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장르 : 類似詩語로 쓴 소설
꿈에라도 한번 실컷 써보자
돈
돈 1 쓸 때만 종
돈은 늘 교만하게
내 앞을 지나가면서
나를 외면하고
부자한테만 간다
이놈은 가끔
나한테 잡혀
내가 쓸 때만 종이 되었다가
누군가에게 절을 시키고
인사도 없이 달아난다
돈 2 첫 남자
은행에서 새 돈을 받았다
새 돈이
싱싱하고 탱탱하고 오만한 빛깔로
말했다
아저씨, 저는 아저씨 첫 남자예요
뭐라고?
저는 세상에 나서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새 몸
아저씨가 첫 남자라고요
저는 다른 사람한테 안 가고
아저씨하고 살래요
돈 3 / 나는 진짜 아저씨 거예요
허허, 내가 첫 남자라고?
아저씨가 좋아하는 오만 원짜리잖아요
좋아하는 건 맞다만 너는 곧 떠날 건데
안 돼요 저만은 꼭 잡고 놓지 마셔요.
모르겠다
나한테 온 돈은 모두 하루를 못 넘기고 달아났으니까
아저씨, 어떤 일이 있어도 저를 놓치면 안 되어요
저는 진짜 아저씨 거예요
아저씨 부자 만들어 드릴게요.
아셨지요?
돈4 / 내가 붙었잖아요
나를 부자로 만들어 준다고?
저를 믿어 주세요
무슨 수로?
기다리세요
내 팔자에 무슨 부자?
부자가 따로 있나요.
돈 많으면 부자지요
그 돈이 나한테 안 붙어서 그런다
제가 붙었잖아요?
얼마나 있다가 떠나려고?
저는 아저씨 거예요. 절대 안 떠나요
제가 떠나면 아저씨는 거지가 되어요
그래도 좋아요?
그건 싫다만
됐어요 저를 깊이 품어 주세요.
돈5 / 나 돈 없어
돈을 주머니 속 깊이 넣고
너만은 절대 안 보내마
너는 내 거니까
돈이 좋아서 웃는 소리로
아저씨 사랑해요
아저씨 고마워요
길을 가다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여보게 차 한 잔 사게
나는 시치밀 딱 떼고
오만 원을 생각하며 대답했다.
나 돈 없어
이 한마디에
비웃는 친구 얼굴
돈6 / 내가 너무 인색한 거 아니냐?
친구가 돌아가며 말했다
사내가
돈 없이 맨손으로 다닌다고?
나는 속으로 말했다.
너는?
품에 안긴 오만 원이 말했다
잘했어요, 그렇게 하는 거예요
그 말에 대답했다
내가 너무 인색한 것 같다
너를 두고 돈이 없다고 했으니 안 그러냐?
있다고 하면서 친구한테 차를 사주면
저는 어떻게 되는 거죠?
그래서 없다고 했잖으냐
잘 하셨어요
저는 아저씨 거일 뿐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없는 존재예요
알았다 네가 내 힘이다.
돈7 / 욕심은 거짓말도 만든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찾아와
수자 아빠, 오만 원만 꾸어주세요
나는 주머니에 든 5만원을 만지작거리다가
그만한 돈이 없는데요 했다
아주머니가 사정했다
삼만 원이라도 꾸어 주실 수 없나요?
나는 겸손하게 대답했다
사정을 보아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주머니는 실망한 채 돌아섰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주머니 속의
5만 원을 잡고 빌려드릴까 했다
그때 품속의 5만 원이 소리쳤다
아저씨,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돈. 8 / 친구여 미안하다
아니다. 아니다. 너는 절대 안 내보낸다
너는 내 거니까.
고마워요
나는 아니면 아무데도 안 가요
저는 아저씨 거니까요
언, 골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뭔가? 보니 친한 친구가 술집 아줌마한테 잡혔다
오만 원도 없으면서 왜 술은 처마셨어? 당장 내!
앙칼진 아줌마 친구 멱살을 조인다
오! 이런!
친구 대신 갚아주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오만 원이 꽥!
아저씨, 무슨 생각을 하셔요?
아아, 아무것도 아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저를 버리면 안 돼요
아셨지요?
아, 알았다, 알았다.
돈 9 누구를 더 사랑하세요?
아내가 물었다
당신 나하고 돈하고 어떤 쪽을 더 사랑해요?
물론 당신이지
정말이지요?
그렇다니까
아내가 주머니에 숨긴 오만 원을 꺼내 들고
이 돈 나 가져도 되지요?
나는 놀라 단호히
그건 안 되오
아내가 토라졌다
이 돈이 나보다 소중하다고요?
그것만은 안 돼
단호히 말하며 돈을 낚아챘다
오만 원이 말했다.
아저씨, 큰일 날 뻔했어요
그렇지? 마누라보다 너를 더 사랑하기로 했다.
헐 박!
아이 행복해!
돈10 / 벌을 받아도 사랑해
찻길을 건너다 경찰한테 잡혔다
아저씨, 벌금 오만 원이오
오만 원? 안 내면 어찌 되오?
안 내시면 유치장에 가야 합니다
그래도 돈이 없다고 잡아떼다가
유치장이 겁나서 오만 원에 손을 댔다.
오만 원이 꽥꽥!
안 돼요, 저를 주시면 안 되어요.
알았다 아니다, 아니야
유치장에 가서 벌을 받아도 너만은 못 준다
유치장으로 들어가자
오만원이 기뻐 소리쳤다
아저씨, 짱짱!
아저시 조금만 기다리셔요
저는 처녀예요
처녀? 네가?
머지않아 총각들이 몰려올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리냐?
돈 11 돈엔 암돈과 숫돈이 있어
사무실로 친구가 찾아왔다
십 년 전에 꾸어간 돈 백만 원을 가지고 와서
“이자는 차차 갚기로 하고 원금 먼저 가져왔네”
나는 친구의 손을 잡고 감사했다
주머니 속의 오만원이 말했다
아저씨 그렇게 기뻐요?
암!
친구가 이자도 바로 가져올 거예요
네가 어떻게 아냐?
친구가 가져온 돈은 모두 총각들이거든요
돈에 총각 처녀가 있다고?
암돈이 있고 숫돈이 있어요
정말이냐?
암돈 만나기가 산삼 캐기보다 힘들어요
뭐야?
돈 12. 돈이 웃는 소리
오만 원이 말했다.
아저씨는 내가 숫처녀라고 한 말 기억하시나요?
그 말을 누가 믿어?
아저씨가 나를 만난 건 호호……
호호?
호호 히히 하하 후후 헤헤 해해 흐흐
그게 무슨 소리냐?
아저씨한테, 아니 나하고 결혼하겠다고 몰려드는
수컷들이 오면 웃어줄 웃음소리예요
십여 년간 연락 없던 친구가 찾아왔다
자네 요새 사업하기 힘들지?
암!
그래서 말인데 내가 전에 한 말이 생각나나?
돈이 생기면 도와주겠다고
그랬던가?
이 사람, 내 말을 허수로 들었는가
이 봉투 받게
이게 뭔가?
난 가네. 천천히 열어 보게
친구는 바람처럼 돌아갔다
오만 원이 히히하고 웃었다
무슨 소리야?
아저씨 돈 들어왔지요?
돈 13. 처음 만든 저금통장
오만 원이 말했다.
아저씨, 오늘 들어온 돈 모두 은행에다 가두세요
은행에 가두다니?
나 같은 암돈은 주인을 모시면 일편단심이지만
수컷들은 달라요
그냥 들고 있으면 다 달아나요
빨리 은행에다 가두세요
평생 저금통장 하나 없이 살던 내가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들었다
꾸어주었다 받은 돈 백만 원
친구가 내민 봉투에서 천만 원이 나왔다
천 백만 원짜리 통장을 품으니
하늘을 날 듯 기쁘고
큰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오만 원짜리가 해해했다
해해가 무슨 소리냐?
돈 14 돈은 교만을 몰고 다닌다
아저씨 기분 좋지요?
그래!
그래서 웃었어요. 앞으로 수컷들이 몰려올 거예요
수컷들이?
숫돈이 몰려들면 아저씨 조심해야 해요
그건 무슨 소리냐?
돈은 교만해서
떼거리로 모여들 때 오만까지 데리고 와요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
그렇게만 알고 조심하셔요
오후에 전화가 왔다
거래처에서 그 동안 밀렸던 미불금을
지금 보낸다는 거다
과연!
은행에 가서 확인했다.
상상 외로 천만 원 입금!
나는 입이 딱 벌어졌다
오만 원이 호호거렸다
호호가 무슨 소리냐?
아저씨 통장 보고 웃는 소리여요
나도 좋아 웃었다
흐흐흐흐
15. 통장만 보면 웃음이 나온다
통장만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으려 해도
안 된다
아내가 물었다
여보, 당신 좋은 일이 있수?
아니, 아니 히히히
친구도 나를 보고 물었다
자네 요새 애인 생겼나?
왜?
얼굴에 꽃이 피었어, 허허허
생겼다네 시집 안 간 처녀와 하하하
뭐야? 처녀와!
생선 장수 친구가 찾아왔다
여보게, 전에 꾼 돈 받게
친구가 생선냄새가 밴 꼬질꼬질한
오만 원짜리 한 장을 내밀었다
고맙네. 안 갚아도 되는데
안 갚다니 이자도 못 주는데
이자는 무슨 이자
받아서 주머니에 넣었다
쌩쌩한 오만 원이 투덜거렸다
후후 이게 무슨 냄새야?
