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 147 / 나무는 미풍에도 허리를 숙인다
지하철 개화산역에서 두 번째 칸에 타고
사무실로 오는 길에서다.
출발점이라 사람이 별로 타지 않아 한가했다.
조용한 차 안에 키가 헌칠한 청년이 나타나
싱글벙글 웃으며 세 번째 칸에서
첫 번째 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젊은 사람이 참 잘생겼다.
허여멀끔한 얼굴이 시원하게 생겼네.’
이렇게 생각하며 그가 지나가는 것을 부럽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청년 첫 번째 칸에 가서 되돌아오며
내 앞을 지나 세 번째 칸으로 갔다.
‘지하철 근무 요원이었나 보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 청년 다시 돌아오며
아까처럼 싱글벙글 걸어 앞 칸으로 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며 벙글거렸다.
‘별 사람 다 보겠군.’
이렇게 생각하는 동안 차가 몇 정거장을
지나는 동안 사람들이 자리를 다 메웠다.
그런데 그 청년 또 돌아오며 무슨 말인지
씨불거리며 웃음 가득한 얼굴로 앞 칸으로 갔다.
그리고 다시 서 있는 사람들을 헤집고
내 앞을 지나가며 싱글거렸다.
‘저 자가 제 정신인가. 이 복잡한 속을……?’
그 동안 그 청년 또 무슨 일이나 보러 가는 듯
사람들을 비집고 왔다갔다 바빴다.
‘허허 별 놈 다 보겠네.’
나는 그 청년이 오가는 동안 그 잘난
얼굴이 천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놈아, 정신없다 제발 한 곳에 꾹 처박혀 있거라.’
동시에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승객들도 그가 지나가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보고 통로에 선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 잘나 보이던 인물이 이게 무슨 꼴인가.
필경 미친놈인가 봐……’
나는 영등포구청역에서 2호선으로 바꾸어 탔다.
그 자는 그렇게 왔다 갔다 전동차를 헤집고 다니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 전혀 예상치도 않은 생각이 머리를 채웠다.
‘나무는 작은 바람에도 허리를 숙인다.’
내가 그로 인하여 마음이 어지러워진 것은
수양이 부족하여서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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