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동화

은하수 1-33까지

웃는곰 2017. 5. 24. 17:43

은하수

 

별들이 속삭이는 말

캄캄한 밤에 공상 할아버지와 동네 아이들이 평상에 둘러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하늘에서는 크고 작은 별들이 내려다보고 깜박거리며 속삭였습니다.

얘들아 나 보이니? 나 예쁘지? 반짝 반짝.”

얘들아 반갑다. 반짝 반짝.”

공상 할아버지도 계셨네요.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반짝 반짝.”

동네 아이들은 교장 선생님을 지내신 할아버지를 공상 할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세상에 없는 이야기들을 그럴 듯하게 이야기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다연이가 할아버지한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별은 모두 아름답지요?”

아름답구나. 사람도 훌륭한 사람을 별 같은 사람이라고 하는 걸 보면 별보다 아름다운 건 세상에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할 때는 별처럼 아름답다고 하지 않느냐.”

한나가 별을 손가락으로 하나 둘 셋 넷 세다가 다 셀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할아버지한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별은 몇 개나 되나요?”

나도 세어 보지 않아서 알 수가 없구나.”

장민구가 끼어들었습니다.

할아버지, 우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별은 억개도 넘는대요.”

할아버지가 웃으시며 대답했습니다.

억이 얼마나 큰 숫자인지 알고 있느냐?”

천만보다 많은 숫자라고 생각해요.”

공상 할아버지가 또 물었습니다.

너희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숫자가 무엇인지 아느냐?”

유소라가 대답했습니다.

천억이에요.”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천억? 그럼 하나서부터 천억까지 숫자를 말해 보거라.”

소라가 신이 나서 대답했습니다.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윤병두가 놀랍다는 듯 소라 칭찬을 했습니다.

야아! 유소라. 그렇게 많은 숫자를 외울 수 있어?”

소라가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런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할아버지가 다른 사람한테 물었습니다.

잘 알고 있었구나. 누가 그보다 더 많은 숫자를 알고 있을까?”

오수철이 당당하게 대답했습니다.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입니다.”

할아버지가 또 칭찬을 했습니다.

거기까지 아는 것을 보니 대단하구나. 그 이상을 아는 사람이 있느냐?”

아이들은 나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웃으면서 숙제를 냈습니다.

너희들이 아는 숫자가 천조까지밖에 모르는 것 같구나. 그 이상의 숫자를 집에 가서 어른들한테 물어서 알아 오너라.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저녁에 또 모여서 누가 알아오나 기다려 보기로 하자.”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가서 부모님한테 할아버지 숙제를 여쭈어 보았습니다.

2. 백조는 호수에 있고

박경미가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한테 물었습니다.

아빠는 일, , , , 하고 숫자를 몇 가지 셀 수 있어?”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경미가 뒤를 이었습니다.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

아빠가 놀라서 물었습니다.

네가 언제 그런 것까지 아느냐?”

그리고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경까지 아는데……. 그 이상은 모르겠어. 아빠는 더 몰라?”

모르겠다. 어디서 그런 문제를 가지고 와서 그래?”

한편 구자경이도 할아버지한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다음은 뭐야?”

그게 무슨 소리냐? 백조는 호수에 있고 천조는 하늘 새를 천조라고 하는 거란다.”

그런 것 말고 숫자 가운데 천조보다 더 큰 숫자가 뭐냐고 여쭈어 본 거예요.”

할아버지는 아예 말 상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거 알아서 뭘 하느냐 공부나 하지 않고.”

그게 숫자 공부잖아요?”

모르겠다. 너의 아빠한테 물어 보든지.”

자경이는 아빠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가 물어보았습니다.

아빠,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그리고 다음은 뭐야?”

그 다음은 경이라고 하지.”

그 이상은?”

그 이상은 알 필요도 없는 숫자다.”

자경이는 경까지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오수철이는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엄마한테 물었습니다.

엄마,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경 다음은 뭐야?”

엄마는 손가락으로 꼽아가며 외웠습니다.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 …….”

엄마는 더 이상 몰라?”

그런 것은 왜 알고 싶은 거냐?”

우리 동네 교장 할아버지한테 하늘의 별이 몇 개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할아버지가 숫자를 알아 오라고 하셨어.”

하늘의 별을 무슨 수로 다 세어 본다는 거냐?”

끝까지 세어 보면 알 수 있지 않아?”

끝까지 누가 다 세어 보겠니? 난 더 이상 모른다.”

이렇게 하여 자경이는 까지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한나 아버지는 딸이 묻는 말에 대답이 궁색해지자 책을 뒤지며 중얼거렸습니다.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 , , , …….”

자경이 귀를 기울이다가 물었습니다.

아빠, 경보다 높은 숫자가 해, , , 극이야?”

그렇다고 씌어 있는데 더는 알 수가 없구나.”

다음날 저녁입니다. 마을회관 평상에 어린이와 엄마들이 모였습니다. 할아버지가 자경이 엄마한테 물었습니다.

오늘은 어떻게 엄마들까지 모이셨나요?”

자경이 엄마가 대답했습니다.

우리 자경이가 숫자를 묻는데 대답을 못다 해서 할아버님한테 오면 배울 것 같아서 왔습니다.”

아이들 데리고 하는 소린데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셨습니까.”

수철이가 끼어들었습니다.

할아버지 일,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보다 높은 숫자가 뭔지 우리 엄마 아빠는 모르신다고 했어요. 가르쳐 주세요.”

자경이가 아빠가 한 숫자를 외웠습니다.

할아버지, 우리 아빠가요 일,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 , , , 극까지는 알았는데 더 이상은 모르신다고 했어요. 더 큰 숫자를 알주세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 , , , ……. 그 다음은 항하사, 아승지, 나유타이고…….”

윤병두가 낄낄거리며 입을 열었습니다.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 , , , , 항하사, 아승지, 나유타, 할아버지도 그 이상을 모르시는 거지요? 히히히…….”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네 말이 맞다 이 할아버지도 모르는 숫자다. 불가사의라는 것이니까 누구도 모른다는 말이 되는 것 같구나.”

자경이 엄마가 물었습니다.

불가사의라면 아예 사람 생각으로는 더 이상 모르겠다는 말씀이군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그렇지요, 그러나 알 수 없다는 것보다 더 큰 숫자가 뭐겠습니까?”

없는 거 아닌가요?”

있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할아버지를 보고 물었습니다.

그보다 더 큰 숫자가 있다고요?”

하늘의 별을 보아라. 몇이나 되느냐?”

자경이 엄마가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습니다.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고 상상도 할 수 없으니 무량…….”

할아버지가 신기해하며 다음 말을 물었습니다.

무량 다음은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모르겠어요.”

할아버지가 끝말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무량대수라는 것입니다. 한도 끝도 없는 것이라 셀 수 없이 많다는 말이지요.”

자경이 엄마가 정리하여 말했습니다.

그럼 숫자는 일,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 , , , , 항하사, 아승지, 나유타, 불가사의, 무량대수가 아닙니까?”

그렇지요. 하늘의 별은 무량대수입니다.”

장민구가 한 마디 했습니다.

할아버지 하늘의 별들이 그렇게 많은가요?”

그렇지. 별들이 얼마나 많은지 끝이 없다는 것이란다. 그러니 누가 세겠느냐?”

할아버지, 별들은 왜 크기가 다를까요?”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어떤 별은 크지만 너무 멀리 있어서 작게 보일 수도 있고 어떤 별은 그보다 작지만 지구에서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크게 보일 수도 있을게다.”

3.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된다는데

박경미가 할아버지한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별나라에는 사람이 살고 있을까요?”

과학자들은 별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다. 내 생각으로는 이 우주에 수없이 많은 별들에는 지구처럼 동물과 식물이 사는 별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과학을 아무리 발전시켜도 우주의 비밀을 다 알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태양계도 못 다 알면서 태양계보다 수천억 배나 많은 별들의 세계를 누가 알겠느냐?”

자경 엄마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우주과학자들은 우주의 비밀을 다 아는 듯이 말하지만 지구를 중심으로 한 태양계의 한 귀퉁이만 겨우 알고 하는 소리라고 생각해요.”

할아버지도 같은 의견을 말했습니다.

그래요, 사람이 아무리 지혜를 짜고 과학을 발전시켜도 끝없이 넓은 우주의 비밀을 다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민구가 엉뚱한 소리를 했습니다.

할아버지,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된다는데 정말인가요?”

할아버지가 웃으며 물었습니다.

누가 그러더냐?”

우리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사람은 죽어서 땅에 묻히고 영혼은 별나라고 간다고 했어요.”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래, 사람은 죽으면 별나라로 간다고 하는 말도 틀린 말 같지는 않다. 이 할아버지도 별들을 보면서 아름다운 꿈을 꾸기도 하고 세상 사람이 생각하지 않는 공상도 한단다.”

소라가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은하수를 가만해 올려다보고 있으면 별들은 모두 아름다운 비밀을 가진 눈동자 같아요. 어떤 별은 웃고 있고 어떤 별은 눈물을 흘리는 것 같고 어떤 별은…….”

수철이가 말을 막았습니다.

그런 별이 어디 있냐? 모두가 졸린 눈처럼 깜박거리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은하수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별무리가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뿌옇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길게 떠 있지 않으냐? 저게 은하수라는 것이다. 그 은하수 안에는 지구보다 몇 배나 큰 별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떠 있는 것이란다.”

병두가 올려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저렇게 작은 별들이 지구보다 클 수는 없을 거예요.”

할아버지는 병두를 보고 말했습니다.

작은 별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게다. 그러나 저 하늘 멀리 아주 멀리 보이는 별 가운데는 지구보다 백배 천배나 더 큰 별도 있고 해보다 더 큰 붙박이별이라는 것도 있단다.”

한나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지구는 자전을 하면서 공전한다고 배웠어요. 지구가 왜 자전을 할까요?”

4. 죽은 별 살아있는 별

할아버지는 나름대로 생각하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나는 과학자가 아니라 더 깊은 것은 말할 수 없다만 별에는 죽은 별과 살아 있는 별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모두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우우, 죽은 별 산 별……. 어떤 별이 죽은 별인가요?”

이때 하늘에서 별똥별이 동쪽에서 긴 꼬리를 끌고 나타났다가 서쪽으로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야아! 별똥별이다아아.”

할아버지도 보시고 말했습니다.

바로 저 별똥별이 죽은 별이라고 생각한다. 죽은 별은 제 길(궤도)를 잃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다 저희끼리 부딪쳐 깨지고 부서지기도 한다. 그 쪼가리들이 지구에까지 날아와 대기권에 들어오면 공기에 부딪쳐 타면서 빛을 내는 것이다.”

병두가 아는 체하고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그 정도는 학교에서 배워서 우리도 다 알고 있어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그렇구나. 나도 학교에서 배운 대로 말했으니 내가 배운 것이나 너희들이 배운 것이 다를 수가 없겠구나.”

한나가 하던 질문을 또 했습니다.

할아버지, 지구는 왜 자전과 공전을 하느냐고 여쭈어 보았는데…….”

, 내 생각대로 대답해 보마. 이 말은 과학자들이 한 말은 아니다. 교과서에도 없는 이야기를 공상으로 하는 것이니 재미로 듣기 바란다. 지구는 태양에서 떨어져 나올 때 처음에는 빙글빙글 몸부림을 치며 도는 커다란 불덩어리였다. 그런데 우주 천체 중에는 떠다니는 어름덩어리 별이 있는데 그것이 불덩어리로 날아들어 부딪치자 물과 불이 큰 싸움이 벌어졌다. 그 싸움은 수만 년이 계속되었고 어름에 맞아 식은 불덩어리 쪼가리는 흙이 되고 불에 덴 어름덩어리는 수증기가 되어 공중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한나가 의심을 가지고 물었습니다.

정말 그랬을까요?”

할아버지는 껄껄 웃으시며 대답했습니다.

하하하, 네가 내 말을 믿을 수가 없는 모양이로구나. 나도 이렇게 공상을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의심을 하면서 하는 말이니 네가 의심을 할만하다.”

한나는 그래도 재미있다는 듯 할아버지 말씀을 재촉했습니다.

괜찮아요 할아버지. 그런 이야기는 과학책에도 없는 이야기라 의심이 가지만 재미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된 거예요?”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계속되었습니다.