16. 돈 팔자나 사람팔자나
구겨지고 귀퉁이가 떨어져나가고
냄새나는 오만 원한테 물었다
넌 어쩌다 이 꼴이 되었느냐?
찌지리 오만 원이 대답했다.
저도 처녀 때는 저 애처럼 팽팽하고 싱싱했는데
시장바닥에 굴러다니다 이 꼴이 되었어요
그리고 덧붙였다
돈이든 사람이든 처음 사람을 잘 만나야 해요
무슨 소리냐?
생선장수를 만나서 생선가게를 돌다가
어부한테 넘어가 바다를 떠다니고
어부는 술집에서 술값으로 나를 버리고
나는 술집에서 다시 어부한테 넘어가고
찌지리 오만 원이 세상 돌아다닌 이야기를
한바탕 늘어놓고 한 마디 남겼다
돈 팔자나 사람 팔자나
첫 사람 잘못 만나면
나같이 신세 조지고
여자는 첫 남자 잘 만나면
호강을 하다 늙어요
나같이 꼬질꼬질한 돈이 있듯이
여자도 평생 고생고생하다가 쪼그라드는
여자가 있다는 말이지요.
그럼, 남자는 어떠냐?
17. 돈 냄새가 싫다
남자도 여자 잘못 만나면
평생 설거지에 바가지에 시달리다 늙지요
이때 쌩쌩한 오만 원이 코를 막고 말했다
아저씨, 저 찌지리 냄새 빨리 치워요
그렇게 싫으냐?
냄새가 묻으면
나한테도 저 애 냄새가 나요
은행에다 가두세요
찌지리 5만 원이 말했다
아저씨, 저는 은행에 가면 죽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
은행에서는 낡은 돈을 분쇄기로 갈아버려요
내가 위로했다
네가 분쇄기에서 가루가 되는 순간
네 가치를 인정하는 새 돈이 태어난다
종이쪼가리 너는 없어지지만
너는 오만 원짜리 새 존재로 새로 나는 거다
오만 원이 감히 말했다
아저씨, 사람도 늙고 낡아버리면
땅속에 묻히고
그 사람이 새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을까요?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18. 돈은 욕심을 몰고 다닌다
오만 원이 말했다
아저씨, 은행에 가둔 돈이 얼마지요?
이천만 원이 넘는다 하하하
부자 되셨네요?
부자 되었다 하하하
그 돈으로 아저씨 동화책을 만드셔요
동화책을?
아저씨가 지은 동화잖아요
허허허, 네가 그것도 아느냐?
알지요, 오만 부만 박으셔요
그렇게나 많이?
그 동화가 숫돈을 모아들일 거예요
숫돈? 하하하, 알았다
오만 원 말대로 <동화마을 이장님>을 냈다
오만 권이 한 달 안에 다 팔리고
1억 원이 들어왔다
억억!
내 팔자에 억이라니!
돈 생각을 하면 밤잠도 오지 않는다
통장이 없을 때는 마음이 비어 있었지만
돈이 들어오자 욕심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오만 원이 말했다
아저씨, 돈 때문에 어지러우시지요?
어지럽다
오만한 돈은 교만만 데려오지 않고
욕심까지 데리고 와요
어쩌면 좋으냐?
아저씨 고향에 안 팔리는 돌산이 하나 있지요?
쓸데없는 산이 하나 있지
그 산을 사세요
뭐? 모처럼 모은 돈으로 겨우 돌산을 사라고?
19. 돌산을 사라고?
아저씨, 돈 더 많이 갖고 싶지요?
암
은행에 가둔 돈 다 주고 돌산을 사셔요
그건 불안하다
내 말을 못 믿어요?
믿지
오만 원짜리가 건방지게 명령이다
그래도 어쩌지 못하고
억이라는 큰돈을 들고
고향으로 가 돌산을 샀다
오만 원이 해해거리며 손뼉을 쳤다
빙고!
빙고가 뭐냐?
나이스, 만세 뭐 그런 거여요
빈 통장만 들여다보다가 말했다
돌산보다는 일억 통장이 좋았는데…….
아저씨, 저 소리 들어보셔요
무슨 소리?
돈이 몰려오는 소리예요.
20. 배로 커진 돈뭉치
돌산을 사고 다음 날
나라 최대의 건설회사 사장이 찾아왔다
돌산을 파시오
얼마나 주겠소?
이억을 드리리다
오만 원이 몸부림을 쳤다
아저씨 팔면 안 되어요
산 것보다 곱쟁이를 준단다
이억이 얼마냐?
오만 원이 막았다
그래도 안 돼요
이 좋은 기회를 놓치면 언제 돈을 벌겠느냐?
이렇게 대답했지만 사장한테 말했다
안 팝니다
얼마를 더 드리면 되겠습니까?
사장이 올려 불렀다
오억을 드리리다 그래도 안 되겠소?
21. 십억을 줘도 싫다
오만 원이 막았다
안 된다고 하셔요
이렇게 좋은 조건인데 안 팔면?
기다리셔요
뭘?
오늘은 돌려보내셔요
허허, 이 좋은 기회를 놓치면 어쩌려고!
저 사람이 다시는 안 오면?
다시 올 거여요
돌아갔던 사장이 다음 날 또 왔다
십억을 드리리다
십억?!
나는 가슴이 떨리고 뛰었다
그러나 오만 원이 막았다
지금 팔면 안 되어요
알았다 속은 타지만 네 말대로 하마
사장은 또 돌아갔다.
오만 원이 후후거렸다
그 무슨 소리냐?
큰일 날 뻔했어요. 안 팔아 좋아서 그래요
넌 뭘 믿고 내 맘을 흔들어 놓는 거냐?
22. 촌사람 우습게 보지마라
저 사장이 먼저 돌산 주인한테 오천 만원을 주겠다고 했는데
산 주인이 팔천만 원을 달라고 해서
삼천만 원이 아까워서 미루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저씨가 1억을 부르자
주인이 두 말 않고 날름 판 거여요
그 사장은 이미 저 산이 황금덩어리라는 걸 알고
촌사람을 우습게보고 공짜로 사려다가 아저씨한테 히히히
너는 그걸 어떻게 아느냐?
돈은 돈이 가는 길을 알지요
허허, 너는 못 당하겠다
그 사람이 또 오면 얼마를 부르랴?
땅 바닥에서 산봉우리까지
지상의 돌만 파가는 조건으로 백억을 부르셔요
뭐뭐? 뭐라고! 백억??
아무리 네가 돈이지만 미쳤구나 백억? 억억!
그 사장은 백억에 사면 2백억을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산을 공짜로 사려다가
아저씨한테 빼앗긴 거여요 해해해
23. 돈을 생각하면 가슴이 떨린다
오만 원이 설명했다
건설회사 사장은 지질학자와 전문가를 통하여
그 산에 고급 암석이 엄청나게 묻혔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
그 사장은 꼼짝 못하고
아저씨 요구를 들어줄 거여요
백억이 장난이냐?
장난인지 아닌지 대답은 그 사장이 할 거여요
백억 소리만 생각해도 가슴이 떨린다
아저씨가 안 판다고 할까봐
떠는 쪽은 그 쪽이어요
그랬으면 좋겠다 후후후
아저씨는 배포가 너무 작아요
암, 나는 오만 원짜리 너를 만났을 때도
가슴이 터질 듯했으니까
아무리 좁은 가슴도 돈이 차면 변해요
그때 조심해야 해요
나는 안 변한다
아저씨, 지금 말씀 기억할게요
두고 보아라
24. 백억! 싫으면 그만 둡시다
다음날 사장이 또 왔다
얼마면 파시겠소?
약간 떨렸지만 눈 딱 감고 대답했다
백어억!
뭐요? 백어억?
그렇소 백억!
백억이 애들 이름인 줄 아시오?
오만 원이 말했다
싫으면 그만 둡시다 하셔요
오만 원이 하라는 대로 했다
싫으시면 그만 둡시다
이 말을 하고 가슴이 덜컹했다
사장이 실망한 얼굴로
허허 백 백억, 백억, 억억 소리를 내고 돌아갔다
나는 더 실망하여 가슴이 뛰었다
아! 이런 낭패가, 오십 억만 부를 걸
오만 원이 말했다
배포가 그렇게 좁으시면 안 되어요
네 말 듣다가 과욕으로 흥정 깨지는 것 같다
염려 마셔요
그 사람 내일은 백억을 들고 올 거예요
정말 그럴까?
25. 당신보다 예쁜 첩이 생겼소
다음날 그 사람이 또 왔다
자동차에서 돈 자루 열 개를 내려놓고
당신 요구대로 백억을 현찰로 가져 왔소
더 이상 다른 소리 하지 마시오
내가 못 박듯 말했다
산은 평지까지만 판 것이오
알았소, 이 돈 받고 문서나 주시오
사장은 산만 파간다는 약속 문서를 내밀었다
그 문서를 받고 돌산 문서를 내주었다
오만 원이 호호거리며 속삭였다
저 돈을 빨리 은행에 가두세요
그리고 오만 원이 노래를 불렀다
나는 더 신이 나서 흥얼거리며 달려가
백억을 은행에다 가두었다
은행에서 동그라미 10개가 붙은
통장을 받아 들고 나왔다
다리는 날개를 단 듯 가볍고
마음은 구름을 탄 듯 설레고
얼굴엔 꽃그림이 벙실거렸다
내 비밀은 오만 원 외에 아무도 모른다
그것도 모르는 아내가 물었다.
