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동화

하나님 엄마하고 아빠하고 쌈이 났어요

웃는곰 2008. 5. 3. 21:04
 

하나님 아빠와 엄마가 싸워요

"하나님, 아빠와 엄마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어요."

하나님이 빙긋이 웃으면서 내려다보셨습니다.

"그러냐? 왜 싸우시더냐?"

"엄마와 아빠가 오늘 자연농원으로 놀이를 갔다 오셨어요."

하나님은 아무 것도 모르는 듯 물으셨습니다.

"좋은 데 놀러 갔다 와서 무슨 일로 싸우느냐?"

아기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놀이 갔다가 돌아오시다가 아빠가 술을 마셨대요."

"술을?"

"네, 집사가 술을 마셨다고 엄마가 가짜 교인이라고 남 보기 부끄럽다고 화를 내셨어요."

하나님은 웃으시면서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들은 아빠가 더 화를 내시면서 엄마는 사촌동생이 한 실수를 십 년이 넘도록 용서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남편 술 한잔 먹은 것을 원망하느냐고 맞받으셨어요."

하나님은 재미있어 하시는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허허, 거 참 재미있구나. 두 사람이 다 한 가지 잘못은 있었구나."

"하나님, 아빠하고 엄마하고 누가 옳아요?"

"글쎄다. 네 생각은 누가 옳은 것 같으냐?"

"모르니까 하나님한테 묻는 것 아녜요?"

"네 마음이 내 마음인 걸."

"네? 하나님 마음이!"

"못 믿겠느냐? 넌 아직 때가 묻지 않아서 남의 흉을 볼 줄 모르지 않느냐? 나도 너와 같아서 남의 흉을 볼 줄 모른다. 나는 칭찬할 것이 없나 살피기도 바쁘다. 그런데 언제 싸움질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느냐."

"그렇지만 하나님은 나보다 똑똑하지 않아요?"

"사람들이나 똑똑하고 안 하고 따지지 나는 미련해서 똑똑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똑똑한 게 무엇이냐?"

"아유 답답해. 하나님은 엉터리야."

"허허허 엉터리도 이만저만, 그걸 이제 알았느냐? 그러니 네 생각을 먼저 말해 보거라."

"엄마 말을 들으면 엄마 말이 맞고요, 아빠 말을 들으면 아빠가 옳아요."

"그렇구나. 똑똑한 사람 둘이 싸우거든 구경도 하지말고 달아나거라. 그것이 좋다."

아기는 떼를 썼습니다.

"말씀해 주세요. 누가 옳은가요?"

"너는 성경을 배웠느냐?"

"주일학교에서 조금 배웠어요."

"그럼 아는 대로 말해 보거라. 성경에서 하지 말라고 한 것이 몇이나 되느냐?"

"그런 건 몰라요."

"하라고 한 것은?"

아기는 생각을 하다가 대답했습니다.

"음, 음, 부모님께 효도하라고 했어요."

"그렇지. 그것만 지켜도 훌륭한 사람이다."

"술 마시는 것이 자기한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지 않은 것보다 큰 죄인가요?"

하나님은 더 큰 소리로 웃으셨습니다.

"으하하하하 술은 내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왜 만들어 놓았겠느냐?"

"왜 만들어 놓으셨어요?"

"그야 간단하지. 마시고 기분 좋게 남의 죄도 용서하고 응어리진 마음도 활짝 열라고 만들어 놓았느니라.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마셔서 탈이다."

"처음부터 만들지 않으셨으면 좋았을 것 아니어요?"

"적당히 마시면 기분이 좋아서 서로 죄도 용서하고 사랑도 베푼단다. 그러나 너무 많이 마셔 취하게 되면 처음에는 강아지처럼 귀엽게 굴다가 다음에는 원숭이처럼 재주를 부리고 다음에는 돼지처럼 땅바닥을 뒹굴다가 마지막에는 뱀이 되어 마귀를 따라간다. "

"하나님은 실수를 하셨어요."

"실수라고? 하하하하하 그러하냐?"

"술을 안 만들어 놓았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잔치를 위해 만들어 놓았단다. 잔치에 술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느냐. 그러나 남의 죄를 용서하지 말라는 규정은 내가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니라."

아기는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그럼 누가 만들었나요?"

"마귀가 만들었다."

"마귀가요?"

"그렇단다. 술은 먹고 못된 짓만 하지 않으면 죄 될 게 없다. 그러나 남을 용서하지 않고 미워하는 죄는 마귀가 만든 것이라 용서하지 않는 것은 마귀의 말을 듣는 것과 같다.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죄는 반드시 스스로 감당해야 되느니라."

"하나님, 아빠하고 엄마하고 누가 옳은가요?"

"마귀한테 가서 물어보거라."

"마귀는 어디 있나요?"

"마귀는 네 마음에 숨어 있느니라."

아기는 배를 만지며 물었습니다.

"제 마음에 숨어 있다고요? 없는데요."

"너는 누구를 미워해 본 적이 있느냐?"

아기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네, 있어요."

"그 미워하는 마음이 네 마음에 숨어 있는 마귀니라."

"어떻게 해야 마귀를 내쫓을 수 있나요?"

"남을 미워하지 않고 남의 잘못을 용서하면 마귀는 달아난단다."

"엄마 마음에도 마귀가 들어 있나요?"

"그렇다. 남을 용서하지 않고 허물만 헐뜯는 것은 마귀가 하는 짓이다."

"하나님, 이제부터는 술을 만들지 마셔요."

"너는 알아듣기 힘들겠지만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 죄가 되지 않으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죄가 되느니라."

"입에서 무엇이 나오나요?"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말할 때는 욕을 하기도 하고 더 나쁜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냐?"

아기는 고개를 까딱 숙이고 대답했습니다.

"네, 하나님."

"남을 미워하는 말을 하게 하는 것이 마귀의 짓이란다. 나는 사람들에게 착한 마음을 만들어 주고 착한 일을 찾아다니기에 날마다 바쁘다. 남을 미워하지 말거라. 알겠느냐?"

하나님은 구름으로 얼굴을 가리고 멀리 착한 사람을 찾아 떠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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