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동화

내 사랑 도둑님

웃는곰 2015. 10. 22. 11:14

내 사랑 도둑님

주일학교 선생으로 봉사하는 윤이나는 하나님께 드릴 십일조가 든 성경책을 도둑맞았습니다.

토요일 밤에 도둑이 들어 교회에 가기 위해 준비해 둔 가방을 가져간 것입니다. 윤이나 선생은 엎드려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어젯밤에 도둑을 맞았습니다. 하나님께 드릴 십일조와 제가 읽던 성경책을 누가 가져갔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누구든지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오죽 살기 힘들면 도둑질을 해야 했겠습니까. 하나님, 그 사람을 저는 용서합니다. 하나님도 그 사람을 용서하시고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이렇게 기도한 윤이나는 새로 성경책을 샀습니다. 그리고 새 성경에다 먼저 번과 같이 빨간 줄을 그어가며 다시 읽는 동안 삼년이 지났습니다.

스물여덟이 되자 여기저기서 선을 보라는 청이 들어왔습니다. 아직 시집갈 때가 아니라고 했지만 부모님이 우물쭈물하다가 혼기 놓치면 내 이럴 줄 알았지라고 후회한다는 말씀에 마음에는 없지만 선을 보기로 했습니다.

상대는 작은 슈퍼를 하는 사람으로 믿음이 좋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서 선을 보게 되었는데 그 사람은 원래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밀감이 생겨서 결혼을 하였습니다.

 

결혼을 하고 교회에 나가며 신앙생활을 성실히 하였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무엇인가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안의 물건은 다 건드리게 하면서도 꼭 잠가 놓은 책상 서랍만은 열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너무 감시를 하기 때문에 그 서랍 속의 비밀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나 서랍 열쇄를 어디다 숨겼는지 알 수가 없어서 아무리 군금해도 참아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청소를 하다가 벽장 깊이에서 이상한 열쇄를 발견했습니다.

 

남편이 시장으로 물건을 사러 간 사이에 그 열쇄로 서랍을 열어 보았습니다. 그 안에는 종이에 싼 무엇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게 뭐야?’

궁금한 생각에 종이를 펴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 안에는 오년 전에 잃어버린 자기 성경책이 들어 있었습니다.

‘내 성경과 십일조를 훔쳐간 사람이 남편?’

 

이런 생각을 하면서 윤이나는 다시 서랍을 잠그고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저녁상을 잘 차려 놓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나한테 숨기는 것 없어요?”

“숨기는 게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정말 없어요?”

“허허 왜 이렇게 싱거운 소릴 하실까.”

“난 당신한테 비밀이 있어요.”

 

“비밀?”

“그래요. 비밀은 언젠가 드러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는 숨길 수가 없어요.”

“얼마나 대단한 비밀인지 들어 봅시다.”

“당신이 먼저 말하면 하겠어요.”

“난 절대 없어. 당신처럼 고마운 아내한테 무슨 비밀이 있겠소.”

“믿어도 되지요?”

“날 못 믿으면 누구를 믿겠소.”

 

“그럼 믿고 제 비밀을 먼저 말할게요.”

“들어봅시다.”

“오래 된 비밀인데요. 오 년 전에 나는 도둑을 맞은 적이 있어요.”

남편은 약간 놀라는 기색이었지만 태연히 말했습니다.

“그래요?”

“저는 도둑을 맞고 훔쳐 간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그 사람을 위해 기도했어요.”

“기도를?”

 

“하나님, 오죽하면 도둑질을 하겠습니까. 하나님께 드리려고 준비한 돈을 훔쳐간 사람을 용서합니다. 하나님도 용서하시고 그 사람이 다시는 이런 도둑질을 하지 않게 복을 주시옵소서 하고요.”

“그리고?”

“그리고 다른 말씀은 안 드렸어요.”

“돈만 잃었소?”

“네.”

 

남편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습니다.

“당신이 비밀을 말했으니 나도 도저히 고백할 수 없는 비밀을 하나 말하겠소. 듣고 실망하지 마시오.”

“비밀은 숨길 때 죄가 되는 거예요. 비밀은 누군가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빌면 그 사람이 용서할 때 하나님도 용서하신다고요.”

“그럴까? 그럼 당신이 내 비밀 다 듣고 용서하여주시겠소?”

“물론이지요. 제가 용서하면 하나님도 용서하실 거예요.”

남편은 용기를 내어 고백했습니다.

 

“오년 전에 나는 어떤 집에 들어가 무엇을 가져올까 하다가 가방이 하나 있기에 가지고 나왔소. 집에 와서 열어보니 그 안에 성경책이 있고 책갈피에 삼십만 원이 들어 있었소.”

“그래서요?”

“나는 성경책이라곤 읽어본 적도 없고 교회도 관심이 없었는데 그 성경에 여기저기 빨간 줄을 그어 놓은 것을 보고 그 성경구절을 읽어 보게 되었소. 그러는 동안 몇 달이 갔고 나는 그 돈으로 붕어빵 포장마차를 만들어 장사를 시작했소.”

“잘 하셨네요.”

 

“나는 밤마다 교회는 안 가면서 그 성경책 속의 빨간 줄을 읽다가 어느새 두 번을 읽고 말았소. 그리고 나는 자책을 했다오. 하나님을 믿는 분의 돈을 훔쳤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죄라고 느꼈던 것이오.”

“……”

“그런데 이상하게 포장마차 장사가 잘 되어 지금은 이렇게 작은 슈퍼를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훔쳐온 돈을 갚아야겠다고 생각했소. 그런데 어느 집에서 훔쳐온 것인지 기억도 안 나고…… 무엇보다 성경책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날이 갈수록 간절해졌소.”

 

“재미있네요.”

“재미로 들어서는 안 되오. 나는 심각한 문제이니까. 그래서 할 수 없이 ‘도둑놈이 왔습니다 하나님’ 하고 교회를 한번 찾아가 삼십만 원을 목사님께 드리면서 그 주인을 찾아 돌려달라고 부탁했소.”

“그래서요?”

 

“그랬더니 목사님이 나를 찾아와 그 돈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만 교회에 나오면 내가 보는 앞에서 돈을 돌려주겠다는 것이었소, 그래서 할 수 없이 나가게 되었고 지금은 집사까지 되었잖소? 집사가 되면 뭘 해요. 나는 누군가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도둑놈이고 죄인이 아니오?”

“어쩌면 그 성경책의 주인도 저처럼 용서했을지 몰라요. 저도 도둑맞았을 때 용서했으니까요. 지금도 저는 돈보다 좋아하는 구절에 줄을 쳐 놓은 성경책이 더 찾고 싶어요.”

 

“당신도 그때 성경책을 잃어버렸소?”

“네.”

“성경책에 뭐라고 적어 놓은 것도 있었소?”

“그 책을 선물해 준 목사님 이름이 있지요.”

“그 목사님 이름은?”

“김경수 목사님이지요.”

남편은 갑자기 얼굴이 변했습니다.

 

“아니 그럼?!”

남편은 벽장으로 들어가 열쇄를 가지고 내려와 서랍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성경책을 펴들고 첫 장을 보여주었습니다.

“혹시 이것이 당신이 잃어버린 성경책이 아니오?”

“어마! 그럼, 당신이 바로 내 성경책을 빌려 가신 양상군자시로군요?”

“하하하, 당신 말 정말 멋져! 그래, 그래, 내가 주인 모르게 잠시 빌려왔었지. 할렐루야! 이제 주인을 만나 용서받고 빚 갚게 하여 주시니 하나님 감사합니다.”

부부는 기쁨으로 얼싸안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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