처음에 불덩어리에 어름덩어리가 부딪칠 때의 힘으로 불과 물은 빙빙 돌았고 불이 차츰 식어서 가루가 된 것들은 물 위에 내려앉아 흙이 되고 불에 데워 공중으로 달아났던 수증기는 구름이 된 것이다. 그렇게 불과 물이 몸부림을 치고 싸우면서 돌아가는 것이 자전이 된 것 같다.”

민구가 물었습니다.

공전은 왜 생겼나요?”

공전은 태양에서 떨어져 나온 불덩어리가 태양의 힘에 끌려 더 이상 달아날 수 없는 한계점에 이르자 자전의 힘을 받아 태양 둘레를 빙빙 돌게 된 것 같다. 내 대답이 되었느냐?”

한나가 대답했습니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럴듯하고 재미있어요. 그런데 은하수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할아버지도 잘 모르는 듯 망설이다가 대답했습니다.

은하수는 우리말로 하면 용()의 옛말인 미르가 변한 말 미리와 내천()의 내를 합쳐 미리내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하늘을 가로지르는 뿌연 빛의 별무리 흐름이 강 같지 않으냐? 별들이 흐르는 냇물이라는 말도 되겠지.

한나가 또 묻던 말을 계속했습니다.

할아버지, 지구는 가만히 있는 것 같은데 자전을 하고 공전을 한다고 하는데 지구는 얼마나 빨리 돌아가고 있나요?”

허허, 한나가 점점 어려운 문제만 내놓는구나.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과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지구 적도의 길이는 약 40,000km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적도 위의 한 점은 하루에 약 40,000km의 거리를 움직이는 셈이다. 이를 24시간으로 나누면, 지구는 시속 약 1,700km의 속도로 돌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한다. , 적도에 서 있는 사람은 시속 1,700km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 것과 같다. 그것은 비행공기보다도 빠른 셈이다.”

한나가 또 물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지구는 초속 463m자전하고 있는 셈인데 속도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5. 비행기보다 빠르게 나는 지구

할아버지는 머리를 긁으시며 대답했습니다.

글쎄다. 그것도 내 공상대로 대답해도 되겠느냐?”

한나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 할아버지 공상은 재미있으니까요. 호호호.”

우리가 지구의 돌아가는 속도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공간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무엇과도 비교할 데가 없기 때문이고 매우 큰 덩어리가 돌아가는 속도가 시간적으로 느린 때문이다. 만약 지구의 자전속도가 훨씬 더 바르게 된다면 지구 표면에는 집도 지을 수 없을 것이고 사람이나 짐승도 붙어나지 못할 것이 아니겠느냐?”

이번에는 민구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지구가 태양을 돌아가는 것을 공전이라고 배웠는데 지구가 날아가는 속도는 얼마나 되나요?”

할아버지가 아이들한테 손짓을 해가며 대답했습니다.

지구는 한 시간에 약 11km를 날고 1초에는 약 30km의 속도로 태양 주위를 달린다고 한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얼마나 빨리 돌아가는지 짐작이 가느냐?”

민구가 대답했습니다.

“1초에 30킬로미터를 날아가면 똑딱똑딱 하는 사이에 75리를 날아가는 셈이 아닌가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그렇지. 안성 우리 동네에서 서울까지가 몇 킬로미터나 되느냐?”

아이들이 머리를 갸웃거리고 대답을 못하자 자경 엄마가 대답했습니다.

“75킬로입니다.”

할아버지가 벙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내가 꾸벅하고 졸면서 눈을 감았다 뜨는 사이에 2초가 지나는 셈이니 지구는 그 사이에 서울을 떠나 안성에 도착한 셈입니다.”

아이들이 모두 손가락을 접고 펴 보면서 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와아! 빠르다. 그렇게 빠른 지구를 우리가 타고 있다고요? 하하하.”

할아버지가 덧붙였습니다.

지구만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 외에 다른 행성(금성, 화성, 목성, 토성, 수성, 해왕성, 명왕성, 천왕성 등)들도 모두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단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지구의 자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도는데 시계 초침의 반대 방향으로 돈다고 한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병두가 입을 열었습니다.

할아버지, 과학 이야기는 그만 하세요. 학교에 온 것 같아서 싫어요.”

할아버지가 웃는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네가 학교 공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로구나. 그래, 네 소원대로 학교 이야기는 그만하고 내가 별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 이야기나 해주마.”

아이들이 모두 좋아서 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 , , ,!”

6. 죽은 사람 영혼이 가는 별

할아버지는 민구를 보고 물었습니다.

너는 할머니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신 것 같다. 네가 들은 이야기 중에 재미있는 별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지 않겠니?”

민구가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했습니다.

저 혼자 아는 이야기가 아니고 다른 아이들도 다 아는 이야기에요. 칠월칠석날 밤에 견우와 직녀가 만나서 반가움에 눈물을 흘리기 때문에 밤에 비가 온대요. 그게 다예요. 헤헤헤.”

박경미가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그런 이야기는 동화책에도 많이 있어요. 동화책에 없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세요.”

할아버지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내가 무슨 재주로 동화책에 나오는 이야기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느냐.”

수철이가 끼어들어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무슨 이야기든 해 주세요. 재미있게 들어드릴게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도 듣는 사람이 재미없게 들으면 재미가 없는 것이고 별로 재미가 없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들으면 재미있는 것이다. 네가 그렇게 말했으니 재미없어도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다오.”

아이들이 새들처럼 똑같은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 , , , .”

할아버지가 북극성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저기 북쪽에 다른 별보다 크게 빛나는 별이 보이지 않느냐? 저 별을 북극성이라고 하는데 지구는 저 북극성을 축으로 비스듬하게 돌고 있고 지구에서 못 쓰게 된 폐물들은 다 저 별이 빨아간단다.”

다연이가 할아버지 말을 막았습니다.

할아버지, 그건 말이 안 돼요, 거짓말이에요. 지구에 있는 못 쓰게 된 것들이 어떻게 북극성까지 가요?”

할아버지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네 말도 맞다. 못 쓰게 된 물건들이 어떻게 지구를 빠져나가 별에까지 가겠느냐?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은 거짓말이고 공상이라고 하는 게 아니겠느냐? 허허허.”

할아버지는 민구를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사람은 죽으면 몸뚱이는 땅에 묻히고 영혼은 별이 된다고 했지?”

, 우리 할머니가 여름밤에 별을 보면서 그러셨어요.”

할아버지는 별을 올려다보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래, 그래.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지구에서 살다가 죽은 사람은 몸뚱이를 땅에 묻고 영혼이 지구를 떠나 저 북극성으로 간다고 한다. 북극성에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느냐?”

민구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욕심쟁이 벽호라는 사람이 죽었다.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제 집처럼 쓰던 영혼이 몸뚱이는 버리고 황천길을 떠났다. 그 영혼은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 빠르게 날아 북극성에 도착했다. 별에 도착해 보니 지구의 천배도 넘는 큰 별에 지구에서 온 영혼들이 줄을 섰는데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영혼한테 물어 보았다.”

이렇게 많은 영혼들이 줄 선 길이가 얼마나 깁니까?”

나도 모릅니다. 내가 여기 도착한 지가 지구 나이로 치면 천년이 넘습니다.”

천년이 넘도록 한 자리에만 서 있었다고요?”

저 앞에 서 있는 영혼들은 나보다 훨씬 먼저 왔으니 수만 년이 넘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얼마 안 기다리면 심판대라는 저울 앞에 도착된답니다.”

이렇게 줄을 서서 심판대로 간다고요?”

그렇다고 합니다.”

심판대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지구별에 살 때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살다가 왔나를 심판을 받는 것이지요.”

모두가요?!”

그렇지요,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아닙니다. 하도 신기해서…….”

욕심쟁이 벽호는 갑자기 걱정이 생겼습니다.

할아버지 이야기는 계속되었습니다.

7. 구두쇠가 받은 벌

욕심쟁이 구두쇠 벽호는 지구에 살 때 착한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고 못된 짓만 하다가 온 것입니다. 벌을 받게 되나 보다 생각한 벽호는 벌벌 떨었습니다.

앞에 먼저 온 영혼이 물었습니다.

왜 그리 떠시오?”

아닙니다. 날씨가…….”

날씨가 어때서 그렇습니까. 여기는 지구 날씨로 말하면 봄 날씨인데 그래도 춥습니까?”

그 별은 하루가 지구의 천년과 같고 봄 날씨처럼 온화했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길게 늘어선 앞의 영혼들이 심판대를 통하여 어디론가 사라지고 뒤에는 끝이 안 보일만큼 긴 영혼의 줄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마침내 구두쇠 벽호가 심판받을 순서가 되었습니다. 심판대는 아주 높은 계단 위에 있어서 밑에서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계단을 밟고 올라서 보니 심판대에는 심판관도 없고 커다란 거울과 저울이 하나 있을 뿐이었습니다. 구두쇠 벽호가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어디선지 우렁우렁하는 위엄 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울에 올라라.”

그 한 마디뿐이었습니다. 벽호는 심판대에 올라섰습니다. 그 순간 앞에 있는 거울이 새까매지고 저울추가 한편으로 무겁게 내려갔습니다.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네놈은 세상에서 착한 일은 하지 않고 못된 짓만 하였구나.”

벽호는 변명을 했습니다.

착한 일도 했습니다.”

무엇이라고? 네가 했다는 착한 일이 무엇이냐?”

…….”

또 소리가 들리면서 거울이 비쳤습니다.

네가 했다는 착한 일이 이것이냐?”

거울에는 어렸을 때 길 잃은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 준 것이 전부였습니다. 벽호는 자랑스럽게 대답했습니다.

, 제가 그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또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거울 속을 보아라. 네 무게는 죄가 99%이고 착한 일은 1%로밖에 안 되느니라.”

그러면서 거울에 그 동안 못된 짓한 모든 것들이 비쳐졌습니다. 옆집 노인을 속이고 똔 떼어먹은 일, 착한 아내를 주먹으로 때린 일, 부모님 마음을 아프게 한 일, 친구들과 술 마시고 술집 주인한테 행패를 부리고 돈도 안 주고 떼어 먹은 일……. 이루 말할 수 없는 창피한 비밀들이 모두 몰래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다 보였습니다.

벽호는 그것을 보면서 세상에서 잘못 산 것을 크게 후회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세상에 내려가 살 수도 없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결국 그는 무서운 벌을 받아야 합니다.

위엄 있는 목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

이 자는 은하수 끝 뱅뱅이 별로 보내라.”

명령이 떨어지자 벽호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은하수를 건너 뱅뱅이별로 떠났습니다. 가다가 지구 곁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멀리서 본 지구는 파란 색이 빛나는 아름다운 별이었습니다. 벽호는 지구를 보면서 후회했습니다.

저렇게 아름다운 별에 살면서 내가 왜 못된 짓만 했는가. 다시 돌아가 살 수 있다면 착한 일만 하고 오겠다.”

그러나 때는 늦었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벽호는 별들의 나라 은하수를 지나 뱅뱅이별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별들은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데 뱅뱅이별은 아무 빛도 없는 새까맣고 큰 바위 들판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바위 벌판 어디선가 소름이 끼치도록 몸서리 쳐지는 징글맞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으흐흐흐, 네 놈이 오기를 기다렸다. 으으흐흐흐.”

8. 징그런 괴물의 웃음소리

벽호는 겁이 덜컥 났습니다. 그 순간 어디든 숨고 싶어 달아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시커먼 것이 위에서 내리 덮치며 전신을 푹 뒤집어 씌웠습니다.

괴물은 거머리같이 흐물흐물했습니다. 그리고 끈적끈적한 물이 몸에 달라붙으며 고약한 냄새를 풍겼습니다.

이크! 이게 뭐야? 캑캑!”

컴컴한 속에서 시뻘건 입이 긴 혀를 날름거리며 괴상한 소리를 질렀습니다.

깍깍까악! 으흐흐흐흐!”

벽호는 숨이 막혔지만 빠져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괴물은 큰소리로 웃다가 또 칵칵 소리를 지르면서 벽호를 공중으로 높이 던졌습니다. 공중으로 떠오른 벽호는 괴물을 보았습니다.

그 괴물은 황소보다 크고 머리는 거머리 같고 몸은 지렁이 같은데 뱀같이 긴 꼬리를 휘휘 젓고 있었습니다. 벽호는 바닥에 떨어지자 무릎을 꿇고 빌었습니다.

