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도 보이지 않는 파란 허공
하나님의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절대 고요를 밟고
별로 떴다 지는 이름 없는 아기 풀꽃
민들레 노래에 아무도 귀 열지 않는 고요한 오후
고양이 한 마리 거울 앞에 앉아 깜박 졸고
가녀린 수염 끝에 매달린 고요
돌 틈에 작은 생명 하나 일어나 시를 쓴다
구절마다 새 생명의 신비가 쌓이고
고양이 발소리에 깜박 잠에서 깬 꽃눈 하나
가느다란 가지 끝에 파란 눈으로 뜬다
보숭한 버들강아지 움츠린 틈으로 봄눈 녹는 소리
노을은 하루를 태우며 꽃 분홍으로 번지고
노을을 타고 아득히 나는 기러기떼
허공을 맴돌던 소망이 꽃이 되어 내리는 날
풀끝마다 작은 별로 꽃대를 세운다
모진 계절의 심술을 이겨내고 수줍게 웃는 풀꽃
혹여 발에 밟힐까
신 벗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