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동화

손자한테 속은 할아버지

웃는곰 2017. 12. 2. 11:17

손자한테 속은 할아버지

 

민철이는 동무들한테 할아버지 자랑을 신이 나게 합니다.

우리 할아버지는 동화 작가님이다아!”

둘러선 한 아이가 물었습니다.

무슨 동화를 쓰시는 동화작가냐?”

알고 싶으니? 그럼 할아버지한테 동화책 하나 달라고 해서 줄게. 읽어볼래?”

무슨 이야기인데?”

나도 몰라 다른 아이들이 모두 재미있다고 했어.”

알았어. 동화책 하나 줄 거지?”

이 말을 들은 다른 아이들도 말했습니다.

민철아, 나도 주라.”

알았어.”

민철이는 집으로 돌아와 할아버지한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새 동화책 또 나왔어요?”

그래, 며칠 전에 가져다 놓은 것을 못 보았느냐?”

못 보았는데요. 그 책 저 주세요.”

할아버지는 벙글벙글 웃으시며 좋아하셨습니다.

네가 최고다. 내가 동화책을 내놓으면 읽어주는 녀석은 너밖에 없어. 허허허, 귀여운 것.”

할아버지는 자기가 지은 동화를 민철이가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손자들보다 민철이를 더 사랑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민철이한테 동화책을 주면서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동화를 가장 좋아하는 너한테는 선물도 주고 싶다. 무슨 선물을 줄까?”

아무거나 주세요.”

민철이는 동화책을 받아들고 부리나케 밖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있는 느티나무 아래로 가서 말했습니다.

동화책 보고 싶은 사람!”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습니다.

, , .”

민철이가 가장 먼저 손을 내민 아이한테 주면서 말했습니다.

책은 네가 갖고 읽은 다음에 다른 애들한테 돌려보게 해 알았지?”

알았어!”

민철이는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지으신 동화책을 동무들한테 자랑하는 게 무엇보다 신나고 즐겁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동화작가 할아버지가 있는 민철이를 부러워합니다. 그래서 민철이는 할아버지 동화책이 나올 때마다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그런가 하면 할아버지는 손자 민철이가 자랑스럽습니다. 동화책이 나오면 다른 손자들보다 가장 먼저 책을 달라며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네 할아버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민철이 자랑을 했습니다.

우리 민철이는 내가 지은 동화책이 나오면 다른 손자들보다 먼저 찾고 좋아한다오. 내 책을 좋아하는 그 애가 그렇게 고맙고 귀여울 수가 없어요.”

그 말에 동네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고마운 일이지, 우리 손자 녀석은 책 읽기를 아주 싫어하고 스마트폰인가 뭔가에 매달려 게임을 하는데 어른도 못 당한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지은 동화를 그렇게 좋아한다니 그보다 고마운 일이 어디 있습니까. 그 손자가 부럽습니다.”

그래요. 나는 그 녀석 때문에 동화 쓸 맛이 나서 더 열심히 씁니다.”

한 해가 다 가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습니다. 할아버지는 이번 기회에 민철이한테 특별히 좋은 선물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새 동화책이 나왔다고 해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괘씸한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나 책이 나올 때를 기다려 주는 민철이가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할아버지는 직접 지은 동화 가운데 어떤 동화에서든 문제를 내면 민철이가 척척 대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민철이가 좋아하는 곰 인형을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손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곰 인형을 가리키면서 말했습니다.

오늘은 할아버지가 곰 인형을 상으로 주기로 하고 할아버지가 지은 동화책에 나오는 이야기로 문제를 내겠다.”

손자 셋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할아버지 입을 바라보았습니다. 할아버지가 민철이 눈을 두 번씩이나 귀엽다는 듯이 들여다보면서 물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지은 동화책을 다들 읽어 보았지?”

민철이 형 민영이와 동생 민식이가 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

그런데 민철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가 민철이한테 물었습니다.

민철이는 왜 대답이 없느냐?”

민철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눈만 깜박거렸습니다. 할아버지가 동화책에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를 물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지은 행복을 파는 할아버지라는 동화 가운데 금가루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누구였더냐?”

민영이와 민식이가 금방 대답했습니다.

민석이예요.”

그러나 민철이는 대답을 못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어째서 민철이는 가만히 있느냐?”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던 민철이가 갑자기 아앙하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할아버지가 놀라서 물었습니다.

왜 그러느냐 민철아.”

몰라, 몰라…….”

뭘 모른다는 거냐?”

민철이는 할아버지가 지은 동화책이 나오면 저는 읽지 않고 동무들한테 자랑을 하려고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동화책에서 문제를 내면 하나도 모릅니다. 그런 줄도 모르는 할아버지는 새 책을 기다리는 손자가 가장 귀여웠던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손자들은 할아버지가 새로 지은 동화책을 가져오면 할아버지 모르게 다 읽고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던 것입니다.

민철이가 왜 우는지 알고 있는 민영이가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우리들은 할아버지가 지은 동화책이 나오면 그날 밤으로 다 읽고 제 자리에 가져다 놓았고요, 민철이는 동무들한테 할아버지 자랑을 하려고 가져다주느라고 읽지를 못해서 그런 거예요.”

할아버지가 민철이한테 물었습니다.

민철아, 그런 거냐?”

민철이가 용감하게 숨기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형아 말이 맞아요. 나는 책 읽기를 싫어해요. 그렇지만 할아버지가 동화작가라는 걸 자랑하고 싶어서…….”

할아버지는 그제야 손자들의 비밀을 알고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내가 속았구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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