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이반 야외수업
오늘은 야외수업을 하는 날입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높은 산 아래 잔디밭으로 갔습니다. 선생님이 산을 바라보시며 말했습니다.
“저기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지요?”
아이들이 그쪽을 바라보며 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네네, 네네.”
“길이 셋이 있어요. 잘 보고 선생님이 하는 말을 들어요. 오른쪽에는 아스팔트길이고 가운데는 흙길이고 왼쪽에는 자갈길이 보이지요?”
“네네, 네네.”
“저 길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면 가장 높은 곳까지 갈 수 있어요. 그러면 그 위에서 어른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저기 있는 가방에다 돌을 가득히 담아 주실 거예요. 각자 자기가 갖고 싶은 가방을 먼저 가지고 오도록 해요.”
아이들 눈길이 한 곳으로 몰렸습니다. 거기에는 크고 작은 가방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이제부터 달려가서 자기 마음에 맞는 가방을 하나씩 가져오세요.”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가 각기 작은 가방을 차지하려고 씨름을 했습니다. 가장 작은 가방을 차지한 반장 똑똑이가 소리쳤습니다.
“내께 가장 작다! 으흐흐흐흐,”
이때 가장 큰 가방을 질질 끌고 오는 아이가 있습니다. 반에서 굼벵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입니다. 무엇을 하든지 느리게 하고 끝까지 일을 해내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 아이를 바보 취급합니다.
“하하하 저 굼벵이 좀 봐. 거기다 돌을 가득히 담아주면 끌고 오지도 못할 걸 하하하하.”
아이들이 모두 굼벵이를 보고 웃으며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자, 이제부터 저 세 길 가운데 어떤 길로 가고 싶은지 헤쳐 모여요. 아스팔트길로 가고 싶은 사람?”
아이들이 반이 넘는 스무 명이나 그 길로 가겠다고 몰려들었습니다.
“다음 흙길로 가고 싶은 사람 이쪽으로!”
남은 아이들이 그쪽으로 모였습니다. 그런데 굼벵이만 남았습니다.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넌 어떤 길로 갈 거야?”
“저는 자갈길로 갈래요.”
“왜?”
“제가 안 가면 아무도 안 가잖아요.”
“그래도 괜찮아 잘 생각해서 가.”
아이들이 혼자 남은 굼벵이를 향해 똑같이 소리쳤습니다.
“굼벵이는 할 수 없어. 하하하하.”
선생님은 아이들이 택한 길을 향해 출발신호를 보냈습니다. 아스팔트길로 아이들이 야호야호 소리치며 우르르 몰려갔습니다.
이어서 다른 아이들도 흙길을 향해 와와 소리치며 달려갔습니다.
굼벵이는 야호 소리도 못 지르고 자갈길을 비틀비틀 걸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자갈길은 험하여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굼벵이는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땀까지 흘리며 걸었습니다.
한편 아스팔트길을 달리는 아이들은 누가 먼저 올라가나 시합하자면서 숨이 가쁘게 달렸습니다. 얼마를 달리자 아스팔트길이 끝나고 흙길이 나왔습니다.
“야호 흙길이다. 부드러운 흙길이야!”
아이들은 흙길을 서로 앞질러 가려고 달리기 경주를 했습니다.
한편 흙길로 가는 아이들은 멀리 자갈길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자갈길이다. 저것 봐 자갈길이야.”
흙길을 신나게 달리던 아이들이 자갈길을 만나자 실망하여 말했습니다.
“아스팔트길로 갔어야 하는 건데 잘못했어. 너 때문이야. 네가 좋아서 따라왔더니 이게 뭐야. 이게 뭐냐구!”
아이들은 서로 아스팔트길로 가지 않은 것은 후회하며 투덜거렸습니다. 그러나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자갈길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비틀비틀 쓰러지고 넘어지며 올랐습니다.
