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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불만 있어요

웃는곰 2021. 6. 12. 19:28

하나님 불만 있어요 / 1 하나님 어디 계셔요?

 

 

상준이는 교회에 아무도 없고 비어 있는 것을 알고 가만히 들어가 무릎을 꿇고 하나님을 불렀습니다.

하나님, 어디 계셔요?”

하나님, 저 불만 있어요.”

하나님, 듣고 계신가요?”

저 불만이 있다고요.”

하나님, 정말 모르시는 척하실 거예요?”

저 불만이 있어서 왔다구요.”

하나님, 체면 생각해서 아무도 없을 때 온 제 맘 아세요?”

듣고 계신 것 아닌가요?”

저 불만이 있다고요.”

하나님, 정말 계신 거 맞아요?”

저 불만 말씀드리러 왔어요.”

하나님, 하나님, 하나님!”

점심시간부터 해가 넘어갈 때까지 불만을 말하겠다고 하나님을 찾은 상준입니다.

눈을 감고 깜박 졸고 있다고 생각할 때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나이도 어린 녀석이 무슨 불만이 그리 많아서 반나절이나 조르느냐?”

하나님이세요?”

그래, 내가 하나님이다. 넌 몇 살이냐?”

여섯 살.”

여섯 살이면 아직 학교도 안 들어간 네가 무슨 불만이 그리 많다는 게야?”

하나님, 이번에 우리 큰형 대학입학시험에서 떨어진 것 아시지요?”

알지.”

알면서 그럴 수 있어요?”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느냐?”

우리 엄마가 큰형 대학에 꼭 붙게 해 달라고 백일 동안 하나님한테 기도한 것 들으셨지요?”

들었지.”

그런데 하나님은 안 들어주셨잖아요?”

안 들어준 게 아니라, 못 들어 주었다.”

왜요? 무엇 때문에 못 들어주신 거예요?”

난 입학철만 되면 골치가 아프다.”

뭐든지 할 수 있는 하나님이 왜 골치가 아파요?”

들어보겠느냐?”

하나님, 그래도 할 말이 있어요?”

하나님 불만 있어요 / 2. 하나님은 어떻게 하셨어요?

미안하다. 네가 내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내가 하나님이었다면 우리 큰형 합격시켰을 거예요.”

그렇다면 넌 하나님이 될 수 없지.”

왜요?”

생각해 보거라. 대학에서 뽑는 정원은 천 명인데 대학 가겠다고 덤비는 학생은 삼천 명이다. 삼대 일인데 모두가 대학에 합격시켜 달라고 나한테 매달린다. 너라면 세 사람 중에 누구의 기도를 들어주겠느냐?”

우리 엄마처럼 기도를 열심히 하는 사람 아들을 도와주셔야지요.”

너의 엄마뿐이 아니라 모든 엄마들이 똑같이 백일, 천일기도를 한다. 너의 형이 붙으면 다른 집 아이가 떨어져야 한다는 걸 생각해 보았느냐?”

그런 생각은 할 새가 없었어요.”

한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두 사람을 마음 아프게 하는 일을 어찌 하겠느냐?”

그런가요?”

, 사람들이 남의 생각은 하지 않고 오직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것이 문제다.”

…….”

왜 말이 없느냐?”

나 보고 하나님 하라면 안 하겠어요.”

?”

한 사람 말을 들어주면 다른 사람이 울어야 하니까요. 우리 형처럼 말이에요. 우리 형이 붙으면 다른 형들이 울어야 하지 않아요?”

어린것이 생각이 깊구나. 내 말을 바로 알아들어서 고맙다.”

그럴 때 하나님은 어떻게 하셨어요?”

대학에 입학했다고 다 인생을 잘 사는 건 아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대학에 붙는 것은 누가 더 열심히 공부를 했느냐에 달려 있다. 자기 노력한 만큼 점수를 따서 점수 가지고 붙고 떨어지는 것이니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가끔 시험에 떨어지면 너처럼 불만을 가지고 나한테 원망하며 교회도 안 나오고 다시는 나를 찾지 않는 사람이 있다. 참 답답한 일이지.”

하나님, 하나 더 물어볼게요.”

뭐냐?”

하나님 불만 있어요 / 3. 하나님 잘못이 아니야

절에 가서 절하고 부처 앞에서 비는 사람들은 부처가 도와주나요?”

어림도 없는 짓이지. 하나님인 나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그 돌덩어리가 무얼 알겠느냐? 부처 앞에서 빌면 합격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더 미련한 짓이다. 그런 정성을 가지고 일찍부터 자식 공부를 잘 돌보아 준다면 더 좋을 것이다.”

하나님은 대학 입학에 떨어진 사람들이 불쌍하지도 않아요?”

불쌍할 것 없다. 나는 모든 사람한테 한두 가지 재능을 주고 그 재능을 살리는 길을 열어 놓고 있으니까.”

그런 생각도 하고 계신가요?”