당신 입이 귀에 걸렸는데 무슨 좋은 일 있우?
좋은 일은 무슨…….
아내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갑자기 첩이라도 생겼우?
내가 당당한 소리로
그렇소, 당신보다 예쁜 첩이 생겼소
그래도 괜찮소?
26. 날마다 웃는 얼굴이 수상해
서방한테 첩이 생겼다는데
좋아할 아내가 어디 있을까만
아내는 웃으며 비웃었다
당신 팔자 폈구려?
암
웃는 아내가 얼마나 예뻤던지
허풍을 떨었다
세상에서 당신이 제일 예쁘고
그 다음이 첩이오 하하하하
친구가 찾아왔다
자네 요새 첩이라도 생겼나?
날마다 웃는 얼굴이 수상해
아내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집 양반이 첩이 생겼다우
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주머니, 저 사람한테 첩이 생겼다는데 웃음이 나옵니까?
아내가 한 술 더 떴다
첩이 생기든 돈이 생기든
날마다 찡그리던 사람이 실실 웃으니
얼마나 좋아요.
백억 짜리 통장을 생각하면 펄쩍펄쩍 뛰고 싶다
오만 원이 말했다
그렇게 좋으셔요?
암
또 돈이 더 들어오면 춤을 추시겠네요
암
친구도 아내도 오만 원과 나누는 말을
한 마디도 못 듣지만
나는 싱글벙글 온 몸을 달구는 기쁨에
몸부림을 쳤다
친구와 아내가 이구동성으로
미쳤어, 뭐에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27. 안 먹어도 배부르다
오만 원짜리 한 장에도 벌벌 떨던 신세가
일억도 아니고 십억도 아니고
백억이 통장에 들어왔는데
그 기쁨을 무슨 자로 잴 것이며
그 기쁨을 무슨 그릇으로 담아낼 것인가
그런 돈을 가져본 자만이
기쁨의 크기를 알리라
아내도 모르게 산을 사고
아무도 모르게 산을 팔아
백억을 가진 부자가 된 거다
밥을 굶어도 배부르고
세상이 온통 내 것 같고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런 걸 행복이라고 하는걸까
하늘을 보아도 웃음이 나오고
화장실에 가서도 웃음이 나온다
친한 친구한테 자랑도 하고 싶다
그러나 이 행복한 비밀을 어찌 알리겠는가
절대 혼자의 비밀이다 흐흐흐
은행 직원이 선물을 들고 나타났다
사장님 인사 올립니다
그 무슨 소리?
내가 사장이라고요?
네, 사장님
허허 내가 사장이라고?
28. 사장, 사장 하지 마시오
전에는 만나도 못 본 척
오만하던 은행원이 허리를 꺾었다
사장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뭘 도와주었소?
다 아시잖습니까?
알다니요? 나는 내가 필요해서
은행에 돈을 좀 맡긴 것뿐인데
사장님 덕분에 제가 지점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승진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이오?
다 사장님 은덕 아닙니까
나 보고 사장 사장 하지 마시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회장은 또 뭐요?
뭐라고 불러드려야 할지...
난 관향이 초계 정가요
그냥 정씨라고 부르시오
겸손하십니다 회장님
들고 온 건 뭐요?
아주 귀한 산삼입니다
그건 왜?
회장님 드리려고 구해 왔습니다
난 그런 거 안 먹어도 배부르오
도로 가져다 댁이나 잡수시오
아닙니다 사양 마십시오
이만 돌아갑니다.
은행원은 산삼 소쿠리를 놔두고
바람처럼 달아났다.
별꼴이야 내가 필요해서 돈을 맡겼는데
산삼을 사들고 고맙다고 하다니 흐흐흐
29. 돈 냄새 맡은 똥파리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더니
소식 없던 친구가 찾아와
친구, 오랜 만이다
부자 옆에 줄을 서고 산삼 밭에 가야 산삼을 캔다고
누가 한 말인지 모르지만 그 말이 맞는 말
자네 부자 되었다지?
나 사업하다가 자금이 달려서 왔네
1억만 빌려주게
열 배로 갚겠네 하하하
낯모르는 사업가라는 이도 찾아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투자자를 찾는 중이었소
날 믿고 2억만 대주시오
그러면 3년 안에 20억으로 갚겠소
이때
오만 원이 주머니에서 방방 뛰었다
아저씨, 믿지 말아요
요행은 불행의 안내자여요
알았다 나도 못 들은 체하마
두 사람을 매몰차게 돌려보냈더니
오만 원이 좋아서 해해거렸다
잘했어요, 아저씨 짱짱!
30. 제까짓게 있으면 얼마나 있어!
수십 년을 담 쌓고 살던 친척 형님이 찾아왔다
자네 은행 브이아이피가 되었다며?
축하!
해서 말인데
사업을 하다가 어음이 부도날 지경이라
찾아 왔네
나 좀 살려주게
얼마나 큰 어음일까?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자네가 오먹만 막아주면
공장의 반을 주겠네
주머니에서 오만 원이 소리쳤다
아저씨, 거짓말에 속지 마셔요
알았다
형님이 무얼 잘못 아신 겁니다
저 그만한 돈 없습니다
이 사람아, 다 듣고 왔어 그런 말 말고
형제 좋다는 게 뭔가
이럴 때 돕는 게 형제 아닌가
형제 좋은 것?
삼년 전에 생활비가 없어서
십만 원만 꾸어 달랄 적에
냉담했던 얼굴은 어디 숨기고 그런 말씀을?
청을 거절하자 형님은
화난 얼굴로 돌아가며
그러면 그렇지 제까짓게 돈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어
내가 부도난다고 죽나!
31. 돈은 돈한테 물보고 써요
똥통에 파리 꼬이듯
어디서 알았는지
동창이라며 찾아오고
후배라면서 찾아오고
국회의원 출마한다고 도와달라고
자선단체라고 찾아오고
장사 밑천 좀 대달라고 찾아오고
외사촌 고종사촌 사돈의 팔촌까지
소식 한번 없던 사람들이 줄을 이어
찾아와 머리를 조아린다
오만 원이 속삭였다
아저씨, 돈을 쓸 때는
맘대로 쓰지 말고 돈한테 물어보고 쓰셔요
그게 무슨 말이냐?
돈한테 물어보다니.
종자돈은 함부로 쓰지 말고 아끼셔요
씨 돈은 새끼를 치는 종자여요
아저씨는 겨우 씨 돈을 얻었을 뿐이어요
씨 돈?
백억이나 되는데 씨 돈이냐?
아저씨, 지금 씨 돈은 새끼를 치고 있어요
백억 이자가 한 달에 일억씩 호호호
이자가 그렇게 많으냐?
32. 돈이면 국회의원 배지도 단다
몇 년 동안 인사 한번 없던
유지라는 자가 찾아와
국회의원 출마하시오
내가 국회의원 배지 달아드리리다
국희의원을 아무나 하는 것이오?
하자
국회의원은 돈 싸움이오
돈이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것이오
지방 유지라는 것이 이 지경이라 부아가 나서
한 마디로
돈으로 사는 국회의원 배지는
섬으로 줘도 안 삽니다
다른 데 가서 알아보시오
종친회 회장이 찾아와
종산에 선대 묘소를 크게 모시자니
비용이 필요해서 왔네
삼억이면 아주 멋지게 묘역을 만들 수 있네
주머니 속 오만 원이 속삭였다
지금은 있는 묘도 파묘하여 화장하는 시대예요
안 된다고 하셔요
돈은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해 쓸 때
가치가 있어요
알았다
그리고 회장한테 대답했다
소문일 뿐 저는 그렇게 큰돈이 없습니다
회장이 돌아가며 중얼거렸다
그러면 그렇지
제까짓게 그런 돈이 있을 리 없지 흠흠흠.
33. 과욕은 몸을 상하게 하는 법
몇 달을 두고 별별 파리가 다 몰려와
투자하면 천 배로 번다는 사람
만 배로 벌어 준다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다 돌려보내다가
한 해가 지났다
산에서 돌을 떠가는 건설회사는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돌고
산을 1억에 팔고 좋아하던 원래 산 주인은
배가 아파 병이 들어 병원으로 갔다는 소문
욕심이 과하면 몸을 상하게 하는 법
1억으로 감사하면 될 것을
건설회사 사장은 조사하여 산 밑으로
금줄기가 박힌 것을 파악했다
그 속에 더 좋은 돌과 금덩어리가 묻혔다는 것을 믿고
평지가 된 산 자리를 고운 흙으로 다듬어 놓고
찾아와 말했다
약속대로 산을 다 파가고
그 자리를 농토로 잘 다듬어 놓았소
내가 농사를 짓고 싶어서 그러는데 그 자리를 파시오
달라는 대로 주겠소
주머니 오만 원이 톡톡 뛰었다
아저씨, 절대 팔면 안 되어요
나는 평평한 밭이 보기는 좋구나
농사도 못 지을 땅을
비싸게 팔면 좋지 않겠느냐?
오만 원이 당차게 소리쳤다
안 되어요!
비싸게 부르면 되지 않겠니?
얼마나 부르시게요?
십억쯤 달라고 해 볼까?
십억이라고요?
