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와 아기천사
15매 4쪽
숲 앞에 가시거든 귀를 가만히 기울여 보셔요.
온갖 벌레들의 합창소리가 무지개 같은 소리로 들려옵니다.
벌레들의 합창에 반한 한별이가 숲속으로 아장아장 들어갔습니다.
아기가 오는 것을 높은 가지 위에서 발견한 매미가 소리쳤습니다.
“얘들아 조심해라! 사람이 나타났다! 사람이 온다!”
그 순간 벌레들의 합창 소리가 뚝 그쳤습니다. 갑자기 고요해진 숲속을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지나가며 꼬리를 쳤습니다.
숲속으로 들어간 한별이가 고운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렇게 아름답게 들려오던 풀벌레들의 합창이 멈추자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종알거렸습니다.
“왜 벌레들이 노래를 뚝 그쳤지? 응?”
그러나 벌레는 보이지 않고 숲속에서 명주실같이 곱고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얘들아, 겁내지 않아도 되겠어. 사람은 사람인데 천사야.”
다른 벌레도 가만히 속삭였습니다.
“맞아, 저 아이 눈을 좀 봐. 맑고 사랑이 가득한 천사 눈이야.”
또 다른 다리가 길고 빨간 벌레가 한별이를 보고 말했습니다.
“저 예쁘고 하얗고 보드라운 볼 좀 봐. 사람은 사람인데 아주 예뻐.”
나무 밑동에 붙어 첼로 소리를 내는 벌레가 걸걸한 소리로 말했습니다.
“내가 보기에도 아주 귀여운 아이다. 우리하고 친구하자고 해볼까? 흐흐흐.”
바이올린 소리를 내는 다른 벌레가 말했습니다.
“마음씨도 고울 것 같아. 내가 친구하자고 한번 말해 볼게.”
이때 색소폰 소리를 내는 벌레가 굵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래, 네가 그 고운 소리로 말하면 좋아할 거야.”
바이올린 벌레가 한별이한테 말을 건넸습니다.
“찡르르릉, 아기 천사님, 내 말 들려요?”
한별이가 작은 나뭇잎 위에서 눈을 반짝이는 벌레를 보고 대답했습니다.
“넌 누구야?”
“나는 이름이 없는데……. 찡르르릉.”
한별이가 말했습니다.
“이름이 없다고? 넌 찡르르릉이야.”
“찡르르릉이라고? 찡르르릉.”
“응. 찡르르릉.”
이때 쓰르라미가 끼어들었습니다.
“천사님, 내 이름도 지어 주세요. 욤욤욤.”
한별이가 맑은 욤욤 소리를 듣고 대답했습니다.
“너는 욤욤이야, 욤욤욤.”
쓰르라미가 좋아하며 말했습니다.
“고마워요, 천사님, 내 이름은 욤욤욤.”
이번에는 바로 옆에 숨었다가 기어 나온 비단벌레가 부탁했습니다.
“천사님, 내 이름도 지어주세요. 쓰륵쓰륵 쓱.”
한별이가 또 대답했습니다.
“너는 비단같이 고운 쓰륵쓰륵 쓱.”
비단벌레가 깡충 뛰며 좋아했습니다.
“쓰륵쓰륵 쓱쓱! 난 쓰륵쓰륵이다!”
이번에는 턱이 뾰족한 회색 벌레가 나뭇잎 사이를 팔짝 건너뛰며 물었습니다.
“아기천사님, 내 이름도 지어 주세요. 끼끌끼글.”
“네 이름은 끼끌끼글이야.”
한별이는 벌레들 이름 지어주기가 쉽고 재미있었습니다. 나뭇가지 위에 붙어서 베이스로 노래하는 매미가 두리번거리며 물었습니다.
“아기 천사님, 내 이름도 지어 주세요. 맴맴매앰.”
“네 이름은 맴맴매앰이야.”
매미가 목청을 길게 뽑으며 좋아했습니다.
“맴맴매앰. 맴맴매앰 나는 맴맴매앰이다!”
이때 나무 높이 그물망을 늘이고 나비나 잠자리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던 검둥이 거미가 어슬렁거리며 말했습니다.
“이 놈들아, 내가 이름을 지어 줄 테니 나한테 물어보아라.”
무지갯빛 화려한 벌레가 대답했습니다.
“쪽오르릉쪽쪽, 너한테는 이름 지어달라고 안 할 거야.”
거미가 눈을 부릅뜨고 대답했습니다.
“뭐라고? 내가 어때서?”
“너는 싫어. 약한 나비나 잠자리가 그물망에 걸리면 목을 잘라 잡아먹잖아?”
“저것이 함부로 말을 해? 넌 내 그물에 걸리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 벌레가 말했습니다.
“그물에 걸린 벌레를 네가 용서해 준 일이 있었어?”
파랗고 예쁜 여치가 바람결 같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맞아, 노래도 못하는 사나운 게 용서를 한다고? 웃겼어 하하하.”
풀벌레들이 모두 거미를 놀리며 소리쳤습니다.
“쓰륵쓰륵 욤욤욤 끼끌끼글 맴맴매앰. 찌르르르 하하하.”
바이올린 벌레가 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우리 다 같이 아기천사를 위하여 사랑의 노래를 부르자.”
첼로가 굵은 소리로 노래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다른 벌레들도 따라서 목청을 돋우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딩딩딩 딩딩
쓰륵쓰륵 욤욤욤
끼끌끼글 맴맴매앰
쪽오르릉쪽쪽 찌끌쪽 찌끌쪽
갤갤 개개 르르겔 셔셔셔셔 셔셔
쎄쎄쎄쎄 쌕쯔륵르르 짹
쫑쫑 쪼오쫑 삐쫑삐쫑 쫑
짜르르르 삐꼬삐꼬 새르르
끽끽 끼르르 씨아 씨아 싸
뽀리릴리 리리리 찌르르르 르르
웨우에웨우에 쫄쪼찌르르
한별이도 벌레들의 무지갯빛 소리 따라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름도 모르고 집도 없는 풀벌레
나뭇잎에 숨어서 노래를 한다
풀잎 타고 간들간들 노래를 한다
아기 엄마 어울려 춤도 잘 춘다
숲속은 풀벌레들의 신나는 천국
풀벌레 소리를 얼마나 여러 가지인지 숲속에 가시거든 들리는 대로 적어 보세요.
'문학방 > 동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 67-86까지 끝임 (0) | 2018.06.06 |
---|---|
돈 1-66까지 (0) | 2018.05.01 |
안데르센 고향의 비밀함 (0) | 2018.02.12 |
안데르센과 대화 (0) | 2017.12.19 |
손자한테 속은 할아버지 (0) | 2017.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