신령인 살려주십시오.”

괴물이 또 웃어댔습니다.

으흐흐흐, 신령님이 누구냐, 살려달라고? 까깍깍!”

잘못했습니다. 신령님 살려주십시오.”

나는 신령님이 아니니라. 네가 무슨 잘못했다는 것이냐? 흐흐흐.”

살려 주신다면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습니다.”

괴물은 또 웃어댔습니다.

으흐흐흐, 네 놈이 죽은 지가 언제인데 살려달라는 것이냐? 네가 언제 죽었는지 아느냐?”

벽호는 죽은 지 십 년쯤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십년 되옵니다.”

흐흐흐 이놈이 정신이 없구나. 네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오천 년이 지났다는 걸 모른단 말이냐?”

오천 년! 그렇지 않습니다.”

이 별에서 하루는 지구의 천년과 같으니라, 이놈아. 너를 잡아먹으면 좋겠지만 잡아먹으면 내 몸에 네 죄가 묻어서 더러워질까 봐 못 잡아먹느니라. 흐흐흐.”

괴물은 다시 날개도 같고 지느러미도 같은 넓적한 것으로 벽호를 휘익 감쌌습니다. 그 순간 지구에서는 맡아보지 못한 비위 상하고 구역질나는 냄새가 풍기며 밀풀같이 끈적끈적한 오물이 전신을 감싸 발랐습니다. 벽호는 몸부림을 쳤습니다.

아아! 나 죽어요. 신령님 죽을 것만 같습니다.”

괴물이 엉덩이를 철썩 때리면서 또 징그러운 소리로 웃었습니다.

으흐흐흐, 한번 죽은 놈이 또 죽을 수 있는 줄 아느냐. 너는 더 이상 죽지도 못하고 내가 하는 대로 이 별에서 나하고 지내야 하느니라. 세상에서 죄를 짓고 살다 온 놈이 또 나쁜 짓을 하려고 살려달라느냐? 으흐흐흐.”

벽호는 언제까지 이 괴물한테 시달려야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대왕님, 저는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합니까?”

흐흐흐 내가 그렇게도 좋으냐?”

…….”

왜 말이 없느냐? 너하고 나는 이 별이 다른 별하고 부딪쳐서 깨질 때까지 있어야 하느니라.”

별이 깨진다고요? 언제나 그런 일이 있습니까?”

이 끝없는 우주에서 그 시기는 언제가 될지 무량대수니라.”

그러면서 날개같이 생긴 팔로 벽호를 또 공중으로 던졌습니다.

으으윽!”

벽호는 비명을 지르며 바위 바닥에 나뒹굴었습니다. 그러자 괴물이 다가와 찐득찐득한 지느러미 같기도 한 팔로 잡아챘습니다.

이렇게 너하고 나는 지내는 것이니라. 네가 한번 던져졌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동안 지구는 백년이 지나가느니라.”

벽호는 괴물이 공깃돌 던지듯 하기를 끝없이 한다는 것을 느끼자 죽고 싶었습니다.

대왕님 저를 죽여주십시오.”

으흐흐흐. 한번 죽은 놈이 또 죽겠다고? 너는 죽을 수도 없지만 이 별에서 달아나지도 못한다. 내가 공중으로 던질 때마다 괴롭지 않으냐?”

괴롭습니다.”

너한테 속은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괴로워했느니라. 알겠느냐?”

벽호는 말할 기운도 없고 죽을 수도 없이 괴물의 던지는 장난감 노릇을 하면서 엉엉 울었습니다.

9. 별이 몇인가 세어보자

여기까지 이야기한 할아버지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말했습니다.

저 하늘을 보아라. 별들이 얼마나 많으냐? 다연이가 한번 세어 보겠느냐?”

다연이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 , , , , 십만, 백만, 천만, , 십억, 백억, 천억, , 십조, 백조, 천조, , , , , , 항하사, 아승지, 나유타, 불가사의, 무량대수입니다. 호호호.”

할아버지가 대견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잘 세었다. 우리가 손가락이 별을 다 셀 수 있을만큼 많다면 어떻겠느냐?”

민구가 낄낄거리며 끼어들었습니다.

낙지보다 아니, 문어보다 더 징그럽겠어요. 히히히.”

경미가 다른 말을 했습니다.

할아버지, 착한 사람이 가는 별은 어떤 별인가요?”

할아버지가 둘러보시며 말했습니다.

이야기하는 동안 밤이 깊어진 것 같다. 이제 그만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

병두가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내일 밤에도 별나라 이야기를 해 주실 건가요?”

너희들이 좋다면 해 주어야지.”

병두가 또 물었습니다.

해주세요. 착한 사람이 죽으면 가는 별은 어떤 건지 알고 싶어요?”

저 많은 별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다 하자면 무량대수다. 그 이야기들을 다 듣겠느냐?”

자경이가 대답했습니다.

다 해주세요. 할아버지.”

그러면 너희들한테 숙제를 내주마. 착한 사람 이야기와 나쁜 사람이 어떻게 착했으며 어떻게 악했는지 역사적인 인물 이야기들을 알아 오너라. 그러면 내가 그 사람이 어떤 별로 가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야기해 주마.”

수철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습니다.

역사적인 인물이 아니어도 되나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려보며 물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역사적인 인물은 죽은 사람들 이야기지 않아요? 저는 살아 있는 사람 중에 착한 사람하고 나쁜 사람은 어떤 별로 가게 될지가 더 궁금해요.”

허허, 네가 많이 궁금한 것이 있는 모양이로구나. 그러마. 살아 있는 사람 가운데 착한 사람이 죽으면 어떤 별로 가게 될지도 나는 다 안다. 저 하늘에 있는 별은 얼마나 많은지 지구 사람 60억이 모두 날아가 별 하나에 하나씩 올라가도 별은 남아돈다.”

별들이 그렇게 많은가요?”

얼마나 많은지 지금까지 지구에서 떠난 영혼이 모두 별 하나에 하나씩 올라가도 별은 셋 수 없이 남아돈다.”

한나가 귀여운 소리로 웃으며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뻥이지요? 헤헤헤.”

뻥이라고? 하하하, 네가 저 우주가 얼마나 넓은지를 몰라서 하는 소리야. 끝없이 넓은 우주에 끝없이 많은 별이 떠다니는데 지금 지구 전체 사람은 60억이좀 넘는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세어 보아도 60억의 백배 인구가 있었다고 해도 그 숫자는 셀 수 있지만 별들의 숫자는 셀 수가 없다. 영혼이 별 하나에 하나씩 아니, 별 열에 하나씩 차지해도 남아돌 많큼 많은 것이 별이란다.”

경미가 별들을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하늘이 그렇게 넓다고요?”

할아버지도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새까만 하늘에는 구름이 흘러가듯 은하수가 길게 강을 이루고 이쪽 하늘 끝에서 저쪽 하는 끝까지 느티나무 사이에도 빈틈없이 크고 작은 별들이 모두 반짝거렸습니다.

아이들은 입을 딱 벌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세어 보기도 하고 저 별은 나의 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내일은 착한 사람 이야기를 해주마. 오늘은 늦었으니 돌아가도록 하자.”

민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습니다.

저도 착한 사람 알고 있어요. 그 사람은 어떤 별로 가는지 알려주세요.”

10. 착한 머슴 선한 주인

별이 하늘 가득히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며 반짝거리는 저녁, 동네 아이들이 어제처럼 모였습니다. 아이들을 둘러보며 할아버지가 민구한테 말했습니다.

네가 착한 사람 이야기를 한다고 했는데 오늘은 네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자. 어떠냐?”

민구가 대답했습니다.

, 할아버지 제가 우리 할머니한테 들은 이야기인데요, 그래도 괜찮지요?”

그래, 얼마나 착한 사람 이야기인지 들어보자.”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모여 있는 아이들이 모두 귀를 기울였습니다. 민구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어느 시골에 착하고 가난한 농부가 아내와 둘이 살았습니다. 그 농부는 자기 땅이 없어서 부잣집 머슴살이를 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그 집에 매우 귀한 손님이 왔습니다.”

농부는 아내와 의논했습니다.

이렇게 귀한 어른이 오셨는데 무엇으로 대접을 하면 좋겠소?”

아내가 대답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저 송아지밖에 없지 않아요. 그거라도 잡아서…….”

남편 농부가 깜짝 놀라 말했습니다.

여보, 그게 무슨 소리요? 우리가 가진 재산이라고는 저것이 전부인데…….”

저 어른한테 우리가 받은 은혜가 얼마인데 그까짓 송아지 한 마리 대접하는 것이…….”

이렇게 부부가 주고받는 소리를 부잣집 영감이 우연히 지나다가 들었습니다.

여보게 황서방,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니. 내가 듣기로는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대접할 것이 마땅치 않아 하나밖에 없는 송아지를 잡아 대접하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주인어른님, 못 들은 것으로 해 주십시오.”

들었는데 못 들은 것으로 해 줄 수는 없지. 자네의 고운 마음씨는 내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그 송아지는 키워서 새끼를 낳으면 또 새끼를 낳게 하여 그것으로 살림 밑천을 하겠다고 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가?”

그건 그렇지만…….”

부자 영감이 머슴을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면서 말했습니다.

자네같이 착한 사람은 하나님이 안 도와주시면 이웃이라도 도와야 하는 법일세. 내가 우리 집에 일도 하지 않고 여물만 먹어대는 황소가 있지 않은가. 그것을 잡아서 손님 대접을 하게나.”

머슴은 허리를 굽실거리며 대답했습니다.

안되옵니다. 그 황소는 씨를 받는 귀한 소인데 그것을 잡아먹으면 안 됩니다.”

그럼 할 수 없지. 우리집 암소를 잡도록 하게. 자네네 송아지가 크면 우리 황소가 있어야 새끼를 낳을 테니 암소를 잡아 대접하기로 하세.”

주인님, 그것도 안 됩니다. 해마다 새끼를 낳아 주인어른을 기쁘게 해주는 소를 잡아서는 안 됩니다.”

부자 영감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야, 자네네 송아지가 커서 새끼를 낳거든 한 마리 주게. 그러면 안 되겠는가?”

그것도 안됩니다. 우리 송아지가 얼마나 더 커야 하는데 새끼를 언제 낳습니까.”

허허, 이 사람 고집도 세군.”

이렇게 두 사람이 주고받는 소리를 들은 손님이 방문을 열고나오며 한 마디 했습니다.

두 분이 나누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는 이 집에 손님으로 오기는 했지만 대접받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두 어른이 나누는 말씀을 들어보니 감동스럽습니다. 참 아름다운 말씀을 나누고 계십니다.”

가난한 농부 부부가 손님의 말을 듣고 부끄러워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습니다. 농부 부인이 말했습니다.

어른님 부끄럽습니다. 저희끼리 몰래 나누는 말이 그만 어른께…….”

손님이 말을 막았습니다.

아닙니다. 조금도 부끄러울 것이 없으십니다. 내가 아는 두 분은 가난하지만 부자보다 행복한 분들입니다. 어려운 속에서도 불만을 모르고 변함없는 정분으로 살아가시는 것을 본 저는 누구보다 부러워한 분들이 두 분이었습니다.”

농부가 굽실거리며 말했습니다.

어른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더욱 부끄럽습니다. 그런 말씀은 거두어 주십시오.”

이때 부자 영감이 말했습니다.

손님께 인사드립니다. 이 사람은 저의 집에서 일을 해주고 살지만 그 인간됨이 저도 부러웠습니다. 이 착한 부부한테 하나님은 복을 주셔야 하는데 몇 해가 지나도 그 생활이 그 생활입니다.”

손님이 대답했습니다.

주인어른께서 조금 전에 말씀하시었듯이 착한 사람은 하나님이 안 도와주시면 이웃이라도 도와야 하는 법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이 두 분의 착한 마음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분들한테 힘이 되어 드리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러면서 머슴 부인 앞에 서류 봉투를 하나 넘겨주었습니다.

이걸 받으시지요. 저 건너 마을에 살다가 도시로 이사하면서 집과 땅을 판다기에 제가 사서 가지고 왔습니다. 이제 그 집으로 이사를 하시고 농사를 지어 남부럽지 않게 사시기 바랍니다.”

이 말을 들은 부자 영감이 몇 번씩 허리를 깊이 숙이며 손님한테 인사를 했습니다.