팔면 안 되어요
그럼 얼마를 부르랴?
34. 놀라 자빠질 소리
오백 억을 부르셔요
오백억? 백억이 다섯 개나?
그래도 싼 거여요
심장 떨려서 그 말은 못한다
백억 부자 아저씨가
배짱이 그것밖에 안 되어요?
뭐? 아, 내가 백억 부자지?
좋다, 되든 말든 오백 억을 부르마
따봉! 아저씨 용감해요
건설업자가 또 왔다
사장님, 그 밭을 파시지요
난 사장도 아니지만 안 팝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그 땅에 뭐라도 심으실 겁니까?
아니오. 나 보고 회장 회장 하지 마시오
왜 그러십니까, 회장님
회장이고 화장이고 난 안 팔아요
그러지 마시고 받을 금액을 부르시지요
그럼 내가 부르는 대로 주겠소?
예.
당신 놀라 자빠질 소리 같지만, 오오오……
네? 오오오오?
그렇소, 배백!
오백 억을 말씀하십니까?
그렇소! 싫으면 다시는 오지 마시오
주머니 속의 오만 원이 좋아서 콩콩 뛰었습니다
야호! 아저씨 짱짱!
건설업자가 얼굴이 노래지더니
생각해 보겠다고 하면서 돌아갔다
너무 많이 불러서 일이 깨지는구나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오만 원이 용기를 주었다
염려 말아요. 내일 밝은 해가 뜰 거여요
35. 돈이 회장인가 회장이 돈인가
돈에 미친놈은 밤낮 안 가린다
건설회사 사장이 새벽같이 나타나
자동차 안에서 커다란 돈 뭉치
다섯 개를 내려놓고 말했다.
회장님, 어제 부르시던 대로
오백 억을 가지고 왔습니다
문서를 주시지요
주머니 오만 원이 속삭였다
다 파가고 난 다음
구덩이까지 줄 수는 없다고 하셔요
알았다. 네 말대로 하마
좋소 오백 억을 가져왔다니
그 땅을 주되 다 파가고 남은
구덩이까지 파는 것은 아니오
사장은 쾌히 대답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리는 돌이 필요하지 구덩이는 필요 없습니다
흥정은 쉽게 끝났다
구덩이는 안 파간다는 계약을 하고
오백 억을 또 은행에다 가두었다
큰돈이 들어오자 은행장은 물론
말단 직원까지 회장님 회장님 하고
굽실거렸다.
하하하
내가 언제부터 무슨 회장이 되었나
이 사람도 회장 저 사람도 회장
돈이 회장인가
회장이 돈인가
돈을 이렇게들 좋아하다니!
하하하
웃으며 은행을 나서는데
은행장이 문 밖까지 따라 나오며
댁까지 모셔드리겠습니다 하지 않는가
하하하
돈이 좋긴 좋구나
아직도 나는 자가용차가 없으니
부자라도 헛 부자가 아닌가
나도 차 한 대 사 볼까
하하하
오만 원이 엉뚱한 말을 했다
아저씨, 돈 많은 사람은
차 같은 건 없을수록 존경받아요
하는 일도 없이 차만 가지고 있으면
남이 비웃어요 호호호
그러냐? 네 말도 그럴 듯하다
차, 그까짓 거 안 산다
하하하
36. 마누라를 속이는 재미
돈이 생기니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실실 저절로 난다
마누라가 물었다
당신 요새 제 정신이 아니지요?
하하하
어떻게 알았소?
하는 일 없이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양
실실 웃으시니 말이에요
정말 숨겨둔 첩이라도 있우?
있지
하하하
돈도 못 벌면서 첩은!
어떤 미친년이, 호호호
미친년이 좋아한다는데 어떡하겠소
당신은 나만 보면 돈타령인데
얼마나 주면 그 소리 안 듣겠소?
주지도 못할 거면서 큰소리는!
천만 원만 줘 보시구려 히히히
그렇게 큰돈을?
어차피 못 줄 것 크게 한번 불러보았지요
알았소
내일 천만 원 줄 테니 다시는 돈타령 마오
호호호 별꼴이야 빈털터리가 큰소리는!
37. 돈 만큼이나 예쁜 얼굴
다음날 은행으로 갔다
은행 문을 들어서자마자
은행장이 달려와 행장실로 들란다
행원이 나긋한 허리를 납신하고
무슨 차인지 향기 그윽한 차를 내놓으며
돈 만큼이나 예쁘게 생끗 웃고 나갔다
회장님, 무슨 일로 이렇게 오셨습니까?
오실 일 있으시면 연락을 주시지요
그러면 차를 보내드릴 텐데 말입니다
고맙소, 나는 차보다 튼튼한 두 다리를 더 믿소
하하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회장님?
통장에서 천만 원만 꺼내 주시오
행장이 직원을 불렀다
정회장님께 천만 원을 신권으로 준비해 와요
주머니 속 오만 원이 질투했다
아저씨, 나보다 더 젊은 것들이 오겠네요
호호호
너보다 젊은 것들이 와도 너만 하겠느냐?
너는 내 종자돈이 아니더냐?
아저씨, 그렇게 말씀하시니 눈물이 나요
오만 원짜리 잉크냄새가 풍기는
돈 봉투를 주머니에 넣고
하늘을 보았다
아아! 참 맑고 높은 하늘이로다
십만 원도 넣어 보지 못한 내 주머니에
거금 천만 원이 들다니!
하늘이 높은들 내 기쁨만큼 높을까
하하하
마누라가 고추를 다듬고 있었다
돈 봉투를 쑥 내밀며
자, 받으시오
당신이 소원하는 천만 원이오
마누라가 올려다보며 한 마디
내가 속을 줄 알고
무슨 장난을 이렇게 쳐요
돈이 정말 들었다고요?
말과 달리 기대에 찬 마누라
착하고 고운 눈빛
마누라한테 나는 신용불량자 아닌가
하하하
38. 돈 타령은 그만
마누라 봉투를 열어 보고
놀란 소리
이거 정말 당신 돈이 맞아요?
암
믿어도 돼요?
암
빚내온 건 아니지요?
암
도둑질은 못할 테고
돈 공장에서 훔쳐온 건 아니지요?
암
정말 내가 다 써도 된다고요?
암
얼마예요?
천만 원.
어마!
다시는 나한테 돈타령 마오
알았어요 호호호
주머니 속의 오만 원이 기뻐했다
아저씨, 잘 하셨어요
돈이 아저씨를 종으로 만들면 어쩌지요??
39. 이자는 잘 때도 늘어난다
나는 돈의 주인일 뿐
절대로 돈의 노예가 아니다
아저씨, 정말요?
암
그런데요 아저씨
겉으로는 돈을 똥보다 더러운 것이라면서
고상한 척 점잖은 척하는 사람일수록
속으로는 돈을 엄청 좋아하는 수전노라는 것 아셔요?
그게 무슨 소리냐
나 들으라는 소리냐?
호호호 아저씨는!
이른 아침
은행장이 차를 손수 몰고 왔다
회장님, 오늘 저하고 좋은 데 한 번 가시지요
좋은 데라니요?
그런 데가 있습니다. 제 차에 오르시지요
난 내 사무실이 좋은데…….
바깥바람도 쐬시면서 세상 구경도 하세요
이 세상에서 무슨 구경을 더 할 게 있소?
회장님, 옳은 말씀이십니다
세상에 회장님보다 행복한 분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건 무슨 소리요?
회장님은 앉아도 누워도 주무시는 동안도
은행에 맡긴 돈이 새끼를 치고 있지 않습니까
허허허, 그 무슨 소리?
회장님이 주무시는 동안도 은행 이자는
우후죽순처럼 자랍니다
우수죽순이라?
한 달 이자가 육억씩 늘어납니다
하루 한 시간당 얼마씩 늘어나는지 아십니까?
허허허 별걸 다 따지시오
그렇다는 겁니다 회장님
오늘은 좋은 데로 모시겠습니다.
은행장이 차를 몰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40. 돈은 의리도 체면도 말아먹는다
이보시오 은행장, 어디로 가오?
가보시면 압니다
차는 순식간에 낯선 도로를 달렸다
은행장이 물었다
회장님은 무슨 일로 소일을 하십니까?
이래봬도 나는 바쁜 사람이오
회장님께서는 무슨 일을 하시는지요?
조그만 출판사를 하고 있소
요새 출판 사업이 사양사업이라고 하는데
회장님은 어떻습니까?
남이 사양사업이라는데 나라고 별수 있겠소?
얼마 전 신문에서 보았는데
어떤 출판산지 모르지만 대 히트를 쳐서
그 출판사는 돈방석에 앉았다는데 아십니까?
난 모르오. 내 일이 바쁘니까.
회장님도 그런 책 하나 출판하시지요
그러면 우리 은행에서 대량으로 구입해드리겠습니다
고맙소
주머니에서 오만 원이 깔깔거렸다
저런 멍청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바로 우리 아저씨가 그 사람인데 그것도 모르고
호호호호
아저씨, 참 재미있네요
아저씨가 누군지도 모르는 멍청이 은행장....
아저씨, 요새 출판사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아셔요?
모른다. 다 잊었다
잊으시면 안 되어요
은행 이자가 오억씩 새끼를 치는 판에
출판으로 고작 들어오는 오천 만원이
돈이냐
오만 원이 팔짝 뛰었다
아저씨. 정신이셔요?
