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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속의 아이들. 36 / 우정⑯ 지옥에서 받은 봉투

웃는곰 2025. 6. 12. 20:29

서랍속의 아이들. 36 / 우정⑯ 지옥에서 받은 봉투

 

활활 타는 지옥 불의 뜨거운 바람이 확확 불어와 얼굴을 달구었습니다.

저 불속에서 내 인생은 끝나는 게 아닌가.’

준태는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습니다. 그 순간 빛 속에서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개를 들라!”

 

잔뜩 오므라진 목을 빼고 올려보던 준태는 깜짝 놀랐습니다.

빛 가운데 좁쌀영감한테 덕구가 써준 차용증이 또렷이 보였습니다.

빛 속에서 음성이 들렸습니다.

이것을 아느냐?”

 

, .”

네가 이것을 왜 가지고 있었느냐?”

그건…….”

네가 훔친 것이냐?”

아니옵니다.”

 

어째서 이걸 품고 다녔느냐?”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않으려고 그랬습니다.”

 

네 딴에는 친구를 위하여 착한 일을 한다고 한 것이었더냐?”

그런 건 아니고…….”

 

친구 빚을 갚아주고 도와주었으니 여기서 용서받을 줄 생각하느냐?”

아닙니다. 죽을 결심은 되어 있습니다.”

그래야지. 네가 아무리 좋은 일을 했어도 넌 죽어야 한다. 알겠느냐?”

네에에…….”

 

빛 가운데서 이상한 봉투 하나가 날아와 준태 앞에 떨어졌습니다.

그 봉투를 본 적이 있느냐?”

없습니다.”

봉투에 무어라고 씌어 있느냐?”

제 이름과…….”

네 이름이 맞거든 봉투를 품에 안아라.”

 

준태는 명령대로 봉투를 안았습니다.

너는 죽어야 마땅하나 그 봉투가 너를 지옥에서 구하였다.

지옥 불에 떨어지면 몸뚱이는 재로 사라져도 고통스런 영혼은 뜨거운 불속에서

영원히 몸부림을 치며 이를 갈아야 하느니라.”

 

준태는 감히 물었습니다.

하나님, 저도 모르는 이 봉투는 무엇입니까?”

네가 좋은 친구를 두었기에 지옥 불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니라.

네가 친구의 차용증을 아무도 모르게 가지고 있듯이

네 친구는 자기 소득의 십일조를 너도 모르게 네 이름으로 바치면서

너를 위해 기도했느니라. 세상에서 친구를 위해

남의 이름으로 십일조를 바친 사람은 인류 역사상 하나도 없었느니라.

나도 감탄할 만한 네 친구의 기도가 너를 구하였느니라.”

 

그리고 곧 명령했습니다.

지옥 불에 던지지 않는 대신 너를 한 필의 말로 만들겠다.

다짐하여 묻는다. 말이 되고 싶으냐? 불속으로 던져주기를 바라느냐?”

준태는 활활 타는 불꽃이 무서웠습니다.

말이 되겠습니다.”

 

말이 된 뒤에는 주인한테 함부로 하면 안 되느니라.

주인이 너보다 못난 사람이라도 겸손해야 하고 항상 주인님이라고 불러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네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도록 하라.

네 주인한테는 반말을 해서도 안 되고 명령을 거역해서도 안 된다.

언제나 주인을 등에 태우고 다니며 순종하여야 하느니라.

그렇지 않으면 너는 불속으로 던져질 것이다.”

명심하겠사옵니다.”

 

네가 친구를 위하여 좋은 일을 하고도 천당으로 못 가고 이리로 온 이유를 알겠느냐?”

알겠사옵니다.”

말하여 보라.”

 

친구가 저한테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하나님 앞에 회개하면

하나님은 용서해 주시지만 하나님을 믿지 않는 죄만큼은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도 친구 말을 무시했더냐?”

죄송하옵니다.”

네 죄를 알았으니 주인한테 충성하도록 하라.”

 

준태는 어느새 커다란 말이 되어 네 발로 서서 주인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아아! 내가 말이 되었다. 내 주인은 어떤 분이실까?’

준태는 말이 되어 긴 목을 빼어 숙이고

코로 흙냄새를 맡으며 주인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얼마 안 되어 하얀 천사가 한 사람을 인도하여 오고 있었습니다.

천사가 가까이 이르렀을 때 준태는 크게 놀랐습니다.

 

덕구가 천사의 안내를 받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 덕구가, 덕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