이혼하장게.”

안되어야, 이혼이라는 말은 입 밖에 내지 말랑게.”

이혼이 싫으면 내가 하자는 대로 끄끄고 뭐고 챠뻐리고 내 뒷바라지난 잘 하랑게.”

이렇게 수십 년을 두고 밀고 밀리다가 꾀꼬리 부부는 80이 넘은 늙은 새가 되었더란 말여.

좋은 세월 다 허무하게 보내고 어느 날 할배 수꾀꼬리가 암꾀꼬리 꼴을 들여다보며 이런 생각을 했당게.

한세월 박수만 받고 몸매 자랑하던 꼴이 저게 뭔고? 이빨도 빠지고 머리도 백발에 꽃보다 곱던 등과 꼬리털이 허옇게 바래고 아무도 왕년의 명가수라는 걸 몰라주고 아는 건 나 하나뿐 아닌가베. 몸매 버린다고 끄끄 한번 못해 보고 나도 늙고 임자도 늙었응게 이제는 아무 소망이 없지 않은가. 허허, 무정세월이 나도 훑고 지나가고 예쁜 마누라도 핥고 지나갔당게.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것구먼.’

이때 어디서 왔는지 새파랗고 깜찍하고 팔팔한 예쁘고 젊은 꾀꼬리가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아 이렇게 쫑알거리더랑게.

4. 거시기가

아찌, 그런 생각 하지 마. 할망은 다 늙었지만 아찌는 아니야.”

뭐라고? 어린 것이…….”

아찌, 내가 어리다고 깔보는 거야?”

허허, 별 일이랑게. 저 어린것이 무신 소리여. 말세여 말세!”

팔팔하고 팽팽한 꾀꼬리가 눈을 예쁘게 깜짝거리며.

아찌, 지금 아찌가 생각한 거 내가 다 말해 볼까?”

내가 무신 생각을 했당가? 알면 싸게싸게 해 보랑게.”

좋아, 내가 다 말해 볼게 들어 봐.”

그리고 팔팔한 꾀꼬리가 예쁜 목소리로 팽수가 생각했던 것을 그대로 되뇌더랑게.

한세월 박수만 받고 몸매 자랑하던 꼴이 저게 뭔고? 이빨도 다 빠지고 머리도 백발에 꽃보다 곱던 등과 꼬리털이 허옇게 바래고, 아무도 왕년의 명가수라는 걸 몰라주고 아는 건 나 하나뿐 아닌가베. 몸매 버린다고 끄끄 한번 못해 보고 나도 늙고 임자도 늙었응게 이제는 아무 소망이 없지 않은가. 허허, 무정세월이 나도 훑고 지나가고 예쁜 마누라도 핥고 지나갔당게.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겟구먼.”

수 꾀꼬리는 놀라 자빠질 뻔했당게.

느그 뭐시냐, 네가 귀신이냐 뭐냐?”

팔팔하고 발랄한 꾀꼬리가 깔깔거리며 대답.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어. 아찌, 귀신 봤어?”

보진 못했지만……. 네가 새냐? 뭐냐?”

아찌하고 똑같은 꾀꼬리야. 아찌는 81세지만 난 18세 암꾀꼬리. 호호호.”

조거시 날 놀리는 거여 뭐여?”

아찌, 나하고 누가 더 빠르게 나나 경주 한번 해 볼래?”

무슨 소리랑가?”

저 아래 숲속 옹달샘 알지?”

알지, 그래서?”

누가 먼저 날아가 샘물에 목욕하나 해!”

그런 거라면 내가 너보다 나을깅게 해 보더라구.”

그러면서 늙은 마누라 유미한테 눈길을 보냈당게. 저 어린것하고 경주를 한번 해도 괜찮겠느냐고.

늙은 마누라 꾀꼬리가 이빨 빠진 입으로 오물오물.

생각 있음 한번 해 보시오이.”

