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인생독본 5월 26일 / 죽음과 평화
죽음은 삶의 파멸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영생과 평화를 찾는 변화이기도 하다.
죽음은 의지나 힘으로 막지 못하지만 죽음이 가져다주는
평화는 인간이 최후에 얻는 소망이기도 하다.
1
정력이 넘쳐흘러 삶이 즐겁고 행복할 때는
아무 것도 깊이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중병이 들면 죽음이 가까워짐을 실감하게 된다.
그때야 비로소 인간은 사후(死後)세계를 생각한다.
전자의 경우나 후자의 경우나 마찬가지로 인간은 영원히
자신의 존재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것을 생각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부유하고 유식해도 어리석게 사는 것이다.
2
죽음은 덕성으로 겸손히 맞이해야 한다.
짐승은 죽는다는 것이 그저 숨만 끊어져 버리면 되지만
인간은 태어날 때 받은 영혼을 창조주 하나님에게
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아미엘
3
예수 그리스도의 위대한 점은 죽음을 앞두고
창조주를 부정하는 인류를 위하여 기도를 했다는 점이다.
4
죽어 가는 사람의 말과 행위에는 평소의 말이나
행동보다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평소 훌륭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죽음에 대비하여
훌륭히 대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죽음을 앞에 놓고 자칫 훌륭했던 일생의 행적이 소멸되고
수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훌륭하게 준비된 임종을 순탄하게 마치면
과거에 저지를 실수는 덮어지고 훌륭했던 업적만 돋보이게 된다.
5
연극이 끝나면 관객들은 심취했던
가상세계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다.
그 순간 생각하던 모든 것이 꾸며진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듯 인생도 꾸며진 무대에서 연극이 끝나는
장면을 향해 옮겨가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죽음의 순간만은 싱거운 연극 무대와 다르다.
누구나 죽는 순간만은 엄숙하고 진실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죽음 앞에서의 한 마디는 중대하고도 고귀하다.
6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이 남아 있을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 죽어 가는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힘조차
다 잃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 순간만은 전혀 다른 것 ― 살아 있을 사람으로서는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할 수도 없는 전혀 다른 것,
죽음이 가져오는 사후 세계를 맞아야 한다는 문제에 집착해 있기 때문이다.
7
인간이 살아 있다는 것은 타들어 가는 촛불 아래에서
공포와 기만․비극․살인 등의 이야기로 가득한 책을 읽고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촛불이 심지까지 타 들어가 가물거리면 책에 쓰인
이야기도 보이지 않게 되듯 죽음이 다가와 사람을 데려감도 그와 같다.
인생은 여러 종류의 책을 촛불 아래서 읽는 것과 같다.
8
죽는 자는 영원의 일부분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죽은 자는 무덤 저쪽에서 자신을 부르는 것을 가상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간혹 죽은 자를 예언자와도 같이 생각하기도 한다.
인생이 가고 무덤이 열리는 것같이 죽음이라는 심각한 사념에
깊이 빠질 때 비로소 뜻깊은 훈계가 정신에 다가온다.
그 때 그의 천성적인 본질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고
내면에 있는 신도 이미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아미엘
♧
죽음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준비는 보통의 생각과는 다르다.
그 것은 세상의 예식이나 세상의 수많은 번뇌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고 가장 훌륭한 죽음의 준비를 말하는 것이다.
즉 인간이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은 승리의 순간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죽는 자의 말과 행위는 살아남아 있는 자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순간을 잘 넘길 준비를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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