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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 옥례 공주(1-3완)

웃는곰 2025. 4. 6. 17:57

엄마 이야기 / 옥례 공주(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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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부지 공주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연꽃나라에 옥례라는 예쁜 공주가 살았습니다.

공주는 나라 안에서 제일가는 미인이었는데 고집이 세고 궁궐 생활이 싫어서 밤만 되면 궁궐 밖으로 나가 놀다가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왕비 엄마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너 그렇게 말 안 듣고 네 맘대로 하면 숱장수한테 시집보낼 거야.”

숱 장수가 뭐야 엄마?”

 

날마다 시커먼 얼굴에 시커먼 옷을 입고 지게에다 숱을 지고 와서 팔고 가는 사람이 숱 장수란다. 그런 사람한테 시집보내도 좋겠니?”

그런 사람이 어때서?”

저것이! 그런 사람이 사람이냐? 짐승이지.”

백성 보고 짐승이라고 하시면 우리는 뭐예요? 겨우 짐승이 만들어주는 숱으로 살지 않아요?”

저것이 정말? 너 자꾸 그러면 정말 숱 장수한테 시집보낸다.”

나는 궁궐 시녀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싫어요. 뭐 하나도 내 맘대로 하지 못하게, 아니 되옵니다 공주마마 이렇게 하소서, 그 소리가 나는 싫어요. 내 맘대로 살고 싶어요.”

 

 

공주답지 못하게 품위 없는 소리 함부로 하면 못 쓴다. 공주는 공주다워야 하는 법이야,”

어떤 게 공주다운 것인데요?”

옷도 곱게 입어야 하고 음식도 품위 있게 먹어야 하고 걸음도 조신하게 걷고 말도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면 안 되는 법이다.”

나는 그게 싫다니까요. 내 맘대로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선대로부터 품위와 권위를 지켜왔다. 선왕님들이 가르치고 하시던 대로 따라야 해.”

엄마는 그것밖에 몰라요?”

너는 뭘 더 아는 게 있느냐?”

 

동네에 나가서 보세요. 백성들은 우리처럼 구식만 따르지 않아요. 가지가지 농사도 짓고 도구도 만들고 남자들은 전쟁 훈련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건 모르고 있잖아요.”

어린 것이 철없이 별소리를 다하는구나. 정말 그렇게 품위 없게 하면 숱 장수한테 시집보낼 거다.”

알았어요. 숱 장수한테 시집가지요.”

저것이 그냥!”

 

 

이렇게 말썽꾸러기 공주는 궁궐의 복잡하고 번거로운 생활을 싫어하다가 궁궐에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공주는 궁에서 쫓겨나며 초라한 차림의 산골 처녀가 되었습니다.

궁에서 나오니 갈 데가 없어서 주저하고 있는데 마침 숱 장수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옥례 공주는 옳다구나 하고 그 뒤를 따랐습니다.

숱 장수는 숱 굽는 가마터가 있는 산속으로 가다가 낯선 처녀가 졸졸 따라오는 것을 알았습니다. 누군지 몰라도 뒤를 따르자 멈춰 서서 물었습니다.

아씨는 누구신데 여기까지 따라오십니까?”

 

 

옥례공주는 방긋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앞서 가시는 분을 따라 가는 거예요. 그냥 가기만 하세요.”

내가 사는 곳은 아주 깊은 산속입니다. 그만 돌아가세요.”

아무리 깊은 산속이라도 따라가기로 했어요. 내 걱정은 마시고 가시기나 하세요.”

아씨, 내가 사는 곳까지 가면 돌아오시지 못합니다. 여기서 돌아가세요.”

안 돌아가요. 산속으로 끝까지 따라 갈 거예요.”

숱 장수는 할 수 없이 앞장서서 산속을 향해 걸었습니다. 너무 깊은 산속이라 하늘만 빤히 보이고 숲속이 컴컴했습니다. 공주는 다리가 아파서 주저앉으며 말했습니다.

다리가 아파서 못 걷겠어요. 여기서 좀 쉬었다 가세요.”

숱 장수는 염려스러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시면서 여기까지 따라오시면 어떡합니까.”

 

 

그리고 지게를 뻗쳐놓고 앉았습니다. 깊은 산속이라 산새 지저귀는 소리와 산비둘기 구국구국 소리만 이따금씩 들렸습니다. 공주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엄마 마마가 이 사람한테 시집보낸다고 했으니까 나는 이 사람이…….’

그러면서 깔깔 웃었습니다. 숱 장수는 속으로 놀랐습니다.