또 한편 자갈길로 간 굼벵이는 앞에 흙길이 나 있는 것을 보고 빙그레 웃었습니다.
“흙길이잖아. 야, 내가 좋아하는 흙길이 나온다.”
굼벵이는 큰 가방을 질질 끌고 흙길을 걸어 올랐습니다. 자갈길에서 걷다가 흙길을 걸으니 날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아스팔트길로 간 아이들은 흙길이 점점 진흙구덩이로 바뀌더니 발이 푹푹 빠지는 수렁이 되어 갔습니다.
“야, 수렁이다 수렁이야. 나 좀 잡아당겨 줘!”
“나도 빠졌는데 널 어떻게 도와 주냐?”
아이들이 흙투성이가 되어 서로 도와달라고 외치고 얼굴이고 옷은 온통 흙 범벅입니다. 이때 커다란 보따리를 든 어른이 다가왔습니다.
“힘드냐?”
“네네, 네네.”
“더 올라갈래 그만 내려갈래?”
“그만 내려가고 싶어요.”
“알았다. 내려가고 싶은 사람은 자기 가방을 가지고 이리 오너라. 선물을 담아주마.”
그 아저씨는 돌아가겠다는 아이들 가방을 열고 십 원짜리 동전을 가득히 채워 주면서 말했습니다.
“이 녀석아 덩치는 황소만한 녀석이 가방은 이게 뭐냐? 하나 가득 담아도 얼마 못 들어가겠구나.”
그 아이보다 큰 가방을 가지고 온 아이들은 입이 벌어졌습니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내가 가장 많이 벌었다, 야아호호!”
아이들은 올라올 때 더 큰 가방을 가지고 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동전이 가득 담긴 가방을 메고 선생님이 기다리는 곳으로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또 한편 흙길이 끝나고 자갈길을 올라가는 아이들은 지쳐서 발을 제대로 떼지 못했습니다.
“아야! 아아 난 아파서 더 못 걷겠어. 아스팔트길로 간 아이들은 얼마나 좋을까. 굼벵이는 이런 길을 제대로 걷기나 할까. 굼벵이나 우리나 별수 없어 하하하.”
아이들은 더 이상 올라갈 힘을 잃고 모두 주저앉아 길을 잘못 택했다고 후회만 늘어놓았습니다.
이때 아저씨가 나타났습니다.
“녀석들아 시간 없어 빨리 걸어.”
“못 가겠어요.”
“그럼 돌아가고 싶으냐?”
“네네, 네네.”
“좋아, 그럼 각자 가지고 있는 가방을 벌려라. 내가 오백 원짜리 은전을 가득히 채워줄 테니 가지고 내려가거라.”
가장 작은 가방을 채어 메고 온 똑똑이가 말했습니다.
“내 가방이 가장 작지 않아? 이럴 줄 알았으면 굼벵이가 가지고 간 큰 가방을 가져왔어야 하는데 이게 뭐야. 겨우 이거야.”
아저씨는 아이들 가방을 모두 채워주고 말했습니다.
“이제 선생님이 계신 풀밭으로 가거라.”
아이들은 더 큰 가방을 가지고 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내려왔습니다. 선생님이 계신 풀밭에는 아스팔트길로 간 아이들이 먼저 와 있었습니다. 똑똑이가 소리쳐 물었습니다.
“아스팔트로 간 너희들 벌써 왔냐?”
아스팔트길 대장이 대답했습니다.
“너 가방에 무엇이 들었냐?”
“오백 원짜리 은전이야. 너희들은?”
대장 얼굴이 일그러졌습니다. 그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찡그린 얼굴로 똑똑이한테 물었습니다.
“다른 애들도 다 오백 원짜리 은전을 받았다고?”
“그래 우리들은 다 똑같은데 가방이 작아서……”
오백 원짜리 가진 아이들은 저쪽 길로 간 아이들이 모두 십 원짜리 동전을 한 가방씩 메고 있는 것을 보고 비웃었습니다.
