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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 람세스와 집시

웃는곰 2020. 8. 5. 17:14

대왕 람세스와 집시

 

 

대왕 람세스와 집시

머리말

해외여행을 하고 들아온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고대 박물관 유리관 속에 든 해골이었는데 가이드의 해설 가운데 해골이 우리를 보고 <나는 너의 미래의 모습이고 너는 나의 과거 모습이다>라고 하는 말…….”

나는 이 말을 듣는 순간 번쩍 스치는 영감을 받았다. 불과 10초나 될까 순간적으로 판타지 스토리가 무지개처럼 떠올랐다. 그로부터 매일 2시간씩 21 동안 42시간 만에 이 작품을 썼다. 삽화도 전문가에게 부탁하기보다 내가 직립 컴퓨터로 그리고 싶어서 잔재주를 부려보았다.

첫날 3시간. 둘째 날 5시간, 셋째 8시간 합하여 16시간 만에 그리기를 끝냈다. 쓰기부터 그리기까지 58시간이 소요되었다. 지문은 허두에 마디, <사막에서 떠돌이 집시가 해골이 유리관을 발견했다>라는 22자가 전부이고 모두 대화로 이어지며 시간과 배경은 대화 속에서 독자가 상상할 수 있게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니와 같은 세기에 생존한 사람이나 내가 때난 후세기에 태어날 사람들에게 한번 읽기를 권한다.

2008 7 25 지은이

preface

A friend who came and traveled abroad said this. The most impressive thing on this trip was the skeleton in the glass plate of the ancient museum, but in the guide's commentary, the skeleton looked at us and said,

All 22 characters called followed by two conversations. It is characterized by being able to be configured. I recommend reading to those who have survived in the same century as you, or those who will be born in the century after I am born.

Posted on July 25th, 2008

한번 왕은 영원한 왕

사막에서 떠돌이 집시가 해골이 유리관을 발견했다

 

집시 : 아무도 없는 사막에 유리관?

해골 : 아무도 없다니 누구냐?

집시 :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야?

해골 : 여기다.

집시 : 어디?

해골 : 여기.

집시 : 누구냐?

해골 : .

집시 : ?

해골 : 그렇다.

집시 : 유리관 속에 갇힌 네가 왕이라고?

해골 : 그렇다.

집시 : 해골이 말을 ?

해골 : 미련한 .

집시 : 뭐야?

해골 : 너만 말할 아느냐?

집시 : 허허!

해골 : 허허?

집시 : 누구냐?

해골 : 대왕 람세스.

집시 : 모세가 살던 시대의 람세스?

해골 : 그로부터 백대 위 조상.

집시 : 그래서 네가 대왕이라고?

해골 : 그렇다.

집시 : 웃기네.

해골 : 무엄하다.

집시 : 하하하 사람한테 해골이 소릴?

해골 : 한번 왕은 영원한 .

김시 : 언제 죽은 해골이나?

해골 : 칠전 전에 휴식에 들었느니라.

집시 : 죽은 아니고 휴식을 한다고?

해골 : 무엄하다. 평민이 꼬박꼬박 반말?

집시 : 거짓말. 네가 왕이라고?

해골 : 거짓말이 무슨 뜻인고?

집시 : 진실이 죽은 .

해골 : 진실이 죽은 ?

집시 : 그래, 진실이 죽은 .

해골 : 어린 놈이 제법이로군.

집시 : 칠천 해골이 아직도 있다고?

해골 : 떨어져 나가고 머리 남았느니라.

나는 너의 미래 모습 너는 나의 가거 모습

집시 : 다리 뼈도 그대로 있는데?

해골 : 머리만 것이니라.

집시 : 팔은?

해골 : 모른다.

집시 : 다리는?

해골 : 삼천 전에 죽은 부자의 .

집시 : 갈비뼈는?

해골 : 전에 죽은 장군의.

집시 : 누가 말발을 믿겠냐?

해골 : 앞에서 끝까지 반말을 하겠느냐?

집시 : 짐이라고? 그런 말도 알고 있나?

해골 : 무엄하다.

집시 : 그래 봐야 해골,

해골 : 해골? 나는 너의 미래 모습이고 너는 나의 가거의 모습이니라.

집시 : 해골이 제법인데? 어디서 배웠냐?

해골 : 진리는 배우는 것이 아니니라.

집시 : 아니면?

해골 : 진리란 스스로 있는 불변이니라.

집시 : 그렇게 똑똑한 왕이 유리관에 갇힌 것이냐?

해골 : 갇힌 것이 아니라 모셔진 것이니라. 기원 삼백 전에 나의 후손 람세스 2세가 나를 이렇게 모셨느니라.

집시 : 그는 못된 왕이 아니냐?

해골 : 왕손을 모욕하다니 무엄하다.

집시 : 조상의 유골을 잡동사니로 만든 것도 후손이냐?

해골 : 람세스의 잘못이 아니니라.

집시 : 어째서?

해골 : 무덤이 어느 바람에 파헤쳐졌고 외에 여러 무덤이 흩어져 사막에 해골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느니라. 람세스는 나의 머리를 찾은다음 내가 건장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해골 가운데 가장 크고 좋은 뼈들을 모아다 몸을 만들어 이렇게 유리관에 고이 뉘어놓았느니라.

집시 : 그렇게 정성을 들인 자가 어쩌자고 사막에다 너를 버렸는지 모르겠구나.

해골 : 람세스는 나를 신전에 안치하고 왕으로 불렀지만 나는 이미 칠천 시대에 있었느니라.

집시 : 소설을 쓰는군, 그것이 사설이라면 왕궁에 있지 않고 예서 뒹구는 거냐?

해골 : 람세스 2세가 죽고 후손 람세스 20세대 나라가 망했느니라. 나를 아끼던 백성들이 환란피해 여기다 숨겨 놓은 것이니라.

집시 : 말을 믿어달라고? 어째서 동안 너는 썩지도 않고 해골로 남았느냐.

해골 : 여기는 내내 비가 내리지 않고 건조하고 날씨가 평균 오십 도가 넘어서 무엇이든 썩을 수가 없느니라.

4. 왕에게는 명령이 있을 뿐

집시 : 뼈에 붙었던 살은 다 어찌된 것이냐?

해골 : 사막은 사람이 죽으면 모래벌판에 묻어 두지만 모래 속에서 바싹 말랐다가 바람에 모래가 날려 시체가 드러나면 마른 살이 떨어져 바람에 모래와 함께 날아가느니라. 그렇게 하여 뼈가 수천 년을 바람과 모래에 쓸려 결국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느니라.

집시 : 넌 아직도 남아 있지 않으냐?

해골 : 후손 람세스 덕이니라.

집시 : 궤변은 당할 수 없겠다.

해골 : 궤변? 사람은 죽어야 진실을 믿느니라.

집시 : 앞으로 어떻게 같으나?

해골 : 나는 언제나 어디에 있어도 왕이니라. 여기 이대로 두면 칠천 이상 있을 것이고 너 말고 다른 사람이 발견하면 나는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박물관에 모셔질 것이지만 너는 사람들에게 나 같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천년도 되어 이 땅에서 먼지로 사라질 것이니라.

집시 : 해골 주제에 살아있는 나한테 무엄히 굴다니!

악은 수명을 줄이느니라

해골 : 너나 나나 사람으로 사는 수명은 다르지 않으니라. 내가 이백 조금 넘게 살다 죽었다만 너는 살도 못 되어 죽느니라.

집시 : 내가 살도 산다는 말은 맞을 같다만 네가 이백 살을 넘게 살았다는 어떻게 믿겠 느냐?

해골 : 지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사람이 평균 천 살 가깝게 살았다만 지구가 공기에 오염되고 물이 오염되고 사람이 악에 오염되어 인간 수명이 짧아졌느니라.

집시 : 악과 수명이 무슨 상관이나?

해골 : 사람은 마음으로 악을 만들면 그만큼 수명이 짧아진다는 것을 모르느니라. 공기 오염이나 수질오염보다 무서운 것이 마음을 죽이는 악의 오염이니라.

집시 : 마음을 죽이는 악의 오염은 어디서 오느냐?

해골 : 욕심에서 오느니라. 악이 마음을 죽이면 마음은 바로 몸을 죽이느니라.

집시 : 개똥철학이 아니냐?

해골 : 개똥철학이라니, 무엄하다. 나는 .

집시 :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것이냐?

해골 : 너보다는 오래.

집시 : 나보다 오래?

해골 : 보헤미안, 언제 어디서 죽을지도 모르는 떠돌이. 다행히 사막에서 죽으면 년은 뼈다귀로 굴러다니겠지만 사막을 벗어나 죽으면 년을 넘기고 먼지로 날아다닐 것이니라. 흙의 질료로 돌아가느니라.

왕은 사람이 아니니라

집시 : 건방진 해골.

해골 : 무엄하다. 내가 왕임을 알렸거늘!

집시 : 왕도 사람이라는 알렸다?

해골 : 왕은 사람이 아니니라.

집시 : 뭐야? 사람이 아니면 뭐냐?

해골 : 인간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권세자. 바로 신이 왕이고 왕이 신이니라.

집시 : 왕이 신이라고?

해골 : 왕이 되려는 자는 왕이 되는 순간 사람이기를 포기해야 하는 . 그러므로 사람이 못하고 신만 수 있는 일을 왕은 하느니라.

집시 : 신은 사람을 대가 없이 보호하지만 왕은 보호한다는 구실로 사람을 해치는 악한 존재인 줄은 아느냐?

해골 : 네가 짐한테 범한 무례가 극형감이라는 것도 알렸다?

집시 : 그것이 악이란 말이다.

해골 : 왕은 사람을 죽일 권세도 있고 사형수도 살릴 수 있는 권세가 있느니라.

집시 : 권세가 얼마나 죄인 줄은 아느냐?

해골 : 죄라고 했느냐?

집시 : 자기 백성을 마음에 든다고 죽이는 것이 죄가 아니고 무엇이냐?

해골 : 살인죄를 저지르고 사형을 당하게 된 자를 살려준다면 그것도 죄인가?

집시 : 그건 죄에 죄를 더하는 . 살인자가 사형을 당하는 당연한 . 그런 것을 살려준다면 왕은신 앞에 죽을죄를 짓는 것이니라.

해골 : 왕을 해보지 않으면 왕의 존재를 모르느니라.

 

왕은 증거로 말하지 않는다

집시 : 네가 왕이었다면 나는 용서할 없다. 당장에네 해골을 부수어 버리겠다.

해골 : 미련한 . 네가 나를 부수겠다고?

집시 : 못할 아느냐?

해골 : 어림없는 소리. 맨 주먹으로 이 유리관을 수있겠느냐?

집시 : 당장에 주먹으로 부수어 버리겠다.

해골 : 참아라. 다친다.

집시 : 고양이 생각하는구나.

해골 : 멀리 사막 끝으로 내려 앉는 아름다운 황금빛 해를 보아라. 해가 지평선 멀리 모래 속으로얼굴을 묻으면 순간부터 엄청난 추위가 밀려오느니라. 그것을 알렸다?

집시 : 안다.

해골 : 은혜를 입어야 되느니.

집시 : 너한테 은혜를?

해골 : 추워지기 전에 밑을 파고 몸을 묻어라.

집시 : 밑으로?

해골 : 밑에.

집시 : 얼어 죽어도 그렇게는 안한다.

해골 : 미련한 , 짐이 베풀 숙여.

집시 : 왕이라는 증거라도 있다면.

해골 : 왕은 증거로 말하지 않는다.

집시 : 그럼?

해골 : 명령.

집시 : 명령?

왕에겐 명령이 있을 뿐

해골 : 왕에겐 병령이 있을 뿐.

집시 : 너 같은 해골한테?

해골 : 빨리 모래를 파라.

집시 : 우우우, 갑자기 떨리고 얼어붙으려 한다.

해골 : 빨리 파고 몸을 묻어라. 매운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집시 : 우우우, 얼어 죽어.

해골 : 늦으면 죽는다. 서둘러라.

집시 : , 우우우 여길 파면 되겠느냐?

해골 : 아래 구멍이 있느니라.

집시 : 우우우.

해골 : 그렇지, 거기 조금만 파면.

집시 : 알았다. 됐다.

해골 : 구멍 안이 아늑할 것이니라.

김시 : 고맙다. 모래가 따뜻하다.

해골 : 그래도 짐을 몰라보겠느냐?

집시 : 고맙다만……,

해골 : 지금 밖은 영하 70도이니라.

집시 : 별걸 아는 .

해골 : 한낮 온도가 얼마더냐?

집시 : 오십도.

해골 : 밤과 온도가 백도를 오르내리느니라.

집시 : 이런 데서 어떻게 사느냐.

해골 : 동물이 밤에 얼어 죽으면 낮에는 바비큐.

집시 : 바비큐?

해골 : 밤에 다시 얼고 다음날 살이 풀어져 마르고.

집시 : 그리고?

해골 : 밤에 얼고 낮에 풀어져 바람에 날고,

집시 : …….

해골 : 말이 없느냐?

집시 : …….

해골 : 자느냐?

집시 : 아니다.

해골 : 말을 믿겠느냐?

집시 : 아니다.

해골 : 결국 열흘도 못되어 먼지로 사라지느니라.

집시 : 무섭다.