이 처자가 정말 나를 따라오면 어떡하지? 움막까지 따라오면 난 어떡하느냐고?’

이때 공주가 엉뚱한 말을 했습니다.

나는 다리가 아파서 더 걸을 수가 없어요. 집으로 돌아가려면 길도 모르고……. 지게에 저를 지고 집까지 가실래요?”

? 제 지게는 숱이 묻어서 안 됩니다. 그리고 저는 집도 없습니다. 저를 따라가시면 안 됩니다.”

집이 없으면 어때요? 그래도 좋아요. 지게에 태워나 주세요.”

 

 

정 그러시다면 그렇게 하지요.”

공주는 숱 장수 지게에 올랐습니다. 숱 장수는 기운이 황소같이 좋아서 공주를 짊어지고 산속 깊이 성큼성큼 들어갔습니다. 한참 만에 숱 가마터까지 갔습니다. 공주가 두리번거리며 물었습니다.

집은 어디 있어요?”

집이 없다고 했잖습니까. 저기 보이는 것이 제 집입니다.”

바라보니 언덕에 땅을 파고 풀을 뜯어다 깔아놓은 굴이 보였습니다. 옥례공주는 그리로 가서 들여다보며 말했습니다.

굴속이 겨울에는 따듯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겠어요. 얼마나 좋아요.”

숱장수는 기가 막혀 말을 못했습니다. 공주는 또 물었습니다.

부엌이 없는데 밥은 어디서 해 먹어요?”

 

 

부엌 걱정은 안 합니다. 숱 가마터에서 숱을 고을 때 불을 많이 때기 때문에 산에서 풀뿌리를 캐어다 구워먹기도 하고 산짐승을 잡아 구워 먹기도 하고 밥도 간단히 해먹습니다.”

공주는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거렸습니다.

아주 재미있어요. 숱 가마터는 어디 있어요?”

저쪽 모퉁이에 있지요.”

가 봐요. 구경하고 싶어요.”

그러지요. 예까지 오셨으니 오늘은 산토끼 구이를 해드리지요.”

산토끼구이가 뭐예요?”

가 보시면 압니다.”

숱 장수는 숱 가마 안에다 참나무 장작을 가득히 채우고 불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산토끼 고기를 구워 공주에게 주었습니다.

 

 

나는 여기서 이렇게 살아요. 이 고기 들어보세요. 맛있어요.”

공주는 주는 대로 받아먹었습니다. 궁궐에서는 맛보지 못한 아주 맛있는 고기였습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말했습니다.

밤에는 굴에서 자야겠지요?”

, 거기밖에 잘 만한 곳이 없습니다. 오늘밤은 아씨가 굴속에 들어가 주무세요. 나는 여기 풀밭에서 자도 됩니다.”

주인이 밖에서 자는 법이 어디 있어요. 우리 같이 들어가 자요.” / 오늘은 너무 길어서 내일 계속합니다.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옥례 공주(2)/ 황금덩어리와 숱 장수

안 됩니다. 남녀유별이지요. 저는 여름이면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지붕 삼고 별들을 세어보며 많은 생각을 하며 잠이 들곤 했습니다.”

 

무슨 생각을 했어요? 아주 재미는 이야기요?”

아씨는 뉘신지 모르지만 별들을 보며 들에서 자 보지 않아서 무르실 겁니다. 별밤을 품에 안고 자면 잠도 잘 오지요.”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안 됩니다. 여기는 안 됩니다. 굴로 들어가세요.”

숱 장수는 공주를 억지로 굴 안으로 들여보내고 거적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숱가마터 곁 잔디밭에 누웠습니다. 누군지 모를 처자가 따라와 이러고 있으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나 생각하며 하늘의 별들한테 물었습니다.

 

별들아 물어보자. 저 처자는 누구냐? 어쩌자고 이런 데까지 따라왔는지 모르겠다. 너희들은 알고 있을까?”

그러면서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한편 공주는 자리에 들어 생각했습니다.

저 숱 장수는 엄마가 시집보낸다던 사람 아닌가. 숱 장수한테 시집보낸다는 그 사람…….’

 

공주는 아무리 해도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덮고 자는 홑이불을 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숱 장수 옆에 나란히 누워 홑이불을 덮었습니다. 숱 장수는 그만 잠에서 깨어나 공주가 곁에 누운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씨, 왜 이러십니까?”

 

주인이 밖에 계신데 어떻게 나그네가 안에서 잘 수 있어요. 이렇게 같이 자는 게 맞지 않아요.”