한 달에 천만 원만 들어와도 좋겠다고
애태우시던 때가 언제였는데
그때 생각 안 나셔요?
아, 그랬구나. 내가 돈에 홀려서
잠시 정신을 잃었구나
돈은 의리도 체면도 말아먹어요
많은 사람이 돈의 종이 되어서 그래요
아저씨만은 안 그러셔야 해요
아셨죠?
알았다 알았다
운전대를 잡은 은행장이 물었다
회장님, 왜 갑자기 엄숙해지셨습니까?
엄숙해진 게 아니라 내가 나를 꾸짖는 중이오
네에?
41. 산뜻하게 쭉 빠진 아가씨
은행장은 골프장에 차를 세웠다
넓은 초원에 멋진 골퍼들이
나이스 샷 어쩌고 하면서 공을 때리고 걸어가며
웃음꽃을 피웠다
티브이에서만 보던 골프장은
그야말로 지상천국.
은행장이 빨간 모자를 내주며
회장님, 여기까지 오셨으니
이 모자 한번 써 보시지요
나 그런 거 안 써도 좋소
골프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모자까지?
난 저 나무 그늘에서 바람이나 쐬겠소
은행장이 사무실로 가서
산뜻하게 쭉 빠진 아가씨를 데리고 왔다
회장님, 저쪽 연습장에서
이 아가시하고 연습 한번 해 보시지요
빨간 모자에 눈빛이 서늘한 미녀가
깍듯이 인사를
회장님 안녕하세요?
음?
은행장이 아가씨한테 한 마디
우리 은행 브이아이피 회장님이셔
잘 모셔요
은행장은 자리를 떠나
다른 골퍼를 만나 공을 때리며 멀리 가고
아가씨가 예쁘게 웃으며
회장님 회장님 했다
난 회장이 아니오
은행장님이 회장님이라고 하실 정도신데
호호호
목소리도 꾀꼬리처럼 맑고 고왔다
오만 원이 깡충 뛰면서 물었다
아저씨, 예쁜 아가씨를 만나서 기쁘지요?
무슨 소리냐?
아저씨는 속으로
천사처럼 예쁘고 해맑은 아가씨를
만나다니! 참 예쁘다 하고 생각했잖아요
음
아가씨가 정말 예뻐요?
음
마음에 쏙 드시지요?
음
42. 예쁘기만 한 게 아니고
아가씨
예쁘기만 한 게 아니고
목소리만 고운 게 아니고
말씨도 예쁘다
아가씨가 골프채를 잡고
골프채는 요렇게 잡으시고요
다리는 요렇게 벌리고
허리는 요렇게 돌리세요
말하는 대로 하면 되는 거지만
골프채 잡은 야들한 고운 손
벌리고 선 쪽 빠진 우윳빛 다리
가볍게 돌리는 나긋한 허릿매
허허, 내가 왜 이러나
말은 귓등으로 흘리고
눈은 엉뚱한 데를 더듬지 않는가
장미꽃 입술
보조개 볼웃음
은빛 치아
하늘 눈빛
허허, 내가, 내가
내가 허물어지는 모래성이 아닌가
날마다 보는 게 사람인데
어찌 이 아가씨를 오늘에야 보는가
날아가던 기러기가 떨어지고
나라가 기울만큼 예쁜 미인이 있다더니
내가 그 여자를 만났나 보다
아가씨의 예쁜 짓만 보다가
하루가 가고
골프 마친 은행장이 와서 물었다
회장님, 재미있으셨습니까?
그렇소
아가씨가 마음에 드십니까?
43. 미스코리아보다 예쁘냐고?
왜 묻소?
미스코리아보다 더 예쁘지요?
미스코리아가 어떻게 생겼는지 봤어야……
무슨 대답을 할까
은행장이 아가씨한테
내 차편에 같이 갈까?
그래도 되어요?
물론
은행장은 운전하고
아가씨는 뒷좌석 내 곁에 찰싹 붙어
종알종알
회장님 즐거우셨어요?
음
회장님은 멋져요
뭐가?
무거운 입이, 호호호
은행장 핸들 잡은 채
회장님, 오늘 산바람을 쐬셔서
상쾌하시지요? 이왕 나오셨으니
온천욕이나 하고 갈까요?
미스민, 어때, 그래도 될까?
아가씨 성이 민씨로구나……
미스민 고개 까딱
좋아요, 행장님
차는 씽씽 달려
유명한 유황온천장 앞에 섰다
가족 독탕을 정한 은행장
미스민, 회장님 모시고 들어가 기다려
차 좀 손보고 돌아올게
한 마디 던지고 어디론가 가고
상냥한 미스민의 안내를 받으며
어물어물 가족탕 안으로 들어갔다
44. 홀딱 벗은 아가씨
독탕은 욕실과 침대
탕 안은 유황냄새로 가득
유리문은 김이 서려 뿌옇고
욕실에 남은 두 사람
찰나 어색한 눈빛 나눔
어지럽히는 예쁜 얼굴
향기 같은 목소리
회장님, 먼저 목욕하세요
아아, 아냐. 난……
제가 먼저 할까요?
은행장이 오면 어쩌려고?
자동차 손보고 오시려면 두 시간은 걸려요
뭐?
왜 그렇게 놀라셔요?
흐음!
부끄럼도 없이 옷을 홀딱 벗은 아가씨
탕 앞에 선 각선미
얼굴보다 더 예쁜 가슴
버들 허리
은밀한 검은 숲
우윳빛 목덜미
기러기도 보면
놀라 떨어지리라
물안개 어른어른 찬 욕실
실루엣
꿈인가
황홀한 꿈?
오만원이
아저씨!
왜?
넋이 빠질 만큼 예뻐요?
음
어쩌실래요?
뭘?
그대로 꿈만 꾸실 거예요?
어떡하랴?
45. 꽃뱀
아저씨, 떠나요
지체하면 물려요
빨리요
뭐라고?
그냥 나가시라고요
저 애는 어쩌고?
다 알아서 할 거예요
결례가 아닌가
저 아가씨가 누군지 알아요?
미스민
꽃뱀이에요
아저씨 함정에 빠졌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
은행장하고 짜고 유혹하는 거여요
유혹? 나 같은 걸 유혹해 뭘 하게?
아저씨는 돈지갑으로 보일 뿐
사람으로 보이지 않아요
뭐라고?
전에도 은행장이 이렇게 모셨나요?
음……
빨리 나가셔요
그래도 될까?
망설이면 늦어요
이건 예의가 아닌데
돈 많은 사람은 고민도 돈 만큼 커요
주인이 모질게 지키지 못하면 돈은 달아나요
알았다 잔소리는 그만!
오만원 말대로 독탕에서 나와
차를 탔지만
눈 감아도 지워지지 않는
우윳빛 비너스의 어른거림
목욕탕에서 나와
회장님, 하다가
빈 것을 알면 얼마나 실망할까
측은한 마음
미안하다 미안
어지러운 심기로 집 도착
반기는 마누라가 도깨비로 변했다
머리는 자글자글 볶아 붙이고
입술까지 빨갛게 호호호
독탕 안개 속
얼얼한 머리가
횅!
마누라가 도깨비가 된 까닭은?
46. 돈 한번 실컷 써 보았더니
마누라 깔깔
당신 덕에 오늘 돈 한번 실컷 써 봤다우
호호호
얼마나?
천만 원을 내 맘대로 쓰라기에
미장원 가서 최고급 파마하고
또?
바디 케어에서 전신마사지
또?
친구 남순이 경숙이 수자 명자 순자 영자 금숙이
모두 불러 갈비탕에 탕수육까지 한턱
또?
내가 좋아하는 수자만 데리고
백화점 쇼핑
부러워하던 봄 외투 한 벌 사고
수자가 좋아하는 투피스도 한 벌 사주고
또?
최고급 화장품 세트를 삼십 만원에 사고
열 돈짜리 금반지도 하나
또?
양장 한 벌 백만 원에 맞추고
또?
돈 쓸 데를 찾다가 정육점에 가서
당신 좋아하는 최고급 꽃등심 다섯 근
또
아무리 써도 하루에 오백 만원을 쓸 수가 없어서
호호호
얼마나 남았소?
오백오십만 원짜리 통장으로
평생소원 풀고
또?
꿈인 듯 돈 한번 실컷 쓰고 나니
당신 걱정
왜?
천만 원이 어디서 생겨
내 돈타령을 틀어막았을까
무얼 해서 그 큰돈을 가져왔을까?
도둑질도 못할 주변머리 없는 사람이
아무튼 오늘은 행복했다오
호호호
47. 별꼴 다 보겠네
이튿날 낯선 사람이 찾아왔다
뉘시오?
사업하는 사람 올시다
왜 나를?
돌산 캐고 난 구덩이를 사러 왔소
거기다 뭘 하려고?
묻지 마시고 얼마나 받으시겠소?
글쎄올시다
세상에 구덩이를 사려는 사람이 있다니
허허, 별꼴 다 보겠네
오만원이 속삭였다
팔지는 말고 세를 놓으셔요
세?
한 달에 1억씩 달라고요
허허 그렇게 많이?
저 사람은 한 달에 오억씩 벌 거여요
허허 그려냐?
또 그 사람한테
가슴 떨리는 소리를 던졌다
한 달에 일억씩 주시오
그 사람 까무러치는 소리
네에?
싫으면 그만 두시구려
아닙니다. 생각해 보고 다시 오겠습니다.