해골 : 내가?

집시 : 사막이.

해골 : 나는?

집시 : 해골이 무서울 없다.

해골 : 졸리면 자거라.

집시 : 알았다. 쿨쿨.

해골 : 나를 찾아왔으니 너는 손님.

집시 : 쿨쿨 크크 .

해골 : 잘도 잔다.

집시 : , 잤다.

살아 있는 사람한테 욕할래?

해골 : 잠에서 깨어났느냐?

집시 : 해골이냐?

해골 : 무엄하다. 나는 .

집시 : ? 덕분에 잤다.

해골 : 덕분에 죽지 않고 살았다고 말하렷다.

집시 : 고맙다.

해골 : 건방진 . 아침이나 먹어라.

집시 : 아침이라 했느냐?

해골 : 그렇다.

집시 : 여기서 먹는단 말이냐?

해골 : 빨리 나가서 내 관 위의 하얀 가루를 핥아라

집시 : 하얀 가루라 했느냐?

해골 : 해가 높이 오르면 늦는다.

집시 : 이거냐?

해골 : 그렇다 빨리 핥아라.

집시 : 알았다. 냠냠 남냠.

해골 : 맛이 어떠하냐?

집시 : 달콤하기가 같다.

해골 : 그건 만나다. 해가 오르면 사라진다

집시 : ! 맛있다. 금방 배가 불러지는구나.

해골 : 말이 없느냐?

집시 : 고맙다.

해골 : 그것 말고,

접시 : 네가 바라는 대답은?

해골 : 건방진 놈.

집시 : 살아 있는 사람한테 욕할래?

해골 : 무엄하다.

집시 : 해골이 건방지구나.

해골 : 내 일찍이 너 같은 백성은 보지 못했느니라.

집시 : 해골이 왕이라니 살아 있는 사람의 자존심을 이렇게 건드려도 되는 것이냐?

해골 : 입 다물라. 한번 왕은 영원한 왕.

집시 : 왕 소리가 그리 좋으냐?

해골 : 사람은 신을 만들고 신은 왕을 만들고 왕은 법을 만들어 백성을 가두느니라.

집시 : 사람이 만든 왕이 사람을?

해골 : 사람은 스스로 묶고 사느니라.

집시 : 묶다니?

해골 : 사람은 입으로 자유를 달라면서 스스로 묶이기를 거부하지 않느니라.

집시 : 무슨 소리를?

해골 : 사람은 신을 만들고 신 앞에 자신을 묶고 산다는 말이니라.

집시 : 해골 같은 소리. 다른 이야기는 없느냐?

해골 : 왕보다 힘센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집시 : 돈이다.

해골 : 바보 같은 소리, 돈은 저를 사랑한 사람을 악으로 갚느니라.

집시 : 아니면 부모?

해골 : 어림도 없는 소리.

집시 : 돈도 부모도 아니면?

해골 : 예쁜 여자.

집시 : 여자?

해골 : 예쁜 여자

집시 : 해골이 여자를?

해골 : 예쁜 여자는 왕보다 크니라.

집시 : 미친 소리.

해꿀 : 너는 모시는 신이 있느냐?

집시 : 없다.

해골 : 미련한 놈. 하나님은 아느냐?

집시 : 하나님이 뭐냐?

왕은 예쁜 여자한테 망한다

해골 : 예쁜 여자를 만들어내는 분.

집시 : 해골이 예쁜 여자만 찾다니!

해골 : 예쁜 여자를 하나님이 왜 만드는지 아느냐?

집시 : 해골이 뭘 안다고.

해골 : 하나님이 세상의 왕을 망하게 할 생각이 나시면 아주 예쁜 여자를 만들어 왕에게 주느니라.

집시 : 예쁜 여자만?

해골 : 예쁜 여자가 아니면 안 되느니라. 왕은 빼어난 미인 앞에서만 약해지느니라.

집시 : 한심한 착각.

해골 : 왕은 돈보다 예쁜 여자를 좋아하느니라.

집시 : 너 같은 해골도?

해골 : 무엄하다. 나는 왕.

집시 : 대답이나 해라.

해골 : .

집시 : 한심하군.

해골 : 미인이 어떤 것인지 아느냐?

집시 : 집시한테 미인이 무슨 소용?

해골 : 말버릇! 미인 하나를 만들기 위해 신은 지구 인구의 반만큼 많은 여자를 만들어 보느니라. 수십억을 만들어 그 중에 가장 잘된 얼굴 하나를 못된 나라 왕에게 보여주느니라.

집시 : 뻥치지 마.

해골 : 무엄하다. 내가 누웠다고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너는 그렇게 예쁜 여자를 본 적이나 있느냐? 미련한 것. 예쁜 여자를 본 왕은 당장에 자기 나라 일부를 떼어주고 그 여자와 바꾸고 왕은 여자의 눈웃음에 녹아, 나라 정치를 망하게 하느니라.

집시 : 신은 짓궂구나.

해골 : 겨우 그 소리밖에 못 하겠느냐? 미련한 것. 예쁜 여자한테 정신이 빠진 왕은 소신을 잃고 여자가 자기 나라를 통째 먹어 치우는 것도 모르 느니라.

집시 : 그런 인물도 왕이냐?

해골 : 예쁜 여자는 그만큼 대단한 것이니라.

집시 : 못된 것만 보고 죽은 뼈다귀 같으니.

해골 : 짐 앞에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집시 : 내가 너를 왕으로 인정하는 건.

해골 : 벌을 쌓는 미련한 놈.

집시 : 해골이 그래도 짐이라고?

해골 : 짐이 심심하던 차에 떠돌이를 만나 무료한 시간이나 보내려 했는데 너무 무례하여 불쾌해지려고 하느니.

집시 : 알았다. 두고 보자.

해골 : 사막을 둘러보아라. 사막이 아름답다고 생각되지 않느냐?

집시 : 아름답기보다 무섭다.

해골 : 사막은 어딘가 오아시스가 있어 아름답다는 말을 아느냐?

집시 : 내가 그런 것을 어찌 아느냐, 사막은 고운 모래가 좋고 커다란 원형이 좋기는 하다만 생물에게는 무서운 존재다.

11. 말보다 침묵 배우가가 어려운 것

해골 : 해질녁녘 사막을 보았느냐?

집시 : 그때는 얼어죽을 지경으로 추워지는데 언제 그런 것까지 보겠느냐.

해골 : 약한 생물체이니까. 사막은 황혼을 가로질러 아득히 지나가는 카라반이 있어 아름다운 것이니라.

집시 : 카라반?

해골 : 황혼을 밟고 삶을 찾아가는 카라반.

집시 : 별것을 다 아는구나. 넌 모르는 것이 무엇이냐?

해골 : 모르는 것이 없느니라.

집시 : 사막에 대하여 더 아는 것이 있느냐?

해골 : 사막을 파면 무엇이 나오겠느냐?

집시 : 물 한 모금 안 나오는 사막에서?

해골 : 미련한 놈. 사막을 깊이 파면 반석이 나오고 그 아래 지하수가 있고 지하수 아래 암반이 있고 암반 아래 유전이 있고 유전을 지나면 뜨거운 바위 층 열반(熱盤)이 있느니라.

집시 : 열반을 또 파면?

해골 : 용암이 소용돌이치는 염하(炎河)가 있느니라.

집시 : 염하를 지나면?

해골 : 얼음보다 찬 냉반(冷盤)이 있느니라.

집시 : 냉반을 지나면?

해골 : 거기는 지구의 중심으로 둥그런 정액(精液)의 호수가 있느니라.

집시 : 그게 뭐냐?

해골 : 호르몬도 모르느냐?

집시 : 호르몬?

해골 : 그것이 생명을 만드는 질료니라. 한 생명을 만들기 위해 정액은 수천 년에 걸쳐 엄청난 장애를 뚫고 지구 밖으로 나오느니라.

집시 : 궤변은 싫다.

해골 : 더 듣거라. 정액은 냉반을 뚫고 염하를 지나 열반을 뚫고 유전을 지나 암반을 뚫고 지하수를 지나 반석을 뚫느니라.

집시 : 나 같은 집시한테는 설명이 너무 복잡하다.

해골 : 네 개의 바위 층을 뚫고 네 개의 지하 강을 지나 흙과 모래를 만나고 거기서 풀과 나무뿌리에 이르느니라.

집시 : 거짓말.

해골 : 거짓말은 진리가 죽은 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짐은 살아 있는 진리를 말하느니라.

집시 : 나무뿌리에서 그 정액이 무슨 일을 하느냐?

해꿀 : 나무가 열매를 맺게 해주느니라.

집시 : 사람한테는 어떻게 접근 하느냐?

집시 : 궤변은 싫다.

해골 : 더 듣거라. 정액은 냉반을 뚫고 염하를 지나 열반을 뚫고 유전을 지나 암반을 뚫고 지하 수를 지나 반석을 뚫느니라.

집시 : 나 같은 집시한테는 설명이 너무 복잡하다.

해골 : 네 개의 바위 층을 뚫고 네 개의 지하 강을 지나 흙과 모래를 만나고 거기서 풀과 나무뿌리에 이르느니라.

집시 : 거짓말.

해골 : 거짓말은 진리가 죽은 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짐은 살아있는 진리를 말하느니라.

집시 : 나무뿌리에서 그 정액이 무슨 일을 하느냐?

 

12. 정액이 사람을 만드느니라

해골 : 나무가 열매를 맺게 해주느니라.

집시 : 사람한테는 어떻게 접근하느냐?

해골 : 사람은 나무와 풀과 그 풀을 먹은 짐승을 잡아 먹는 동안 정액을 섭취하고 그 정액이 사람을 만드느니라.

집시 : 그럴듯한 거짓말에 내가 속을 것 같으냐?

해골 : 미련한 것. 사람은 생각을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느냐에 따라 진리를 터득하고 창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느니라.

집시 : 해가 지고 추워지기 시작했다. 우우, 우우우 아이 떨떨, 떨려어.

해골 : 저 지평선 아득히 이글거리며 마지막 빛으로 사막을 채색하는 해를 보아라. 얼마나 장엄하냐. 입만 살아 큰소리를 치면서 대자연의 섭리를 못 벗어나는 것. 추위를 타는 것은 살았다는 증거 지. 지체 말고 내 밑으로 들라.

집시 : 너의 밑으로?

해골 : 빨리 기어 들렸다.

집시 : ?

해골 : 얼어 죽으려면 그대로 있거라.

집시 : 우우우, 오늘도 네 신세를, 우우우.

해골 : 약한 인간.

집시 : 우 우우우. 들어가야겠다.

해골 : 약한 것이 큰소리는. 안 추우냐?

집시 : 모래가 따뜻하다.

해골 : 그래도 짐 앞에 목을 꼿꼿이 세우겠느냐?

집시 : 생각해 보겠다.

해골 : 말은 선한 사람이 다듬으면 진리가 되고 악한 사람이 다듬으면 독이 되느니라.

감시 : 그 말은 왜 하느냐?

해골 : 어리석은 너의 지혜의 눈을 뜨게 하고 싶다만 귀는 있으되 열리지 않으니 답답하도다.

집시 : 내 귀가 왜 닫혔다는 것이나?

해골 : 귀라고 다 귀가 아니니라.

집시 : 귀도 없는 해골이 살아 있는 나한테 별소리를.

해골 : 씨름에서 이긴 자에게는 상을 주지만 말싸움으로 이긴 자에게는 상이 없느니라.

집시 : …….

해골 : 어째 대답이 없는 것이냐?

집시 : 잠이 온다. 쿨쿨, 크크 쿨쿨.

해골 : 벌써 자려느냐?

집시 : 쿨쿨 크크 쿨.

해골 : 자는 것은 살아있는 자의 특권, 자는 흉내도 잃어버린 나는 왕 해골.

집시 : 쿨쿨, 크크 쿨…….

해골 :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은 밤은 낮을 기다리 고 낮은 밤을 기다리며 살아있는 것들의 나이를 세어 주며 무한대 공간과 영원으로 간다. 살아 있는 자의 숨소리를 들어본 지가 언제였던가.

집시 : 칵칵! ! 잘 잤다.

해골 : 넌 무얼 그렇게 중얼거리느냐?

해골 : 깼느냐?

집시 : 아주 잘 잤다. 그리고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

해골 : 꿈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빨리 일어나 아침이나 먹으렷다.

집시 : 고맙다. 친절한 해골.

해골 : 잔소리!

집시 : 유리관 위에는 어느 틈에 이렇게 맛있는 만나가 준비되는 것이냐?

 

13. 양심은 동물근성이 죽을 때 살아난다

해골 : 그건 산 자를 위한 하나님의 사랑이니라.

집시 : 하나님의 사랑?

해골 : 먹이를 주시는 하나님은 사랑이니라.

집시 : 그건 대자연이 주는 혜택일 뿐이다.

해골 : 거미가 어떻게 사는지 보았느냐? 거미는 하늘에 줄을 늘이고 망을 보다가 잠자리가 날아가다 걸리면 재배 빠르게 달라붙어 끈적거리는 진액을 뽑아 꽁꽁 묶느니라. 그리고 아직은 배가 고프지 않으니 두었다 먹어야겠다.’ 하고 구석으로 가서 눈을 붙이면 잡힌 잠자리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하고 애원을 하느니라. 거미는 넌 내 밥이야. 널 풀어 주면 내가 굶는 걸하고 얼굴을 돌리느니라.