임자, 내가 저 어린것을 골탕 먹이고 교육 좀 시켜야 쓰겠는디 어떻소?”

할망이 껍죽껍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당게. 할배 꾀꼬리 팽수가 자신 있게 도전.

좋다. 날기 재주는 너보다 날탱게 해 보더라구.”

좋아, 아찌가 먼저 출발해.”

건방진 소리 말랑게. 똑같이 출발하장게. , 내가 땡하면 알았제?”

그리고 할배 팽수가 입을 크게 벌리고 꺄악하고 출발신호를 하고 날았는디. 뒤에서 빤히 보고만 있던 어린 꾀꼬리가 안 보인다 싶었는디…….

팽수가 날쌔게 옹달샘으로 날아가 보니 어느새 고 깜찍한 꾀꼬리가 먼저 와서 꼬리로 물장구를 치고 있더랑게.

오메. 이게 우찌된 일이랑가. 조 째깐 것이 나보다 먼저 왔잖나!”

젊고 팔팔한 예쁜 꾀꼬리가 마누라 유미가 젊었을 때 웃던 그 목소리로 깔깔거리는디 갑자기 가슴이 벌렁벌렁하더랑게.

저렇게 예쁜 목소리와 얼굴에 반해서 한평생 끄끄 한번 못해 보고 늙었는디 갑자기 옛날에 듣던 예쁜 소리에 거시기가 벌떡 일어나 발동을 하는디.

5. 아찌, 멋져! 아이 좋아 좋아!

깜찍하고 깔끔한 것이 예쁜 꼬리를 물에 잠갔다가 바짝 세우는디. 밑이 보이지 뭐랑가.

아차! 저 예쁜 것이 옥문도 예쁘게 생겼당게.”

수 꾀꼬리 팽수는 혼자 중얼거렸는디 깜찍한 고것이 들었능가.

아찌, 지금 뭐라고 했어?”

아무 말 안 했당게.”

아찌, 다 봤지?”

?”

난 다 알아, 아찌, 이리 와 봐.”

요것이 꼬리를 더 높이 추켜올리며 옥문을 보여주는디.

, 어쩔거나?”

차마 어린 것을 건드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보이는 걸 안 불 수도 없는디. 잠든 듯 늘어졌던 거시기가 불이 붙은 듯 바짝 일어서고 가슴이 쿵쿵 뛰는디.

우짤꼬 우짜꼬 내 맴이 내가 아니여.”

혼자 속말을 하는디 고 깔끔한 것이 다가와 귀여운 소리로.

아찌, 나 알 배고 싶어. 나 아찌, 아찌 알 가질래.”

그러면 못 쓰는디. 내가 우찌 너같이 젊고 예쁜 것을…….”

, 다 컸어. .”

허어, 우짤꼬.”

아찌, 거시기 다 알아. 지금 시작해.”

정말 그래도 되것냐아?”

내가 하자는데 뭘 머뭇거려. 빨리.”

정말 허벌나게 하고 싶은 거시기가 불이 타는기라. 에라 모르것다 평생에 한 번도 못해 본 소원이나 풀어 보장게.

알았응게 후회하지 않기여어어.”

알았어. 빨리.”

수꾀꼬리 팽수는 바짝 벋친 거시기를 예쁜 것에다 쑥 집어 꼽으며,

아따 모르것다. 내도 내 맘이 아닝게.”

갑자기 황홀해져 눈을 딱 감았당게.

아찌, 그렇게 가만이 있으면 재미없어. 빨리 문질러.”

알았당게.”

아따 모르겠다. 이왕 엎질러진 물 퍼담을 수도 없는 것. 팽수는 평생에 한 번 해보고 싶은 짓을 마음껏 해댔당게. 깜찍하고 어린 것이 얼마나 재주를 피우는지 이것이 요분질이랑 하는디.

아찌, 더 더.”

알았다. 이렇게? 이렇게?”

아이 좋아, 아이 좋아. 아찌 멋져.”