그러시든지
그 사람이 돌아간 뒤
오만 원한테
너무 크게 불렀나 보다 안 그러냐?
오만원은 언제나 자신만만
아주 잘 하셨어요
내일 저 사람 다시 올 거여요
그럴까?
과연
다음 날 그 사람이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어떻게 드릴까요?
일 년치를 한꺼번에 주시오
십이억을 말입니까?
그렇소
좋습니다. 그 대신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말해 보시오.
48. 속 다르고 겉 다른 요녀석
계약기간을 오십 년으로 하고
구덩이에 어떤 시설을 해도 허락하고
구덩이 위에 어떤 건물을 얼마나 크게 짓든지
자유롭게 해도 좋다는 조건입니다
오십년?
그때까지 우리가 살아 있겠소?
물론 아무도 없겠지요
그런데도 오십 년씩 잡소?
우리 세대에 이루어 놓으면
후대에 유산이 되지 않겠습니까
음,
그렇게 하시오
저도 오래 살겠지만
회장님도 오래오래 사십시오
또 십이억이 주머니에 들어왔다
돈이란 쥐고 있으면 주무신다
은행에 가두어야 새끼를 친다
은행에 가두러 들어가자
은행장이 달라붙어 온갖 아양을 떤다
회장님 회장님
음
온천장에서 자동차 수리는 잘 하셨소?
네, 네 두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음
늦게 돌아와 보니 회장님은 먼저 가시고
아가씨만 남아 있었습니다.
재미있으셨습니까? 회장님
음
아가씨 서비스가 기막히셨지요?
음
양귀비보다 예뻤지요?
음
오늘은 전보다 더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음
속 다르고 겉 다른 요녀석, 어디 두고 보자
49. 국회선거 출마할까 하는데
못 이기는 척 또 따라나섰다
아직도 한 시간이나 더 있어야 퇴근시간인데
은행장 조퇴
서둘러 차를 몰고
어딘지 산속으로 달렸다
산속 깊은 골짜기
언덕 높이 타고 앉은
화려한 단청의 고색창연한 기와집
주차장에 들자
종업원 몰려와
행장님, 행장님 굽실굽실
음
요녀석, 대단한 단골이로군
안내 받은 특실
임금님 방보다 화려
요녀석이 얼마나 들락거렸으면.....
고량진미 주안상
한복 고운 매미 둘이 붙어
나비 인사
보지도 듣지도 못한 음식
인삼주에 양주까지
매미 웃음소리 넘치는 술잔
마시고 또 마시고
유혹이 찰랑대는 술잔
알딸딸한 은행장
혀 꼬부라진 소리
회장님 이런 데는 처음이시지요?
음
저하고 자주 오시지요
음
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까 합니다
음
제가 사양해도 고향 친구와 유권자들이
나오라고 아우성입니다.
음
회장님, 저 출마하면 오십 억만....
그냥 달라는 거 아닙니다
제가 당선만 되면
회장님도 자리도 하나 마련하고
돈은 백억! 오십억의 두 배로 갚겠습니다.
음.......
오만원이 콩콩
아저씨, 저 말 믿으셔요?
너는?
믿으면 바보지요.
음
매미들을 물리셔요
왜?
다 아시면서
음
넌 내 속을 꿰뚫고 있구나
허허허
오만원 말대로
주접떠는 매미들을 쫓자
놀란 요 녀석
왜 이러십니까? 회장님!
음
해 줄 말이 있소.
무슨 말씀이든
귀 씻고 듣겠습니다.
음
내 말 잘 듣게.
50. 다 돈 지랄이지요
정말 국회의원 되고 싶은가?
국회의원 싫은 사람 어디 있습니까?
음
내가 돈을 대주면 꼭 당선되겠나?
회장님이 누구십니까
회장님이 도와주시는데
그야 따논 당상이지요
음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되는가?
삼백 명 아닙니까?
그 중 돈 한 푼 안 들이고
국회의원 된 사람이 몇이나 되나?
회장님, 돈 없이 국회의원이 됩니까?
다 돈 지랄이지요
음
친구들과 지역 유권자들이 그렇게 아우성인데
무슨 돈이 오십억씩 필요한가?
흰떡도 고물이 필요하잖습니까.
음
고물이 오십억이라?
그거야 기본 아닙니까.
음
오십억씩 들여서 사년 동안
무슨 수로 그걸 다 갚겠나?
다 되는 수가 있습니다.
어떻게?
금배지 달고
이리 치고 저리 치다 보면 그런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국회의원 배지에는
돈이 줄줄이 달라붙습니다
음
그런 생각을 가진 자들이 국회의원이 되면
나라꼴은 어떻게 되겠나
솔직히 그런 걱정까지 하고
국회의원 되는 사람이 몇이나 됩니까.
국회 배지 남들만 달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음
지금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적당한가?
솔직히 좀 많은 편입지요
그런데
삼백 명씩 되는 판에 뛰어들겠다고?
그래야 저도 한몫 잡아보지 않겠습니까.
음
한 몫 잡겠다고?
어중이떠중이가 다 나서는 판에 저라고......
허허 은행장!
51. 자넨 국회원감이 아니야
회장님, 왜 그렇게 정색을 하고 눈깔까지.....
뭣이? 눈깔?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 말버릇이 나빠서 실수를 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음
그런 습관 가지고 국희의원이 되려는가
겉으로 보기보다는 실망스럽군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아
백 명이면 어떤 국사든 의논할 수 있지
지방자치제도 있을 필요가 없어
국희의원 지방자치제 의원이라는 이들
모두가 자네 같은 인물들이 많아
솔직히 말해 보게
내 말이 틀렸는가?
국희의원 한 사람이 국민 세금을 얼마나 축내고
무슨 큰일을 해놓는가
면이나 동은 면장 동장이 하면 넉넉하고
군이나 시는 군수 시장이 하면 되고
도는 도지사 한 사람이면 될 것을
구의원 도의원이 다 뭔가
지방자치를 만들 때는 봉사직이라 해놓고
지금은 어떤가?
말로는 국민의 종이라면서
그들이 주인 노릇을 하지 않는가
장관도 차관을 승진시키면
일을 더 잘할 것을
집권자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코드인사라 하여
낙하산 장관을 세우지 않는가
낙하산으로 내려온 장관이
밑바닥부터 올라온 차관만 하겠는가
솔직히 말해
자넨 국회의원감이 아니야
은행장이나 충실하게
멋지고 잘난 척하던 은행장
코가 쑥 빠져 얼굴이 노래 가지고
굽실굽실
회장님 말씀에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음
됐네 그만 일어서세
회장님을 위해
특별요리를 준비했는데 그냥 가시면 안 됩니다
그런가? 하나 더 물어봄세.
52. 화대는 얼마나 주었는가?
무슨 씀이신지요?
음
지난번 골프장 아가씨는
그냥 따라왔었는가?
그런 말씀은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왜?
아무것도 안 주었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나라도 인사를 해야지
그렇게 독탕까지 따라온 사람한테
무례가 아닌가
제가 알아서 했습니다.
이 사람아, 화대로 얼마를 주었나 묻는 걸세
또 이 요리상은 얼마를 주고 차렸는가?
얼마 들지 않았습니다.
음
모두가 비밀이라?
알았으니 돌아가세
오만원이 주머니에서 춤을 추었다
아저씨, 넘 멋져요 빙고!
그러냐?
저 사람 정신 차려야 해요
그렇겠지?
아저씨, 저런 사람 위험해요
안다. 나도 다 생각이 있다
무슨 생각인데요?
53. 돈은 변심한 여자 같은 것
음
너는 내 속을 다 알고 있지 않으냐
헐 대박!
그 무슨 소리냐 경박하게!
은행장 죽는 소리!
그 무슨 소리?
말 안 해도 알아요
음
너는 못 속이겠다
제 친구들 모두 이사시킬 거잖아요
허허 허허
잘 생각하셨어요
다음 날 은행에서 예금 전액을
다른 은행으로 보냈다
큰돈이 빠져나가자
은행장이 달려와
회장님 회장님
이러시면 저 죽습니다
음
내가 아주 후한 대접을 받아서
보답한 건 아시나?
회장님, 이러시지 말고 살려 주세요
누가 죽었나?
저는 이제 끝장입니다
음
자넨 국회의원 생각 먼저
버리게
도둑질 생각을 하는 사람을
보고만 있으면 내 죄가 큰 법
아닙니다, 회장님
국회고 떡이고 하지 않겠습니다
음
늦었어
돈이란 의리를 버리면
떠날 땐 냉정한 것
한 번 떠나면 돌아올 줄
모르는 건
변심한 여자 같은 것
변심한 여자
잡는 건 바보짓.
54. 돈은 덕과 독을 동반한다
오만원이 호호
아저씨, 외유내강이시네
뭐라고?
보기보다 다르다고요
허허, 이제 알았느냐
아저씨, 통장에 얼마가 들었어요?
칠백 억
내가 아저씨하고 약속한 거
생각나요?
무슨 생각?
부자 만들어 드린다고 했잖아요
그랬지 고맙다
그 돈 다 어떻게 쓰실 거여요?
네가 쓰자는 대로 쓰마
정말요?
암
아저씨, 집에 가시면
돈 쓸 데가 어딘지 아시게 될 거여요
그게 무슨 소리냐?
아줌마가 정보를 주실 거여요
정보?