집시 : 못된 거미.

해골 : 그러나 지나가던 참새가 날아들어 거미가 잡아 놓은 잠자리를 채 가느니라.

집시 : 저런, 나쁜 새가 아닌가.

해골 : 밥을 빼앗겨 억울해하고 있는 거미가 보는 앞에서 날쌘 매가 달려들어 새를 잡아먹느니라.

집시 : , 불쌍한 것들.

해골 : 누가 불쌍하다는 말인고?

접시 : 잠자리 그리고 참새.

해골 : 왜 갑자기 마음이 변했느냐?

집시 : 변한 게 아니라 약한 것들이 불쌍해진 거다.

해골 : 인간의 양심은 동물적인 본성이 죽을 때 살 아나느니라.

집시 : !

해골 : 왕이라 했느냐?

집시 : 그렇다. .

해골 : 짐이 왕인 줄 이제야 믿겠 느냐?

집시 : 그렇게 불러 보았을 뿐 아직은.

해골 : 아직? 왕과 신하가 어떻게 다른지 아느냐?

집시 : 왕은 신하를 어떻게 부릴까 생각하고 신하는 왕에게 어떻게 곱게 보이고 무슨 명령이 내려질까 기다리는 것이 다르다.

해골 : 네가 처음으로 그럴듯한 대답을 했느니라. 신하를 부리는 왕은 열 번 생각하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아야 하느니라.

집시 : 그럼 벙어리처럼?

해골 : 사람이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육십 년이 걸리느니라. 백성은 나이를 먹으면서 침묵을 배우지만 왕은 예스와 노를 먼저 배우느니라.

집시 : 왕은 태양이라고 하지만 사막의 태양 같아서는 안 된다.

해골 : 태양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집시 : 태양은 어둠의 혜택을 받아야 비로소 존재를 인정받는 것. 그렇듯 백성은 왕의 권위에 빛을 올려주는 존재다.

해골 : 그래도 한번 왕은 영원한 왕.

집시 : 넌 죽은 왕.

해골 : 죽어도 왕의 권위는 살아 있는 자를 다스리고 경배를 받느니라. 죽음이 무엇이더냐?

집시 : 죽음은 없어지는 것.

14. 죽음은 영혼이 낡은 몸을 떠나는 것

해골 : 벌레 같은 것. 죽음이란 영혼이 낡은 집을 버리고 다른 데로 이사하는 것이니라. 즉 죽음은 사람이 늙어서 못 쓰게 된 몸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것이란 말이니라. 더 쉽게 말하면 헌 옷을 벗어 버리고 새 옷을 갈아입는 것과 같은 것.

집시 : 해골이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는구나.

해골 : 인생은 시간에 속고 머물다 가는 것.

집시 : 나는 시간에 속고 살지 않는다.

해골 : 너 오늘 밤을 하루 더 지내고 여기를 떠나 고향으로 가면 어떠할 것 같으냐?

집시 : 고향 사람들이 반가워하겠지. ! 떠나온 고향이 그립구나. 어쩌다 길을 잃고 이 모래 벌판에서 왕인 체하는 널 만나 신세를 지는지.

해골 : 건방진 놈. 여기서 하루를 지내는 동안 너의 고향에는 몇 년이 지나갔는지 아느냐?

집시 : 이틀이 지났을 뿐이다.

해골 : 여기서 하루는 너의 고향에서는 36년 반이 지나는 것이니라.

집시 : 무슨 헛소리?

해골 : 너는 지금 네 고향 나이로 백 살이 넘은 늙은이라는 걸 알아야 하느니.

집시 : 나는 서른여섯 살이다.

해골 : 서른여섯이 두 번 지나고 한나절이 지나서 백년이 지난 것이고 네 나이 서른여섯을 더하면 백 스물여섯 살이 되었느니라.

집시 : 해골! 헛소리는 그만하고 정신 차려.

해골 : 네 고향에서는 너의 증손자들이 너의 제사를 지내고 있느니라.

집시 : 말거리가 없으니 별소리를 다 꾸미는구나, 해골.

해골 : 짐이 하찮은 것한테 헛소리를 하겠느냐?

집시 : 헛소리가 아니면?

해골 : 너는 짐의 자비를 받고 지내다가 먼지로 날려 저 모래 벌판에 흩어질 존재.

집시 : 무섭다.

해골 :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무엇인지나 아느나?

집시 : .

해골 : 왕이 왜 무서우나?

집시 : 그냥.

해골 : 사람이 무서워하는 건 왕이 아니고 남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것이니라. 그 기대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가장 두려운 것이니라.

집시 : 왕한테 기대한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왕이 두려웠다.

해골 : 바라는 것을 왕이 도와주면 어떠하겠느냐?

집시 : 고맙고 황공하겠지.

해골 : 고마워할 때 사람은 공포에서 벗어나느니라.

집시 : 뭐라고?

해골 : 세상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모든 이권에서 나라는 것을 버려야 하느니.

집시 : 재미있는 해골. 철학적인 데가 있는데 어디서 배웠느냐?

해골 : 철학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터득하는 지식이니라. 불학철학(不學哲學) 이활득리(以活得理), 즉 철학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니라.

집시 : 해골이 한문도?

해골 : 바보 껍데기.

접시 : 바보 껍데기?

해골 : 네 이름이니라.

집시 : 내 이름은 따로 있다.

15. 짐 중에 가장 무거운 짐은

해골 : 이름이 있으면 무얼 하겠느냐. 이름이란 남이 불러 줄 때 소용이 있는 것. 넌 바보 껍데기.

집시 : 놀리는 거냐?

해골 : 무엄하다. 짐이 내린 이름을 무릎 꿇고 받을지니.

집시 : 농담도 잘한다.

해골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무엇인지 아느냐?

집시 : 안다.

해골 : 알아?

집시 : 여자, 아주 예쁜 여자.

해골 : 바보 껍데기.

집시 : 틀렸냐?

해골 : 경국지색으로 예쁜 여자는 하나님이 독으로 사용하는 것이니 예쁘기는 해도 아름다울 수는 없 느니라.

집시 : 또 궤변!

해골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욕심의 크기를 줄이고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니라.

집시 : 세상에 그렇게 미련한 사람은 없다.

해골 : 그러기에 아름다움이 귀한 것. 아름다운 것은 마음에 붙은 욕심을 뜯어내고 신이 내린 모습으로 남는 것이니라.

집시 : 너는 빼만 남은 해골. 그 꼴이 네가 말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나?

해골 : 뼈만 남은 과인도 아직 못 버린 것이 그 짐이니라. 짐 중에 가장 무거운 짐이 무엇인지 알겠느냐?

집시 : 모른다. 나는 아무 짐도 지지 않았으니까.

해골 : 어리석은 껍데기.

집시 : 몸뚱이 하나뿐인데 내가 무슨 짐을?

해골 :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은 욕심이니라.

집시 : 아름답고 무거운 것이 문제가 아니다. 난 당장 얼어 죽을 것만 같다. 어느새 해가 지지 않았 느냐. , 우우우.

해골 : 내 밑으로 들라.

집시 : ?

해골 : 유리관 속으로 들렸다.

집시 : 알았다. 떨려서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네 밑으로 들어간다.

해골 : 들라.

집시 : 명령이냐?

해골 : 왕은 명령으로 베푸느니라.

집시 : 고맙다. 관 밑은 모래가 따뜻하여 좋다.

해골 : 불쌍한 껍데기.

집시 : 아무렇게나 불러도 좋다, 이 껍데기는 주무신다.

해골 : 잘 자거라 껍데기, 오늘은 다른 날보다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분다. 하늘에는 별들이 노란 눈을 뜨고 내려다보고, 바람은 밤새도록 나의 무덤을 산으로 만들고 죽은 자들 무덤 위로 역사는 호른다. 사막이 얼마나 매정한지 모르는 보헤미 안.

집시 : 쿨 쿨쿨 크크 쿨.

해골 : 바보 껍데기 잘도 잔다. 내일 아침이 어떤 모습으로 저를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16. 하나님 이야기는 골치 아파

집시 : , 잘 잤다. 그런데 왜 이렇게 어둡지?

해골 : …….

집시 : 해골! 해골!

해골 : …….

집시 : 해골! 왕 해골!

해골 : …….

집시 : 해골! 왕 해골! 죽었냐?

해골 : …….

집시 : 왕 왕 왕!

해골 : …….

집시 : 내 말 안 들리느냐? , 넌 죽은 거야?

해골 : …….

집시 : , 왕 뼈다귀!

해골 : 듣자 듣자 하니 무엄하다.

집시 : 해골, 살았느냐?

해골 : 하나님께 바친 영혼은 위대하니라.

집시 : 누가 영혼을 바쳤다는 거냐?

해골 : 나는 살았을 때 영혼을 하나님께 바쳤었느니라.

집시 : 하나님이 있다고 믿는단 말이냐?

해골 : 그러하니라.

집시 : 하나님을 보고 믿는 거냐?

해골 : 보지 않고 믿는 믿음이 크다고 했느니.

집시 : 나는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 믿지 않는다.

해골 : 네 마음을 네가 본 적이 있느냐?

집시 : 없다. 그것과 무슨 상관이냐?

해골 : 네 속에 네 마음이 있는 것은 믿느냐?

집시 : 믿는다.

해골 : 그 믿음이 바로 하나님도 있다고 믿어야 하는 이유니라.

집시 : 내가 알고 싶지 않은 골치 아픈 하나님 이야기는 하지 말자. 아침이 되었을 텐데 왜이 렇게 어두운 것이냐?

해골 : 사람은 하나님은 알고 싶어 하면서 자기가 어떤 사람인가는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병이니라.

집시 : , 잘났어. 죽은 뼈다귀가 아는 체는!

해골 : 네가 지금 어떤 처지에 있는지는 아느냐?

집시 : 네 신세를 좀 지고 있는 중이지.

해골 : 곱게 있으렷다.

집시 : 고리타분한 너하고 말씨름하기 싫어서 떠나야겠다.

해골 : 언제?

집시 : 해 뜨면.

해골 : 그러려무나. 해가 뜨면 가도록 하여라.

접시 : 내가 가면 너도 많이 심심하겠지?

해골 : 수천 년의 고독을 즐긴 짐이니라.

집시 : 그렇게 갇혀 있으면서도 행복하냐?

해골 : 네가 찾는 행복은 사람이 득실거리는 시장을 통하여 얻지만 짐이 찾는 행복은 사람 없는 빈 곳에서 얻느니라.

집시 : , 뼈다귀처럼 딱딱한 말만 하여 나는 네가 싫어졌다.

해골 : 싫다고 네가 피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아무 것도 없느니라.

집시 : 무슨 말이냐?

해골 : 너는 사람.

집시 : , 너는 사람이 아니었느냐?

해골 : 짐은 영원한 왕. 그러나 너는 사람. 무한대 우주 공간과 무한한 시간의 한 시점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존재, 그것이 사람이니라.

17.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집시 : 머리 아프다. 또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거냐?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하자.

해골 : 그럴까?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집시 : 그래? 진작 그럴 것이지.

해골 : 배 안 고프냐?

집시 : 안 고프다. 그런데 오늘은 해가 이상하게 늦게 뜨는 것 같다.

해골 : 해가 뜨자면 한참 남았느니라.

집시 : 뭐라고?

해골 : 너와 짐은 굉장한 모래 산 속에 갇혔느니라.

집시 : 무슨 말이나?

해골 : 어제 밤에 엄청난 모래 바람이 일어나 우리를 덮었느니라.

집시 :농담.

해골 : 기다려 보거라. 졸리면 자고, 잠이 안 오면 짐의 가르침을 받도록 하라.

집시 : 이해할 수 없는 말만 하는구나. 나는 그만 떠나고 싶다.

해골 : 떠나거라.

집시 : 이상하다. 발로 밀어도 모래가 꼼짝 않는다

해골 : 그래서 기다리라는 것이니라.

집시 : 언제까지 기다린단 말이냐?

해골 : 한숨 잠깐 자고 나면.

집시 : 또 자라고?

해골 : 아니면 내 훈계를 듣도록 하라.

집시 : 아직도 명령 이냐?

해골 : 왕은 명령하는 권위를 즐기느니라.

집시 : 난 자겠다. 해 뜨거든 깨워라.

해골 : 알았느니.

집시 : 쿨쿨 크크크 쿨.

해골 : 더 자거라. .

집시 : 쿨 쿨쿨!!

해골 : 인간은 하나님 없이도 산다고 까불지만 영혼은 하나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

집시 : 쿨 쿨쿨 크클 쿨쿨

해골 : 집이 무너지면 버리고 떠나는 사람처럼 육신이 낡으면 껍데기를 버리고 떠나는 영혼의 매정함을 모르고 제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 육체를 아끼고 가꾸고 물욕에 눈이 어둡고, 다 소용없는 짓.

집시 : 크 쿡쿡! 아 잘 잤다. 그런데 이상하다. 여기가 어디냐?

해골 : 깼느냐? 네가 자는 동안 모래 산은 바람에 다 날아가고 짐은 사람들에 의해 사막에서 이리로 모셔졌느니라. 너는 내 아래 설치된 유리관에 갇혔느니라.