팽수는 고 예쁜 목을 끌어안고 쉬지 않고 끄끄끄. 그만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고 구름에 뜬 것같이 황홀한디. 고것이 좋아 죽겠다고 소릴 치는디. “아찌, 멋져 아이 좋아 좋아.”

6. 순식간에 달아난 꿈

수꾀꼬리 팽수는 아주 만족하여 벌러덩 누워 발버둥을 치며

아아, 하늘아 땅아, 내 기분 아능겨?”

흐트러진 날개를 추스르며 암꾀꼬리가 물어 싸더랑게.

아찌, 그렇게 좋았어?”

말로 할 수 없지이. 좋았당게. 너도 좋았지이?”

아찌, 대단해. 어디서 그런 힘이 났어?”

젊고 팽팽한 너를 안응게 나도 모를 힘이 솟더랑게.”

아찌, 우리 저기 나무 위에서 한번 더 놀까?”

그러장게.”

둘이는 또 높은 나무 가지 위에서 붙었당게.

나뭇가지가 박자를 맞추어 흔들리는 동안 팽수 거시기 독사같이 대가리를 세우고 유미 거시기를 문질러대는디.

아찌, 더 해 더 쎄게. 아이 좋아, 아이 좋아.”

그렇게 좋당가? 이렇게 하면 더 좋지이?”

아찌, 굉장해. 아아 정말 좋아. 좋아 죽겠어.”

팽수는 유미가 좋아하는 소리에 미칠 지경으로 황홀했당게. 그렇게 신나게 하고 둘이는 나무에서 내려와 풀밭에서 한 번 더 세 번째 끄끄하고 나서 팽수는 팍 지쳐버렸당게.

유미가 축 처진 팽수를 두고 자리를 뜨면서,

아찌, 나 아주 즐거웠어. 아찌 씨받았으니 난 갈 거야.”

지쳐 있던 팽수, 그만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서며

그 무슨 소리랑가? 가다니 어딜 간당가?”

묻지 마. 아찌도 할머니한테 돌아가!”

이 한 마디를 남겨놓고 고 예쁜 것이 파란 하늘 아득히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더랑게.

예쁜 것아, 그냥 가면 난 우짜라고?”

팽수는 따라가려고 날개를 펴보았지만 온 힘이 쑥 빠져서 날 기운이 없어서 멀리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만 쥐어짰당게.

잠깐 사이에 황홀한 꿈이 깨져서 축 처진 날개가 무겁기만 하더랑게. 유미가 멀리 날아간 하늘만 바라보는 팽수 가슴은 텅 비어 허전한 바람만 불고.

내가 꿈을 꾼 건 아니제? 고것이 정만 주고 달아나다니!”

팽수는 아린 가슴을 안고 비실비실 마누라 둥우리로 돌아오니 마무라가 묻더랑게.

워째 그리 축 늘어져서 온당가?”

아무것도 아녀.”

혹시 그 젊은 것하고 무슨 짓 한 건 아니것제?”

그 무슨 솔릴 그렇게 한당가.”

축 처진 꼴이 그렇게 보잉게 하는 말여.”

임자도 알다시피 내가 몇 살인디 그 짓을 한당겨?”

그걸 누가 안당가?”

아무일 없응게 그리 알더라고. 젊은 것을 따라 산으로 들로 다니다가 지쳐부렸당게. 당신같이 예쁜 짝을 두고 내가 그런 짓을 하간디?”

눈물 나게 고맙구먼. 알았응게 내 날개나 비고 누워 쉬시오.”

팽수는 마누라 날개를 비고 눕기는 했지만 멀리 날아간 고 예쁜 것이 눈에 아른거려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당게.

고것을 이자 다시 보지 못하면 우짜지. 아아. 내 텅빈 가슴을 누가 알랑가? 누가 채울랑가.”

7. 못 잊어! 고 예쁜 것이 그립지이?

