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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사람 161 / 거스름돈

웃는곰 2026. 2. 20. 19:25

옆 사람 161 / 거스름돈

50000원 권과 5000원 권이 처음 나오던 해 겨울.

문제는 그 돈 색깔이 비슷한 게 문제였다.

 

서대문 미동초등학교 옆 굴다리를 지나갈 때

칼바람에 사람들이 모두 웅크리고 다니던 날 밤

나도 웅크리고 가다 길가 리어카에 어묵을 파는

딸따리 포장마차가 있어 그리로 들어가 국물과 어묵을 사먹었다.

 

60쯤 보이는 우리 어머니같이 생긴 아주머니가 장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5천 원어치를 먹고 1만 원짜리를 내밀었다.

주인아주머니는 주머니에서 5천원을 선뜻 거슬러 주었다.

나는 추위로 벌벌 떨면서 그 돈을 받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주머니를 뒤지다가 깜짝 놀랐다.

어제 거스름돈을 받아 넣은 것이 5천 원이 아닌 5만 원짜리였다.

 

이를 어쩌나? 그 아줌마 얼마나 실망했을까?

주는 사람도 그렇고 받은 사람도 멍텅구리 짓을 한 것이었다.

그 날 나는 저녁에 그 자리를 찾아갔다.

그런데 포장마차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늘은 늦나 보다 기다렸지만 밤이 깊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할 수 없이 벌벌 떨다가 돌아와 걱정을 했다.

하루 종일 벌어도 5만 원이 안 될 텐데 얼마나 속상할까?

너무 속이 상해 오늘은 안 나온 것 같다 싶어 내일은 나오시겠지.

거스름돈 돌려드리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하루 종일 그 생각, 퇴근길에 그 자리를 찾았다.

그런데 그 날도 타나지 않았다.

늦도록 기다리가 너무 추워 돌아오고 말았다.

또 다음 날도 퇴근길에 친구를 만나 그 이야기를 하면서

그리로 가 아주머니가 나오시면 돈도 돌려드리고

장사도 해드리자며 기다렸다.

 

날씨가 얼마나 추웠는지 친구가 못 견디겠다며

옆 가게로 가서 식사를 하자고 하여 옆 가게에서 지켜보았다.

그 날도 아주머니는 나오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내 맘이 불편해졌다. 아주머니 속이 얼마나 아플까?

돈을 아무렇게나 내민 자신을 얼마나 꾸짖으셨을까.

 

나도 아무렇게나 받아든 것이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자책하며 며칠을 그 자리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아주머니 걱정도 내 머리에서 떠났는데,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누구에게 언제 주었는지

모르게 그 5만 원도 나를 떠난 것이다.

 

끝내 돌려드리지 못한 종이돈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지만

그 아줌마도 기억에 남아있지 않고

아직까지도 나를 떠나지 않는 것은 못 돌려드린 거스름돈이었다.

 

5만원으로 내가 부자가 된 것도 아니듯

그 아주머니도 5만 원으로 인생이 잘못되지는 않았으리라.

지금은 어디선가 큰 음식점을 차리고

옛날 거스름돈을 생각하며 웃으시며 행복하시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