손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고마운 어른님이 계시다니 세상은 믿고 살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이 자리에서 한 가지 작지만 정성을 내놓겠습니다. 이왕 우리가 잡아서 손님 대접을 하고 싶었던 황소를 이 착한 사람한테 주겠습니다. 그리고 건너 마을에 있는 땅 다섯 마지기도 주겠습니다.”

부자영감이 머슴을 향해 말했습니다.

들었는가? 자네 고운 마음에 감복하여 나도 하는 말이니 황소하고 건너 마을 땅 닷 마지기를 줄 테니 손님 말씀대로 이제부터 떵떵거리고 살아 보게.”

이렇게 하여 마음씨 고운 머슴은 부자가 되어 두 어른의 은혜로 부자가 되었습니다.

민구가 이야기를 다 하고 할아버지한테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제 이야기 재미있었습니까?”

아이들은 물론 할아버지도 박수를 치며 칭찬했습니다.

참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네 이야기 솜씨도 훌륭했어.”

민구가 물었습니다.

그 착한 사람들은 어떤 별에서 살까요?”

11. 벼락부자의 심보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그 세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좀 더 있어 봐야 안다.”

병두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모르니까 그러시는 거지요? 헤헤.”

네 말대로 나도 모른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다가 죽어서 심판대에 오를는지 모른단다.”

경미가 끼어들었습니다.

그 마음씨 착한 사람들은 다 천국 은하수별에 갔을 거예요. 그렇지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으셨습니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런데 부자가 된 머슴이 문제였다.”

민구가 물었습니다.

그 착한 머슴은 아주 좋은 별에 가서 살게 되었을 거예요.”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했습니다.

잘 들어 보아라.”

할아버지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머슴은 손님이 준 땅과 집문서와 주인이 준 땅을 받아 건너 마을로 이사를 했다.”

초라한 오막살이집에 살다가 덩그런 기와집으로 이사한 머슴은 안채 바깥채 안방, 건넌방, 사랑방을 돌아보며 좋아서 소리쳤습니다.

여보, 마누라. 이리 좀 와보시오. 안방이 궁궐보다 더 넓고 좋소.”

들뜬 남편과 달리 머슴 아내는 조심스럽게 집안을 둘러보며 말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집을 주신 손님 고맙습니다.”

농부도 좋아서 싱글벙글하면서 말했습니다.

그 손님은 우리와 무슨 인연이 있어서 이렇게 우리를 돌보아 주시는지 모르겠소.”

그래요, 세상에 나서 그렇게 고마운 분을 만나서 이런 호강도 하네요. 그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될 거예요.”

, 그 큰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되고말고.”

이렇게 새로 시작한 머슴 황씨 부부는 열심히 일하여 날로 부자가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먹고 쓰고 남은 재산으로 근방에서 팔겠다고 내놓은 땅을 모조리 사들였습니다. 농토가 넓어지자 혼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황씨 부부는 가난한 젊은 부부를 머슴으로 들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옛날 머슴 황씨가 아닌 부자가 된 터라 자기를 큰주인 마님, 아내를 작은주인 마님으로 부르게 하였습니다.

날로 부자가 된 황씨는 동네 뒷산도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우리를 크게 짓고 소를 길렀습니다.

부자가 된 황씨 마음에는 교만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을 자기 집 머슴만도 못하게 보는가 하면 아무나에게 반말을 하는 등 오만방자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그가 하루는 아내한테 말했습니다.

내가 이만한 재산을 가지고 살면서 날마다 소처럼 일만 할 수는 없지 않소. 머슴은 두었다 어디 쓰자는 거겠소. 내가 머슴살이할 때 고생한 것에 비하면 우리머슴은 양반이지 안 그렇소?”

아내가 대답했습니다.

지금 저 강서방은 우리 때보다도 몇 배나 더 고생을 하고 있어요.”

뭐라고? 강서방이 나보다 더 일을 많이 한다고?”

그래요.”

모르는 소리. 강서방이야 놀고먹는 것이지, 그게 일하는 것이오?”

시집살이 한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얻으면 시집살이를 더 심하게 시킨다는 말도 있더니…….”

남편 황씨기 눈을 부라렸습니다.

내가 그 시어머니 같다는 말이오?”

그래요. 당신은 많이 변했어요. 옛날 머슴 황씨가 아닌 것 같아요.”

허허, 당연하지. 지금 내가 어떤 처지인데 강가하고 비교한단 말이오. 나는 이제 옛날 황가가 아니오.”

황씨는 옛날 머슴살이 할 때 일을 새까맣게 잊고 거드름을 펴고 동네에서 어른 노릇을 하면서 큰기침을 해댔습니다. 그렇게 부자가 된 황씨는 우사에 백 마리의 소가 찼습니다. 그래서 소만 보면 배를 내밀고 거드름을 펴며 재산 자랑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잊을 수 없는 옛날 은인이 찾아왔습니다. 황씨 부부는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면서 손님을 영접했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온 부부는 손님 대접을 어떻게 할까 의논했습니다. 부인이 말했습니다.

소를 한 마리 잡아서 대접하지요.”

황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래야 하겠지?”

어떤 소를 잡을까요?”

황씨가 생각하다가 말했습니다.

우리 소는 딱 백 마리가 찼는데 하나를 잡으면 아흔아홉 마리가 되지 않겠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아요?”

그럴 수는 없지.”

그리고 머슴을 불렀습니다.

여보게, 우리 집에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소를 잡아 대접하고 싶네.”

, 주인님. 어떤 소를 잡을까요?”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소는 꼭 백 마리를 채워 놓지 않았는가. 그러니 자네네 집에서 기르는 소 한 마리가 있지 않은가. 그것을 잡는 게 어떻겠나?”

? 저희 집 소를…….”

? 안 되겠나?”

저의 소는 한 달만 있으면 새끼를 낳습니다.”

그래서 안 되겠다는 말인가?”

그건…….”

알았네. 그럼 우리 소가 아흔아홉 마리로 줄어들어도 좋다는 말인가?”

…….”

머슴은 대답을 못하고 주저했습니다. 이때 방안에 있던 손님이 나오며 물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들을 그리 하시오?”

황씨가 굽실거리며 대답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잠시만 계시면 진수성찬으로 차려 올리겠습니다.”

손님이 근엄한 얼굴로 황씨를 향해 꾸짖었습니다.

어찌하여 자기 소 백 마리는 아끼면서 남의 집 전 재산인 한 마리 소를 잡으라 하시오?”

황씨가 변명을 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그냥 해 본 소리였습니다.”

손님이 노기를 띠고 말했습니다.

어찌하여 솔직하지 못하고 거짓말까지 하시오? 옛날 머슴살이 할 때의 일을 벌써 잊으시었소? 사람은 환경이 바뀌어도 변심해서는 안 되는 법이오. 사람은 귀하게 될수록 겸손해야 하고 오만해서는 안 되는 것이오.”

황씨 부부는 어쩔 줄 몰라 절절맸습니다. 손님이 말했습니다.

이 집과 내가 준 땅은 모두 마음씨 착한 부인에게 주겠소. 황씨는 나를 따라오시오.”

황씨가 싹싹 빌면서 말했습니다.

손님,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손님은 단호히 말했습니다.

안 되오. 사람이 한번 마음이 변하면 두 번도 변하는 법이고 다시 변할 때는 더 나쁘게 되는 법이오. 당신을 더 이상 도와 줄 수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소.”

이 한 마디를 하고 손님은 황씨를 데리고 떠났습니다.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여기서 끝내고 한나한테 물었습니다.

사람은 부자가 될수록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한나가 얌전하게 대답했습니다.

겸손하고 오만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 황씨 아저씨는 손님을 따라 어디로 갔나요?”

그 이야기가 듣고 싶으냐?”

12. 저를 지구로 보내주세요

할아버지가 벼락부자 황씨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손님을 따라 집을 떠난 황씨는 어딘지 모를 하늘을 지나고 별을 지나 은하수 별 속으로 갔다. 들어 보거라.”

 

손님은 황씨 앞을 빠른 속도로 달렸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황씨는 따라가며 물었습니다.

손님, 어디로 가십니까?”

손님이 고개를 홱 돌려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순간 황씨는 까무러칠 뻔했습니다.

아앗!”

그렇게 인자하던 손님 얼굴이 눈도 코도 없는 바가지를 엎은 듯한 민짜였기 때문입니다. 황씨는 겁에 질려 말도 못하고 벌벌 떨었습니다.

, …….”

왜 그리 놀라느냐?”

손님이 물었지만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황씨는 더 크게 떨었습니다. 손님이 입도 코도 눈도 없는데 말소리는 귀에 익은 그 목소리였습니다.

떨지만 말고 저기를 보아라.”

황씨는 손님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파란 들판 위로 구름이 나직이 떠가는 자기 고향 자기 집이 바로 눈앞에 보였습니다. 집안에는 많은 사람이 바쁘게 오가고 북적거렸습니다. 황씨가 물었습니다.

손님, 우리 집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초상이 났다.”

누가 죽었습니까?”

네가 죽었다. 네 장사를 지내느라고 저렇게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 제가 이렇게 살아 있는데 죽었다고요?”

너는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니다. 욕심 많고 교만한 구두쇠라 내가 데려왔다.”

황씨는 기가 막혀서 물었습니다.

손님은 누구십니까?”

그건 네가 알아서 뭘 하겠느냐? 너는 세상 사람이 아니니 나를 따라 네가 살게 될 별로 가는 길이다.”

제가 별에 가서 산다고요? 저 혼자 말입니까?”

그렇다. 너 혼자 사는 별이다. 네가 본 은하수 별 가운데 한 별에서 벌을 받아야 한다.”

거기도 누가 삽니까? 제가 무슨 벌을 받아야 합니까?”

가 보면 안다.”

얼마나 가야 합니까?”

“30광년을 가야 한다.”

그렇게 먼 별나라로 갑니까?”

그 정도는 가까운 거리다. 저 멀리 보이는 별은 3백 광년을 가야 한다.”

손님은 더 빠르게 앞으로 달렸습니다. 황씨는 꿈을 꾸는 듯 정신이 몽롱한 중에 30광년을 달려 한쪽은 빨갛고 다른 쪽은 파란별에 도착했습니다. 손님이 얼굴을 돌린 채 말했습니다.

다 왔다. 다른 별들을 바라보아라.”

거기서는 지구에서 보던 별보다 더 크고 많은 별이 보였습니다. 별들이 하루살이가 나는 듯 바쁘게 돌아가는 가운데 가깝고 유난히 크고 아름다운 별이 보였습니다.

저 큰 별은 무엇입니까?”

지구다.”

지구가 저렇게 아름답습니까?”

그렇다. 우주의 별 가운데 지구는 가장 아름답고 사람이 살기에 좋은 곳이다.”

손님, 저를 다시 지구로 보내주십시오. 돌아가고 싶습니다.”

어림도 없는 소리, 너는 이미 지은 죄가 무거워서 돌아가지 못한다. 네가 지낼 별까지 데려왔으니 나는 돌아간다.”

손님은 누구십니까? 저를 다시 지구로 보내주시면 착한 사람으로 살겠습니다.”

그러나 손님은 대답 없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넓은 벌판에 혼자 남았습니다.

황씨가 서 있는 땅은 푸른색이고 저쪽으로는 빨간 땅이 멀리 보였습니다. 황씨는 겁에 질려 사방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이때 어디선가 큰 회리바람 소리가 나면서 저쪽에서 다리가 다닥다닥 붙은 커다란 동물이 눈을 번쩍거리며 달려왔습니다.

13. 지옥별에 사는 괴물

황씨는 겁에 질려 그 자리에 푹 고꾸라졌습니다.

납작 엎드린 등 위로 무엇인가가 지나가며 어깨와 머리를 쇠꼬챙이 같은 것이 콕콕 찍어댔습니다.

! 나 죽는다, 사람 살려!”

아무도 없는 벌판에서 소리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무엇인가가 한동안 등을 타고 지나간 뒤에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습니다.

등짝이 황금빛에 다리가 다닥다닥 붙은 기다란 지네 같은 괴물이었습니다. 그 괴물은 폭풍처럼 발들로 활개를 치고 지나 저만큼 가더니 홱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시뻘건 눈을 번쩍거리며 다시 몸을 돌려 이쪽으로 향해 달려왔습니다.

아앗! 아아…….”