집시 : 내가 갇히다니, 여기가 어디냐?

해골 : 여기는 박물관이니라. 잠시 기다려 보거라. 저기 사람이 오고 있다. 저 사람이 하는 소리가 들리느냐?

집시 : 들린다.

해골 : 뭐라고 하느냐?

집시 : 오늘은 사람들이 더 많이 오겠지. 오래 묵은 해골들이 이렇게 관람객을 모아들이는 상품이 될 줄이야 하고 중얼거린다.

해골 : 어떠하냐?

집시 : 해골, 넌 죽었지만 나는 살아 있는 몸. 사람들이 너를 보기 위해 몰려든다는 말이 아니냐? 그런데 내가 왜 여기서 구경거리가 되어야 하느냐?

해골 : 사람들이 몰려온다. 조용히 해라.

집시 : 자칭 왕, 너의 해골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 나는 잠이나 자겠다.

해골 : 넌 사람들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니라.

집시 : 왕 해골, 저 사람이 하는 소리가 무슨 소리냐?

해골 : 너는 내가 죽어 묻힐 때 내 신하로 순장한 것이라고 하지 않느냐?

집시 : 저 사람들이 정신이 돌았구나. 살아 있는 내가 너같이 오래 묵은 해골의 신하라니 말이 되느냐?

해골 : 너하고 짐은 칠천 년의 시간 간격이 있느니.

집시 : 난 나가고 싶다.

해골 : 나가고 싶으면 나가도 좋으나 너는 저 사람의 허가를 받아야 나갈 수 있느니라.

집시 : 저 사람이 누구냐?

해골 : 박물관 관장.

집시 : 관장? 저것들이 나까지 해골로 취급하는 건 아니겠지?

18. 사람은 아는 것만큼 보느니라

해골 : 관장이 저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말을 들어보거라.

집시 : 저 관장이라는 자가 나를 가리키며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 너는 왕이라 골격이 크고 나는 신하라 골격이 아주 작다고 하는구나.

해꼴 : 짐도 들었느니라.

집시 : 너는 해골이고 나는 살아 있는데 나까지 해골로 취급하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

해골 : 딱 하도다.

집시 : 누가 말이냐?

해골 : 저 사람들이 하는 소리 잘 들어보거라. 너를 가리키며 아주 왜소한 몸이라 사람 같지 않다고 하지 않느냐?

집시 : 건방진 놈들. 나를 해골취급 하다니!

해골 : 너 자신을 알라고 한 철학자도 너의 시대에 살았느니라. 그 철학자는 사람의 마음을 꼬집었지만 너한테는 그 말이 네 꼴을 알라는 말이니라.

집시 : 내가 어때서 너까지 나를 놀리는 거냐?

해골 : 배고프지 않으냐?

집시 : 지금 배고픈 게 문제가 아니다.

해골 : 배가 안 고픈 이유를 알겠느냐?

집시 : 화가 나서 배고픈 생각이 달아났다.

해골 : 네 몸에는 물기가 전혀 없느니라.

집시 : 물기가 없다고?

해골 : 너는 오백 년 동안 사막에서 여기까지 오는 사이에 온 몸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고 네 내장도 바싹 말라 가루가 되어 너한테서 빠져나간 지 오래니라.

집시 : 왕 해골, 농담이 심하다.

해골 :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거라.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하느냐?

집시 : 나를 가뭄에 말라 죽은 개구리처럼 생겼다고 하는구나. 그래도 내가 이대로 듣고 있어야 하는 거냐?

해골 : 나가서 그 사람을 응징하거라.

집시 : 저게 뭘 안다고 그따위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해골 : 사람은 아는 것만큼 보느니라.

집시 : 내가 뭘 모른다는 소리?

해골 : 저 사람이 하는 소리를 잘 들어 보아라.

집시 : 내가 이렇게 살아 있는데 저 사람은 내가 죽은지 천 년이 넘는 해골이라고 지껄이는구나.

해골 : 너는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니니라.

집시 : 그럼 내가 죽었단 말이냐?

해골 : 사람의 생명은 시간의 길이를 재다가 끝나지만 영혼은 시간의 길이를 재지 않느니라.

집시 : 왕 해골, 내가 정말 죽은 것이냐?

해골 : 저기 머리가 하얀 늙은이를 잘 보거라.

집시 : 그가 누구냐?

해골 : 너의 40대 후손이니라.

집시 : 농담이 심하다.

해골 : 짐과 너는 이제 후손들의 구경거리가 되었느니라.

집시 : 구경거리가 되다니 말도 안 된다.

해골 : 짐이 너를 처음 만나 뭐라고 했더냐?

집시 : 글쎄?

해골 : 그때는 네가 서른 살의 젊은 청년이었고 너는 나를 해골이라고 깔보고 비웃었느니라.

집시 : 나는 부모님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19. 한번 죽으면 더 죽을 자격도 없다

해골 : 너는 고향 사람과 후손의 구경거리로 남아 있는 것만도 은혜인 줄 알렸다.

집시 :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하는 것이냐?

해골 : 저 구경하는 사람들이 다 죽고 그들의 후손이 구경하며 돌아갈 때까지니라.

집시 : 그렇다면 차라리 죽고 싶다.

해골 : 인간에게 육신의 죽음은 한 번뿐이니라. 너는 이미 죽은 터라 더 죽을 자격도 없느니라.

집시 : 저 사람이 하는 소리가 들리느냐?

해골 : 저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말하지만 저 사람도 잠깐 사이에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흙으로 돌아가 살이 썩고 뼈가 부스러지면 벌레가 파먹고 배설하면 그것을 나무뿌리가 빨아먹고 그 진액은 나무 끝에서 꽃으로 피고, 잎으로 피었다가 가을이면 떨어져 낙엽으로 구르고, 낙엽은 말라 가루가 되어 바람에 정처 없이 날아가 사막에도 내리고 바다에도 내리고……. 저 사람은 천 년 안에 뼈 조각 하나 건지지 못할 줄은 모르고 짐을 비웃느니라.

집시 : 내가 죽어 천 년이 넘는 세월을 이 모습 이대로 간직된다는 말이 사실이오?

해골 : 그러 하니라. 네가 살아서 짐을 처음 만나던 날 나는 너의 미래 모습이고 너는 나의 과거 모습이라고 하지 않았더냐?

집시 : 기억납니다. 전하.

해골 : 어째서 갑자기 전하라 하느냐?

집시 : 내가 살아 젊었을 때 유리관 속의 뼈만 보고 함부로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옵니다.

해골 : 존경받을 만한 존재가 존경도 받아야 하는 것. 내나 너나 구경거리 해골, 무엇을 더 가릴 것이 있겠느냐?

집시 : 한번 왕은 영원한 왕이십니다.

해골 : 그렇지 않다. 나는 왕이 아니다.

집시 : 아니옵니다. 왕이십니다.

해골 : 나는 해골이다. 머리만 내 것을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해골.

집시 : 제가 해골로라도 후손들이 찾아와 구경해 주는 것을 보는 것은 전하의 은혜입니다.

20. 큰소리치는 사람 큰일은 못 한다

해골 : 그렇게 말하면 내 후손이 고맙구나. 나를 수정관에 안치하고 너까지 데려올 수 있는 부속실까지 해놓았으니 말이다.

집시 : 전하, 저기 안경을 쓴 깡마른 사람이 제자들을 모아 놓고 하는 소리를 들으셨습니까?

해골 : 들었다. 나를 이천 년 전에 죽은 이집트의 바로 왕이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널 순장한 바로의 신하라고 하면서 제법 아는 체를 하는구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집시 :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가소롭지 않습니까?

해골 : 무슨 소리가 하고 싶은 것이냐.

집시 : 사람은 자기보다 조금 더 배우고 힘 있는 사람을 존경하고 죽는 것이 두려워서 살아가는 이야기 만하지 않습니까? 남보다 조금 더 배운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고 조금 더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해골 : 조금 더 배운 사람이나 조금 더 산 사람이나 해골이 되는 데는 너와 나처럼 더 나을 것도 없는 존재. 인간은 죽음이라는 순간을 넘으면 다 외로운 나그네가 된다. 그리고 사는 이야기가 끝나면 철학이 남을 뿐. 철학은 마치 해골 같아서 산 사람들한테는 가까이하기 어려운 학문이니라.

집시 : 살았을 때는 떵떵거리고 사는 사람이 부러웠습니다.

해골 : 큰소리 잘 치는 사람 치고 큰일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느니.

집시 : 전하를 보러 오는 사람이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박물관장은 신이 나서 날마다 싱글벙글합니다.

21. 꽃이 예쁘면 길은 절로 난다

해골 : 그런 것 같구나. 짐이 옷 한 벌 못 입고 빌려온 몸통과 주워온 다리를 달고 이렇게 세인의 구경거리가 될 줄은 몰랐느니라.

집시 : 참 신기합니다. 우리가 이리로 처음 왔을 때는 얼마나 한적했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구경꾼이 끊이질 않습니다.

해골 : 저 깡마른 선생 때문이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무엇이나 굉장히 아는 체하고 나를 바로라 고 떠들어대니까 바로의 모양이 어떤 것인지 보고 싶어서 모여드는 것이다. 내가 람세스인 줄을 안다면 더 놀랄 것들이.

집시 : 꽃이 예쁘면 길은 저절로 난다는 말이 있지만 꽃도 아닌 해골이 누워서 길을 내고 있으니 재미있습니다.

해골 : 곷길은 인간의 호기심이 내는 흔적이니라.

집시 : 옳습니다. 전하.

해골 : 구경하러 온 저 여자들을 보아라. 어떤 여자는 우는 모습도 예쁜데 어떤 여자는 웃는 모습도 예쁘지 않구나.

집시 : 그렇습니다. 예쁜 여자는 우는 것도 예쁜데 못생긴 여자는 웃는 것도 예쁘지 않습니다.

해골 : 해골이 누워서 별 소리를 다 지껄이는구나.

집시 : 전하, 불편한 데는 없으십니까?

해골 : 전하는 무슨 전하. 너나 내나 다 같은 해골. 해골이 불편할 것이 무엇이겠느냐.

22. 사람의 지식은 한계가 있는 것.

집시 : 전하는 매우 겸손하십니다.

해골 : 오만하지 않으면 겸손한 것. 내게 오만할 것이 없지 않으나?

집시 : 언제까지 이렇게 구경거리로 있어야 합니까?

해꿀 : 부끄럽고 지루하냐?

집시 : 사람들은 전하를 존경하며 사진까지 찍어가지만 저를 보고는 말라 비틀어져 죽은 개구리 같다고 하는 말이 듣기 불편하옵니다.

해골 : 그게 바로 오만한 생각에서 오는 욕심이니라. 사람들은 나를 제대로 몰라서 그런 것. 내가 달고 있는 장군의 우람한 가슴뼈가 나를 돋보이게 하는 것뿐, 내 머리통을 보고 감탄하는 사람은 없느니라.

집시 : 전하, 저기 대학자로 알려진 인물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골 : 머리가 하얀 사람 말이냐?

집시 : 저 사람은 의학과 철학의 대가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해골 : 가까이 오는구나. 기대해 볼까?

집시 : 전하, 저 사람의 눈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해골 : 나를 보고 무슨 말을 할는지 들어보자. 아무리 눈이 특별나도 사람의 지식은 한계가 있는 것.

집시 : 저 사람이 폐하를 바로 왕이 아니라 구약시대에 살던 거인 삼손의 유골이라고 합니다.

해꿀 : 아무것도 모르면서, 가만히 있으면 학자 대우나받지, 제가 뭘 안다고.

집시 : 그런데 바로 그 곁에 있는 젊은이가 항의를 합니다. 폐하는 바로왕이라고 말입니다.

해골 : 나도 듣고 있느니라. 두 사람이 다 학자연하는 인물들인 것 같으니 고집싸움이 볼 만하겠구나.

집시 : 두 사람은 자기의 주장이 맞다고 우기고 따르는 사람들도 두 패로 갈렸습니다.

23. 고집은 절구로도 못 빻는다

해골 : 사람의 고집은 절구에 찧어도 빻아도 빻아지지 않는다고 했느니라. 저들은 우리를 더 유명하게 만들고 나를 왕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은 나의 신하가 되고 말 것 같다.

집시 : 한번 왕은 영원한 왕이십니다. 살아 있는 자들이 모두 폐하를 왕으로 대우하면 저는 굉장한 신분을 가진 신하가 되지 않겠습니까?

해골 : 굉장할 거야 없지만 보헤미안보다야 낫지 않겠 느냐?

집시 : 폐하, 영광입니다.

해골 : 해골이 된 처지에 영광이 무슨 소용. 그 영광이 산 자들의 밥 한 그릇만 하겠느냐?

집시 : 아무튼 날마다 심심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아이들, 늙은이, 여자, 남자, 애꾸, 벙어리 안 다녀가는 사람이 없으니 말입니다.

해골 :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고.

집시 : 저기 장님이 우리를 구경하러옵니다.

해골 : 장님이라 했느냐?

집시 : 그렇습니다. 장님이 틀림없습니다. 앞도 보는 사람이 어쩌자고 우리를 보겠다고 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해골 : 알았느니.

집시 : 뭘 말입니까?