돈은 덕과 독을 데리고 다녀요
덕이 되는 돈이 있고
독이 되는 돈이 있어요
돈은 악하게 쓰면 부메랑
음
네가 그런 소리도 할 줄
아는구나
집에 들어서자
아내가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55. 오지랖이 넓은 사람
여보,
교회에서 내가 날마다 기도를
얼마나 하는지 아시우?
음
요새 무슨 기도를?
돌산 판 주인이 있잖아요
음
그 사람이 뭐?
돌산을 사간 건축업자가
큰 부자가 되었다는 말에
그 사람이 화병이 나서 입원했대요
병원비가 오천 만원이고
집과 재산도 삼억에 저당 잡혀
경매를 당하게 되었대요
음
그래서?
내가 그 집을 구원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기도 응답이 없으니 어쩌면 좋아요?
음
당신 오지랖도 넓소
남의 걱정까지 맡아서 하고.
우리 교회에 나오는 분이라......
당신 기도가 부족한 것 같소
기도를 더 드려 보구려
오만원이 속삭였다
아저씨, 내 말이 맞지요?
뭐가?
아저씨, 돈 쓸 데를 알았잖아요
아저씨의 한 달 이자가 칠억
그것만 가져도 호호호
뭐라고?
56. 맹물만 마시라고?
아저씨, 한 달 이자 칠억이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지 알아요?
음
아줌마 기도를 들어 주셔야죠
그건 왜?
아저씨도 돈고생 한 적 있잖아요
음
그랬지
아저씨, 새 거래 은행으로 가 보셔요
왜?
다 아시면서
뭘?
오만원의 말대로 은행으로 갔다
큰돈을 맡긴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은행장이 오만하게 머리 한 번 꾸벅하고
제 방으로 들어갔다
음
생각이 바로 박힌 자 같군
은행장실로 따라 들어갔다
은행장은 자리에 버티고 앉아
거만하게
큰돈을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한 마디뿐
주전자 물을 따라 놓으며
목마르시거든 드시지요
허허, 건방진 것이
쓴 커피 한잔도 아닌
맹물만 마시라고?
음
요 인물하고는 사귈 만하겠는데.
오만원이 물었다
아저씨, 오만한 사람한테
화나지 않으셔요?
57. 귀빈대접 받으려는 부자들
암
그런데도 참으셔요?
암
무슨 생각이 따로 있으셔요?
암
아저씨 짱이야 짱!
은행장, 하나 물어봅시다
말씀하시지요
은행장은 교회 다니시오?
예
하나님을 믿으시오?
믿으니까 다니는 거 아닙니까?
장로님이시오?
예
장로님이 어찌 그리 오만해 보이시오?
오만한 게 아니라 정상이지요
음
정상이라
좋은 대답이야
은행장 엉뚱한 말
돈푼이나 있는 분들이 은행에 오면
브이아이피 대접받고 싶어 하는데
우리 은행은 백 원을 맡긴 사람이나
천억을 맡긴 사람이나 똑같이 대우합니다
음
됐어, 저 정도면 믿을 수 있지
오만원이 콩콩
아저씨, 뭘 믿어요?
넌 몰라도 돼
호호호
왜 웃냐?
멋진 생각을 하셔서요
음
은행장, 약속 하나 합시다
무슨 약속을?
58. 돈 한번 실컷 써 보고 싶소
내 한 달 이자가 얼마요?
칠억쯤!
큰돈이잖소?
큰 돈이죠
그 돈 나하고 같이 씁시다
네에?
왜 놀라시오?
그걸 왜 내가 씁니까?
돈 주인이 같이 쓰자는데 그것도 싫소?
싫습니다
허허, 됐어!
뭐가 됐다는 말씀이쇼?
합격!
네?
합격이오!
농이 심하십니다
난 농담할 줄 모르오
은행장이 장로라고 했으니
하나님처럼 믿어도 될 것 같소
돈으로 사람을 놀리십니까?
나는 남을 놀려본 적이 없소
그러시면?
음
저 성깔머리라면 약속은 잘 지킬 거구먼
은행장님, 아니 장로님.
왜 자꾸 놀리십니까?
나하고 약속 하나 합시다
무슨?
나 돈 한번 실컷 써 보고 싶소
네?
음
은행장하고 아무도 모르게
실컷 써 보잔 말이오
쉽게 말씀하시지요
그럽시다.
59. 돈! 참 좋은 거로다
매월 이자를 보람 있게
같이 쓰자는 것이오
네?
지금 나가시는 교회 집사님 댁에
큰 어려움이 있다지 않소?
그렇습니다만
그 집사님을 도웁시다
어떻게요?
음
그 집사님 병원비 대주고
근저당 잡힌 집을 풀어 줍시다
네?
근저당 잡힌 돈이 얼마요?
삼억입니다
병원비하고 삼억 오천이면 해결할 수 있잖소?
그걸 다 대주시겠다고요?
그렇소. 대신 비밀은 지켜야 하오
비밀?
나를 숨기고
어떤 사람이 은행장한테 부탁하였다면서
은행장이 나서서 해결해 주시오
그런 것이라면......
싫소?
아닙니다만.
음
됐소. 한 달 이자의 반이면
그 집에는 해가 뜨지 않겠소?
그렇습니다만
그 말씀 믿어도 되겠습니까?
속고만 사셨소?
그건 아니지만
그럼 됐소. 당장에 그 집에
희망을 줍시다.
은행장님, 이건 절대 비밀이오
알겠습니다
그 날로 그 집 문제 해결!
돈! 참 좋은 거로다
60. 기적이에요 기적
나쁜 소문보다 좋은 소문이
더 빨리 퍼진다
병원비와 저당 잡힌 집이 풀렸다는 소문!
그 말을 들으니
왜 이리 기쁜가?
오만원도 좋아서 콩콩
아저씨, 대박!
이 소문을 듣고 돌아온 아내
여보, 여보!
웬 호들갑이오?
내 기도를 하나님이 들어주셨어요
무슨?
우리 교회 집사님이 살아났대요
허허
누가 죽었다 부활이라도 했소?
부활이지요 부활!
음
좋은 일이 있는 것 같구려
좋은 일 정도가 아니에요
기적이에요 기적!
기적?
우리 교회 은행장 장로님한테
대단한 분이 와서
큰돈을 대주었다지 뭐예요
음
그게 누구랍디까?
모르는 사람이래요
이름도 안 대주고 그렇게 큰돈을
은행장님한테 맡겼대요
그분이 바로 천사가 아니겠어요?
세상엔 그런 천사 같은 분도 있네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음
은행장이 참 고맙구려
왜 은행장이 고마워요 그 천사님이 고맙지요
61. 초등 동창 돈 자랑
초등학교 동창 모임
떠버리 친구
나 헌 집 한 채 싸게 샀다가 벼락 맞았
친구들
무슨 벼락?
허름한 판잣집을 천만 원 주고 샀
그 다음날 도시계획 발표
뻥튀기 일억! 흐흐흐
부러운 친구들
오오오! 대박!
또 다른 친구
그 정도 가지고 히히히
난 경매 나온 건물 하나
일억에 샀, 삼억에 팔라는 작자가 나타나
이억 남겼
흐흐흐흐
더 놀란 소리
오오오! 대대박!
또 친구
난 고물상에서 흙투성이 도자기를
5천원에 샀
놀라지 마시라
오천만 원에 으흐흐흐
옆 친구가 꾹꾹
넌 날마다 뭘 하고 있냐?
스마트폰 시대에 책이라면 공해라고 하는 판에
그래도 출판?
더 늦기 전에 고물상에라도 가 봐
오만원이 통통
친구들이 아저씨를 모르고 웃겨 호호호
그 돈 다 모아 봤자 코끼리 꼬리 호호호
코끼리 꼬리가 얼마냐?
사억 오천만 원
아저씨 한 달 이자도 안 되는데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네 호호호!
62. 훌륭한 목민관
동창 중 가장 출세한 인물이 시장
시험 삼아 옛날 관리들이 지킨
심요십조란 윤리규정을 묻자
① 관물을 사사롭게 쓰지 않는다.
② 녹을 받는 동안 백성이 하는 영업을 해서는 안 된다.
③ 벼슬을 하는 동안 전답을 사지 않는다.
④ 벼슬을 하는 동안 집의 칸수를 늘리지 않는다.
⑤ 집을 사고판 일이 있어도 산값에서 더 얹어 팔아서는 안 되고 또 판값에다 더 얹어서 사도 안 된다.
⑥ 벼슬을 하는 동안 고을의 특산물을 입에 대서는 안 된다.
⑦ 벼슬을 하는 동안 상전 집 문턱을 넘다들지 않는다.
⑧ 아내의 청탁을 듣지 않는다.
⑨ 상전이 요구하는 애완물을 거절한다.
⑩ 벼슬을 하는 동안 큰 고을은 일곱 가지 반찬, 작은 고을은 다섯 가지 반찬 이상을 상에 놓지 않는다.
준비나 한 듯 술술
음
됐어
시장, 몇 평짜리 대궐에 사는가?
부모님이 물려주신 27평짜리 고옥
그래도 불편 없이 산다네
다음 날
은행장한테 시장네 집 건축비
오억을 대주라 했다
시장, 부당한 돈은 안 받는다고
단호히 거절
은행장도 오만원도 감탄
오! 요새 세상에!
그가 바로 모범 목민관
이런 인물이 내 친구? 감동!