황씨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몇 발자국 가지 못하고 커다란 지네의 발에 걸려들고 말았습니다.

사람 살려! 나 좀 살려 주세요!”

목청이 터져라 부르짖었지만 황망한 벌판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지네발이 송곳처럼 뾰족한 발로 밟고 지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등이 터지는 듯한 고통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는 위로 지네가 하는 징그러운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놈아, 죽은 지가 천 년도 넘은 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너를 누가 살려준다고 사람 살리라는 것이냐. 으흐흐흐.”

황씨는 속으로 말했습니다.

내가 죽었다고? 천년이 지났다고? 말도 안 돼.’

지네가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긴 혀를 날름거리며 말했습니다.

너는 지구에서 어떻게 살았느냐?”

지네님, 저는 아무 큰 죄도 짓지 않았습니다.”

네 생각에는 아무 큰 죄도 짓지 않은 것 같지만 네가 가난하고 어려울 때 그 착한 마음을 버리고 부자가 되자 교만하게 굴다가 손님한테 끌려온 것이 아니냐?”

그렇지만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니고 남을 때려죽인 것도 아니잖습니까? 그런 저한테 이런 가혹한 벌을 내리시는 건 억울합니다.”

그러냐? 살인죄를 지은 사람과 강도질을 한 사람, 더 큰 죄를 지은 사람은 어떤 벌을 받는지 알겠느냐? 그래도 너는 한때 착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손님이 너한테는 가벼운 벌을 주신 것이다.”

그 손님이 누구십니까?”

그것까지 네가 알 건 없다. 내가 너를 한번 타고 넘을 때 지구에는 천년이 지나가는 것이다.”

황씨가 물었습니다.

지네님,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합니까?”

흐흐흐, 언제까지냐고? 내가 죽을 때까지다.”

지네님은 언제 죽을…….”

흐흐흐, 내가 죽었으면 좋겠느냐? 그렇지만 나는 죽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너도 죽지 않고 내가 하는 대로 끝없이 벌을 받아야 한다. 벌 받을 놈이 말이 많다. 에잇!”

지네는 또 와락 덮치더니 등을 타고 지나갔습니다. 전처럼 등이며 어깨 머리통이 송곳으로 쑤시고 찍는 듯 아프고 쓰라렸습니다.

아아! 나 죽는다! 나 죽어!”

지네가 훑고 지나간 다음 물었습니다.

그렇게 괴로우냐?”

, 많이 아픕니다. 살려주십시오.”

죽은 너를 더 살려줄 수는 없고 좋은 기회를 주겠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아, 너를 풀어 줄 테니 저 빨간 벌판으로 달려가거라.”

감사합니다.”

황씨는 지네의 배려로 그곳을 떠나 빨간 벌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는 벌판에 발을 딛는 순간 깜짝 놀라 길길이 껑충껑충 뛰어 올랐습니다. 바닥에 깔린 돌들이 모두 불에 달군 불덩어리였기 때문입니다.

! 뜨거워, 뜨거워!”

황씨는 불덩어리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지네가 가까이 와서 물었습니다.

견딜 만하냐?”

…….”

황씨는 대답할 힘도 없었습니다. 앞으로 구르면 배가 뜨겁고 벌렁 뒤로 자빠지면 등이 뜨거워 참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지네님 저 좀 구해 주십시오.”

그러나 지네는 모른 척 돌아온 황씨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밟고 찌르며 고통을 주었습니다.

 

할아버지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습니다. 그리고 아이들한테 물었습니다.

어떠냐? 손님이 고마운 분 같으면서도 매우 무섭지 않으냐?”

아이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말이 없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왜들 조용하냐? 내 이야기가 재미가 없었느냐?”

한나가 대답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죄를 그렇게 무서운 벌로 다스리는 것이 싫어요. 사람이 실수도 할 수 있지 않아요?”

할아버지가 설명했습니다.

죄라는 것은 크고 작은 것이 없다. 그러니까 자기 생각에 아무렇지도 않은 작은 욕심을 부린다든가 교만을 부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수철이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 별들에는 죄인들만 있나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별들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별은 죄인이 잡혀간 지옥별, 어떤 별은 착한 사람들만 모여 사는 천국별이 있단다.”

병두가 할아버지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죄인들 이야기는 그만 하시고 재미있고 행복한 별나라 이야기를 해 주세요.”

할아버지가 병두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말했습니다.

알았다. 내일 저녁에 은하수를 보면서 이야기해 주마.”

14. 천사들이 사는 별

유난히 까만 하늘에는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 별들이 화려하게 반짝거렸습니다.

마을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해주시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두 할아버지보다 먼저 와서 평상 위에 둘러앉았습니다.

할아버지가 아이들이 먼저 와 둘러앉은 것을 보고 기뻐하셨습니다.

허허, 너희들이 먼저 와 있었구나.”

다연이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귀엽게 소리쳤습니다.

할아버지께 인사!”

아이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서 할아버지한테 인사를 했습니다.

할아버지, 어서 오세요, 보고 싶어요.”

할아버지는 매우 기쁜 얼굴로 아이들은 앉히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천국별 이야기를 해 준다고 했지?”

, , , , ,”

아이들이 지저귀는 새들처럼 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손을 들어 서쪽 하늘에 크게 빛나는 별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 별을 보아라. 얼마나 크고 아름다우냐? 저 별에는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좋은 일을 하다가 지구를 떠난 영혼들이 사는 천사별이다.”

소라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천사가 정말 있나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있고말고, 저 별에는 천사들이 살고 있다.”

병두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뻥이지요?”

할아버지는 빙긋이 웃으시면서 말했습니다.

뻥이 뭐냐? 뻥이라는 말은 어른한테 쓰는 말이 아니다. 다음부터는 그런 말 하지 마라. 알았지?”

병두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대답했습니다.

할아버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알았다. 그럼 나를 따라 천사별로 여행을 떠나 보자.”

할아버지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천사별은 지구에서 백 광년도 더 가야 되는 거리의 별입니다. 그 별은 얼마나 큰지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가자면 사람이 한 살부터 비행기를 타고 떠나 백 살 먹은 백발노인이 될 때까지 가도 끝이 나오지 않을 만큼 큰 별입니다.

거기는 날씨가 봄과 같고 사방에는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여 향기를 날리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언제나 초록빛입니다. 해도 없는데 어둔 곳이 없고 밝은 빛으로 가득합니다.

할아버지가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그 별에는 안내 천사가 꽃송이마다 돌아다니며 향기를 뿌리다가 지구에서 착한 일을 하고 하나님께 상 받은 영혼이 올라오면 천사 하나가 한 사람의 영혼을 맡아 멘토가 되어 준다고 한다.”

민구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멘토가 뭐예요?”

할아버지가 대답해 주었습니다.

멘토란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자 혹은 지도자나 스승과 선생님이라고 알면 된다. 천사별에는 착한 일을 하고 온 이들의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할아버지 이야기는 별나라고 갑니다.

오늘은 키가 크고 눈이 아름다운 사람이 새로 왔습니다. 그 사람을 맡은 천사가 먼저 온 사람들에게 소개를 했습니다.

오늘 새로 오신 분은 이스라엘에서 오셨습니다. 이 분은 아주 부자였는데 일생 동안 겸손하였고 오만하지 않았으며 높은 자리에 앉지 않고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하여 사랑의 손길을 피시다가 왔습니다. 여러분 환영해 주세요.”

새로 온 분을 위하여 모여든 많은 천사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맞았습니다. 멘토 천사는 말을 이었습니다.

이 별에는 어느 나라보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많이 와 계십니다. 모든 분들이 세상에 살 때 알뜰하게 살면서 돈을 모아 가난한 이웃에게 나누어 주기에 인색하지 않았던 분들입니다. 이스라엘에서 오신 분들은 손을 들어 보실까요?”

사방에서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어 보였습니다. 모인 사람들의 반이 넘는 숫자가 이스라엘 사람들이었습니다. 천사가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주 가난한 사람의 결혼식이 있는 날은 각자 자기 집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오기도 하고 술도 좋은 것으로 가지고 와서 잔치를 베풀어주고 신랑 신부를 위하여 하루 종일 춤추고 노래하며 축하 파티를 열어 주었습니다. 그런 분들이 이스라엘 사람입니다. 그뿐 아니라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을 잘 섬기는 모범국가이기도 합니다.”

천사는 사방을 두러보며 한 마디 더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머리가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이스라엘 사람들인 줄 아는데 지구에는 그보다 더 부지런하고 머리 좋은 나라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과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고 서로 바라보았습니다.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하고 말입니다.

천사가 말했습니다.

우리별에 그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나라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듣고 있던 다른 천사가 물었습니다.

어떤 나라가 이스라엘보다 뛰어나단 말입니까? 그런 나라도 있나요?”

있습니다. 바로 한국이라는 나라입니다. 그 나라 풍습이 이스라엘과 아주 비슷합니다. 이웃집에 잔치가 있으면 집집마다 자기 집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과 술을 준비하여 잔치를 축하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부지런하기로 말하면 이스라엘 사람이 다섯 시에 일어나면 한국 사람은 네 시에 일어나 일을 하고 국민 가운데 문맹자가 0.1퍼센트라니까 모든 국민이 전 세계에서 지식수준이 가장 높습니다. 그리고 머리 좋기를 재는 아이큐는 전체 국민이 105점이라니 놀랄만하지 않습니까.”

다른 천사가 말했습니다.

그런 나라가 있는데 어째서 우리별에는 그 나라 백성이 별로 안 보이나요?”

그 나라 사람들은 너무 겸손하여 자기 드러내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온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할아버지는 이렇게 들려주고 물었습니다.

어떠냐? 우리 한국 사람이 자랑스럽지 않으냐?”

소라가 물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언제 남의 잔치에 음식을 해주었나요? 저는 못 보았어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옛날에는 이웃집 잔치가 있으면 집집마다 콩나물을 길렀다가 가져오는 사람, 술을 담갔다가 그 날 걸러서 내오는 사람, 떡을 해 오기도 하고, 맛있는 반찬을 해다가 잔칫집을 도와주는 풍습이 있었다. 그런데 요새는 인심이 사나워져서 그런지 아니면 생활이 넉넉해 져서 그런지 축의금을 서로 주고받는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보지 못하겠지.”

경미가 소프라노 톤으로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다른 이야기해 주세요.”

알았다. 내일 밤에 모이면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마.”

아이들은 은하수를 건너 모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15. 천사별의 슬픈 이야기

동네 아이들한테 인기 짱이 된 할아버지 소문을 듣고 어른들까지 저녁이면 평상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이제는 평상이 좁아져서 바닥에 멍석을 펴 놓고 한쪽에 모깃불을 피워 모기를 쫓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은하수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 동쪽에 가물가물한 작은 별이 보이지?”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별을 찾아보고 어른들도 그 별이 어떤 별인가 하여 눈을 씻고 바라보았습니다.

가느다란 느티나무 잎사귀 끝에 아주 멀리 눈물처럼 달려 있는 별이 아득히 보였습니다.

할아버지 이야기가 은하수를 건너 그 별로 가셨습니다.

천사별에는 많은 천사와 지구에서 온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한쪽에 다른 이들과 다르게 몹시 여윈 얼굴에 눈물을 흘리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여러 천사가 둘러보는 가운데 이 부부의 멘토 천사가 부부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별에 오신 여러분은 다 그렇듯이 이 부부도 마음이 곱고 정직하여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가난하여 남의집살이를 하면서 살아야 했습니다. 그런 중에 아내가 귀여운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 다음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남편이 말했습니다.

여보, 우리는 구차하게 살지만 이 아이한테까지 가난을 물려줄 수는 없지 않소?”

아내가 대답했습니다.

마음으로야 그렇지만 땅 한 평도 없는 우리가 무슨 수로 아이한테 재산을 물려줄 수 있겠어요.”

그래서 말인데, 우리 여기를 떠나 서울로 갑시다. 거기는 사람도 많고 할 일도 있을 것이오. 거기 가서 무슨 일거리든 찾아봅시다.”

그렇게 하여 부부는 아침에 갓난애를 업고 길을 떠났습니다. 서울까지 가는 길은 멀고 높은 산을 몇 개나 넘어야 했습니다. 험한 길을 걸어 해가 지고 어둔 녘에 높은 산허리에 이르렀습니다. 산에서 올려다본 밤하늘에는 은하수가 길게 흘러가고 크고 작은 별들이 아기 눈빛처럼 반짝거렸습니다. 그것을 보며 아기 엄마가 말했습니다.