해꿀 : 두고 보면 안다.

집시 : 이해가 안 갑니다.

해골 : 눈을 뜨고 아무것도 못 보는 사람이 있고 눈을 감고도 남이 못 보는 걸 보는 사람이 있느니라.

집시 : 전하, 농담도 잘하십니다.

해골 : 너는 신이 사람한테 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

집시 : 듣고 싶어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해골 : 그래도 사람들은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하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느냐?

집시 : 그런 말은 들어 보았습니다.

해골 : 그렇게 말한 사람은 어디서 하나님이 하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냐?

집시 : 모릅니다.

해골 : 보톤 사람은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지 못하지만 영적으로 깊이 하나님의 말씀을 찾는 자한테는 영적으로 말하느니라.

24. 눈을 감아야 보이는 세계

집시 : 그 말씀을 믿어도 되겠습니까?

해골 : 네 맘대로. 누가 억지로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준 사람이 있더냐? 그 말을 듣는 자는 영의 귀가 열려야 하느니라. 영적으로 귀먹은 사람이 어찌 영적으로 하는 말을 듣겠느냐.

집시 : 아무래도 저는 이해가 안 갑니다.

해골 : 하나님은 영이시라 영적으로 사람의 입을 통하여 말씀하시느니라.

집시 : 전하, 저는 무지해서 아무 소리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해골 : 사람은 소리를 듣고 눈으로 보아야 믿지만 소리를 듣지 않고 눈으로 보지 않고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있느니라.

집시 : 그 말씀대로라면 저는 장님이고 귀머거리 같습니다.

해골 : 눈을 감고 볼 수 있는 것은 영원한 것이고 눈을 뜨고 볼 수 있는 것은 순간이니라.

집시 : 소신은 모르겠습니다. 폐하의 깊은 뜻을.

해골 : 네가 제법 신하 노릇을 할 생각인가 보구나. 네 스스로 소신이라고 했느냐?

집시 : 그러 하옵니다. 폐하.

해골 : 처음 너와 내가 만났을 때처럼 당당하게 나를 해골이라 부르고 너라고 부를 때가 좋았느니라.

집시 : 신이 눈이 멀었었습니다.

해골 : 지금은 눈을 뜬 것이냐?

집시 : 황공합니다.

해골 : 나를 알아보는 순간 너는 장님이 되었느니라.

집시 : 무슨 말씀인지 못 알아듣겠습니다.

해골 : 저 장님이 어떻게 하나 잘 보아라. 지금 저 사람은 나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수정관을 손으로 쓰다듬고 있느니라.

집시 : 장님이 폐하의 눈을 보고 있다고 하셨습니까?

해골 : 이 세상에 저렇게 훌륭한 사람이 있다니!

집시 : 무엇이 훌륭합니까?

해골 : 저 사람은 나의 눈을 들여다보며 내 마음을 읽고 있느니라.

집시 : 장님이 무얼 본단 말씀입니까?

 

25. 안 보이는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

해골 : 장님이기 때문에 저에게는 영을 보는 눈이 있고 손끝은 세월을 만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느니라.

집시 : 소인은 전하의 말씀을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해골 : 그걸 이해했더라면 너도 왕이 되었을 것.

집시 : 황공하옵나이다.

해골 : 황공, 황공, 그 소리는 간신배들이 내 앞에서 귀가 닮도록 지껄이던 말이라 소름이 돋는다. 편하게 너라고 불러라.

집시 : 아니옵니다. 전하.

해골 : 저 장님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뿐인 눈 뜬 인물이니라.

집시 : 오직 한 사람?

해골 : 저가 하는 소리를 네가 그대로 해보거라.

집시 : 놀랍습니다. 전하는 람세스 1세이시고 이 유리관은 유리가 아니라 사막에서만 나는 고귀한 수정인데 이 관은 원자 폭탄에도 깨지지 않고 어떤 열을 가해도 전하의 유골은 손상을 입지 않는다고 합니다.

해골 : 그리고?

집시 : 전하의 두골은 람세스의 것이지만 가슴과 다리뼈는 훨씬 후대의 장대한 인물의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전하는 지금으로부터 팔천 삼백 년 전의 유골이라고 합니다.

해골 : 허허, 저런 인물을 내 신하로 두었더라면 얼마나 기뻤을꼬.

집시 : 저 사람이 전하의 말씀을 알아들은 것 같습니다. 저렇게 경의를 표하지 않습니까?

해골 : 저 사람은 내 말을 듣고 있느니라.

집시 : 눈을 감고 사는 사람이 어떻게 전하의 말씀을 들으며 모든 비밀을 알 수 있습니까?

해골 : 바로 저 손에 물질의 가치와 시간을 만지는 감각이 있느니라. 하나님은 장님에게 눈을 닫아 놓으면서 대신 눈으로 보지 못하는 은혜를 손끝에 베푸시느니라.

집시 : 폐하, 그것이 어찌 하나님의 은혜라 하십니까?

해골 : 무엄하다. 하나님은 거룩하시며 모든 생물에게 은혜를 균등히 베푸시느니라. 그러나 영적 구원은 하나님을 믿는 자에게만 은혜를 베푸시느니라. 죽은 너와 하나님은 상관이 없느니라.

집시 : 저는 하나님의 균등한 은혜를 입어본 적이 없 사옵니다.

해골 : 네가 살 동안 숨 쉴 공기와 마실 물과 햇빛을 남들과 똑같이 값없이 주었느니라.

집시 : 그래도 안 보이는 하나님을 인정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26. 내일이란 오늘이 만든 작품이다

해골 : 오늘은 어제의 생각이 데려다 놓은 자리에 존재하고 내일은 오늘의 생각이 데려다 놓을 자리에 존재하느니라. 오늘 하나님을 경배하면 내일 하나님 은혜의 자리에 있게 되느니라.

집시 : 보지 못한 하나님을 억지로 인정하는 것도 무리입니다.

해골 : 아직도 너는 눈뜬장님이니라. 저 장님이 내 나이를 알고 내 마음을 읽고 있는 이치를 깨닫지 못 하겠느냐?

집시 : 소신은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

해골 : 저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보아라. 지금 네가 들어 있는 관에 대하여 말하지 않느냐?

집시 : 제가 들어 있는 관은 열에 강한 유리로 되어 있으며 본래는 전하의 관 밑에 설치한 반침 관이었다고 합니다. 거기 집시가 들어가 죽고 모래가 아귀를 막았는데 사람한테 나오는 습기로 인해 그것이 돌처럼 굳었다 합니다.

해골 : 그리고?

집시 : 집시였던 소신은 추위를 이기려고 받침관 속으로 들어가 죽게 된 후대의 인물이라고 합니다. 장님이 그런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해골 : 그것은 하나님밖에 모르느니라.

집시 : 폐하, 저기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장님을 따르는 사람들 주변으로 의학 박사이며 철학박사 인 대학자가 많은 제자를 거느리고 다가오며 소리 치고 있습니다.

해골 : 무슨 말을 하나 들어 보아라.

집시 : 머리가 하얀 대학자가 장님을 꾸짖습니다. 눈이 멀어서 앞도 제대로 못 보는 주제에 무엇을 안다고 대학자의 고고학적 유골 감정에 이론을 다 느냐고 합니다.

해골 : 답답한 노롯이로다. 장님이 뭐라고 하는 것 같다. 무슨 소리냐?

27. 환경은 바꿔도 진리는 못 바꾼다

집시 : 장님은 자리를 뜨면서 사람의 힘으로 환경은 바꿀 수 있지만 진리는 바꿀 수는 없소.’ 하고 중얼거리며 갑니다.

해골 : 눈 감고 보는 세계를 눈 뜬 사람들이 어찌 다 볼꼬.

집시 : 대학자가 큰소리로 장님을 향해 병신은 병신답게 굴 때 동정을 받는 법. 제 앞도 못 보는 장님이 혹세무민하는 꼴이라니 가관이야! 제가 고고학을 했나 철학을 했나 학벌도 없는 장님이 감히 내 권위에 도전을 해!’ 하고 꾸짖습니다.

해골 : 그 말이 듣기에 어떠하냐?

집시 : 답답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추종하는 사람들은 대학자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며 장님을 멸시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장님이 불쌍합니다.

해골 : 세상은 약한 사람이 만든 권위에 속고 진리에는 눈이 멀어 있 느니라.

집시 : 저 대학자라는 자를 당장에 때려죽이고 장님이 말한 진실을 밝혀주고 싶습니다.

해골 : 죽음은 남이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죽는 것

집시 : 마마, 소신에게는 쉬운 말로 설명해 주시옵소서.

해골 : 허리는 깊이 숙일수록 존경을 받는 법. 그렇게 못 알아듣는 것이라면 쉽게 설명해도 못 알아 듣느니라. 마마라고 했느냐?

집시 : , 마마.

해골 : 너도 구역질나게 아부하는구나. 나하고 너나 하자 하였거늘.

집시 : 진정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생겨서 폐하께 마마라고 불렀습니다. 마마나 폐하 이상으로 부를 수 있는 말이 있으면 그것을 쓰겠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경칭이 없어서 유감입니다.

해골 : 있느니라.

집시 : 하교하여 주시옵소서.

해골 : 간단 하니라. 너라고 불러라.

집시 : 아니 되옵니다.

해골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에 부르는 말이 너와 나가 아니더냐?

집시 : 그렇지만 신하와 전하 사이에는 있을 수 없는 말이옵니다.

해골 : 너는 나의 신하가 아니니라. 너보다 칠천 년이나 오래 전에 살다 죽은 그 시대의 왕일뿐.

집시 : 맞습니다. 하오나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진리입니다. 신분과 지혜는 시간이 고칠 수 없고 세월이 바꿀 수 없는 것이 옵니다.

해골 : 네 말이 그럴듯하기는 하지만 너와 나 사이는 세월의 강이 너무 넓구나. 너의 할아버지와 너의 친아버지가 물에 빠져 죽게 되었다면 누구를 먼저 건지겠느냐?

28. 예쁜 여자를 조심하라

집시 : 아버지를 먼저 구해야하지 않을까요?

해골 : 이번에는 너의 아버지와 아들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린다면 누구를 먼저 구하겠느냐?

집시 : 아들이지요.

해골 : 아버지는? 아버지는 죽어도 좋다는 말이렷다? 또 너의 아버지와 아들과 손자가 물에 빠졌다면 누구를 먼저 구하겠느냐?

집시 : 전하, 너무 어렵습니다.

해골 : 어려워도 대답은 해야 하느니라.

집시 : 전하라면 누구를 먼저 구하시겠습니까?

해골 : 당연히 손자니라.

집시 : 왜 그러 하옵니까?

해골 : 손자는 미래고 할아버지는 과거고 아버지는 현재와 같은 것. 역사는 미래를 향해 갈 뿐 과거는 돌아보지 않는 것이니라.

집시 : 저는 둔해서 전하의 말씀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해골 :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촌수가 가깝고 과거 이익보다 미래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사람이니라. 과거라는 죽음에 가까이 다가간 사람보다는 미래가 보이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느니라.

집시 : 마마. 어찌 그런 세속적인 것까지 아시옵니까? 감동이옵니다.

해골 : 모든 것을 알아도 모르는 척하는 왕이 명군이니라.

집시 : 전하, 저기 좀 보시옵소서. 아주 예쁜 여자와 꺼벙하게 생긴 남자가 손을 잡고 오고 있고 그 옆에 멋진 신사가 못생긴 여자 손을 잡고 옵니다.

29. 보기 드문 미인이

해골 : 그게 어떻다는 것이냐?

집시 : 보기 드문 미인이 나타났기 때문에 말씀드린 것 이옵니다.

해골 : 다른 것은 안 보이고 아직도 미인한테만 마음이 가느냐?

집시 :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지 않사옵니까?

해골 : 이런 이야기가 있느니라. 두 친구가 길을 가다가 끄나풀 두 개가 길바닥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느니라. 하나는 금줄이었고 하나는 거친 삼 줄이었느니라.

집시 : 금줄을 먼저 잡으려고 싸움이 났겠습니다.

해골 : 두 사람 중 약삭빠른 사람이 금줄을 잡았고 둔한 사람은 삼줄을 잡았느니라. 인생은 내일 일을 몰라야 오늘 편히 살 수 있느니라.

집시 : 금줄 잡은 사람은 횡재했겠습니다.

해골 : 금줄 잡은 사람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그 금줄이 천 길 낭떠러지 밑으로 흘러내린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따라 가다가 떨어져 죽었느니라.

집시 : 삼줄 잡은 사람은 어찌 되었습니까?

해골 : 삼줄은 넓은 들판을 끝없이 가르고 흘러갔는데 그 끝까지 당도해 보니 땅 주인이 예쁜 딸을 데리고 맞으면서 걸어온 넓은 땅과 딸을 다 주어 행복하게 살았느니라.

집시 : 너무 약삭빨라도 안 되겠습니다. 전하.

해골 : 저 두 사람이 바로 그런 형국이니라.

집시 :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해골 : 예쁜 여자와 손을 잡은 꺼병이는 재벌 아들이니라. 그러나 여자 외모에만 눈이 멀어 저 여자가 진 짐을 다 감당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가진 재산을 다 쓰고도 모자라 거지가 될 것이니라.