은행이자를
같이 쓸 친구가 하나 더 늘었다
같이 한번 써 보자
63. 부자가 극빈자를 외면하면 죄
정보원이 셋
마누라
은행장
시장
마누라
여보, 우리는 이렇게 살아도 행복한 거예요
교회에 잘 나오시는 할머니가
시장 입구에서 좌판 장사로
고등학교까지 다니는 손자 뒷바라지를 했는데
올해 대학 합격을 했지만 등록금이 없어서
포기해야 한다며 노인이 징징거려요
어쩌면 좋아요?
교회에는 왜 그리 문제 많은 사람이 많소?
그래서 하나님한테 매달리는 거지요
음
딱하군
이럴 때 부자들이 외면하면 죄
마누라 중얼중얼
은행장님한테 왔던 천사가
그 소문을 들으신다면 도와주시겠지요?
음
천사가 바쁜데 그런 소문까지 듣겠소?
하나님한테 기도나 열심히 해 보오
은행장실
시장에서 좌판 장사하는 할머니 사정을 아시오?
압니다
그 할머니 손자 사람됨이 어떠하오?
모범생입니다
됐소!
그 할머니와 손자를 도웁시다
네?
할머니 가게도 제대로 된 것 얻어 드리고
그 손자 입학금과 대학 전학기 등록금
전체를 대준다고 약속해 주시오.
64. 돈은 행복만 따라다니는 요물
마누라는 오늘도 기도
무슨 기돌 그렇게 하오?
할머니네 손자 등록금 해결해 달라고.......
하나님이 그러마고 하셨소?
몰라요
음
하나님이 도와주실까?
이럴 때 나라도 넉넉하면....
하나님은 가난한 자의 기도에
귀를 기울이신다고 했어요
내 기도대로 천사를 보내주실 거예요
음
당신 믿음 하나는 좋은 것 같소
기도 결과를 기다려 보겠소
당신도 기도해 주세요
나야 교회도 안 나가면서 기도하면
저 아쉬울 때만 기도한다고
괘씸죄에 걸려 벌만 받을 걸
다음 날
은행장이 손자 등록금과 장학금을 대주고
노인한테 가게까지 선물
이 기쁜 소식은
시장 구석구석 퍼지고
징징대던 할머니 웃음꽃 활짝
이런 기쁨 무엇에 비교할까!
노인한테 후원가가 생겼다니
시장 사람 너도나도 선물 들고
몰려들고
할머니는 어리둥절 멍멍
할머니 가게 주인 되고
손자 대학생
돈을 종으로 두 번째 부리고 기쁨을 맛본다
돈은 행복만 따라다니는 요물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괴물
65. 돈에는 비밀이 없다
시장 친구한테 넌지시
어려운 일은 없는가?
왜 없어 골치야
뭔데?
우리 시에서 서울로 가는 빠른 길을 내자면
저 200고지 돌산을 뚝 잘라내야 하는데
음
그게 무슨 문제인가?
사업자금도 없는데 건설업자 조건
50억을 먼저 주고 산을 판 흙이나 돌은
자기 소유로 해 달라는 것
음
그래서 어떻게 했는가?
흙이든 돌이든 가져가는 건 좋지만
50억을 선불한 자금이 없네
음
그럼 은행장한테 부탁해 보지
혹시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잖나
은행장도 50억씩 대 줄 수 없다는 걸세
음
나하고 비밀 하나 지키겠나?
무슨?
백억 대출로 공사를 하세
백억이나?
조건이 하나
무슨?
음
비밀로 산을 내 것으로 해 주게
산을 파내고 길을 내 주지
그 조건은 얼마든지 땡큐
두 번째로 큰 돌산을 샀다
감춘 소문이 나가고
다음 날 건설업자가 찾아왔다
66. 억억 소리도 우습게 듣는 귀
어르신 또 뵙습니다
무슨 일이오?
어른님이 저를 또 앞지르셨습니다
무슨 말이오?
어른님은 돌산을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허허 무슨 소리?
돌산 말입니다
돌산이 뭐랍디까?
돌산이야 말이 없지요
음
그런데 왜 날 찾으셨소?
간단히 말씀드리지요
그 돌산 파십시오
당신은 돌산에 재미를 붙이셨소?
네
얼마에 사시겠소?
오만원이 통통
아저씨, 얼마를 부르실 거예요?
모르겠다
저 사람 그 산으로 천억도 더 벌어요
그러냐?
아저씨 맘껏 부르셔요
음
내가 백억에 샀으니
이백 억이면 곱장사 아니냐?
아저씨는 배포가 너무 작아요
그럼 어쩌랴?
오백 억을 부르셔요
뭐야?
그래도 저 사람은 오백 억을 벌어요
음
억억 소리에 익으니 오백 억도
돈 같지가 않구나
오백 억을 불러?
내가 도둑질을 하는 것 같다
오백 억이라?
67. 억이 억을 벌고 만이 만을 번다
오만 원이 작은 소리로 중얼중얼
억이 억을 벌고
만이 만을 벌고
천은 천을 번다
맨주먹은 땀으로 벌고
땀 없이 버는 사람은 도둑
음
백억으로 오백 억을 버는 건
죄가 안 될까
오만원 대답
번 돈 잘 쓰면 무죄
잘못 쓰면 유죄여요
음
오백억을 부르면 내 재산이 얼마냐?
천 이백억이어요
내가 큰 부자가 되는 거 아니냐
큰 부자는 아니어도
아저씨는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여요
무슨 소리가 그러냐?
아저씨는 다른 부자와 다르니까요
음
한 달 이자가 십이억으로
오백억! 좋다 부르자
오만원이 콩콩
브라보 아저씨!
오만원이 하라는 대로
오백억을 불렀다
건축업자 엎어지는 소리
네에? 또 억억
싫으면 그만
아닙니다
오백억 좋습니다
오백억을 받아 은행에 가둔 날
시장이 전하는 놀라운 소식
68. 양심의 눈에는 돈이 안 보이는 법
여보게 친구
오십억을 먼저 달라던 건설업자가
돌연
자비로 산을 파겠다고 통보해 왔네
이건 기적이야 기적
음
기적이로군
그럼 시장은 손도 안 대고 코 푸는가?
그렇게 된 셈
건설업자가 왜 맘이 바뀌었을까?
그 비밀은 산속에 있지
무슨 비밀인가?
자네 같은 모범 목민관은 몰라도 돼
양심의 눈에는 돈이 안 보이는 법
시장이 걱정하는 소리
다 잘 되어 가는데 새로 아파트단지 조성에
골치 아픈 사건이 생겼네
음
무슨?
수만 평 단지 한 가운데
꼭 치워야 할 집이 있는데
집이 크고 터가 넓은
부자라 퇴거를 안 한다네
그래서 아파트 건축설계를 못하고
행정이 마비
음
간단한 문제 아닌가
무슨 대책이 있는가?
아파트 건축 계획을 그 집 중심으로 하게
그 집터를 중심으로 20층 아파트를 건설
집 둘레를 회전 교차로를 만들면
그 주인이 아주 좋아할 것
그럴까?
암
좋아 그렇게 해 보지.
69.
돈에 대한 이야기 60가지
견 본
고대주화(기름등잔속에서발견)
이삼영(230) 이야기
230이는 참 대단한 사람
구식 핸드폰 하나 들고 부부가
집에서 나갈 때만 교대로 쓴다 하니
230이도 그렇지만 부창부수 어부인은 어떤가
다른 여자 같았으면 스마트폰 사자고 조르다가
“나 당신하고 못 살아 당장 이혼해”
이럴 만도 한데
허허
참하고 착하고 순수하고 소탈하고 양순하고 겸손한
그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지네.
230이가 순수하듯 부부가 참 순수하지 않은가
80이 낼 모랜데 아직도 자기 부인 외에는
다른 여자한테 눈 한번 돌려보지 않았다는 사람
한독농장 목수로 들어가 10년을 근무하고
소 한 마리를 장만하고 목축업을 시작하여
젖소 수십 마리로 번식시켰다가
지금은 3천 평 논에 5천 평 초지를 가지고
농사를 한다는 말이 부럽기도 하였네
이삼영이는 230억 부자 아닌가
부자라도 착한 부자가 있고
거만하고 오만한 부자가 있는데
230이는 겸손을 알고
선행하는 모범적인 인물
구식 핸드폰 하나 들고
부부가 교대하여 쓴다는 말에
나는 건방지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이런 글을 쓰고 말았네
친구들 다 고맙다
특히
전라도까지 가서 사는 오세권이는 참 대견하군
무슨 책이든 53권은 읽어야 이름값이 될 거다
멋진 돼지 아저씨
어렸을 때 코도 많이 흘리더니
이제는 멋진 어른이 되어 귀엽더라.
명배
위도 잘라내어 없다면서 밝고 늘 싱싱해서 좋아
더 좋은 건 신앙심이 깊다는 것
사진 잘 편집하고 소고를 아끼지 않는 열정
넓은 과수원 아저씨 멋지다!
황혼에 언덕에 올라 석양을 바라보며
인생을 생각할
의사 김명배
다만 다른 애들은 다 주었다면서
나한테는 안 준 그 귀한 약이
아직 남았을까?
나누어 먹자 나도
허허허
꽃
꽃은 피고 싶어 핀 것이 아니다
꽃은 제가 꽃인지 잎인지도 모르고 웃다가
시나브로 지는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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