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수요일)
2010년 7월 21일 오전 9시 출국 절차를 마치고 12시 30분 발 비행기를 기다렸다. 공항 대기실은 어디를 보아도 말끔하고 좋았다. 웅장한 구조물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숨은 힘에 은근히 자부심을 느꼈다.
대기실 한편에는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있었다. 미끄럼틀을 오르내리는 아이들이 동화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귀여웠다. 아이들 말소리를 들으니 중국어를 쓰고 있었다. 그 아이들은 어른이 된 뒤에 한국 공항에 설치된 놀이터에서 놀았다는 기억을 하리라 생각하니 참 잘 해놓은 시설이지 싶었다.
출국을 기다리는 나의 안주인 정승자 전도사
12시 인천공항을 떠나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육중한 비행기는 85,800킬로미터 2만1천리를 11,582미터 상공에서 시속 850km 로 11시간 동안 날았다.
비행기에는 승객 226명 만석이었다. 몇 년 동안 국내 사정상 발이 묶였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날마다 만석을 이룬다고 했다. 비좁은 공간에서 긴 시간을 견디는 일은 고역이었다.
비행기 창밖은 구름바다. 끝없이 펼쳐진 구름바다 하얀 사이로 파란 하늘이 마치 눈 뒤덮인 들판에 물이 가득한 호수가 있는 것처럼 파란 하늘이 내려다보이고 그 파란 하늘 아래 마을이 보였다.
일반 국내 항공기 승객은 왁자지껄하는데 국제선이라 그런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늦게야 깨달은 것은 사람들이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하여 잠잠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장시간을 견디자면 그럴 것 같다.
모스크바 상공
나는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프고 등이 뻐근하고 전신에 끈이 묵인 것처럼 답답했다. 그래도 목적지까지는 참고 있어야 했다.
내 옆에는 나이가 있어 보이는 아가씨가 앉았다. 얼굴에 귀
품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예사 아가씨 같지 않았다. 자리에 앉을 때 살짝 고개 숙여 기도하는 모습으로 보아 기독교인 같았다. 남남끼리라지만 그래도 옆에 앉아 몇 시간씩 가야 하는 사이에 바위와 돌이 만난 것처럼 갈 수야 없지 않은가. 내가 먼저 말을 건네는 것이 연장자의 도리일 것 같아 말을 건넸다. 역시 차고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몇 마디 주고받는 사이에 피차가 크리스천이라는 것과 나는 동화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자 그 아가씨는 미술을 전공했고 독일서 공부한 후 귀국하여 대학 미술 교수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아주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미술에 대하여 아동문학에 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쩌면 장차 내가 쓰는 동화에 삽화를 그려줄 날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우리는 공항 도착과 함께 바이 바이.
독일 프랑크 프르트 공항 건물을 돌아오며
출국장에는 사위와 딸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 길로 다섯 시간을 달려 벨기에 수도 브루셀에 도착했다.
아침 다섯 시에 뜬 해가 정오에 머물러 있더니 내가 오는 길을 따라 앞질러 달렸다. 스물 네 시간 동안 해는 지지 않았고 나는 해를 따라 서쪽으로 왔다. 해도 나와 동행하여 서쪽으로 달리다가 저녁 여덟 시가 넘어서야 멀리 구릉 우거진 숲을 깔고 앉아 빨간 노을을 수놓으며 내려앉았다.
벨기에 납짝 복숭아
티브이를 켜자 한국에서는 폭서로 노인이 밭에 나가 일사병으로 숨을 거두었다는 뉴스와 열대야를 보내고 있는 서울 화면이 비쳐지고 있었다. 여기는 가을 날씨 같으니 격세지감이 들었다.
밤 11시 나와 딸 내외와 손자가 둘러앉아 텔레비전을 보면서 이 나라 사람과 우리가 크게 다른 점을 발견했다.
티브이 소리를 낮추고 보기에 내가 소리를 키웠더니 안 된다는 거다. 이웃에서 소리가 들리면 바로 경찰에 신고하여 법적 제제를 가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웃이야 어떻든 개도 짖고 티브이 소리가 들려도 경찰에까지 고발하지는 않지 않는가. 인심이 고약한 나라라고 생각하면서 한편 우리가 반성해야 할 점이 이런 것 아닌가 생각도 해 보았다.
티브이가 있는 아이들의 휴게실
딸네가 사는 아파트는 숲속에 있었다. 도시 전체가 숲이었다. 앞뒤로 숲이 우거져 공기도 맑지만 바람이 어찌나 시원한지 한국의 가을 날씨같이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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