높은 산에 올라 보니 별들이 더 크고 아름답게 보여요.”

아기 아빠도 별들을 세어 보며 말했습니다.

별이 참 많기도 하오. 별 하나 따서 당신 줄까?”

그러세요, 가장 크고 행복한 별 하나만 따 주세요.”

어떤 별을 따서 주면 행복할까?”

아기 아빠는 아내에게 선물할 별을 찾으려고 온 하늘의 별을 다 둘러보다가 중얼거렸습니다.

은하수를 보고 있으니 반달 노래가 생각나오.”

그리고 나직이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했습니다.

아기 엄마도 그 노래를 이어 불렀습니다.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아기 아빠가 아내의 노래를 다 듣고 말했습니다.

여보, 우리한테는 하늘의 별보다 더 아름다운 별을 하나님께서 선물해 주셨소.”

뭔가요?”

우리 아들이오. 이 아이보다 귀한별이 어디 있소.”

그러네요. 당신이 저한테 주신 선물이 우리 품에 있었네요.”

하늘의 별을 하나 더 따다 드릴까 아니면…….”

아기 엄마가 말했습니다.

우리 아기가 하늘의 별하고 비교가 되나요. 이미 당신이 별보다 아름다운 선물을 저한테 주셨어요.”

하하하, 고맙소.”

부부는 가난하게 살았지만 언제나 서로 아껴주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잉꼬 부부였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부부는 의지할 곳을 찾다가 큰 바위 아래 푹신한 잔디가 소복한 곳을 발견했습니다.

아기 엄마는 아들을 가슴에 꼭 품고 눈을 맞으며 엎드렸습니다. 눈이 더 쏟아지자 아기 아빠가 아내의 등을 덮고 내리는 눈을 맞았습니다.

그런 부부 사정도 모르는 날씨는 더욱 추워지고 눈을 펑펑 쏟아 부었습니다. 아기를 보호하기 위하여 부부는 부둥켜안고 밤이 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긴긴 밤이 지났습니다. 다음 날은 눈도 그치고 해가 맑게 떴습니다. 날이 밝고 포근해지자 산속 마을에 사는 농부가 땔 나무를 하러 산으로 올라왔습니다.

농부는 부부가 눈을 함빡 뒤집어 쓴 채 부둥켜안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다가가 부부를 흔들며 말했습니다.

여보슈, 누구시오? 일어나요.”

부부는 꽁꽁 언 채 죽어 있었습니다. 농부가 놀라 두 사람을 옆으로 밀자 둘 사이에서 얼굴이 빨간 아이가 별빛 같은 눈으로 농부를 올려다보며 하품을 했습니다. 농부가 놀라 소리쳤습니다.

아니! 아기가 있잖아?”

농부는 아기를 품에 안았습니다. 잠에서 깬 아기는 천사처럼 맑은 눈으로 농부를 바라보고 귀엽게 배시시 웃었습니다.

아가야, 너는 살았구나. 살았어.”

농부는 얼어 죽은 부부를 그 바위 곁에 장사를 지내주고 아기를 자기 아들로 삼고 길렀습니다.

 

세상에서 그렇게 착하고 정직하게 살던 부부는 죽어서 멘토 천사의 안내로 천국별에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밤마다 멀리 반짝반짝 빛나는 지구별을 바라보면서 엄마가 말했습니다.

아가야, 정직하고 착하게 살아야 해. 그래야 엄마 아빠가 기다는 천사별로 올 수 있어. 알았지?”

아기 아빠도 지구별을 바라보면서 말했습니다.

농부님 고맙습니다. 우리를 땅에 묻어 주시고 우리 아기를 아들로 삼고 기르셔서 이제 중학생이 되었으니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습니다. 그리고 아이들한테 물었습니다.

이야기 속의 아기는 키워준 부모가 어떤 분이었는지 알까?”

소라가 대답했습니다.

모를 거예요. 그러나 고마운 분이에요.”

할아버지가 또 물었습니다.

이야기 속의 아이는 어떤 아이라고 생각하지?”

수철이가 대답했습니다.

불쌍해요.”

할아버지가 또 물었습니다.

너희들은 낳아주신 부모님하고 같이 살고 있으니 행복하지?”

아이들이 다 같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 , , ,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말했습니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도록 해라. 내일 밤에 또 나오너라.”

아이들도 할아버지도 은하수를 건너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16. 악마사자에 잡히다

오늘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러합니다.

재산에 탐이 난 동생이 형을 잔인하게 죽이고 경찰에 잡혀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습니다.

재판장이 물었습니다.

재산이 형제보다 중하다고 생각했는가?”

범인이 대답했습니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세상이 아닙니까. 제가 진 빚을 좀 갚아달라고 사정했지만 들어주지 않는 형이 미워서 죽였습니다.”

재판장이 판결을 내렸습니다.

피고인은 사형에 처해야 마땅하나 현행법에 사형제도가 없어서 무기징역에 처한다.”

그렇게 하여 살인자는 감방에서 오십 년 동안 살게 되었습니다. 무기수가 된 그는 감방에 들어온 다른 죄수들을 괴롭히며 온갖 악행을 다 저질렀습니다.

그가 갇힌 감방은 모두가 무기수 살인범들로 세상에서 버림받고 들어온 자들이라 감방에서도 눈을 부라리며 서로 으르렁거렸습니다.

악으로 가득한 감방에는 언제나 살기가 돌도 그런 살기 위에 살인범보다 무서운 악마사자가 죄수들이 죽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악한 살인자가 죽는 날입니다. 악마사자가 좋아서 낄낄거렸습니다.

흐흐흐, 젊어서 형을 죽이고 들어와 늙은이가 된 저 놈이 이제 죽는구나. 흐흐흐.”

악마는 막 죽어 숨을 거둔 죄수의 영혼을 잡고 말했습니다.

가자!”

몸뚱이를 감방에 버리고 나온 영혼이 물었습니다.

넌 누구냐?”

악마가 날카로운 손으로 죄수의 목을 조르며 대답했습니다.

네가 아는 저승사자다. 가자!”

저승사자?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이냐?”

이놈이 아직도 세상 버릇을 못 고치고 함부로 지껄이는구나.”

악마 사자가 죄수의 옆구리를 쥐어박았습니다. 쥐어박힌 죄수가 욱 하고 구부리며 사정했습니다.

사자님,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악마 사자가 친절하게 대답했습니다.

너는 세상에서 버림을 받고 감방에서 답답하게 살았지만 이제는 넓은 별로 가게 되었으니 기뻐하거라.”

감사합니다. 사자님 저를 해방시켜주시는 겁니까?”

, 이제 네가 영원히 살 곳으로 가는 거다.”

거기가 어딥니까?”

악마 사자가 멀리 보이는 지구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기를 보아라.”

죄수는 별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별을 발견하고 물었습니다.

사자님, 저 별은 어찌 저리도 아름답습니까? 무슨 별인가요?”

네가 살던 지구다.”

지구가 저렇게 아름답습니까?”

죄수가 보는 지구는 화려한 무지개 띠를 띠고 파란 빛 속에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달보다 두 배나 크고 황홀한 별이었습니다. 죄수가 또 물었습니다.

17. 지랄하는 미친 별

여기서 지구까지는 얼마나 멉니까.”

지구와 달 사이의 두 배만큼 멀다. 여기서 보는 지구는 우주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다. 네가 가는 별도 이제 다 왔다.”

제가 별나라로 가는 겁니까?”

그렇다. 지구에서 살인죄를 짓고 온 악귀들이 모인 별이다.”

그런 별도 있습니까?”

우주의 별들은 모두가 한 가지씩 사명을 띠고 있다.”

사명이라니요?”

가 보면 안다. 너 같은 살인범만 있는 별이 있고 도둑들을 수용한 별이 있는가 하면 사기꾼들만 있는 별도 있다.”

죄를 짓지 않은 착한 사람들이 사는 별은 없습니까?”

있다. 천사별이라고 한다.”

거기는 어떤 사람이 갑니까?”

너 같은 것들은 그런 설명을 해 주어도 모른다. 묻지 말고 네 별로 가자.”

악마 사자가 달보다 크게 보이는 이상한별에다 죄수를 내던지며 말했습니다.

여긴 네가 영원히 벌을 받아야 할 악마별이다. 지구에서 지은 죄 값을 받아라. 너한테 찔려 죽은 네 형이 당한 고통의 천만 배의 고통을 당할 것이다.”

이 말과 함께 악마 사자는 사라졌습니다. 동시에 밟고 있는 땅이 갑자기 출렁출렁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악!”

이 별이 바로 살인범을 맡은 지랄하는 미친 별이었습니다. 바닥이 수백 미터 내려앉았다가 수천 미터 높이 솟는가 하면 다시 내려앉을 때는 진흙더미가 뒤집어씌웠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쇠와 칼이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갑자기 삼각 꼬챙이 뿔이 목을 찌르고 또 다른 뿔이 배를 찔렀습니다.

아아! 아 나 죽는다.”

입을 벌리자 입속으로 작은 삼각뿐이 들어와 입을 꽉 채우고 꼭꼭 찔러댔습니다. 미친 별은 날아가면서 이리 출렁 저리 충헐 쉬지 않고 미친 춤을 추고 그럴 때마나 전신을 삼각뿔이 몰려와 여기저기 찌르고 할퀴었습니다. 또 솟구치는 땅덩어리에 밀려 올랐다가 수 천 미터 아래로 떨어지기를 반복했습니다.

높이 솟구칠 때마다 달보다 두 배는 크고 아름다운 지구가 평화롭게 자전하고 있었습니다. 죄수는 쓰라린 고통 속에 지구에 살 때 지은 죄를 뉘우치며 몸부림을 치고 울었습니다.

! 저 아름다운 지구에 다시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영원히 지구에서 받던 죄의 천 배도 넘는 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18. 쥐떼별의 벌

다음 날도 마을 아이들이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모였습니다. 아이들은 은하수를 보며 반달 노래를 불렀습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할아버지도 한동안 별들을 올려다보며 젊은 시절을 회상하다가 아이들한테 물었습니다.

은하수를 건너서 어디로 간다고 했느냐?”

민구가 대답했습니다.

구름나라요.”

할아버지가 또 물었습니다.

구름나라는 어디 있느냐?”

아이들은 대답을 못하고 서로 바라보며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대답을 했습니다.

구름나라는 없다. 다만 마음에 있는 아름다운 꿈이 구름나라일 뿐이다.”

경미가 엉뚱한 말을 했습니다.

할아버지, 오늘은 어떤 별나라 이야기를 해 주실 거예요?”

도둑별나라 이야기를 해 주마.”

병두가 물었습니다.

거기는 누가 잡혀가는 별인가요?”

이렇게 하여 할아버지는 도둑별나라로 간 도둑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마천방이라는 사람이 죽었다. 그 영혼이 저승사자에 잡혀 심판별로 갔다. 심판하는 사자가 물었다.

너는 세상에서 무슨 짓을 하다가 잡혀왔느냐?”

마천방이 대답했다.

나는 아무 죄도 짓지 않았습니다.”

심판사자가 큰소리로 꾸짖었습니다.

이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거짓말을 하느냐?”

아닙니다.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진짜로 아무 죄도 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네가 어째서 천국별로 가지 않고 심판별로 잡혀온 것이냐?”

제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사자가 큰 거울을 당겨 놓고 보여주었습니다.

저 거울 속을 보아라.”

거울 속에 마천방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옆 자리 친구의 빨간 색연필을 훔친 것이 보이고, 중학교 때는 한 반 친구의 지갑을 훔쳐다 빵을 사먹고 지갑을 변소에다 집어넣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한 반 친구가 준비해 온 등록금 봉투를 훔쳐다 자기 등록금을 내놓고 당당하게 운동장으로 나가 축구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서는 시장 골목에서 남의 가방을 가로채어 달아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술과 담배를 사서 술을 퍼마시고 줄담배를 피우다가 병이 들어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병실에서는 다른 환자 병원비를 훔쳐 그 환자가 병원비가 없어서 병원에서 쫓겨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고도 뻔뻔스럽게 웃으며 살다가 죽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사자가 물었습니다.

저게 누구더냐?”

마천방은 엉뚱한 소리를 했습니다.