안 됩니다. 남녀간에 한 이불을 함부로 덮으면 안 됩니다.”

안 될 것도 없어요. 나는 이렇게 하는 게 좋아요.”

그러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하늘에 별들이 참 많네요. 나는 하늘에 별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어요. 별들이 모두 깜박거리며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어요.”

어떻게 그 나이가 되도록 별을 못 보셨나요?”

저는 굴속 같은데서만 살아서 밤하늘을 볼 기회가 없었어요.”

굴속 같은 데라니 나같이 사셨단 말입니까?”

여기보다 더 갚은 굴속에 살았지요. 거기는 자유도 없고.”

자유가 뭡니까?”

그것도 몰라요? 이렇게 아무데서나 자고 아무것이나 먹고 아무 소리도 할 수 있는 게 자유예요.”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자유인가요?”

쉽게 말하면 그런 거예요. 나는 베개가 없으면 불편해요. 오른팔을 펴보세요.”

 

남남끼리 더욱 남녀가 그러면 안 되는 법입니다.”

법이라고요? 난 그런 소리가 싫어요. 압 됩니다 안 됩니다 그건 안 됩니다. 신물이 나요. 내가 팔을 베고 싶다고 하면 대주시면 되는 거예요. 팔을 벌려주세요.”

안 됩니다.”

또 안 됩니다예요?”

 

공주는 숱 장수 팔을 당겨 팔베개를 했습니다. 숱장수 총각은 할 수 없이 팔을 내맡겼습니다. 그리고 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보며 곁에 누운 아가씨의 체온이 따듯하다고 느끼며 생각했습니다.

 

이 처녀는 누구일까? 무슨 사연이 있어 여기까지 나를 따라 왔을까? 집도 없고 부모도 없을까? 나처럼 혼자 굴러다니는 사람일까? 나는 이렇게 숱이나 굽다가 여기서 늙어 죽을 사람인데 이 처자는 앞으로 어떻게 살 생각일까? 불쌍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때 공주가 입을 열었다.

잠이 안 오지요?”

 

.”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해 드릴까요?”

무슨 이야기인데요?”

만일 내 팔베개 주인이 임금님이 되신다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될 이야기를 해야지요.”

그래서 만일이라고 했잖아요.”

별구경이나 하다 들어가 주무세요. 나는 내일 숱을 구워야 합니다.”

 

잠이 안 오는데 거기 들어가면 잠이 오나요? 그럼 만일 왕이 아니고 영의정이 되신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으세요?”

아무 말이나 하면 못 써요.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에요.”

또 그런 소리! 아무 말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자유라는 거예요.”

 

아씨는 세상을 잘 몰라서 그러시는데 영의정이면 임금님 바로 아래 높은 벼슬을 하는 분인데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꿈이라도 꿀 수 있나요.”

하시는 말씀이 아주 임금님 같아요. 내가 세상을 모른다고요?호호호.”

 

그런 이야기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지요. 아씨나 나나 우리 같은 민초들은 민초들 이야기가 어울려요.”

좋아요. 그럼 민초 이야기해 주세요.”

 

숱 장수는 밤이 깊도록 무슨 이야기인지 하다가 말았습니다. 세상 물정도 모르는 처자가 한심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숱 장수는 처자가 묻는 말에 대답도 안 하고 팔베개가 되어 준 채 밤을 보냈습니다.

 

아침이 되어 숱 가마에 불을 때며 산에서 캔 더덕, 잔대, 마를 구워 공주한테 주었습니다. 공주는 그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 먹어 보는 것이라 아주 좋아하며 숱 장수가 주는 대로 받아먹었습니다.

 

숱 가마는 커다란 바위들을 벽에 쌓고 그 안에 참나무 토막을 쌓고 불을 피웠습니다. 참나무가 불에 활활 타오르고 있을 때 굴 앞에 놓인 바위들이 누렇게 빛을 내며 녹아내렸습니다. 그 바위들은 불길이 꺼지면 도로 숱이 묻은 시커먼 바위로 변했습니다.

 

공주는 그 바위가 황금빛을 내면서 녹았다 굳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러나 숱 장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바위를 주어다 빈자리를 채웠습니다. 공주가 숱 장수한테 물었습니다.

이런 바위를 어디서 구해 왔어요?”

이 골짜기에는 사방에 널려 있지요.”

