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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깍쟁이와 개성 깍쟁이 / 1

웃는곰 2006. 12. 9. 14:24
깍쟁이의 변명 서울을 한성이라고 부르던 옛날에 한성을 가운데 두고 남으로는 안성, 북으로는 개성, 동으로는 횡성이 있고 서쪽 수원을 화성이라고 불렀고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혁우는 지방 이름을 왜 그렇게 지었을까 궁금해서 할아버지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할아버지, 옛날 지도를 펴 놓고 보면 서울을 한성이라 부르고 주변에 성자 들어가는 도시가 네 군데나 있어요. 왜 그렇게 지었을까요?” “글쎄다. 나는 지금까지 그런 의문을 가져본 일이 없었는데 너는 그것을 생각했구나. 왜 그랬을까?” “할아버지, 옛날이야기 중에 그런 이야기가 없을까요?” “옛날이야기 중에? 음, 언젠가 내가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어본 일이 있었다.” “어떤 이야기인데요?” “개성깍쟁이 안성깍쟁이 화성(수원)깍쟁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럼 횡성깍쟁이는 없었나요?” “나는 안성에서 자라서 강원도 이야기까지는 못 들어 보았구나.” “그럼 할아버지도 깍쟁이에요?” “안성 깍쟁이라고 하면 나도 안성 사람이니까 깍쟁이소릴 피할 수 없을 것 같구나.” “저는 안성을 모르는데 저도 할아버지 따라 안성깍쟁인가요?” “넌 서울서 났고 서울서 자랐으니 서울깍쟁이다. 시골 깍쟁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깍쟁이가 서울깍쟁이라는 말도 들어 보았거든.” “서울깍쟁이가 그렇게 무서운가요?” “내가 읽어 보았던 깍쟁이 이야기 하나 해 주마. 어느 날 서울에서 개성깍쟁이와 안성깍쟁이가 만나 여관에서 자게 되었더란다. 그런데 겨울이라 무척 추었더란다. 게다가 창호지 문에 구멍이 나서 그리로 황소바람이 불어들어 잠을 잘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요?” “두 깍쟁이가 추워서 잠을 못 이루고 있다가 문구멍을 공동으로 막고 자자고 합의를 했단다. 깍쟁이끼리 만났기 때문에 혼자는 구멍을 메울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지.” “어떤 합의를 했을까요?” “개성깍쟁이가 생각을 해보니 문구멍을 막자면 종이와 풀이 필요한데 종이가 더 비싸고 풀은 먹던 밥풀만 가지면 될 것 같아 자기는 밥풀을 구하여 오기로 하고 안성깍쟁이에게는 종이를 구하여 오라고 하였단다.” “정말 종이를 구했나요?” “녀석아 서둘지 말고 잘 들어보아라. 안성깍쟁이는 아주 미련스럽게도 개성깍쟁이 말대로 비싼 종이를 구하여 오기로 했단다. 개성깍갱이는 안성깍쟁이가 손해 보는 것도 모르고 종이를 구하여 온다고 좋아서 자다가 헤헤헤 웃기까지 했더란.” “안성깍쟁이는 정말 미련했군요. 비싼 것도 모르고.” “더 들어 봐야지. 그렇게 하여 두 깍쟁이는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 여관을 나서게 되었더란다. 그런데 안성깍쟁이가 문에 붙였던 종이를 뚝 떼어 들면서 ‘난 내 종이를 떼어가네.’하고 가방에다 집어넣고 가더란다. 개성깍쟁이가 깜짝 놀란 건 자기 밥풀까지 종이에 붙어가더라는 거였다.” “히히히 쌤통이다. 더 약은 개성깍쟁이가 미련한 안성깍쟁이에게 당했잖아요?” “당했지. 사람이 지나치게 약으면 제 꾀에 넘어가 못 쓴다는 거다. 안성깍쟁이처럼 미련한 듯 지혜스러워야지, 안 그러냐?” “아주 재미있어요. 그럼 안성깍쟁이는 할아버지가 만나 보셨겠네요.” “녀석…… 그보다 두 깍쟁이 이야기가 더 있단다.” “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