집시 : 못난 여자를 잡은 멋진 남자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해골 : 처음에는 예쁜 여자가 멋진 사내를 좋아했지만 꺼벙이가 못나기는 했어도 부자라 잘난 남자를 버렸느니라.

집시 : 할 수 없이 잘난 남자는 못난 여자를 택할 수밖에 없었겠습니다.

30. 사람은 죽음을 통해 시공을 얻는다

해골 : 잘난 남자는 지혜로운 사람이라 예쁜 여자를 아내로 맞을 생각을 하지 않았느니라.

집시 : 못난 여자는 어떻게 됩니까?

해골 : 못난 여자는 본래 재벌의 딸이었지만 그가 부잣집 딸인 줄을 모르고 잘난 남자가 그 손을 잡았 느니라.

집시 : 저 멋쟁이는 장차 부자가 되고 꺼병이는 가난뱅이가 된다는 말씀 아닙니까? 전하는 운명철학도하셨습니까?

해골 : 운명철학은 심약한 사람이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며 택하는 어리석은 짓이니라. 사람은 지나간 일보다 다가올 운명을 알고 싶어 하지만 모든 것은 밟아 온 과거가 미래를 만들어놓는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느니라.

집시 : 미래가 알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해골 : 산 너머 비구름이 떠 있는 것을 알면 밀린 빨래를 하지 못하느니.

집시 : 불운은 예방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해골 : 무엇이 가장 두려운 불운이라고 생각하느냐?

집시 : 한두 가지가 아니라.

해골 :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불운은 죽음이 아니겠느냐?

집시 : 죽음보다 두려운 것은 없을 것이옵니다.

해골 : 살아 있다는 것만 해도 세상에는 더 두려울 것이 없지 않겠느냐? 그런데 무엇이 두렵겠느냐.

집시 : 억지 같습니다.

해골 : 모두가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사람은 죽음을 통하여 시간과 공간 밖으로 옮겨진다는 진리를 알아야 하느니라.

집시 : 전하, 저기 좀 보시옵소서. 구경꾼 가운데 이상하게 생긴 사람이 많은 사람을 거느리고 다가옵니다.

해골 : 전에 왔던 장님의 제자들이로구나.

집시 : 그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해골 : 전에 왔던 지혜로운 장님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백 년이 넘었느니라.

집시 : 전하 농담도 잘하십니다.

해골 : 너하고 농담이나 할 내가 아니니라.

집시 : 장님이 다녀간 지가 며칠이나 됩니까?

31. 아부는 낯간지러워

해골 : 너와 나의 하루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시간으로 백년이니라.

집시 : 그것을 어떻게 믿습니까?

해골 : 하루살이가 하루에 몇 시간이나 날다가 가는지 알겠느냐?

집시 : 하루살이는 너무 빨리 날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얼마나 살다 죽는지 모릅니다.

해골 : 하루살이의 하루는 보면서 죽은 자의 눈으로 산 자들의 수명은 보지 못하겠느냐?

집시 :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를 못하옵나이다.

해골 : 삶의 의미를 모르는 자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 낯간지럽게 소신, 소신하지 말고 나는 하고 말하거라.

집시 : 아닙니다. 전하.

해골 : 미련한 사람은 죽음으로써 모든 것이 끝나는 것으로 알지만 지혜 있는 사람은 그것을 믿지 않 느니라.

집시 : 전에 다녀간 장님이 죽은 지 오백 년이 되었다고 하셨는데 지금 저 장님의 제자들은 왜 오는 것입니까?

해골 : 사람들은 오백 년 동안 내가 누구인가를 놓고두 패로 갈려 싸움을 했느니라. 그래서 각종 과학 장비로 연구해 본 결과 장님의 주장이 맞았다는 결론을 내렸느니라. 장님의 판단은 눈뜬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였느니라.

집시 : 저들은 뭔가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해골 : 알고 있느니라.

집시 : 무엇을 말이옵니까?

해골 : 머지않아 저들은 우리를 지구 밖으로 끌고 나갈 것이니라.

집시 : 지구 밖이 무엇입니까?

해골 : 장님의 주장이 맞는지 실험해 보려는 것이니라.

집시 : 장님이 뭐라고 했습니까?

해골 : 이 수정관은 지구가 깨져도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이고 우주 밖으로 내보내도 다치지 않을 것이며 다른 별들보다 더 오래 우주에 남을 존재라고 했느니라.

집시 : 그럴 수가 있사옵니까?

32. 죽음이 두려운 건 산 자들의 몫

해골 : 두고 보아라. 머지않아 사람들은 나를 우주선에 태워 지구 밖으로 나갈 것이고 그때 너와 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존재로 하나의 별이 되어 우주를 날 것이니라.

집시 : 전하, 두렵습니다.

해골 : 무엇이 두려우냐?

집시 : 저 망망한 우주 공간을 날다가 유성에 부딪히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해골 : 그것이 격정이냐?

집시 : 죽는 것이 두렵습니다.

해골 : 이미 죽어서 해골이 된 너, 또 죽을 수도 없는 처지에 무엇이 무섭단 말이냐, 죽음이 두려운 건 산 자들의 몫이니라.

집시 : 전하, 저는 죽지 않았습니다. 죽었다는 말씀은하지 말아주십시오.

해골 : 몸은 죽었지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영이 살아 있으니 무엇을 더 바라겠느냐.

집시 : 전하,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죽음이 아니 옵니까?

해골 : 죽음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진짜로 죽을 자격이 없느니라. 죽음은 바로 영으로 소생하는 것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에게는 죽음보다 무서운 것이 없느니라.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고 움직이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것이니라. 그것을 얻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니라.

집시 : 유령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해골 : 발자취를 보이지 않게 걸어야 하느니. 보이지 않게 걷는 발자취는 의심을 받지 않느니라.

집시 : 날개도 없는데 날아다니라는 말씀입니까?

해골 : 육신에 매달려 있으면 날아다닐 수 없지만 육신을 버리면 날지 않아도 하늘에 사는 것이니라.

집시 : 육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전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육신을 버리라는 말씀이시옵니까?

33. 점쟁이 말은 믿지 마라

해골 : 육신이 아무리 소중한들 영혼만큼 소중하겠느냐? 너의 말라비틀어진 뼈다귀로 무엇을 더 하겠느냐?

집시 : 그렇게 말씀하시면 부끄럽습니다.

해골 :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이 무엇인지 알겠느냐?

집시 : 개인적으로는 주먹 힘이고 국가적으로는 핵폭탄이 아니겠습니까?

해골 : 그보다 강한 힘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마음 이니라.

집시 : 그건 바보나 하는 짓이 아닙니까?

해골 : 사욕 없이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것이 가장 강한 힘이라는 말이니라.

집시 : 전하, 골치 아픈 이야기는 그만하고 좀 재미있는 이야기는 할 수 없사옵니까?

해골 : 재미있는 이야기는 살았을 때 많이 하지 않았 더냐? 해골은 해골답게 인간의 탈을 벗고 새것을 이야기해야 하느니라.

집시 : 모르겠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살았어야 했습니다.

해골 : 네 맘대로 말이냐?

집시 :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전하, 저기 좀 보시옵소서. 사람들이 이상한 기계를 몰고 이리로 오고 있습니다.

해골 : 너와 내가 든 이 수정관을 실러 오는 것이니라.

집시 : 그걸 어떻게 아시옵니까?

해골 : 나는 이미 죽은 지 오래된 만큼 앞으로 있을 일도 그만한 세월은 내다보느니라.

집시 : 전하는 점쟁이십니다.

해골 : 점쟁이는 눈치로 반은 맞추고 반은 점치러 온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맞추느니라. 그래서 대통령 감을 놓고 무당과 점쟁이가 운명을 점치면 하나는 안 된다 하고 다른 하나는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러니 둘 중에 하나는 맞추게 되고 하나는 틀리게 되느니라. 그러나 내가 하는 말은 앞으로 될 일을 다 내다보고 하는 소리니라.

집시 : 앞으로 전하와 저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해골 : 기다려 보면 알게 되느니라.

집시 : 저 사람들이 우리를 기계 차에 실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34. 지구에서 흙보다 좋은 자료는 없다

해골 : 앞으로 한 시간 뒤에는 우주선에 실려 지구를 떠나게 될 것이 니라.

 

 

 

 

 

 

 

 

 

 

 

 

 

집시 : 지금 떠나면 언제 돌아옵니까?

 

:

해골 :떠났다 다시 돌아오고 싶으냐?

집시 : 정든 지구를 잊을 수 있습니까?

해골 : 지구란 우주 속에서 보면 아주 작은 흙덩어리라는 것을 알게 되고 지구에 사는 인간들이 어떤 존재인 것을 알게 된 뒤에 돌아올 생각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니라.

집시 : 전하, 사람들은 어느새 이 수정관을 커다란 비행체에 태웠습니다.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해골 : 해골이 불편할 것이 무엇이겠느냐? 사람들이 하는 것이나 잠잠히 보거라.

집시 : ! 대단합니다. 이렇게 큰 쇳덩어리로 만든 물체가 지구 밖으로 날아가다니 상상 밖입니다.

해골 : 이 쇳덩어리가 아무리 크고 단단해 보여도 내가 들어 있는 수정관에 비하면 바위와 계란 껍데기 같은 것이니라.

집시 : 이 수정관이 그렇게 단단합니까?

해골 : 우주선이 날다가 폭발을 해도 수정관은 귀퉁이도 다치지 않느니라.

집시 : 전하, 저기 바다가 내려다보입니다. 우주선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구를 멀리 떠나 있습니다.

해골 : 신기하냐?

집시 : 신기합니다.

해골 : 지구는 네 고향별이고 내가 다스리던 흙덩어리 별이니라.

집시 : 왜 흙덩어리별이라고 하십니까?

해골 : 흙이 생명에게 얼마나 좋은 재료인지 아느냐? 흙에는 아무 씨나 심어도 싹을 틔워주고 식물이나 동물을 자라게 하느니라. 금이나 은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것을 빻아 금가루나 은가루로 만들고 씨앗을 심어 놓아도 싹을 틔우지 못하느니라. 지구에서 흙보다 좋은 물질은 없느니라.

집시 : 금가루에 씨를 심고 물을 주면 되지 않습니까?

해골 : 물을 주어도 그것들은 식물 먹이가 되지 못하느니라. 흙이란 동식물의 먹이이기도 하고 생명을 키우는 젖과 같은 것이니라.

집시 : 전하, 지구가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해골 : 지구는 작아지지만 다른 별들은 어떠하냐?

35. 영혼한테만 보이는 영혼

집시 : 달이 커다란 육지처럼 보입니다. 저쪽에는 엄청나게 큰 별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갑니다. 전하, 두렵습니다. 이 우주선이 저 큰 별과 부딪히면 어떻게 됩니까?

해골 : 우주선은 순식간에 폭파되고 우리는 별 가운데 커다란 구명을 내고 파묻힐 것이니라.

집시 : 별은 어떻게 되나요?

해골 : 별에는 큰 불이 나고 먼지가 일어나 뒤덮을 것이니라. 그러나 어떤 별은 다이아몬드로 되어 있는 것도 있고 백금덩어리로 되어 있는 것도 있고, 황금덩어리, 혹은 바위덩어리, 모래덩어리, 먼지덩어리, 무쇠덩어리로 되어 있는 것 등 그 종류가 너무 많아 헤아릴 수가 없느니라. 이 수정관은 아무 데나 떨어져도 괜찮으나 다이아몬드별에 부딪치면 녹아 붙어 우리의 존재가 위험해느니라.

집시 : 다이아몬드별이 그렇게 무서운 별이라는 말씀이옵니까? 그 별을 만날까 겁이 납니다. 저쪽을 보 시옵소서. 지구가 돌아가는 북쪽 축을 중심으로 엄청난 어둠의 터널 같은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속으로 무엇인가가 무서운 속도록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해골 : 그것이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는 통로니라.

집시 : 그 통로로 무엇이 빠져나갑니까?

해골 : 사람의 영혼이 지구를 떠나는 것으로 그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죽은 자의 영혼들뿐이니라.

집시 : 영혼이 정말 있다고 생각하시옵니까?

해골 : 있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느냐?

집시 : 영혼을 보셨습니까?

해골 : 보았다고 말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준 적이 있 느니라.

집시 : 전에 그와 비슷한 말씀을 하선 기억이 납니다.

해골 : 너의 영혼과 나의 영혼은 아직 지구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으나 머지않아 지구를 아주 떠날 것이니라.

집시 : 지구는 우리보다 느린 속도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하는 동안 우주선은 지구를 네 바퀴나 돕니다.

해골 : 우리보다 몇 배나 빠르게 지구를 도는 각종 비행 물체가 있느니라. 지구 주위를 여름날 하루살이가 날 듯 각종 우주선과 로켓이 그 물을 친 듯 날고 있느니라.

집시 : 사람들 머리가 굉장합니다.

해골 : 광장하면 뭘 하겠느냐. 모두가 잠시 생겼다가 사라지는 모기떼 같은 것이 사람이니라.

36. 황금률을 이용하는 장사꾼

집시 : 왜 모기떼에 비교를 하십니까?

해골 : 모기처럼 나약하면서도 서로가 피를 빨다가 욕심을 못 다 채운 채 죽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 이니라.

