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사내
몇 번씩 갈아타는 차는 언제나 잡지 책장 같다.
착한 구경거리가 기다리는 차
험한 꼴을 보아야 하는 차
어느 차든 같은 사람 같은 모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승객이 꽉 차고 경로석이 만원인 차에
70이 넘은 할머니가 들어와 경로석을 두리번거렸다.
노인들은 그보다 연상인 듯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이때 한 젊은이가 큰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이리 오세요, 이리 오세요”
할머니는 그를 따라 사람을 뚫고 따라갔다.
자리가 있나 보아도 빈자리는 없었다.
젊은이가 더 큰 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오셨습니다. 자리 양보하실 분 없습니까?”
그 한 마디에 한쪽 줄에서 네 명이 일제히 일어섰다.
모두 자기 자리에 앉으시라고 했다.
할머니가 그 젊은이에게 인사를 했다.
“뉘신지 감사합니다.”
젊은이는 노인에게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자리 양보한 사람에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노인은 우리가 보호해 드려야지요.”
나는 그 광경에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마음이 시원한 사람.
그 사나이가 보고 싶었다.
앞니가 하나 시원히 빠져나갔고 얼굴이 새까맣다.
악의 없이 착해 보이는 그 사람, 문가로 가 서 있더니
경마장에서 내렸다.
나는 작은 실망을 했다.
빠진 앞니
경마장에 내렸다는 것이.
얼굴은 경마장에서 타고
경마에 돈을 잃어
이빨 해 넣을 돈이 없었던 거 아닐까.
경마장에서 내린다고
왜 실망을 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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