모릅니다. 저건 내가 아니고 내 친구…….”

사자가 날카롭게 꾸짖었습니다.

이놈이 죽어서까지 거짓말을 하는구나. 너 같은 것은 쥐떼별로 보내주마. 거기서 영원히 벌을 받아야 한다.”

그 말이 떨어지자 마천방은 저승사자의 손에 끌려 은하수를 지나 멀고먼 우주 속의 쥐떼별에 던져졌습니다.

마천방은 미끈미끈하고 물컹한 것이 밟히자 깜짝 놀라 펄쩍 뛰었습니다.

이크! 이게 뭐야?”

그 물컹한 것은 코끼리보다 큰 왕쥐였습니다. 왕쥐가 굵고 긴 꼬리를 휘둘러 목을 감았다가 휙 던졌습니다. 마천방은 나가 떨어져 뒹굴며 외쳤습니다.

아이고 나 죽는다. 나 죽어!”

이때 왕쥐가 귀청이 찢어질 듯 날카로운 소리로 꺅꺅대고 비웃었습니다.

이 놈아, 죽어서 온 줄도 모르고 또 죽는다고? 네놈은 으흐흐 꺅꺅꺅!”

이때 갑자기 크고 작은 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어떤 쥐는 발바닥을 갉아대고 어떤 쥐는 머리를 박박 긁고 어떤 쥐는 겨드랑이를 간질이고, , 다리, 허리, 사타구니 온 몸을 물어뜯기도 하고 갉아대기를 끝없이 했습니다. 달아날 수도 없고 더 이상 죽을 수도 없는 마천방은 쥐떼에 파묻혀 비명을 지르며 죄 값을 치르느라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마천방이 어렸을 때 작은 색연필 하나를 훔친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아느냐?”

소라가 대답 대신 물었습니다.

친구의 작은 연필 하나 훔친 것도 그렇게 큰 죄가 되나요?”

죄는 크고 작고가 없다. 죄는 벌을 받아야 된다.”

자경이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죽은 사람들이 은하수를 건너 하늘의 별나라로 정말 가나요?”

할아버지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하늘로 간다지 않더냐? 어디로 가겠느냐. 천국별에 가서 즐겁게 사는 영혼이 있는가 하면 악마별로 가서 벌을 받는 영혼이 있을 게다. 우리가 죄짓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것만은 명심해야 한다.”

19. 황금별

이야기 할아버지는 별들의 비밀을 들려주시고 아이들은 그것이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재미있게 듣습니다. 모여든 아이들이 할아버지가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를 해 주실까 귀를 기울이는데…….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오늘도 다들 나왔구나. 오늘은 황금별 이야기를 들려주마. 저 서쪽하늘 눈썹달 위로 작으면서도 유난히 반짝거리는 별이 보이지 않느냐?”

아이들이 눈을 씻고 눈썹달 멀리 보이는 금빛별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별은 동쪽 하늘의 은하수하고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별을 보며 말했습니다.

오늘은 모두 저 별나라로 가 보자.”

 

하늘에는 많은 별이 떠 있고 별마다 독특한 색깔을 띠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별마다 가지고 있는 비밀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아주 착한 일을 많이 하고 효자로 살던 사람이 천사의 손을 잡고 간 별은 금빛이 찬란한 황금별이었습니다. 효자한테 천사가 말했습니다.

이곳은 세상에서 착하고 아름답게 살다 온 영혼이 사는 별입니다. 나는 여기서 당신을 도와줄 멘토 천사 입니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나를 찾으세요.”

효자는 발에 밟히는 것들이 모두 금모래인 것을 알고 물었습니다.

천사님, 발에 밟히는 것 모두가 금모래 같습니다. 이 별은 금으로만 되어 있나요?”

그렇습니다. 지구의 다섯 배나 되는 큰 별이지만 금덩어리로 되어 있습니다. 나를 따라 오세요.”

천사는 멀리 초록 빛 찬란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기 보이는 곳은 바다랍니다. 가보실까요?”

효자는 천사의 안내를 받고 바닷가에 도착했습니다. 황금 조각들이 곱게 깔려있는 물속은 거울 속처럼 환히 들여다보였습니다. 그 순간 효자는 감탄했습니다.

! 아름다운 바다!”

천사가 말했습니다.

둘러보세요. 이 바다 말고도 발길 가는 대로 가보면 지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것들을 수없이 볼 수 있을 거예요.”

천사는 분가루같이 부드러운 팔로 효자를 안고 공중으로 떠올랐습니다. 날개도 없는 효자는 그 천사의 손에 잡혀 바다 위를 날아 황금빛 찬란한 언덕을 지나 아름다운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밖에도 안에도 황금에서 나오는 빛으로 하늘의 해가 없어도 어디든지 한낮보다 밝고 말끔했습니다. 천사가 말했습니다.

아직도 어색해 하시는 것 같은데 조금도 이상히 생각할 것 없어요. 나는 당신이 지구별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모두를 알고 있어요.”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나는 당신이 어떤 분이며 지구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당신만 아는 비밀을 모두 알고 있어요.”

효자는 어리둥절해서 물었습니다.

저의 비밀을 다 아신다고요?”

이 황금별은 아무나 오는 별이 아니에요. 나는 당신이 아기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당신을 맡아 지켜본 당번이었어요. 아기가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 살다가 이 황금별로 올 때까지 지켜보았지요. 그래서 남들은 알지 못하는 비밀을 다 알고 있어요.”

…….”

당신은 참으로 훌륭한 사람이었어요.”

효자는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제가 훌륭하다고요?”

이제 당신이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었는지 말해 볼까요?”

효자는 어이가 없어서 천사를 보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사람도 아닌 천사의 감시를 받으며 살았던 것일까? 내 이야기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천사가 맘속을 들여다보는 듯이 말했습니다.

그렇지요. 당신은 우리의 감시를 받고 살았던 거예요. 사람들은 자기만 아는 비밀을 숨기고 있지만 감시하는 천사는 다 알고 있답니다. 한 가지 물어볼까요?”

?”

20. 꿈꾸는 황금별

천사가 말했습니다.

당신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계모를 모시고 살았지요?”

그런 것도 아십니까?”

당신은 새 어머니한테 효도를 다했지요?”

효자는 겸손히 말했습니다.

별로 잘해드린 것이 없습니다.”

계모는 사납고 까다로웠지요?”

효자는 속으로 놀랐습니다.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고 있을까?’

천사가 말했습니다.

그런 것까지 아는 게 아니라 당신에 대하여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

계모가 데리고 온 여동생이 있었지요? 그 여동생도 엄마 못지않게 사나웠지요. 안 그랬던가요?”

…….”

효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줄을 빤히 아는 천사가 말했습니다.

당신은 마음이 곱고 겸손한 사람이라 속 모르는 사람들은 당신을 바보라고 불렀지만 한 번도 불만을 하든가 말대꾸를 하지 않았지요.”

…….”

효자는 무슨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천사가 하는 말에 남의 이야기를 듣듯이 귀만 열고 입은 다물었습니다. 그러자 천사가 또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신이 동생과 한겨울에 계모한테 쫓겨나서 점심 저녁도 굶고 고생한 적도 있지요? 그때 왜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나요?”

그런 것도 아십니까?”

천사는 계모가 데리고 온 여동생이 오빠 형제를 골탕 먹이려고 아버지가 아끼고 피우는 담배를 물통에다 집어넣고 한 짓까지 알고 말했습니다.

들어온 여동생이 담배를 물통에 집어넣고 아버지가 들어오시자 오빠들이 담배를 물통에다 넣었다고 엉뚱한 거짓말을 할 때 왜 가만히 있었나요? 그래서 형제가 쫓겨나 밤새도록 고생을 하지 않았나요?”

그랬습니다. 여동생이 담배 냄새를 무척 싫어했지요. 그래서 담배냄새가 싫어서 그랬던 것으로 생각하고 우리가 하지 않았다고 하면 아버지한테 그 동생이 꾸중 듣는 것이 싫어서 내가 했다고 했습니다.”

천사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참 착한 오빠한테 여동생이 죄를 지었군요. 그 동생은 일생 동안 좋은 일은 한 번도 하지 않고 못된 짓만 하다가 죽어 얼음별에 잡혀가서 벌을 받고 있지요. 내가 한 가지 더 물어볼 것이 있어요.”

무슨 말씀인지요?”

당신은 늙은 의붓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었지만 계모는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계모를 위해 변함없이 효도를 했지요. 계모가 호호백발이 되고 이빨이 빠져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할 때 죽을 끓여 드렸고 질긴 고기는 입으로 씹어서 먹여드렸지요.”

효자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것까지 아시니 부끄럽습니다. 그건 저만 알고 있는 비밀인데…….”

맘씨 착한 효자는 여동생이 얼음별에 가서 고생한다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의 여동생이 얼음별에서 고생을 한다고 하시었는데 그런 별도 있습니까?”

천사가 대답했습니다.

당신처럼 지구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보고 들은 것이 아니면 믿지 않습니다. 내가 은하수에 떠다니는 별들의 이야기를 다 해 드린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천사님의 말씀이라면 믿겠습니다.”

우주는 끝없이 넓고 별들의 숫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무량대수입니다. 그뿐 아니라 별마다 다르고 어떤 별에는 지구처럼 사람이 살고 있고 어떤 별에는 뱀들만 살고, 어떤 별에는 사자와 호랑이만 사는 별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지구 밖의 별에는 공기도 없고 물도 없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효자는 믿을 수가 없어서 물었습니다.

과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다른 별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거야 사람들의 생각이 거기까지밖에 못 미친 때문입니다. 고작 태양계 안에서 그럴 것이다 하는 상상을 할 뿐 태양계를 벗어나 은하계를 지나고 수천억 광년 멀리 있는 별에는 지구과학의 만 배도 넘는 과학이 발달한 생물이 살기도 합니다. 과학이 극도로 발달한 그 생명체들은 우주여행도 마음대로 하고 죽지도 않습니다.”

효자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천사님도 공상이 지나치십니다. 우주여행을 하는 생명체가 있다면 지구에도 왔을 것 아닙니까?”

공상이 아닙니다. 그 생명체들이 지구를 다녀가도 지구인들의 과학 수준으로는 그들의 오고가는 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천사님 말씀은 거짓말만 같아서…….”

그렇지요, 사람의 생각으로 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요. 이 세상에 없는 것을 공상할 수만 있으면 그것은 곧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공상은 곧 발명의 기틀이기 때문이지요.”

효자는 아무래도 천사를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개를 젓고 있는데 천사가 말했습니다.

당신이 내 말을 못 믿겠다고 하는 것이 바로 지구인의 수준이니까요.”

효자가 엉뚱한 소리로 물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당신의 멘토 천사입니다. 이제 다시는 죽음을 경험하지 않고 영원히 황금별에서 많은 즐거움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할아버지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습니다.

아이들은 은하수를 올려다보면서 가지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한나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저 나무 끝에 매달린 별도 지구보다 클까요?”

알 수는 없지만 여기서 보기에 작다고 작은 별이 아니다. 아주 멀리 있기 때문에 작게 보이는 거다.”

수철이도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다른 별에도 사람이 살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저 많은 별들 중에 무슨 별은 없겠느냐. 크고 작고, 뜨겁고 차고 사람이 살고 짐승만 우글거리는 별도 있을게다. 오늘은 늦었으니 그만 돌아가도록 하자.”

경미도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정말 얼음별이 있을까요?”

21. 얼음별의 펭귄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어떤 별은 얼음덩어리로 되어 있단다.”

정말이에요?”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그 효자의 의붓동생이 얼마나 못된 짓을 하다가 죽었는지 마귀한테 끌려 얼음별로 갔다고. 얼음별로 끌려간 그 여동생이 어떻게 벌을 받고 있는지 말해 주마.”

아이들은 은하수 멀리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귀를 기울였습니다.

 

효자의 여동생 황자가 죽자 일생 동안 따라다니며 지켜보던 천사가 마귀한테 말했습니다.

여보게 마귀, 이 여자를 데려가게.”

마귀가 좋아서 대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못된 짓을 하더니 결국 내 손에 들어오는군요. 당장 얼음별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나쁜 짓만 하던 효자의 여동생 황자는 마귀의 손에 끌려가면서 천사한테 항의를 했습니다.

왜 나를 마귀 손에 넘기시는 겁니까?”

