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할머니
아주 예쁜 아가씨를 보았다.
얼굴도 계란형으로 갸름하고 피부가 백장미 같은 여자.
머리를 곱게 뒤로 동그랗게 묶어 올린 여자.
쪽 뻗은 두 다리를 단정히 모아 무릎 위에 핸드백을 올려놓고
책을 읽고 있는 여자.
키는 150도 안 되어 보이고
허리에 분홍 보자기를 띠로 말아 맨 채 통바지에 치렁한 남방 차림의
할머닌지 아줌마인지 그런 분이
커다란 자루를 질질 끌고 나타나 전철 선반 위에 흐트러져 있는
신문을 모았다.
키가 닿지 않아 아무 앞에나 서서 신문을 좀 내려달란다
책을 읽고 있는 아가씨 저쪽에서 한 사람에게 신문을 내려달라고 하자 무반응
그 옆 사람도 무반응. 또 무반응............
그 모습을 본 예쁜 아가씨
책과 백을 자리에 놓고 일어서서 다가가 할머니를 도왔다,
긴 선반 이쪽저쪽을 돌며 신문을 내려 자루에다 다 넣어주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책을 읽었다.
모처럼 지하철에서 아름다운 천사를 보았다.
아가씨 얼굴이 왜 그리도 더 예뻐 보이던지.
그런데 그 할머니가 자루를 질질 끌며 내가 내리는 정거장에 내렸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까지 가려는 눈치였다.
엘리베이터는 동쪽에 있고 나는 서쪽 문으로 나가야 한다.
‘거기까지 도와드리면 좋을 텐데……’
이렇게 생각하다가 내 방향으로 나오고 말았다.
노인이 자루를 질질 끌고 가는 모습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내 마음을 후벼 판다. 내 맘은 헝클어졌다.
“인색한 놈, 인정 없는 놈, 말로만 선을 지껄이며 행동은 서쪽으로? 넌 뭐야, 아가씨가 예쁘게 보였던 의미를 알면서, 네가 어떤 놈인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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