 

공주는 그 말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공주는 궁궐에서 황금덩어리를 보았고 황금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숱 장수한테 그것이 황금덩어리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숱 장수는 아무것도 모르고 바위덩어리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숱을 며칠 동안 굽고 난 총각 숱 장수는 잘 구워진 숱을 지게에 지고 산을 내려가며 말했습니다.

 

아씨. 이제 나를 따라 돌아가시지요.”

싫어요. 난 여기가 좋아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 고향집으로 가세요.”

저는 고향이 없어요. 여기 살 거예요.”

여기는 혼자 있을 곳이 못 되어요.”

그래도 공주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숱 장수는 내려가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공주는 그날부터 혼자 가마터를 지키며 산에서 나무 열매를 따고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황금돌들을 주서 모았습니다.

 

숱 장수는 숱을 다 팔고 먹을거리를 사서 짊어지고 돌아왔습니다. 혼자 산속에 남아 있던 처자가 이제는 돌아갔겠지 하고 와 보니 엉뚱하게 반갑게 맞으며 마치 새색시나 되는 것처럼 먹을거리까지 차려놓고 기다렸습니다.

 

숱 장수도 만약에 처자가 그대로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엿과 붕어과자를 사왔습니다. 그렇게 하여 둘이는 맛있게 먹고 낮에는 산나물과 칡, 도라지를 캐고 산토끼를 잡아먹고 재밌게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공주가 말했습니다.

우리 이제 그만 산에서 내려가요.”

 

무슨 말씀이시오? 나는 여기서 떠나면 굶어죽어요.”

염려 말고 내가 하자는 대로 해요. 산에서 내려가면 부자가 될 거예요. 우리 부자 되면 혼인하고 같이 살아요.”

숱 장수는 펄쩍 뛰었습니다.

 

옥례공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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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마가 된 숱 장수

그렇게 고운 사람이 나같이 천한 것하고 혼인을 하다니요. 그런 말 아무렇게나 하지 마십시오.”

나는 숱장수가 좋은데 그쪽은 나를 안 좋아하시나요?”

그런 건 아니지만 내 처지를 잘 알기 때문이지요.”

좋아요. 그럼 됐어요. 나하고 내일 산에서 내려가요.”

숱 가마는 어떡하고요?”

이제 숱 장수는 그만 해도 부자로 살 수 있어요.”

턱없는 거짓말도 잘 하시오.”

아니에요. 당장 내가 하자는 대로만 해요. 지게에다 저기 가마를 막고 있는 돌덩이를 지고 내려가요. 나는 그 동안 모은 돌들을 가지고 내려갈 거예요.”

 

 

흔해 빠진 바윗돌을 가지고 내려가다니요. 저런 돌은 동네에 내려가면 얼마든지 있어요.”

동네에 널려 있는 돌덩이와 여기 있는 돌덩이는 달라요. 내 말 안 들을래요?”

숱 장수는 할 수 없이 숱 가마 앞에 놓인 새까만 돌덩이를 지게에 잔뜩 짊어지고 공주를 따라 산을 내려갔습니다. 공주는 동네 산속에 금덩어리를 숨겨놓고 숱 장수 보고 지키고 있으라고 한 다음 동네로 내려갔습니다. 손에 금돌 열 개를 들고 동네 금방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많은 돈을 받아 마을에서 가장 좋은 집을 하나 샀습니다.

산속에서 하루 종일 굶으면서 바위덩어리를 지키고 있는 숱 장수는 처자가 돌아오지 않아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예쁜 아가씨는 처음 본 터라 마음으로 좋아는 하고 있었는데 돌아오지 않자 멀리 달아났구나 하고 실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가 지고 난 다음 돌아와 총각한테 말했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지요? 이제 돌덩이를 다 짊어지고 가요.”

어디로요?”

그냥 나만 따라 오세요.”

 

숱 장수는 공주가 하는 대로 금덩어리를 짊어지고 어두워진 길을 걸어 동네 가운데서 가장 크고 좋은 집으로 따라가다 물었습니다.

아씨, 이 집은 동네에서 가장 큰 부잣집인데요.”

왜요?”

주인 허락도 없이 들어가면 안 되지요.”

주인이라고요? 우리가 주인이에요.”

? 농담도 함부로 하면 안 됩니다.”

농담이 아니에요. 그 돌덩이는 저쪽 구석에 있는 구덩이에 넣고 흙으로 덮으세요.”

그러다 주인한테 들키면 어떡하려고요?”

우리가 주인이라니까요.”

저는 겁이 납니다. 주인이 나타나면…….”

