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동화

아름다운 선거 (1) 국민의 대표가 되려거든

웃는곰 2007. 5. 18. 19:12
국회의원 추천


전교 어린이회가 시작되었습니다.
6학년 3반 반장이면서 전교 어린이회장인 성호가 회의장을 둘러보며 말했습니다.

"각 반을 대표하여 참석하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에 새로 회장이 된 이성호입니다. 여러분이 다 아시다시피 금년부터는 국회의원 선거법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바뀐 선거법에 대하여 임상민 부회장이 다시 한번 설명하겠습니다."
이때 상민이가 앞으로 나섰습니다.


"그 동안 국회의원은 어른들이 추천하여 투표로 선출하였고 어린이들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금년부터는 10세에서 18세까지 어린 우리들이 우리 고장의 국회의원을 추천하고 투표하여 선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만큼 우리 어린이들의 책임이 매우 커진 것입니다. 그 전의 어른들처럼 우리가 선거를 잘못하여 나라 정치를 어지럽히는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회장님이 나와서 어떤 분을 국회의원으로 추천하여야 할지 말씀하겠습니다."


회장인 성호가 다시 등단했습니다.
"우리 지방에 어떤 분이 국회의원이 되셔야 나라 일을 잘 보실까 생각하여 추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강하윤이 손을 들었습니다.
"우리 반 김영주 할아버지 김교순 선생님을 추천합니다."
김영주가 반대하며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강하윤의 아버지를 추천합니다."
의장 이성호가 말했습니다.


"장난으로 하는 말은 안 됩니다. 먼저 강하윤이 왜 김교순 선생님을 추천하는지 말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하윤이 단정한 자세로 대답했습니다.
"김교순 선생님은 40년간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셨고 그 동안 월급에서 이십 퍼센트씩을 떼어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하여 학비를 대주셨습니다."
의장이 물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실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


"저는 어느 날 어른들이 하는 말을 들어서 알았습니다. 어쩌면 이 비밀은 김영주도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의장이 김영주에게 눈길을 보냈습니다.
"손녀로서 정말 모르고 있었습니까?"
"모르고 있었습니다만 제가 확인하기 전까지는 강하윤의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
의장이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강하윤은 어른들이 했던 이야기를 마저 둘려주실 수 있습니까?"


"네, 좋습니다. 동네 어른들이 지난 번 국회의원 선거 때 김교장 선생님을 추천했답니다. 그러나 김교장 선생님은 사양하셨답니다. 그런데 추천하던 사람들을 서울서 돈 많은 사람이 매수하여 추천을 못하게 하였고 돈 많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어 서울로 가더니 우리 지역 일은 보지 않고 자기 욕심 차리기에만 정신이 들었다고 합니다. 바로 추천하려던 사람들이 교장 선생님의 도움으로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이었다고 했습니다. 그 분들이 돈에 눈이 멀어 국회의원 잘못 뽑았다고 후회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의장이 성호가 말을 받았습니다.


