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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의 유럽 여행기 l7월 22일(금요일)

웃는곰 2010. 7. 24. 17:24


7월 22일 (목요일)

 여행에 지쳐 한밤을 깊은 잠에 빠져 죽은 듯이 보냈다.

아침 공기가 산소통처럼 맑다. 동쪽으로 멀리 고층 빌딩이 보이고 그 사이로는 우거진 숲이다. 이런 숲을 한국에서 보자면 아주 깊은 산속에나 들어가면 볼 수 있을까.

낮에는 딸이 시장을 간다기에 따라가 보았다. 여기는 가게가 없다. 승용차로 15분쯤 가야 마트가 있단다. 딸은 나와 엄마를 태우고 차를 몰았다. 먼저 주유소로 갔다. 주유소에는 사람이 없었다.

주유는  모두 셀프다. 동양 사람인 딸은 어떻게 하나 보았더니 딸도 자연스럽게 주유기에 카드를 넣고 기름을 넣었다.


우리나라는 사람이 모자라 절절매면서 주유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인력 낭비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사람들은 인건비가 비싸서 무엇이든지 자기 손으로 한단다.

국토는 경상남북도 크기에 인구는 1천만 명, 그래서 인구 밀도가 낮고 언어는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를 공용한단다. 영어는 우리처럼 한참 어둡고.

도시 복판에 수천 평의 넓은 밀밭이 모래 벌처럼 펼쳐 있고 곳곳에 숲이 우거진 사이로 새파란 옥수수 밭이 아파트와 대형 마트 둘레를 감쌌다.

매우 큰 규모의 까르프를 찾아갔다. 규모가 대단했다. 그런데 들락거리는 손님들이 한결같이 웃는 사람이 없었다. 계산대에 있는 아가씨들도 상냥하든가 웃지를 않았다. 손님이 웃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그들이 웃지 않아서 손님이 안 웃는 것일까. 상품은 다양하고 넉넉한 것 같은데 사람들 얼굴에 구름이 끼어 있어서 나도 웃을 수가 없었다. 

 

한적한 오후 뭉게구름이 동쪽에 피어오르고 그 구름 높이 이름 모를 나무가 무성한 가지와 잎을 자랑하듯 솟아올라 구름을 희롱한다.

한국에서는 잘 시간이라 그런지 한낮인데도 갑자기 졸음이 쏟아진다. 자고 싶다. 잠깐 소파에 머리를 대자 외손자가 지금 주무시면 안 되어요 지금 주무시면 밤중에 깨어 못 주무세요 한다. 어지럽게 졸음이 오지만 참아야 한다.

   

 저녁 9시가 넘어 해가 1시간 전에 졌어도 환하게 밝다. 저녁을 9시에 먹고 아이들과 산책 겸 농구장으로 갔다. 가는 길이 모두 꽃길이고 대로는 수백 년 묵은 가로수가 하늘을 가려 길이 나무터널에 공기가 맑다.


벨기에에 대하여 나는 너무 모르고 있었다. 여기는 전형적인 서구풍이 진하고 여유 있는 나라다. 집들이 숲속에 지어져 있고 집집마다 작은 정원과 풀밭에 꽃을 아름답게 가꾸어 놓았다. 장난감 같이 예쁜 집이 있는가 하면 웅장한 저택이 있고 어디나 둘러선 나무는 수백 년 묵은 우람한 나무들이다.



여기는 숲이 우거졌는데도 모기가 없고 직사광선은 상상 외로 뜨거운데 해만 가리면 그늘 쪽은 서늘하다. 동쪽에 있는 방은

삼복 여름이고 서쪽에 있는 방은 늦가을 날씨다. 서울은 열대


야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두꺼운 옷을 걸치고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

이발비가 엄청나게 비싸서 집집마다 이발은 가정주부가 한단다.  이발소가  없어서 남자도 미장원에서 이발을 한단다. 담배 값도 우리나라의 5배 정도 비싸다고 한다. 그래서 담배 인구가 적은 것이다.

거리 모퉁이에 공중화장실 같은 것이 있어서 그런 줄 오해하고 들여다보다가 놀랐다. 위의 그림처럼 커다란 시설이 분리 수거함이다.

이것만 보아도 이 나라의 사회 규모와 위생관념이 어떤지를 알만했다.

한국 사람이 운영한다는 가게를 가 보았다. 자동차로 30분 이상 가야 하는 변두리에 초라한 가게가 있었다. 종업원은 중국 아가씨들이고 한국 사람은 주인뿐이란다. 거기서 동양 사람을 보니 중국 사람도 일본 사람도 모두 반가웠다.

가게 안에 한국 쌀과 일본쌀이 경쟁을 하고 있고 작은 서적 코너에는 일본에서 만든 소형책자가 책장에 꽂혀 있을 뿐 우리 한글로 된 책은 한 권도 없었다.

 

쌀을 파는 가게는 이 지역 일대에 이곳 하나뿐이란다. 우리나라와 벨기에 선수가 축구를 하였을 때 그런 나라도 제법 축구를 하는가 보네? 하고 무시한 적이 있었는데 와서 보니 우리보다 문화가 엄청나게 앞서 있어 무시했던 마음에 미안감이 들었다.

낼은 멋진 데로 갈 게획이다.

출처 : 문화예술인신우회
글쓴이 : 웃는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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