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옆 사람 3 / 불쾌한 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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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 서울역으로 가서
무궁화호 3호칸 31번 석에 앉는다.
나는 날마다 좌석에 앉는 순간부터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날마다 30분씩 수원까지 쉬지 않고 한 번에 쌩쌩 달리는 동안
스트레스와 피로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게 바로 힐링이라는 것인가 보다.
그것도 모르는 친구들은 나를 보고 피로하겠다,
고생한다고 위로한다.
그러나 나를 따라 한번 씽씽 달려보면 내 기분을 알 거다.
그렇게 30분의 쾌속 주행 속에 나는 남모를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처음에는 못 느꼈는데 날이 갈수록 내 옆 좌석에
누가 와서 앉느냐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31번 석은 창 쪽이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 고정적으로 티켓을 예매하여 앉는다.
창문 커튼을 열고 기분 좋게 앉았는데 옆자리에 멧돼지처럼
두리두리한 몸집에 헝클어진 머리며 우락부락한 얼굴이 흉하게 생긴
사내가 머리를 들이밀며 기차표를 내 앞에 쑥 내밀었다.
자기가 창쪽이라는 것 같아 내가 티켓을 보여주었더니 무서운 얼굴로 쿵하고
들썩이도록 앉았다.
그리고 바로 벌떡 일어나 배를 쑥 내밀고 내가 열어놓은 커튼을 확 잡아당겨
제 자리에 앉아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나는 순간 매우 불쾌했다.
그러나 그 사내가 하도 험상궂고 무섭게 생겨서 찍소리도 못하고
얌전히 앉아 들고 있는 책에 눈길을 던졌다.
30분이면 내릴 것이니 기분 더럽지만 30분만 참자하고 감정을 가라앉혔다.
그 사람은 몸을 비틀기도 하고 머리를 벅벅 긁기도 하고
쩝쩝거리며 몸부림을 쳐댔다.
나는 속으로 똥 묻은 돼지우리에 갇혔구나 하고 참자,
참자 견디었다. 이윽고 수원역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그 소리를 듣자마나 그 사내가 벌떡 일어서며 길을 열어주었다.
내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그 사내는 31번 석에 냉큼 앉아
등에 진 보따리를 32번 석에 풀어놓았다.
누군가가 창가 쪽 티켓을 들고 온다면 어떨까 생각하며 차에서 내렸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날부터 내 옆자리에 누가 와서 앉느냐 하는 트라우마가 생겼다.
옆 좌석에 누가 와서 앉느냐가 하루 기분을
결정지어 주는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어떤 옆 사람과 앉느냐를 놓고
30분 겪는 이야깃거리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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