“히히 꼴좋다. 십 원짜리라고? 저 애들이 지고 있는 거 한데 모아도 내 가방만 못하잖아 으히히히히.”
그 소리에 동전을 메고 있는 아이들이 모두 가방을 땅에 팽개치듯 내려놓고 이쪽 아이들을 부러워했습니다.
똑똑이가 아이들을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야, 굼벵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걔는 그 큰 가방에다 돌을 한 짐 지고 오겠지. 하하하 꼴좋겠다.”
이때 저쪽에서 굼벵이가 큰 가방을 어깨에 메고 끙끙거리며 오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재미있다는 듯 비웃었습니다.
“저 바보 돌도 주는 대로 받아 메고 올 거야. 흐흐하하.”
선생님이 따라가 거들어 주며 아이들 앞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굼벵이한테 물었습니다.
“넌 어떻게 된 거냐?”
굼벵이가 대답했습니다.
“처음에는 자갈길이라 가기가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흙길이 나오고 흙길을 지나 올라가니 아스팔트길이 나왔어요. 신나게 산꼭대기까지 갔더니 모르는 아저씨가 다가와 수고했다고 하면서 만 원짜리 종이돈을 이렇게 채워주시면서 저기까지 들어다 주셨습니다.”
아이들은 갑자기 입을 벌리고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저런 바보가 만 원짜리 돈을 저렇게 큰 가방에다 가득히 담아 가지고 오다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굼벵이 가방을 열어 만 원짜리 돈 다발을 들어 보이며 말했습니다.
“얘가 가지고 온 이 돈 한 다발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 사람?”
“……”
아무도 대답을 못했습니다. 선생님이 설명했습니다.
“너희들이 가진 것을 다 모아도 이 한 다발보다 적다. 그러니 이 가방에 가득히 담긴 돈이 얼마나 되겠느냐?”
아이들은 기가 막혀 굼벵이를 부럽게 바라볼 뿐 아무도 말을 못했습니다.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오늘 수업은 여러분을 위하여 어느 큰 회사 사장님이 준비해 주셨어요. 지금 각자 가방에 가진 돈은 모두 부모님께 갖다 드려요.”
반장 똑똑이가 말했습니다.
“저 굼벵이가 가진 것도 말입니까?”
“그래, 그리고 네가 가지고 있는 것도 네 것이야. 알았지?”
이때 저쪽에서 한 아저씨가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아저씨를 소개했습니다.
“여기 오신 분은 큰 회사 사장님이시다. 인사드려라.”
아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습니다. 사장님이 나직하면서도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말했습니다.
“여러분 반가워요. 오늘 이 경험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아셨지요? 나는 여러분이 굼벵이라고 하는 학생처럼 살아왔어요. 젊어서는 아주 힘든 일을 꾸준히 열심히 해서 큰 회사를 만들었지요. 젊어서 편한 것만 찾으면 나이 들어서는 고생을 하기 쉬워요.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 들어 보셨어요?”
“네네.”
“굼벵이 학생, 그게 무슨 말인지 대답해 보아요.”
“고생을 견디고 해내면 꿀같이 단 행복이 온다는 말입니다.”
“오. 참 잘했어요. 그럼 감진고래(甘盡苦來)라고 하면 그것은 무슨 뜻이 될까요?”
반장 똑똑이가 대답했습니다.
“단맛이 다 빠지면 쓴 맛만 남는다는 말입니다.”
“똑똑이 반장이라더니 과연 대답이 훌륭해요. 쉽고 즐거운 일만 하다가는 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넘어지기 쉽다는 말로 알면 좋을 거예요. 고진감래를 뒤집어서 해 본 말인데 여러분은 모두 참 똑똑해요.”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보기에 좋은 것만 찾지 말고 해보기도 전에 짐을 덜기 위해 작은 가방을 잡는 것도 조심해야 해요. 알았지요?”
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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