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 150 / 아저씨도 포경 수술하셨어요?
전철은 많은 사연을 싣고 달린다.
날마다 다른 얼굴들이 늘 다른 모습으로 타고 내린다.
오늘은 앞에 앉은 청년이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옆 사람이 불편해 하든 말든 멍한 눈으로 앉아 있었다.
생각하는 눈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뻥 뚫린 구멍이 포대경 같은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저 청년은 왜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있어야 하는가?’
문득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한 중년 신사가 차에 올라 보니 빈자리 옆에
고등학생이 가랑이를 쩍 벌리고 앉아 있더란다.
그래서 그 곁으로 갔다.
그리고 다가앉았다. 그래도 그 학생 꿈쩍 않고
다리를 오무리지 않았다.
오기가 난 중년, 슬그머니 자기도 다리를 쩍 벌리면서
학생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명령을 했다.
‘너 이 녀석, 이래도 다리 안 오무릴 거냐?’
그러나 학생은 끄떡하지 않았다.
중년은 다리를 더 넓게 벌리고 소리 없는 공격을 했다.
이때 학생이 가만히 물었다.
“아저씨도 포경 수술하셨어요?”
나는 그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너도 포경 수술을 했을 거야. 더 벌리고 편히 가거라.’
나는 차에서 내려 걸어오면서 생각했다.
사람마다 사정이 다른 것이 인생인데
내 눈에 남을 맞추려 들면 내가
죄를 지을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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