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의 사랑 노래
누구나 한 살 때는
백자 항아리였다.
들여다보아도 아무것도 안 보이고
손을 넣어 휘둘러 봐도 잡히는 것 없는
맑고 깨끗한 빈 항아리였다
그가 두 살이 되었을 때
빈 항아리 속에 욕심이 들어와
똬리를 틀고
세 살이 되었을 땐 시기와 질투가 들어와
싸움을 시작했다
다섯 살이 되었을 때
경쟁심이 들어와 어지럽히고
열 살 때는 비바람이 불어
백자 하얀 둥근 배에 얼룩이 지고
항아리 속엔 시기가 질투를 깔고 앉아
욕심을 부리고
열일곱 살엔 사랑 병이 들어
아무나 따라다니며 바보짓 할 때
공부라는 짐짝이 머리를 짓눌렀다.
스무 살 넘어서는
세상 모든 악이 다 들어와
빈 항아리는 가득 찼고
해가 갈수록 악이 들어와
80살이 넘고 90살이 되어서는
악이 겉으로 흘러 넘쳤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을 지으신 분이
종에게
사랑의 포대를 내주며
세상 악을 다 담은
포대를 목에 걸고
높은 나무에 올라 죽음으로
대속하라 하시어
종이 피를 흘리며 죽음으로
항아리 속에 가득한 악의
세력이 죽고
백자 빈 항아리는
한 살 때 모습으로
지나는 바람 모아
사랑 노래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