세상 사람은 다 내 자식이다. 어떤 자식이 귀하고 천하겠느냐? 다 내가 돌보느니라. 그런데도 내가 사람마다 할 일을 맡겨 놓아도 그것을 성실히 하지 않고 제 맘대로 하다가 낭패하는 사람이 있어서 안타깝다.”

하나님은 나한테 이렇게 다짐을 하셨습니다.

너도 이다음에 대학 시험에 떨어지더라도 내 원망 말아라. 내가 너한테 준 소질과 재능을 살리면 대학 안 가도 누구 못지않게 멋진 사람으로 살 수 있게 되느니라. 대학에 꼭 가고 싶으면 열심히 공부해라. 실력이 모자라는 널 내가 억지로 도와줄 수는 없다. 알겠느냐?”

하나님은 귀찮다는 듯 말했습니다.

시험철만 되면 아우성을 치면서 나를 부르는 기도 소리가 반갑지 않다. 앞으로는 억지 기도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상준이 눈을 번쩍 떴습니다. 교회 안이 캄캄했습니다. 하나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교회 문을 나서는 상준은 큰형이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고 날마다 공부하는 척하면서 스마트폰에 매달려 게임만 하고 시시덕거리던 생각을 하면서 중얼거렸습니다.

하나님 잘못이 아니야. 형아 잘못이야. 잘못된 습관을 가진 형을 하나님이 어떻게 도와 줘. 나도 도와줄 수 없어. 어쩌면 아무도 못 도와줄 거야.”

그러면서 집으로 돌아왔더니 형은 구석방에서 나오지 않고 엄마는 하나님 원망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도 다 못 믿어. 내가 일주일 동안 급식을 하고 특별헌금을 하고 백일 동안 그렇게 간절히 기도를 했는데 이게 뭐야.”

상준이가 곁에 있어도 엄마는 아는 체도 않고 눈물까지 흘리면서 하나님 원망을 하고 있었습니다. 상준이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엄마, 하나님을 원망하고 있어?”

엄마가 일그러진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넌 어디를 쏘다니다가 와?”

나 하나님 만나고 왔어.”

뭐야? 하나님이 어디 있다고 그런 소리를 해? 하나님이 있으면 내 기도를 안 들어 주었겠니?”

하나님 불만 있어요 / 4. 하나님한테 조르지 마 /

상준이 머리를 갸웃거렸습니다.

엄마는 지금 하나님이 없다는 거야?”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난 하나님 만났어.”

무슨 소리야. 엄마 속상한 줄 모르고.”

엄마, 형아가 입학시험에 떨어진 이유를 알아?”

다 하나님이 내 기도를 들어주지 않아서 떨어졌다.”

엄마, 하나님 만나 보았어?”

얘가 왜 이래? 하나님이 어디 있다고 만나?”

하나님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기도는 왜 했어?”

엄마는 짜증스런 얼굴이 되었습니다.

너 그런 소리 할 거면 네 방으로 가 스마트폰이나 봐!”

엄마, 형이 왜 입학시험에 떨어졌는지 알아?”

넌 아니?”

알아.”

엄마를 놀리는 거냐?”

아니야, 엄마. 형이 공부보다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

뭔데?”

형은 스마트폰하고 기계 만들기를 좋아해.”

그래서?”

지금 나 보고도 가서 스마트폰이나 보라고 했잖아.”

그래서?”

엄마는 형이 공부는 안 하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밤새도록 하는 걸 보고 사람들한테 뭐라고 했어?”

뭐야?”

형아가 스마트폰 인테넷의 천재라고 사람들한테 자랑했잖아?”

내가 언제?”

형아가 시험에 떨어진 건 엄마 잘못도 있어.”

쟤가 점점!”

하나님이 그랬어. 사람한테는 각기 재능을 주었다고.”

네가 뭘 안다고 그런 소릴 해?”

하나님이 그랬어. 글쓰기 좋아하고 공부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공부보다 손으로 무엇이든 만들기를 좋아하는 손재주 좋은 사람이 있다고 했어.”

그래서?”

엄마는 형이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건데?”

최소한 공무원이나 법관이나 학교 선생이 되면 바랄 게 없지.”

형아는 그런 거 안 맞아.”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상준이는 형이 기계 좋아하고 만들기 잘하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형은 기술자가 되어야 해.”

엄마가 불만스럽게 말했습니다.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겨우 공장에서 기름때 묻히고 일하는 사람이 되라는 말이냐? 너희 아빠처럼!”

아빠가 어때서? 아빠는 일류 기술자라고 엄마가 자랑했잖아.”

엄마는 눈을 흘겼습니다.

너하고 말싸움하고 싶지 않아. 주먹만 한 게…….”

엄마, 하나님한테 아무것이나 해달라고 조르지 마. 하나님도 못하시는 게 있어.”

하나님이 못하는 게 뭐가 있니?”

공부는 하지 않고 시험에만 붙게 해달라는 조르는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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