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 146 / 친절한 우리 이웃
전철에 들어서는데 입구에 사과 상자가
수북이 가로막고 있어서 매우 불편했다.
누가 이렇게 입구를 막아 놓았나 하고 돌아보니
곁에 70대 아주머니가 앉아 사과 상자를 잡고 있었다.
곱게 주름진 얼굴에 착해 보이는 눈의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는 주머니가 다닥다닥 붙은
이상한 바지를 입었는데 배에 매단
작은 가방에도 주머니가 둘이 있어서
합하면 열 개의 주머니가 앞뒤로 붙었다.
양다리 장단지에 하나씩 양 무릎 위에,
두 궁둥이에, 양 넓적다리 안쪽에 하나씩 여덟 개다.
사과 상자 옆에는 까만 배낭이 배를 불룩
내밀고 뒹굴고 사과 박스는 네 개가 쌓여
승객 가슴까지 올랐다.
저 많은 짐을 어떻게 끌고 다니나 궁금해 하고
있는데 아주머니 곁의 할머니가 물었다.
“이 많은 짐을 어떻게 혼자 가지고 다니시우?”
“염려 없어요. 이걸 택배로 부치면
만 육천 원이 들어요.”
“보기만 해도 겁나는 짐을 혼자
염려도 안 하신다고요?”
“사람들이 친절해서 다 들어다 주어요.”
아주머니는 태연했다.
나라도 그 짐을 다 끌고 다니라면 겁나는 짐이다.
과연 아주머니 말대로 친절한 사람이 도와줄까?
지켜보고 있자니 아주머니가 배낭을 짊어지고
다음 정거장에서 짐을 부지런히 차 밖으로 내려놓았다.
그 뒤를 따라 내리던 사람이 엉거주춤 들여다보다가
두 짝을 들어주었다.
또 앞에 가던 사람이 가다 말고 돌아와 두 짝을 들었다.
아주머니는 고맙다고 굽실거리고
두 사람은 양손에 두 개씩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나는 안심했다.
아주머니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저 많은 것들을 지상까지 가지고 올라갈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아주머니 말대로 사람을 믿으면 아무 것도
염려할 것이 없는 세상이다.
세상이 험하다 해도 착한 이웃들이
더 많다는 것을 그 아주머니 삶에서 보았다.
세상을 믿는 믿음이 자신을 믿는 믿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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