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 159 / 융통성 없이 고지식한 사람들
지하철 일반석이 텅텅 비어 가는 주일 아침
비어 있는 경로석에 앉아 있자니
한 정거장에서 노인들이 우르르 오르고
30대로 보이는 젊은 여자도
경로석으로 가서 비비고 앉았다.
젊은 여자가 경로석에 끼어 앉으니 옆 노인 물었다.
“댁은 젊은데 어째서 여기 와서 앉소?”
“임신부예요.”
노인 살피더니
“임신 몇 개월이오?”
“삼 개월이에요.”
여자는 태연히 앉아 거울을 꺼내 들고 화장을 했다.
곁의 노인들이 못 마땅한 얼굴로 힐끔거리는 것이
민망하여 나는 일반석으로 옮겼다.
그리고 경로석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참 융통성도 없는 고지식한 사람들, 이 넒은 빈자리에 와서 앉으면 좋을 텐데
어째서 경로석으로만 몰려가서 저럴까?’
임신부가 앉는 자리가 있는 데도 굳이 거기 가서 앉은 여자나
경로석만 가서 앉아 임신부를 불만스런 얼굴로
“젊은 것이…….” 하고 바라보는 모습이 딱해 보였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사람들은 고지식하고 성실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저렇다.
임신부나 노인이 앉으라는 경로석에만 의무적으로 가서 앉은 순진함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저 고지식함이 바로 나와 우리가 아닌가.’
융통성은 없어 보이지만 앉으라는 곳에 가서 앉고
서라는 곳에 가서 서는 착한 사람들이 내 이웃 아닌가.
젊은 임신부는 몇 정거장 가며 화장을 하다가 내릴 정거장을 놓칠 뻔한 듯
발딱 일어서서 임신부답지 않게 참새처럼 달려가는 뒷모습이 귀여웠다.
노인들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럴 때는 무슨 말로 정리하는 것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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