집시 : 전하, 저 북극으로 난 검은 터널에서 무지갯빛이 쏟아져 나옵니다.

해골 : 그것이 무엇인지 알겠느냐?

집시 : 가르쳐 주옵소서.

해골 : 저 빛은 해가 져서 어두울 때만 보이느니라.

집시 : 참 신기합니다.

해골 : 우주에는 신기한 형상의 별들이 셀 수 없이 많으니라. 이렇게 작은 지구에도 신기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 않으냐?

집시 : 그러 하옵니다.

해골 : 온 세상이 변해도 변할 수 없는 재미있는 것이 있느니라. 정사각형 안에 원을 채워 그리면 원이 차지하는 면적과 사각형 네 귀퉁이에 남은 면적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알겠느냐?

집시 : 64쯤 될 것 같습니다.

해골 : 그럼 사람의 몸에 수분과 기타 물질의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알겠느냐?

집시 : 7525쯤 될 것 같습니다.

해골 : 공기 중에 질소와 다른 요소들의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알겠느냐?

집시 : 5050, 반반이 아닐까 하옵니다.

해골 : 그럴듯한 대답이니라.

집시 : 제 생각이 맞습니까?

해골 : 네 생각은 다 틀렸고 그 세 가지 모두의 비율은 7822이니라.

집시 : 어떻게 그렇게 같을 수가 있습니까?

해골 :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그 비율을 알아내고 장사에 이용하기도 하느니라.

집시 : 장사를 어떻게 합니까?

해골 : 돈 없어 못 살겠다는 사람과 돈 꾸어주고 싶은 사람 어느 편이 많겠느냐?

집시 : 당연히 돈이 없어 못 살겠다는 사람이 많사옵니다.

해골 : 그래서 너는 일생을 집 한 칸 없이 떠도는 집 시니라.

집시 :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해골 : 세상에는 돈을 꾸어주고 싶은 사람이 78이고 돈을 꾸고 싶은 사람이 22이니라.

집시 : 이해가 안 됩니다.

해골 : 만약 은행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 78이고 예금을 하려는 사람이 22라면 은행은 어떻게 되겠느냐?

집시 : 은행은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해골 : 당연히 닫아야지. 바로 그런 수의 이치가 사람들의 사업을 돕는 것이니라. 이 세상 사람이 악하다고 하지만 선한 사람이 78, 악한 사람이 22의 비율로 짜여 있다는 것을 알겠느냐?

집시 : 그런데 어째서 조금 전에 하시던 것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시옵니까?

해골 : 지구에서 빠져나가는 그 일곱 색 무지개 말이냐?

37. 죽음은 인간을 솔직하게 만든다

집시 : 그러 하옵니다.

해골 : 그 이야기를 쉽게 하자니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느니라. 들어 보거라.

집시 : 전하, 우주선이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습니다.

해골 : 걱정되느냐?

집시 : 큰일을 당하게 되는 건 아니옵니까?

해골 : 얼마 안 있으면 이 우주선은 다른 물체와 부딪혀 박살이 날 것이니라. 작은 지구 위에 너무 많은 것들을 띄워 놓아 고장 난 우주선이 미친 짓을 하게 되기 때문이니라.

집시 : 박살이 나면이 우주선에 타고 있는 우주인들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해골 : 그들이 살아 지구로 돌아갈 것 같으냐?

집시 : 모르겠습니다.

해골 : 그들 걱정보다 네 걱정이 더 되는 건 아니고?

집시 : 어차피 해골 신세인데 부서지면 어떻고 망가지면 어떻습니까?

해골 : 네가 두 번째로 그럴듯한 말을 했느니라.

집시 : 자기를 지나치게 아끼는 것은 스스로를 파괴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골 : 네가 뭘 좀 깨닫고 있는 것 같아 홍미가 생기는구나.

집시 : 저는 말로는 남을 돕는 척했지만 마음 바탕에서는 남의 생각을 진심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해골 : 솔직해서 좋다. 네가 이제 죽음을 앞두고 마음에 숨겨둔 진심을 꺼내 보이는 것이 아니겠느냐.

집시 : 우주선이 파괴되면 전하와 저도 더 이상 함께 있을 수 없는 것이 아닙니까?

해골 : 죽음처럼 인간을 솔직하게 만드는 것도 없느니라.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은 죽음을 의식하지 않고 삶의 기쁨을 더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니라.

집시 : 전하, 저기 엄청나게 큰 물체가 우리 쪽으로 날아오고 있습니다.

해골 : 대단한 충격이 일어나겠다.

38. 그들은 인간 소모품이었다

집시 : ! 아앗! 천둥소리보다 크고 무서운 소리가 나고 우주선은 파괴되어 날아갔습니다. 저기 불 덩어리로 날아가는 조각을 보시옵소서.

해골 : 우리는 어떠하냐? 안전한 거냐?

집시 : , 안전하옵니다.

해골 : 우리는 이제 지구의 자력에 의해 지구 둘레를 도는 작은 위성이 되었느니라.

집시 : 전하, 이 작은 수정관이 별이 되었다는 말씀입니까? 우리를 싣고 떠난 우주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해골 : 그들은 이미 10년 전에 죽었고 우주선은 지구를 돌면서 대기권 밖 우주의 비밀을 지구로 보내고 있었느니라.

집시 : 십년 전에 죽다니 무슨 말씀이옵니까?

해골 : 그들은 인간 소모품이었다. 어차피 인간은 어디서 죽든 언제 죽든 한번은 죽어야 하는 존재니라.

집시 : 너무 잔인한 말씀을 하십니다 전하.

해골 : 지구 자체가 우주 속에서는 보잘것없는 소모품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느니라.

집시 : 농이 심하십니다.

해골 : 심하고 허황되게 느껴지겠지만 내가 어떤 말을 늘어놓는다 해도 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니라. 우주 속의 비밀에 대하여 어떤 말을 얼마든지 많이 해놓아도 사람이 그 허황된 말을 밝힐 수도 없지만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니라.

집시 : 지나치게 허무한 공상은 잘못이 아닙니까?

해골 : 사람은 자기 능력껏 무슨 공상이든 할 수 있는 것이고 사람이 한 공상은 반드시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이니라. 사람의 지능은 공상의 한계에 부딪혀 우주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괴한 일들을 그려내지 못하는 것이니라.

집시 :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해골 : 무한대의 우주에는 지구인과 같은 생물체가 살고 있는 별이 수없이 많다는 말이니라.

39. 신학이 우주를 정복할 수는 없다

집시 : 그건 신학적으로 안 되는 말씀이십니다.

해골 : 신학으로 우주를 정복할 수는 없느라. 신학은 사람이 사람을 위해 만들어 놓은 이론일 수도 있고 신이 사람을 통하여 메시지를 줄 수도 있는 것이나 사람들은 사람이 사람을 위해 만들어 놓은 율법에 더 약하니라.

집시 : 전하, 신학을 연구하셨습니까?

해골 : 나에게 연구란 없느니라. 다만 시간이 깨우쳐주는 바른 이치를 말할 뿐이니라. 사람은 하나님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하나님의 진리는 제대로 지키지 아니하고 사람이 꾸며낸 말에만 귀를 기울이느니라.

집시 : 우리는 언제 지구로 돌아가게 됩니까?

해골 : 지구로 가고 싶은 것이냐?

집시 : 지구는 고향별이 아닙니까?

해골 : 고향별이 맞는다만 지금 지구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줄이나 아느냐?

집시 :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구가 달보다도 작은 별로만 보입니다.

해골 : 지구는 지금 아주 커다란 물 막 속에 갇혀 있 느니라.

집시 : 물막이 무엇이옵니까?

해골 : 지구에는 5억만 년에 한 번씩 표면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느니라. 너와 내가 머물렀을 때는 지구가 큰 불바다가 되기 오천 년 전이었느니라. 그 사이 지구는 오존층이 뚫어져 강렬한 태양열에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데다 전쟁을 하느라고 만들어 놓은 핵무기를 터뜨려 불바다를 이룬 채 1만 년을 보내었느니라. 그 열기로 인하여 남북극에 얼어붙었던 빙산이 녹아 지구 표면은 물로 뒤덮이고 열기에 증발한 기체가 하늘로 올라가 우주의 찬 공기와 부딪혀 거대한 물 막을 이루었느니라.

집시 : 사람들은 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해골 : 뭘 좀 알고 싶으면 제대로 묻거라.

집시 : 사람들은 다 살아 있습니까?

해골 : 살아 있다 해도 너와 나의 5억 년이 넘은 후손들이지만 다 타서 죽고 물에 빠져 죽어서 해골마저 없어졌느니라.

40. 사람과 짐승 무엇이 다른가

집시 :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해골 :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업보니라.

집시 : 앞으로 지구에는 또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됩니까?

해골 : 물막이 얼고 얼음 막으로 덮인 지구 표면은 온실처럼 되어 태양의 자외선도 안 들어가고 남북극이 모두 따뜻하고 바다는 수정같이 맑고 육지는 어머니 가슴처럼 부드러운 흙이 촉촉이 젖게 되느니라.

집시 : 사람이나 짐승도 없이 말입니까?

해골 : 지구 표면에는 생물체가 없고 고요한 평화가 적어도 5만년 동안은 계속될 것이니라.

집시 : 그 후에 어떻게 됩니까?

해골 : 그 후에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느니라.

집시 : 어떤 변화가 일어납니까?

해골 : 지구 중심에 무엇이 묻혀 있다고 했느냐?

집시 : 생명을 만드는 정액 호수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해골 : 그 생명체의 핵이 지구 밖으로 나와 물에서는 물고기가 되고 들에서는 풀로 돋고 산에서는 나무가 되고 나무와 물고기가 생긴 들에는 동물이 생기고 동물을 관장할 사람이 생기느니라.

집시 : 전하, 멋진 소설을 구상하고 계시옵니다.

해골 : 소설이 아니라 대하 다큐멘터리이니라.

집시 : 사람이 그렇게 생긴다는 것은 지나친 공상이옵니다.

해골 : 넌 뭘 제대로 아는 게 있느냐?

집시 : 성경에 사람은 하나님이 흙을 빚어서 만들고 코 에다 생기를 불어 넣어 사람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해골 : 그 말은 맞다. 사람이 흙에서 자연스럽게 생겨 나면 여느 짐승이나 벌레와 같은 것이니라. 육체가 생겼으니 육신이 요구하는 욕망이 생겨서 나무는 나무를 잡아먹고 물고기 물고기를 잡아먹고 짐승은 짐승을 잡아먹고 약육강식의 역사가 이루어지느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로 아무것이나 잡아먹고 생식하고 동식물과 똑같이 행동하게 되는데 그것은 육과 혼만 있는 상태이니라. 그러나 우주의 주관자는 영으로 오직 사람 한테만 한 육체에 하나씩 하나님의 영을 보내 어 사람을 보호하고 돕게 되느니라.

41. 천당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랴?

집시 : 그럴 듯한 거짓말이옵니다. 그런 이야기는 세상에 없는 줄로 아옵니다.

해골 : 육과 혼만 있는 사람한테 영이 함께 함으로 사람은 짐승과 달리 지혜를 가지고 지구를 관리 할 능력을 발휘하느니라.

집시 : 사람은 영이 떠나면 짐승이 되는 것입니까?

해골 : 짐승만도 못한 것이 되고 마느니라.

집시 : 우주를 주관하는 신은 어떤 존재이옵니까?

해골 : 그는 공간과 물체가 있는 곳에는 어디든 감찰하시느니라.

집시 : 그런 말은 성경에도 있습니다.

해골 : 너는 성경을 얼마나 아느냐?

집시 : 성경에는 천당이 있다고 하는데 친당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옵니다.

해골 : 천당은 마음속에 있다고 한 말이 기억나지 않느냐?

집시 : 그런 말은 들었지만 천당도 주소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니옵니까?

해골 : 천당의 현주소는 바로 네 마음이니라.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것이냐?

집시 : 그러하옵니다.

해골 : 우주에는 많은 별들이 질서 정연하게 날고 별마다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느니라. 또 그렇게 말하면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는 것이 사람들의 지능의 한계니라.

집시 : 별들이 무엇을 합니까?

해골 : 지구가 많은 생명이 생겼다가 죽고 또 새로운 생명이 나게 하는 일을 하고 있듯이 어면 별은 사람들에게 파견되는 영혼이 머물러 있기도 하고 어떤 별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람의 영혼이 있는 낙원별도 있느니라. 그런가하면 악한 혼이 영의 버림을 받고 한없이 잔인한 고통을 받는 지옥별도 있느니라.

집시 : 성경에는 없고 신학적으로도 안 되는 말씀입니다.

해골 : 물론 성경에는 없는 말이니라. 신학자가 들으면 펄쩍 뛸 말이지만 그런 사람이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

42. 신앙은 은혜로운 기쁨이 된다

집시 : 전하, 그리 말씀하시면 이단 시비에 걸리십니 다.

해골 : 이단이 무엇이냐? 자기 잣대를 세워 놓고 그 잣대에 안 맞으면 이단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냐? 벌레처럼 겨우 눈앞만 보고 백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해프닝이니라.

집시 : 전하 고정하시옵소서. 지금 하신 말씀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저는 어지럽습니다.