팽수는 마누라 날개를 베고 누워서도 고 예쁜 것을 잊을 수가 없어서 속으로 노래를 불렀당게.

나뭇가지 출렁출렁

아이 좋아 아이 좋아

끄꾹 끄끄 끄꾹 끄끄

하늘 위 구름 타고

둥실둥실 끄끄끄

 

나를 두고 어디 갔냐

다시 한번 끄끄끄

네 소리가 그립다

둥실 둥실 끄끄끄

꾸끄꾸 끄끄

 

가만히 있는 팽수한테 마누라가 물었당게

지금 부슨 생각을 한당가?”

생각은 무슨 생각.”

고 예쁜 것이 그립지이?”

뭔 소리랑가. 내가 왜 그 어린것을 생각한당가?”

아니면 다행이고. 오늘 젊은 것하고 재미있던 이야기 좀 하시오.”

무슨 재미, 어린것이 하는 짓이…….”

, 어린것이 철없는 짓을 했당가?”

그려. 철이 들라면 한참 있어야 할 것 같당게.”

그렇것지. 어린것이 뭘 알까. 더 커야 수컷 냄새를 맡지.”

그렇당게.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고 물장난만 치더랑게.”

물에 들어가 반짝 쳐든 꼬리 속을 보시었소오?”

무슨 소릴 그리 한당가? 고것이 꼬리는 들지도 않더구만.”

그렇겠지. 수컷 보는 앞에서 꼬리 들면 일나는 것잉게.”

그게 무슨 소리랑가?”

암컷은 철이 들면 꼬리를 자주 추켜들고 수컷을 부른당게.”

난 아무것도 모릉게 이상한 소리 말더라고.”

이러면서 팽수는 고것이 꼬리를 반짝 들고 까불던 생각이 나서 거시기가 불끈 서더라 이 말여.

그래도 조용히 모르는 척하고 속으로 불렀지이.

요것아 어디로 갔다냐? 이디로 가서 언제 온다는 말도 없이 내 가슴에 구멍만 뻥 뚫어놓고, 아이고 나 죽는다아.”

팽수는 밤이 되고 날이 새도 고것 생각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당게. 고것하고 끄끄끄 좋아좋아 하던 소리가 귀에 맴돌아서 샘가로 갔당게. 혹시 고것이 거기 오지 않을까 해서였는디.

8. 그리움 베어 구름 위에 날리자

해가 지도록 고 예쁜 것이 오지 않을까 꼬박꼬박 기다렸지만 헛일이었당게.

축 처진 날개를 펄럭거리며 돌아오니 마누라가 물어쌌는디,

어디를 돌아다니다가 이렇게 늦었당가?”

물 마시러 옹달샘에 갔당게.”

알았응게 일찍 자더라고.”

마누라하고 날개를 포개고 잠을 청했지만 고 예쁜 것이 삼삼히 떠올라 숨을 죽이고 눈만 감고 하룻밤을 보내고 날이 밝았당게.

그리고 날마다 오늘은 고것을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며 한 달이 지나도 그리움만 가슴을 더 깊이 후벼 파더랑게.

그래서 못 만날 바에는 잊어야지 잊어야지 하고 노래를 불렀당게.

잊자 잊자 하얗게 잊자

생각하면 보고 싶고 그리워

그리움을 베어내어 구름 위에 날리자

아아, 차라리 만나지나 말았으면

가슴은 이다지 아프지도 않았으리

한번 준 마음은 거둘 수가 없네

 

이런 노래 부르는 걸 눈치 빠른 마누라가 알아차리고 한 마디.

가슴으로만 부르지 말고 소리 내서 불러 보랑게.”

팽수는 움찔 놀랐당게. 그래서 능청스럽게.

무슨 소리랑가. 내가 무슨 노래를 불렀당겨?”

나는 왕년에 명가수여. 소리가 안 들려도 상대의 눈만 봐도 노래를 부르는지 안 부르는지 다 안당게.”