"바로 그 점이 문제였습니다. 어른들이 대표를 공정하게 선출하지 못하고 돈을 주면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다가 결국 선거법을 바꾸어 우리가 선거를 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깨끗한 마음과 공정한 눈으로 훌륭한 대표를 선출하도록 하자는 어른들의 생각이 우리에게 무거운 짐을 맡겨 주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럼 김영주가 강하윤의 아버지를 추천하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영주가 사뿐히 일어서서 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강하윤의 아버지는 서울서 유명한 대학을 나오셨고 대학에서 강의까지 하시던 분이었으나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하면서 이 지역 농민들을 남모르게 많이 돕고 계십니다. 언제나 겸손하시고 부지런하며 마을에서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들을 대신하여 관공서 일을 거들어 드릴 뿐 아니라 우리 마을과 저 건너 마을 사이에 있는 시내에 다리가 없어서 불편했는데 그 다리를 놓기 위하여 건설비 반을 감당하신 것도 강하윤 아버지셨습니다. 이런 분들이 국회에 나가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장이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이 두 분을 우리 지역 국회의원으로 추천하겠습니다. 이의 없습니까? 이의 없는 것으로 알고 다음 주 월요일 오후에 두 분을 모시고 말씀을 들어본 다음 투표로 한 분을 정하여 국회의원에 추천하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강하윤 아버지와 김영주 할아버지는 다음 주 월요일 어린이 학생회에 참석하시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들의 환영을 받으며 두 분이 학생들 앞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어린이 회장 이성호가 단에 올라 말했습니다.
"우리가 지난 회의에서 추천했던 두 분을 모시고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그리고 공정한 투표로 한 분을 국회의원이 되시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김영주 할아버님이 나오시겠습니다."
아이들의 박수를 받으며 할아버지가 나왔습니다.
"어린이 여러분 모두 밝은 얼굴을 보니 반가워요. 나는 이미 육십이 다 되어 가는 늙은이이고 이 나이가 되도록 해 놓은 것이라곤 하나도 없어요. 그런 내가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나는 이 자리에서 여러분의 추천에 감사 드리고 여기 오신 강선생님을 적극 추천합니다. 강선생님이 나오셔서 좋은 말씀을 해 드릴 것입니다."
김주영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하고 내려서며 강하윤 아버지를 단 위로 밀어 올리셨습니다. 강하윤 아버지는 올라서면서 다시 사양했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추천하여 주신 뜻은 정말 고맙지만 저는 나이도 젊고 세상을 잘 모르기 때문에 사양합니다. 국회의원으로는 일찍이 김교장 선생님을 모셨어야 하는데 너무 늦은 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선거법이 바뀌고 어린이들이 선거를 하게 되니 이번 선거는 아주 깨끗하고 훌륭한 선거가 될 것 같습니다. 맑은 마음으로 선출된 양심적이고 봉사심이 강한 국회의원이 나올 때 우리나라는 미래가 밝을 것입니다. 저는 다시 김교장 선생님을 모시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김영주 할아버지가 단상에 다시 오르셨습니다. 할아버지는 빙긋이 웃으시며 나직이 말씀하셨습니다.
"늙은이를 대접하시느라고 사양하시는 강선생님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이왕 여러분이 나를 믿고 추천하기로 했으니 나는 내가 아는 훌륭한 분을 추천하겠습니다."
어린이들은 놀라운 눈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어린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입을 열었습니다.


"저는 저 건너 마을에서 오래도록 이장을 보신 이삼영씨를 추천합니다."
의장 이성호가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가 말했습니다.
"그 분이 어떤 분이신지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할아버지는 아주 쾌히 대답했습니다.
"저 건너 이삼영 이장님은 농폰에만 사시기에는 아까운 분입니다. 그 분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넓게 알고 있기도 하지만 이 지역 사람들을 깊이 이해하고 도와주는 분입니다. 한 예를 들면 저 분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부터 남 모르게 이웃을 도와 왔습니다. 그분의 청에 의하여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지만 저는 그분의 비밀을 알고 있었습니다. 30년 전에는 모두가 살기 어려워 소 한 마리만 있어도 부자 소리를 들었지요. 그때 그 분은 돼지를 사서 가난한 이웃에 주어 기르게 하고 새끼를 낳으면 한 마리 돌려 달라고 하였어요. 그렇게 하여 이 집 저 집에서 돼지를 길러 한 마리씩 돌려주면 돌아온 돼지를 또 다른 어려운 집에 주었고 그렇게 하여 온 마을이 돼지 부자가 되게 만들었으며 어떤 동네 사람한테는 송아지를 사주고 새끼를 낳으면 한 마리 돌려달라고 하여 소를 거저 나누어 주는 등 좋은 일을 많이 했지만 그 모든 것을 비밀로 해 오셨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분이 나라 일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여 추천합니다. 그런 분이니 여러분도 존경할 만한 분이 아닌가요?"
(계속)

'문학방 > 동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선거(3)  (0) 2007.05.20
아름다운 선거 (2)  (0) 2007.05.20
웃는곰 동화꾸러미 1 / 반쪽 미인  (0) 2007.05.15
별꽃 만세  (0) 2007.02.22
귀머거리 할아버지 (1)  (0) 200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