해골 : 성경을 믿으니 내 말에 어지러울 수도 있겠구나, 좋은 신앙은 은혜로운 기쁨이 되느니라.

집시 : 전하, 좋은 신앙은 행복을 가져옵니다. 행복은 행복할 것으로 믿는 사람에게만 온다는 것을 저는 신앙을 통하여 깨달았습니다.

해골 : 인간이 이룩한 행위를 인간이 심판할 수 없느니라. 인간이 이룬 행위의 심판은 영원한 신만이 할 수 있는 것, 그러하건대 내가 한 말이 이단적이라 너의 심기를 어지럽힌 것이냐?

집시 : 저는 전하의 말씀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들으면 저처럼 이해를 하지 않을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해골 : 모든 행위는 목표가 거대할수록 그 결과는 먼 곳에 있느니라. 내 말을 네가 이해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니라.

집시 : 전하께서는 이단 시비에 말려들 말만 하시옵니다.

해골 : 남의 죄를 심판 하려다가 오히려 죄의 노예가 되어 더 큰 죄를 범하게 된다는 것도 알 아야 하느니라.

집시 : 전하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지구만 뱅뱅 돌게 되옵니까?

해골 : 무엇이 그리 급하냐?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서하는 말이냐?

집시 : 옛 고향집이 그립습니다.

해골 : 네 고향은 이제 너와 상관이 없느니라.

집시 : 어째 그렇습니까?

해골 : 고향이란 머물 집이 있고 만나서 이야기할 사람이 있을 때 고향이니라. 네가 살던 곳에 가 보아도 거기는 사람들한테 너는 나그네일 뿐 아무 상관도 없는 존재니라. 너를 상대해 주는 사람이 없어도 좋으나?

집시 : 저의 후손이 살고 있을 것입니다.

해골 : 후손도 삼사 대 정도면 되겠지만 직계 조상이라 하더라도 천년이 지나면 남이니라.

집시 : 인간관계가 공간뿐 아니라 시간의 거리도 멀어지는 것이라는 말씀이시옵니까?

해골 : 제대로 알았느니라. 인간은 시간과 공간을 잠시 빌려 쓰다가 육신은 땅에 남기고 혼과 영이 육신을 떠나 신 앞에 다 돌려주고 나면 아무것도 없느니라.

집시 : 영과 혼은 어디로 갑니까?

 

43. 영과 혼이 어떻게 다른가

해골 : 영은 영의 별로 가고 혼은 영의 결정에 따라 갈 곳이 정하여 지느니라.

집시 : 영혼은 하나가 아니온지요?

해골 : 영은 신이 하늘에서 보낸 천사이고 혼은 육체가 태어 날 때 땅에서 받은 욕심의 악귀니라.

집시 : 영과 혼이 다르다는 말씀 같은데 어떻게 다 르 옵니까?

해골 : 길을 가다가 돈이 떨어진 것을 보면 어떻게 하겠느냐?

집시 : 누군가 잃어버린 것이니 발견한 사람이 집어도 되지 않습니까?

해골 : 그 돈을 주워 주머니에 넣으면 마음이 편할 것 같으 냐?

집시 : 썩 편하지는 않습니다.

해골 : 무엇 때문이냐?

집시 : 양심이 마음을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해골 : 그 양심이 바로 하나님 신이 보낸 영이 하는 일이니라.

집시 : 양심대로 산다는 것은 영의 뜻을 따라 산다는 말과 같습니까?

해골 : 그러하니라. 영은 사람이 태어나면 천사의 별에서 파견 나온 천사가 그 사람이 자라고 장가가고 자식 낳고 살다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는 보호자이며 심판자이니라. 운동 경기를 할 때 심판이 선수를 관리하는 것과 같으니라. 사람은 일생 동안 어디를 가든 무슨 일을 하던 영과 혼과 육의 싸움을 벗 어 나지 못 하느니라.

집시 : 혼은 어느 편이 옵니까?

해골 : 혼은 육의 말만 따르느니라. 혼은 땅에서 나왔기 때문에 육의 편에서 영을 거부하지만 혼이 영의 가르침을 더 많이 따르고 육의 욕망을 이겨낼 때 영은 혼을 구원하느니라.

집시 : 혼이 영을 돕지 않고 거부하면 어떻게 됩니까?

해골 : 우주에는 여러 별이 있느니라. 끝없는 공간에 셀 수 없는 무량대수의 별들이 떠다니고 있어서 지구 사람 하나에 별 하나씩을 안겨주어도 별 육십 억 개를 주고도 끝없이 남아 도는니라.

***44

집시 : 별 하나에 사람 하나씩을 나누어 주어도 별이 남는단 말이옵니까?

해골 : 남는 정도가 아니니라. 별의 숫자는 무량대수라고 하지 않았느냐? 무량대수가 무엇이냐? 사람의 머리로는 수를 셀 수 없는 최대의 극대 수를 무량대수라 하느니라. 지구에 살아 있는 사람으로는 경(()=경의 만 곱절)에만 미치려도 앞으로 수십억 년이 지나야 하느니라. 그러한데 사람한테 별 하나 안겨주는 것이 무슨 대수겠느냐?

집시 : 한 사람 한테 별 하나씩을 나누어 주면 얼마 나 좋겠습니까. 지구에서 땅 몇 평을 차지하려고 사람들은 전쟁을 하고 싸우고 재판을 하고.

 

해골 : 그게 부러우냐?

집시 :이 좁은 땅에서 땅 싸움을 하다가 그런 곳에 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해골 : 지구에서 악만 행하다 죽은 혼에게는 일생을 지켜 본 영이 아주 큰 별에다 데려다 놓느니라.

집시 : 어떻게 그런 복을 주시옵니까?

해골 : 그 별이 어떤 별인지 알고하는 소리냐?

집시 : 좌우간 넓어서 좋지 않겠습니까?

해골 : 네가 살던 나라 왕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겠느냐?

집시 : 그 왕은 지옥에 갔을 것이옵니다.

해골 : 어떻게 그리 말할 수 있느냐?

집시 : 저도 그 왕이 두려워서 사막을 떠도는 집시 신세가되어 고생을 했 사옵니다. 죄 없는 백성을 잔인하게 죽이고 악을 행하여 온 국민의 원망을 사던 악한 왕이었으니 반드시 지옥에 갔을 것이옵니다.

해골 : 지옥이 어디 있다더냐?

집시 : 땅속에 있다고도 하고 뭐 막연한 것 아닙니까?

해골 : 지옥이란 사람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감옥 같은 곳이지만 그곳은 혼이 잡혀가는 별이니라. 사람이 죽으면 신이 보낸 영이 혼을 그 별로 보내는데 그 별에는 세상에서 그 왕에게 억울하게 죽은 혼들이 모여 기다리고 있느니라. 왕은 원한에 사무친 혼들의 손에 잡혀 찢기고 채이고 찔리는 등 복수를 끝없이 무량수로 받아야 하느니라.

45. 무량대수로 하는 거짓말

집시 : 별들에는 어떤 것이 있사옵니까?

해골 : 일곱 색깔을 띤 기체가 지구의 북극 축을 뚫고 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하지 않았더냐? 노랑은 천사 별로 가는 빛이고 빨강은 강도 별로, 주황은 간음죄 별로, 초록은 살인죄 별로, 남색 빛은 거짓 죄 별로, 보랏빛은 불효 죄별로, 파란빛은 욕심 죄 별이며 그 외에도 질병을 만들어 별마다 뿌리는 회색 질병 공급별이 있고 악령을 보내는 검정 빛 악령별이 있으며 별들은 자력에 의해 궤도를 잡고 질서 정연히 우주를 유영하지만 자력이 약한 별은 큰 별에 끌려 가다가 다른 별과 충돌하는 일이 수없이 많으니라. 장자 삼백 억 광년 전에 떠난 별빛이 지구에 도착할 것이고 그 발광체인 별은 태양보다 백만 배나 커서 태양은 물론 태양계 수십 만 개의 별과 은하계 성군을 흡수해 버릴 것이니라.

집시 : 전하 상상이 너무 지나치시옵니다. 그것은 별들의 전쟁이 아니옵니까?

해골 : 별들은 전쟁을 하지 않느니라. 사람으로는 그 둘레를 잴 수 없는 엄청나게 큰 수억만의 별들이 수천억 년 아니 무량대수의 시간을 자전과 공전을 거듭하며 충돌도하고 결합도하고 파괴되어 갈라지기도 하고 그 모습은 마치 바다 속의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서로 잡아먹히고 잡아먹는 모습과 같으며 커다란 연못 속의 장구벌레가 득실거리는 것과도 같으니라.

집시 : 우주가 정말 그러하다고 믿사옵니까?

46. 지구를 떠난 집시

해골 : 어제(200848) 지구에서 사람(이소연 외 러시아인 2)을 태운 로켓이 우주 정거장을 향해 날았느니라. 땅에서 보는 로켓의 위력과 성능이 얼마나 대단하게 보이겠느냐. 그러나 사람들이 띄운 우주선은 지상 삼백 오십여 킬로를 올랐을 뿐이니라. 이 수정관이 날고 있는 높이가 지구에서 몇 킬로나 되는지 아느냐?

집시 : 전하는 우주 천문학 박사이십니다.

해골 : 우리는 지구에서 이만 킬로 위를 날고 있으며 달과 다른 별들이 저렇게 가까이 보이는 높이에 있느니라. 지구보다 달이 더 가까운 것 같지 않으냐? 저 그림 속의 별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양을 도는 아기 벨 지구를 보아라. 얼룩얼룩 한 달보다는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소연이 탄 우주 정거장은 너무 아래에 있어서 보이지도 않느니라.

집시 : 참 신기하고 무섭습니다. 저쪽으로 화려한 꼬리를 달고 날아오는 별을 보시옵소서. 저 별은 무슨 별이옵니까?

해골 : 저건 우주에서 충돌하여 부서진 별 먼지가 엉겨 붙어 별들의 자력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미친 별이니라.

집시 : 저 별이 정말 미쳤나 봅니다. 이리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해골 : 저 미친 별은 우리를 태우고 다닐 별이 될 것이 니라.

집시 : 우리가 미친 별을 타고 다닌단 말씀이옵니까?

해골 :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니라. 우리 힘으로는 지구의 자력을 벗어날 수 없지만 저 구름처럼 화려한 별이 우리를 물고 달아나면 지구도 더 이상 잡지 못할 것이니라.

집시 : 미친 별이 그렇게 큰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까?

해골 : 저래 봬도 지구의 3억 배가 넘는 큰 유성이니라.

집시 : 지구의 삼억 배라면 해보다 크지 않습니까?

해골 : 꼬리까지 합하면 해보다 수만 배 크니라.

집시 : 저 미친 별을 따라가면 지구에는 언제 돌아옵니까?

해골 : 지구는 잊어야 하느니라.

집시 : 지구를 어떻게 잊습니까?

47. 성경과 하나님

해골 : 잠시 후면 지구는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고 아주 작은 별로 가물가물 멀어질 것이니라.

집시 : 그건 너무 섭섭한 일입니다.

해골 : 섭섭할 것도 없느니라. 우주 속에 떠 있는 지구는 하잘것없는 작은 흙덩어리에 불과하니라.

집시 : 지구를 너무 과소평가하시옵니다.

해골 : 평가할 가치도 없는 흙덩어리이니라. 저 무한대의 우주 속에는 지구보다 수천 배 큰 별이 있 고 지구인보다 지능이 수천 배 발달한 동물이 살고 있느니라.

집시 : 상상이 지나치십니다.

해골 : 상상이라 했느냐? 우주에는 생물이 살고 있는 별이 셀 수 없이 많으니라.

집시 : 그건 반 기독교적인 상상이십니다. 성경에는 하나님이 자기들의 형상대로 지어 놓은 인간은 지구가 유일하다고 하였습니다.

해골 : 성경은 하나님이 지구인을 다스리는 율법니라. 한갓 동물에 지나지 않는 사람이 사람을 통제하려고 만든 법으로 쉽게 다스려지겠 느냐? 위대한 신은 지구만 위해 존재하지 않느니라. 지구는 하나님이 보실 때 산골짝에 한두 집 등잔불을 켜고 사는 동네 같은 존재일 뿐 사람이 생각하는 것만큼 하나님한테 자구가 대단한 존재는 못 되느니라. 우주 속에서의 존재란 크고 작고가 문제가 아니라 끝도 시작도 없는 무한대의 공간과 시작이 어디인지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시공에 모든 것이 끌려간다는 사실이니라.

집시 : 시간이 무엇입니까?

해골 : 인간에게 시간이란 외상없는 소모품. 사람은 시간 속에 존재하다 사라지는 유성과 같은 것. 그러나 인간이 한정된 삶 속에 무엇이나 상상할 수 있고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우주에 존재한다는 증거니라. 우주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인간이 상상을 하거나 거짓말로 꾸밀 수 없느니라.

집시 : 전하, 갑자기 지구가 사라졌습니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해골 : 미친 별은 그 모양이 상어같이 생겼고 우리는 그 상어꼬리 지느러미 같은 작은 먼지 덩어리 속에 묻혀 끌려가고 있는 것이니라.

집시 : 지구는 영원히 못 보게 되는 것이옵니까?

해골 : 우리한테는 무한대의 시간과 공간이 있을 뿐 지구는 없느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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