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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전체 회의 날입니다. 여러 학교에서 어린이 대표의 추천을 받은 국회의원 후보들을 비롯하여 시장님과 지역 유지와 각 학교 선생님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어린이 회장 이성호가 사회를 맡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각 하교에서 추천한 국회의원 후보자를 모시고 여러분의 의견을 모아 한 분을 국회의원으로 결정하겠습니다.”
사회자 이성호가 단상에 오른 후보자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각 학교에서 어린이들의 추천을 받고 나오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열 두 명의 후보자를 모시고 말씀을 들어 보겠습니다. 먼저 왼쪽에 앉으신 선생님부터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청을 받은 김교순 전 교장 선생님이 나오셨습니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다는 것은 매우 중차대한 일입니다. 선거 역사상 18세 미만은 선거권도 없었는데 18세 미만에 한하여 선거권을 부여하고 어린이들이 국회의원을 뽑게 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합니다. 이 자리에는 어린이들의 추천을 받은 인사들이 계십니다만 어린이의 추천을 받은 것에 감사하기보다 무책임하게 살아온 기성인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훌륭한 대표를 국회로 보내자는 이 마당에 저는 국회의원의 자질이 못 된다는 것을 자인하는 터라 정중히 사의를 표하면서 하단하겠습니다.”
김교순 전 교장 선생님은 겸손히 허리를 숙이고 단하로 내려갔습니다.
뒤를 이어 다음 자리에 앉아 계시던 강하윤 아버지가 나와 단상에 서셨습니다.
“김교장 선생님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시고 내려가셨습니다. 저야말로 국회의원 감이 못되는 사람인데 어린이들이 잘못 추천하였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분들이 국회에 가서 훌륭히 일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물러가겠습니다.”
또 다음 분이 나와 자기 역시 국회의원 감이 아니라고 모두 사양하고 단을 내려와 단상에는 사회자만 남았습니다. 이성호는 지혜를 짜게 되었습니다.
“저희들이 훌륭하게 생각하고 추천한 분들은 모두가 국회의원이 되셔도 좋을 분들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참으로 감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이대로 다 물러가시면 누가 국회의원이 되겠습니까. 이제 사회자로서 대안을 내놓겠습니다. 아래 자리로 내려가신 후보님들은 모두 단상으로 오르시기 바랍니다.”
열 두 명의 후보들이 다시 단상으로 올랐습니다. 사회자 이성호가 작은 박스를 강대상 앞에 내놓으며 말했습니다.
“저는 이런 일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상자 안에는 열 한 장의 백지와 국회의원이 되실 한 분을 위한 ‘훌륭한 국회의원’이라고 씌어 있는 쪽지가 있습니다. 이제 한 분씩 쪽지 뽑기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성호는 상자를 들고 후보들 앞으로 갔습니다. 어른들은 쪽지를 집어 들었습니다. 열 두 명 중에 이삼영 이장님이 국회의원 쪽지를 뽑았습니다. 이장님이 결정되자 둘러선 후보들이 우르르 모여들며 축하의 인사를 했습니다.
사회자가 결과 발표를 했습니다.
“이삼영 이장님이 국회의원으로 결정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앞으로 5년 동안 이삼영 이장님은 국회에 나가셔서 우리나라와 우리 지역을 위해 일하시게 되었습니다. 훌륭한 국회의원은 훌륭한 지역 시민이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이삼영 국회의원이 국정을 잘 살필 수 있도록 우리는 모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참석하신 분 가운데 이번 처음 갖는 어린이가 뽑는 국회의원 선거를 보면서 느낀 소견을 말씀하실 분 한 분만 모시겠습니다. 누시든지 한 분 나오셔서 이 기쁜 날의 축하를 해주기시 바랍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신욱철 아버지가 앞으로 나왔습니다.
“저는 어린이들이 우리의 대표를 훌륭히 선출한데 대하여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존경을 받으며 선출된 국희의원님들은 진정으로 나라와 자기 지역을 위하여 훌륭한 일을 해내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어제 충격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어린이 대표들이 놀라운 눈으로 서로 바라보았습니다. 신욱철이 아버지 추천을 반대했던 일 때문입니다. 신욱철 아버지는 자기 아들을 향해 싱그레 웃으시면서 말을 계속했습니다.
“저기 제 아들이 어린이 대표 중 한 사람으로 참석해 있습니다.
어제 한 어린이가 저를 추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 아들 녀석이 적극적으로 반대하여 추천이 취소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들한테 거부당했다는 것만 생각하면 노엽기도 합니다만
제 아들은 정말 훌륭한 어린이 대표였다고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제 아들이 본 대로 저는 공직에 나갈 사람이 못 됩니다.
어쩌다 장사에 성공하여 돈은 벌었지만 한 번도 누구를 위하여 베푼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돈만 있으면 국회의원이 되려고
머리를 싸고 싸우고 서로 비방하여 인격적인 상처를 주면서
자기 추켜세우기에 급급하여 유권자들을 어지럽혔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선거야말로 선거 사상 가장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였습니다.
인격적으로 존경받는 분들이 서로 양보하며 돕는 모습이 눈물이 나도록 보기 좋았습니다.
저는 앞으로 아들 녀석한테 인정받을 만큼
이웃과 나라를 위하여 봉사도 하고 오늘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이삼영 의원님을 위하여 힘껏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단상에 계신 여러분이 새 국회의원을 위하여 지혜를 모아 주시고
협조하시리라는 것은 환히 내다보이는 미래입니다.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통하여 나라 일을 맡게 될 국회의원들이
이 땅을 지키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은 희망으로 넘칠 것입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허리를 깊이 숙이고 인사하는 신욱철 아버지의 등위에 박수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쏟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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