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속의 아이들. 36 / 우정⑯ 지옥에서 받은 봉투
활활 타는 지옥 불의 뜨거운 바람이 확확 불어와 얼굴을 달구었습니다.
‘저 불속에서 내 인생은 끝나는 게 아닌가.’
준태는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습니다. 그 순간 빛 속에서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개를 들라!”
잔뜩 오므라진 목을 빼고 올려보던 준태는 깜짝 놀랐습니다.
빛 가운데 좁쌀영감한테 덕구가 써준 차용증이 또렷이 보였습니다.
빛 속에서 음성이 들렸습니다.
“이것을 아느냐?”
“네, 네.”
“네가 이것을 왜 가지고 있었느냐?”
“그건…….”
“네가 훔친 것이냐?”
“아니옵니다.”
“어째서 이걸 품고 다녔느냐?”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않으려고 그랬습니다.”
“네 딴에는 친구를 위하여 착한 일을 한다고 한 것이었더냐?”
“그런 건 아니고…….”
“친구 빚을 갚아주고 도와주었으니 여기서 용서받을 줄 생각하느냐?”
“아닙니다. 죽을 결심은 되어 있습니다.”
“그래야지. 네가 아무리 좋은 일을 했어도 넌 죽어야 한다. 알겠느냐?”
“네에에…….”
빛 가운데서 이상한 봉투 하나가 날아와 준태 앞에 떨어졌습니다.
“그 봉투를 본 적이 있느냐?”
“없습니다.”
“봉투에 무어라고 씌어 있느냐?”
“제 이름과…….”
“네 이름이 맞거든 봉투를 품에 안아라.”
준태는 명령대로 봉투를 안았습니다.
“너는 죽어야 마땅하나 그 봉투가 너를 지옥에서 구하였다.
지옥 불에 떨어지면 몸뚱이는 재로 사라져도 고통스런 영혼은 뜨거운 불속에서
영원히 몸부림을 치며 이를 갈아야 하느니라.”
준태는 감히 물었습니다.
“하나님, 저도 모르는 이 봉투는 무엇입니까?”
“네가 좋은 친구를 두었기에 지옥 불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니라.
네가 친구의 차용증을 아무도 모르게 가지고 있듯이
네 친구는 자기 소득의 십일조를 너도 모르게 네 이름으로 바치면서
너를 위해 기도했느니라. 세상에서 친구를 위해
남의 이름으로 십일조를 바친 사람은 인류 역사상 하나도 없었느니라.
나도 감탄할 만한 네 친구의 기도가 너를 구하였느니라.”
그리고 곧 명령했습니다.
“지옥 불에 던지지 않는 대신 너를 한 필의 말로 만들겠다.
다짐하여 묻는다. 말이 되고 싶으냐? 불속으로 던져주기를 바라느냐?”
준태는 활활 타는 불꽃이 무서웠습니다.
“말이 되겠습니다.”
“말이 된 뒤에는 주인한테 함부로 하면 안 되느니라.
주인이 너보다 못난 사람이라도 겸손해야 하고 항상 주인님이라고 불러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네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도록 하라.
네 주인한테는 반말을 해서도 안 되고 명령을 거역해서도 안 된다.
언제나 주인을 등에 태우고 다니며 순종하여야 하느니라.
그렇지 않으면 너는 불속으로 던져질 것이다.”
“명심하겠사옵니다.”
“네가 친구를 위하여 좋은 일을 하고도 천당으로 못 가고 이리로 온 이유를 알겠느냐?”
“알겠사옵니다.”
“말하여 보라.”
“친구가 저한테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하나님 앞에 회개하면
하나님은 용서해 주시지만 하나님을 믿지 않는 죄만큼은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도 친구 말을 무시했더냐?”
“죄송하옵니다.”
“네 죄를 알았으니 주인한테 충성하도록 하라.”
준태는 어느새 커다란 말이 되어 네 발로 서서 주인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아아! 내가 말이 되었다. 내 주인은 어떤 분이실까?’
준태는 말이 되어 긴 목을 빼어 숙이고
코로 흙냄새를 맡으며 주인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얼마 안 되어 하얀 천사가 한 사람을 인도하여 오고 있었습니다.
천사가 가까이 이르렀을 때 준태는 크게 놀랐습니다.
덕구가 천사의 안내를 받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앗! 덕구가, 덕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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