그것이 아니라 오늘은 어디로 가서 친구들을 만날까 생각하고 있었는디 무슨 노래를 한다능겨?”

마누라가 엉뚱한 대답.

오늘은 어디로 가서 놀랑가?”

오라는 곳은 없지만 갈 곳은 많당게.”

이때 하늘을 휘익 가르며 고 예쁜 것이 나타나 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마누라를 향해 인사를 하는디.

할머니 안녕?”

그 순간 팽수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정신이 뺑그르 돌아 입을 딱 벌리고 있는디. 마누라가 대답도 하기 전에 고것이 팽수를 향해.

아찌 안녕?”

하지 않는가. 아찌 안녕? 이 얼마다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소리랑가?

마누라가 깔깔 웃으며.

호호호, 나는 할머니로 부르고 누구는 아찌라고?”

고 예쁜 것이 귀여운 소리로 대답.

할머니, 내 말이 틀렸어요? 아찌는…….”

과거의 명가수 할매가 예쁜 것의 말을 딱 자르고.

그렁게 나는 할매고 이 할배는 아찌란 말이랑가?”

맞아요 할머니, 저 할배는 아찌예요.”

팽수는 가슴이 철렁했당게. 마누라가 얼마나 화를 낼까 생각하니 등짝에 땀이 나고 겁이 나더랑게. 그런디 할망이!

9. 네가 애를 가졌다는겨?

한 마디 물어쌌는디.

넌 왜 또 왔당가?”

고 예쁜 것이 볼록한 배를 쓰다듬으며

보셔요. 제 배가 이렇게…….”

마누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쏘아붙이는디.

뭣이여? 배가 어떻다는겨?”

보시다시피 이렇게 볼록해졌어요. 할머니.”

그래서? 네가 애를 가졌다는 거여 뭐여?”

…….”

왜 대답을 못혀? 싸게싸게 대답하랑게.”

저 임신했어요.”

네가 임신한 거하고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랑가?”

고 예쁜 것이 눈길을 팽수한테 돌리는데, 팽수는 간이 뚝 떨어져나가는 것 같았당게. 마누라가 사나운 소리로 묻는디,

네가 지금 부신 소릴 하는겨? 어디서 서방질을 하고 우릴 찾아왔당가?”

할머니, 저는 아무하고나 그런 짓은 안 해요.”

그럼, 이 착하고 순진하고 점잖은 아찌가 너한테 어쩌고저쩌고 했다는겨 뭐여. 듣기 참 거시기하구먼.”

팽수는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 숨고 싶었당게. 그냥 미칠 지경이었지라.

할머니, 그게 아니고요.”

그게 아니면 뭐랑가?”

저는 아찌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래서 워쨌다는겨? 뭐 너같이 어린 것하고 우리 영감이 끄끄라도 했다는겨 뭐여?”

팽수는 예쁜 것이 안타깝기만 했당게. 비밀이 들통이 나는 마당에 어디로 달아나야 할는지 고것을 데리고 도망이라도 쳐야 할는지 눈앞이 캄캄한디 할망이.

가만히 봉게, 네 배가 보통배가 아녀. 곧 알이 나올 것 같은디 어쩔 것이여? 서방질을 한 것이 분명한디 어떤 놈하고 붙어서 알을 밴겨?”

할머니, 용서해 주세요. 실은 저 아찌…….”

팽수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디 할망구 고개를 돌려 팽수를 쏘아보며 물어쌌는디.

저것이 하는 말이 무신 소리여? 맞는 말이랑가?”

팽수 기가 죽어 모가지를 폭 꺾는디

내가 몇 번 물어봉게 갸하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지 않았당가?”

그리고 고것을 향해,

워째서 네가 순진한 우리 영감을 가지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겨? 새파란 너하고 단풍잎 같은 영감이 어울리기나 한겨?”

할머니…….”

10. 저것도 수컷은 수컷이었당게

할망구가 팽수한테 다짐하듯 따져 물어샀는디.