 

 

그러면서 숱 장수는 짊어지고 온 돌덩이를 공주가 하라는 대로 했습니다. 어느새 안방에는 저녁상이 차려져 있고 촛불까지 켜 놓았습니다. 공주가 말했습니다.

내가 그랬지요. 우리는 부자가 될 거라고요. 이 집이 바로 우리 집이고 우리는 부부가 되어 여기서 살 거예요.”

숱 장수는 펄쩍 뛰었습니다.

아닙니다. 아씨는 제 내자가 될 분이 아닙니다. 저는 천한 숱 장수입니다.”

숱 장수라도 내가 좋다는데 그래도 싫다고요?”

그리고 다음 날 공주는 그 고장에서 가장 유명한 목수를 구하여 놓고 말했습니다.

저 대문에다 열고 닫을 때마다 돌쩌귀에서 소리가 나게 만들어 주세요.”

무슨 소리를 말입니까?”

 

 

문을 열고 닫을 때 옥례야 하는 소리가 나게 만들어 주세요.”

,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여 대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옥례야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숱 장수는 신기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싱글벙글했습니다.

 

한편 궁궐에서는 옥례공주가 나간 뒤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아서 임금님과 왕비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사방에 공주가 어디 있는지 알고 데려오는 사람한테는 상금을 주겠다고 방을 붙였습니다.

한 나그네가 방을 보고 동네 큰 부잣집 앞을 지나다가 젊은이가 물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데 문틀에서 옥례야 옥례야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궁으로 들어가 아뢰었습니다.

어떤 시골 부잣집 대문을 열었다 닫을 때마다 옥례야 하고 공주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임금님은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고관을 보내어 그 집 대문을 열어보고 확인해 보라고 명했습니다. 신하가 명을 받고 그 집을 찾아가 문을 열어보니 과연 옥례야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몇 번씩 열어보았습니다. 대문 틀에서는 그 소리가 똑똑히 나서 안에다 대고 호령을 했습니다.

 

 

여봐라, 안에 주인 있느냐?”

이때 숱 장수가 나와 관복차림의 괸리가 나타난 것을 보고 벌벌 떨며 대답했습니다.

, 제가 주인이옵니다.”

어찌하여 문에서 사람 부르는 소리가 나게 했느냐?”

, 예 저는 그 사연을 잘 모릅니다. 안사람이 그렇게 했습니다.”

안사람이라 했느냐? 안사람을 당장 불러라.”

이때 안에서 고운 옷을 차려입은 공주가 나타났습니다. 궁궐 신하는 공주를 알아보고 그만 납작 엎드려 예를 올렸습니다.

공주 마마. 공주 마마. 그간 무탈하셨사옵니까.”

숱 장수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놀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공주를 바라보았습니다. 공주가 방긋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놀랄 것 없어요. 우리는 이 집 주인이잖아요.”

 

 

그렇게 되어 신하의 전갈을 듣고 임금님이 직접 공주가 사는 집으로 행차했습니다.

공주가 무사히 잘 있는 것을 안 임금님 부부는 집안으로 들어가 공주의 인사를 받았습니다.

숱 장수는 크게 놀라서 달아날 궁리를 했습니다.

그동안 같이 산 처자가 공주라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공주가 아무렇지도 않게 숱 장수를 보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놀라실 것 없어요. 어마 마마가 나를 숱 장수한테 시집보내겠다고 하셔서 제가 당신을 따라온 거예요. 우리는 이제 부자가 되었잖아요. 겁만 먹지 말고 아바마마 임금님께 예를 올려요.”

 

숱 장수는 공주가 하라는 대로 넙죽 엎드려 벌벌 떨며 일어서지를 못했습니다.

그러자 왕비가 다가와 일으키며 말했습니다.

일어나거라. 너는 내가 공주한테 말한 숱 장수 사위니라.”

 

임금님이 궁궐로 돌아갈 때 공주가 숱 장수한테 말했습니다.

구덩이에 묻어둔 바윗돌들을 가져다 아버님 어가에 실어드리세요.”

숱 장수는 묵묵히 돌을 가져다 임금님 어가에 실었습니다.

임금님도 그 시커먼 바윗돌이 뭔지 몰라 물었습니다.

이게 무엇이냐?”

 

저를 찾으신 선물이에요. 가서 물로 깨끗이 씻어보시면 알아요.”

숱 장수는 흔해빠진 돌을 어찌 임금님한테 드리는지 알 수 없어 고개만 갸웃거렸습니다.//

 

//재미있었다고 생각하시면 댓글을 부탁해요. 숱 장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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