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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추천을 받고도 이렇게 사양하시는 어른들 때문에 회의는 다음 날로 미루었다가 다시 시작했습니다.
어린이회장 이성호가 말했습니다.
“어제까지 세 어른이 국회의원 추천을 받았습니다. 오늘 더 다른 분을 추천하실 분이 있으면 손을 들고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때 남경수가 손을 들었습니다.
“저는 신욱철 아버지를 추천합니다.”
“남경수가 신욱철 아버님을 추천하였습니다. 남경수는 추천 이유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욱철 아버지는 우리 지방에서 가장 출세한 분입니다. 양조장도 가지고 계시지만 큰 슈퍼마켓을 셋이나 가지고 있고 우리 지역에서는 유일한 극장도 가지고 계십니다. 말하자면 우리 고장 재벌이시지요. 이런 분이 국회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신욱철이 손을 번쩍 들고 외치듯 말했습니다.
“의장! 이의 있습니다.”
참석자들이 모두 놀라운 눈으로 신욱철을 바라보았습니다. 회장이 말했습니다.
“이의라고요?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아버지는 안 됩니다. 제가 보는 우리 아버지는 국회의원이 될 수 없습니다. 사업을 위해서는 아주 냉철하고 무서운 구두쇠이시고 지금까지 착한 일에 돈을 쓰신 적이 없습니다. 그런 분이 권세까지 잡으면 무슨 욕심을 부리실지 모릅니다. 남경수는 취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의장이 물었습니다.
“남경수는 의사를 취소하시겠습니까?”
남경수는 얼굴이 빨개진 채 나직이 말했습니다.
“취소하겠습니다.”
의장이 다른 사람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또 다른 분 없습니까?”
저쪽 구석에서 윤장오가 손을 들었습니다.
“의장, 이건 좀 특수합니다만 어제 우리 집으로 한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내가 어린이회 의원이라는 것을 알고 오셔서 자기를 추천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그러면 우리 학교에 돈도 내놓고 어린이회에도 도움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 분을 추천합니다.”
의장 이성호가 물었습니다.
“그 분이 누구신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때 3학년 반장 나숙영이 발끈해서 손을 들고 일어섰습니다.
“그런 분은 절대로 추천해서는 안 됩니다. 선거철만 되면 돈을 내세워 권세를 잡겠다는 어른들 때문에 선거법이 바뀐 것입니다. 그런 물질 공세 때문에 어른들이 국민의 대표를 제대로 뽑지 못하고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국회의원 선거를 하게 한 것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 국회에 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가 뽑는 국회의원은 어른들이 금력이라 학연이나 혈연을 내세워 추천하고 투표한 것과 같아서는 안 됩니다.”
의장이 말했습니다.
“나숙영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는 어른들보다 훨씬 공정하게 훌륭한 분을 국회로 보내야 합니다. 혹시라도 윤장오처럼 자기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한 분이 있으면 추천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국회의원은 남이 공정하게 추천하여야 합니다. 자기가 나가려고 이상한 수단을 쓰는 사람은 국회의원감이 못됩니다.”
이때 정연우가 손을 들었습니다.
“저는 양심선언을 하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박관수가 한 마디 했습니다.
“그 말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린데, 그 말을 들으니 우리가 아주 어른이라도 된 느낌인 걸 히히히.”
의장이 빙긋이 웃으며 받았습니다.
“우리가 어른들보다 책임이 큽니다. 정연우의 양심선언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연우가 일어서서 앞으로 나가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어 의장 책상에다 놓았습니다.
“이건 바로 돈입니다. 어제 저녁에 현직 고급 공무원이신 어떤 분이 저를 찾아와 이것을 주시면서 추천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 분의 청을 이기지 못하여 돈을 받았습니다. 다만 그 분을 밝히지 않기로 하고 이 돈을 내놓습니다. 저는 그 분을 존경해 왔습니다만 돈을 받고는 추천할 수가 없었습니다.”
참석자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올렸습니다.
“파이팅 정연우! 정연우우! 정연우우!”
의장이 돈을 받아 놓으며 말했습니다.
“정연우의 양심선언은 아주 훌륭합니다. 또 이런 부탁 받은 사람 없습니까? 있으면 지금 양심 선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도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일어서는 사람은 홍민기였습니다. 홍민기는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놓았습니다.
“나도 누가 사주었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하고 이 시계를 내놓겠습니다. 그 대신 그 분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의장 이성호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정말 어른들은 답답합니다. 이렇게 법을 바꾸면서까지 바른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전 국민이 한 목소리를 내는 마당에 아직도 옛날식으로 돈으로 어린이의 마음을 어지럽히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답답한 것입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냉정하게 바른 대표를 선출해야 합니다. 우리 지역에서는 앞에 추천한 세 분만 시 전체 어린이회에 추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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