영감, 바로 고백해 보더라고. 저 어린것하고 정말 끄끄한겨?”

팽수 할 말이 없어서 모가지를 뚝 꺾고 있응게 할망이 또 묻는디.

저것하고 무슨 일 있었느냐고 전에 물었을 때 뭐라고 했당가? 다시 한번 그 말 해 보랑게.”

팽수는 대가리도 못 들고 어물거리는디 고 예쁜 것이

할머니, 아찌를 그렇게 잡지 말아요.”

할망이.

뭐야? 그러문 네가 말해 보랑게.”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조것이 뭐랑가?”

, 아찌 색시…….”

무시기라고? 색시? 마누라냐?”

고것이 야무지게 할망한테 한 마디 하는디.

할머니는 아찌 알 한번도 배보지 못했잖아요. 난 아찌 알 뱃어요. 이렇게.”

고것이 불룩한 배를 통통 두드리며 놀리는디. 할망이 갑자기 깔깔 웃는기라.

호호호. 그렁게 넌 아찌 알을 배았고 나는 네 할매고 아찌는 네 신랑이라 이말이제?”

맞아요, 할머니.”

그럼 저 영감이 네 아찌고 나는 할매니께 저 영감탱이가 내 아들도 되잖능가?”

맞아요, 아찌는 할머니 아들도 돼요.”

호호호. 그라면 내가 아들을 두었고 그 아들이 너를 색시 삼았응게 넌 내 며느리가 아니랑가?”

고것이 예쁜 소리로 깔깔거리며 대답하는디

깨깨깨 호호호, 할머니 말씀이 맞당게요.”

그라면 네가 밴 알에서 꾀꼬리가 나오면 내 손주냐?”

, 맞아요. 할머니한테는 손주고 아찌한테는 아들이지요.”

팽수가 가만히 들어 봉게 그럴 듯도 하지만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한마디.

하하하, 내가 할망 아들이 된단 말일씨?”

할매가 뾰족한 부리를 쏙 내밀고 웃는디

우뗘? 나보다 한 살이 아랭게, 내 아들 삼아도 좋지 않탕가? 난 네가 저 애한테 씨를 심었응게 그 아기는 내 손주 삼고 싶은디 안 되겠능가?”

그렇기는 한디, 나보고 너라고 한 건 좀…….”

그 말이 싫당가?”

그건 아니고…….”

할망이 고 예쁜 것을 보고.

내가 첨 널 보았을 때 너무 예뻐서 수컷들이 엄청 좋아하고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았당게. 우리 팽수도 널 그냥 두지 못할 거라고 짐작했는디 역시 저것도 수컷은 수컷이었당게. 나 하나 바라보고 청춘을 다 보낸 팽수가 가엽기도 했는디 이자라도 좋은 짝 만나서 새끼까지 두게 되었응게 내가 다 받아들이고 며느리 자식 손주 얻었다 생각할탱게 어울려 잘 살아보장게.”

고 예쁜 것이 포르르 할매 품에 안기며 귀여운 소리로 노래를 부르자 할매도 따라 부르는디. 늙었어도 왕년의 가수 목소리는 예날맹기 곱더랑게.

 

꾀꼴 꾀꼴 잘난 아들 얻고

꾀꼴 꾀꼴 예쁜 딸을 얻고

꾀꼴 꾀꼴 아들 손주 본다

꾀꼴 꾀꼴 아들 손주 만세

 

팽수는 한세월 따라다니던 예쁜 가수 유미를 아내로 삼고 몸 한 번 못 섞고 살아 외로웠지만 그래도 행복했당게.

그런 팔자려니 포기했는디 예쁜 고것이 아내가 되고 꼬리만 반짝 들면 벌떡벌떡 일어나는 거시기가 대견하여 날마다 등을 타고 노래를 불렀당게. 꾀꼴 꾀꼴 꾀꾀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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