천사가 돌아가면서 싸늘하게 대답했습니다.

네가 아직도 세상에서 지은 죄를 깨닫지 못하는 것 같구나. 너는 지은 죄 값을 받아야 한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순간 천사는 사라지고 마귀가 대답했습니다.

네 죄는 나도 알고 있다. 입 다물고 가자.”

효자의 여동생 황자는 마귀에 끌려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지구가 멀리 파란 별로 멀어지고 은하수를 지날 때는 무지개 속을 나는 듯 황홀했습니다. 어떤 별은 빨갛고 어떤 별은 초록, 어떤 별은 파랑, 주황, 노랑, 보라, 회색으로 별마다 색깔이 달랐고 움직임도 달랐습니다. 그 황홀한 별나라를 지나 황자가 갈 별은 은빛 찬란한 하얀 별이었습니다.

눈보다 하얀 별을 보자 황자는 감탄했습니다.

! 아름다운 은빛 별!”

마귀가 한 마디 던졌습니다.

저게 네가 가는 별이다.”

황자는 좋아서 손뼉을 치며 말했습니다.

제가 저렇게 아름다운 별로 가는 거라고요?”

그렇다. 저 별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 저 아름다운 별에서 살게 되었다니 행복해요.”

마귀는 묵묵히 달렸습니다. 가까이 갈수록 별은 더 밝고 백옥같이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황자는 더 감동하여 소리쳤습니다.

! 아름다움 별! 은빛 찬란한 별, 나의 별!”

마귀가 이상한 소리로 웃었습니다.

이히흐흐. 맘껏 좋아해라. 너의 마지막 행복이다.”

마귀가 얼음별에 내리면서 소리쳤습니다.

손님 왔다. 모셔라!”

황자는 별에 내리는 순간 차디찬 얼음에 전신이 굳어졌습니다.

아이 자가워! 아이 차가워 차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펀펀하던 바닥이 불끈 솟아오르며 쩍 갈라졌습니다.

어마! 이게 뭐야?”

순식간에 황자는 갈라진 틈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사방이 캄캄했습니다.

아아! 나 죽는다!”

외치는 순간 닫혔던 바닥이 다시 쩍 벌어지면서 무엇인가가 강하게 밀어냈습니다. 황자는 공중에 붕 떠서 얼마나 되는지 모를 만큼 멀리 날아가 떨어졌습니다. 딱딱하고 미끄러운 얼음판에 쿵하고 떨어진 황자는 칼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향해 고개를 들었습니다.

!”

넓은 얼음벌판에 어마어마하게 큰 펭귄이 입을 딱 벌리고 눈을 번쩍거리며 뒤뚱뒤뚱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황자는 눈을 감고 소리쳤습니다.

사람 살려!”

펭귄이 시내버스도 삼킬 만큼 커다란 입을 딱 벌리고 땅이 쾅쾅 울리는 소리로 비웃었습니다.

하하하, 네가 사람인 줄 아느냐? 하하하 누가 너를 살려주겠느냐.”

그러면서 바람을 일으며 황자를 공중으로 높이 띄웠습니다. 황자는 높이 떴다가 얼음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졌습니다. 거대한 펭귄은 또 다가와서 큰 입으로 물었다가 높이 뱉었습니다. 황자는 날마다 펭귄의 노리개가 되어 큰 별을 이리저리 구르다 공중으로 떠서 떨어지기를 계속했습니다.

이렇게 황자가 한 번 떴다가 떨어지는 동안 지구에는 백년이 지나갑니다. 황자는 그렇게 수천, 수조, 수경, 수해, 수정, 수재, 수극, 항하사, 아승지, 나유타, 불가사의, 무량대수 동안 벌을 받아야 합니다.

 

할아버지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습니다. 귀를 기울이던 병두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담배 갑 하나를 물통에 넣고 오빠가 그랬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벌이 너무 심하지 않아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남을 고생하게 만드는 거짓말은 크고 작고가 없다. 다 죄가 되는 것이다. 너희가 알 것은 절대 남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라가 얄미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 다 뻥이지요?”

뭐야? 또 뻥이라고?”

소라가 얼른 머리를 숙이고 사과했습니다.

할아버지, 잘못했어요. 뻥이라고 한 말 취소…….”

할아버지는 너그럽게 받으셨습니다.

그래, 뻥이라는 말은 조심해서 써야 한다. 그런데 네가 뭐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소라가 겸손하게 대답했습니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면 쇳물이 펄펄 끓는 지옥으로 간다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얼음별이 있다는 말은 못 들어 보았어요.”

할아버지는 아주 친절하게 대답했습니다.

지옥이 그렇다고 한다마는 누가 지옥에 갔다 온 사람이 있어야 그런지 아닌지 알 게 아니겠느냐? 사람은 죽으면 하늘로 올라간다고 하지 땅속으로 들어간다고는 하지 않는다.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송장이 들어갈 뿐이다. 가수가 부르는 노래에 저 별은 나의 별하고 노래하는 것을 들으며 사람은 죽으면 자기 별로 가는 것이라고 믿는지도 모른다. 다만 어떤 별로 가느냐 하는 것은 지구에 살 동안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천국별로 갈는지 악마별로 가게 될는지 정해진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

이때 별똥별이 길게 꼬리를 끌고 날다가 사라졌습니다. 다연이가 바라보다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별똥별은 왜 생기나요?”

 

22. 마음에 뜨는 달

눈썹달이 어느새 보름달이 되었고 온 세상은 달빛으로 물들어 더욱 평화로웠습니다.

할아버지가 달보다 환하게 웃으시며 대답했습니다.

별똥별이 뭐냐고? 별이 똥을 싸서 하하하 했다는 게 아니냐?”

경미가 코를 막고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별똥 냄새가 나요. 별이 똥을 싸서 하하하했다고요? 하하가 뭐예요?”

하하가 하하지 뭐냐.”

그게 뭐냐고요, 할아버지.”

잘 모를 때 웃어넘기는 소리가 하하다. 알겠느냐?”

아이들이 모두 하하하고 달보다 밝은 얼굴로 웃어댔습니다. 할아버지는 달을 올려다보시며 말했습니다.

별똥별이 왜 생기느냐 하면 저 넓은 하늘에는 해처럼 한 자리에 붙박여 있는 별이 있는가 하면 그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행성이 있고 어떤 별은 주인을 잃은 강아지처럼 아무데든 날아가는 미친 별이 있다. 그런 것들이 오다가다 서로 부딪치기도 하고 궤도를 도는 행성한테 달려들어 머리로 들이 받기도 한다. 그래서 둘이 부딪치면서 별이 깨어져 별 쪼가리들이 우주 속을 날다가 어떤 것들은 지구로 와서 지구의 대기권에 부딪쳐 불이 나고 대기권을 뚫고 들어오면서 타는 모습이 바로 별똥별이 되는 거다. 내 이야기가 학교 선생님께서 한 이야기와 같지 않으냐?”

민구가 대답했습니다.

우리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시며 아이들을 둘러보고 물었습니다.

너희 중에 남을 미워하고 미운 사람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느냐?”

아이들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가 달을 올려다보시며 물었습니다.

달밤에 여기저기 크고 작은 그릇을 벌여놓고 그릇마다 물을 가득가득 채워 놓으면 달이 몇 개나 되겠느냐?”

자경이가 대답했습니다.

그릇 열 개를 놓으면 달이 열 개고 하나를 놓았으면 하나입니다.”

할아버지가 사랑스런 눈으로 자경이를 보시며 말했습니다.

맞았다. 그릇마다 물을 채워 놓으면 물이 찬 그릇 숫자만큼 달이 물속에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물이 없는 그릇을 내놓으면 무엇이 보이겠느냐?”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아무것도 안 보여요.”

맞다. 그러니까 물이 가득찬 그릇은 살아 있는 그릇이고 물이 없는 그릇은 죽은 그릇과 같지 않으냐?”

, 할아버지.”

아이들이 똑같이 대답하자 할아버지가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태어나면 그 순간 별나라에서 멘토 천사가 내려와 그 사람을 따라 다니며 도와준다고 했는데 그 말이 기억나느냐?”

. , , .”

그것은 마치 달이 뜬 밤에 그릇에다 물을 가득히 채워 놓으면 달이 그 잔잔한 물속에 비치는 것처럼 사람 하나가 태어나면 멘토 천사가 나타나 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악한 일을 하면 천사가 그러지 말라고 몇 번씩 타이르지만 듣지 않을 때는 물그릇의 물이 출렁일 때 달 모양이 깨어지는 것처럼 천사는 얼굴을 찌푸린다. 천사의 말을 듣지 않고 제 맘대로 남을 미워하고 때리고 부모한테 불효하고 어른한테 함부로 대들고 또 남의 것을 훔치고 할 때는 그 마음의 달도 깨지고 엉망이 된다. 우리는 마치 달을 담은 물그릇과 같아서 마음을 곱게 쓸 때 물이 잔잔하여 달이 뜨고 물결이 일어날 때 달이 깨지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그리고 물그릇에 뜨는 달처럼 우리의 멘토 천사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마음의 물그릇에 달을 곱게 띄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알겠느냐?”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자기 마음에 뜬 달이 지워지지 않기를 빌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다시 별똥별 이야기로 돌아갔습니다.

별똥별에는 누가 살 것 같으냐?”

23. 아주 나쁜 친구

병두가 낄낄거리면서 대답했습니다.

별똥별이니까 냄새도 많이 날 거예요. 마스크한 사람들이 살겠지요.”

다른 아이들이 따라 웃어댔습니다.

, , , , .”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그 별은 원래 아름다운 별이었는데 지구에서 못된 사람 둘이 가서 싸우는 바람에 별이 깨졌단다.”

자경이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사람 때문에 별이 깨져요? 나쁜 사람들이었나요?”

그래, 아주 못된 사람이었다.”

할아버지 이야기에 아이들은 상상의 날개를 달고 은하수 강을 건너갔습니다.

 

남철이라는 아이와 북구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둘이는 짝꿍입니다.

둘이 일곱 살 때입니다.

동네 골목길 끝에 슈퍼가 있는데 주인 할머니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남철이가 살금살금 다가가서 사탕 하나를 집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할머니는 졸고 있었습니다. 남철이를 항상 붙어 다니는 북구도 살짝 다가가 사탕 하나를 집었습니다. 그래도 할머니는 졸고 있었습니다.

남철이가 느티나무 뿌리를 타고 앉아 사탕을 입에 물고 말했습니다.

재미있다 그지?”

북구가 재미있다는 듯이 대답했습니다.

, 할머니는 그것도 모르고 히히히.”

그리고 열두 살 때입니다.

북구가 남철이를 쿡 찌르면서 말했습니다.

오늘은 무얼 할까?”

남철이 대답했습니다.

우리 저 영구 할아버지 집 창고에서 땅콩을…….”

북구가 벌써 알아채고 대답하듯 말했습니다.

땅콩? 그거 참 맛있지.”

둘이 할아버지가 일 나간 사이에 땅콩 창고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주머니가 미어지도록 땅콩을 훔쳤습니다. 원래 땅콩이 많은 창고라 둘이 마음껏 훔쳐왔어도 할아버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심심하면 둘이 땅콩을 훔쳐다 먹으며 시시덕거렸습니다.

 

세월이 가고 이 짝꿍은 스무 살이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도 둘이는 못된 짓인 줄 알면서도 나쁜 짓을 했습니다. 남철이 먼저 말했습니다.

북구야, 우리 저기 외딴집에 매달아 놓은 곶감 어때?”

북구가 당장에 좋다고 벙글거렸습니다.

히히히 곶감 맛있지. 가자!”

둘이는 아주머니가 장에서 팔려고 매달아 놓고 말리는 곶감 한 줄을 떼어다가 입술이 빨갛도록 먹으며 하하 히히 웃음을 나누었습니다.

 

이 짝꿍이 서른다섯이 되었을 때 북구가 먼저 제안했습니다.

우리 총 한 자루씩 사서 차고 다니자, 어떠냐?”

그것 좋지. 총은 어디서 사는 거냐?”

우리 집안 아저씨한테 부탁하면 살 수 있어.”

좋아, 사자.”

둘이는 권총 두 자루를 사서 허리춤에 차고 다니며 으스댔습니다. 남철이가 총을 만지작거리며 말했습니다.

이걸 차고만 다니면 뭘 하냐? 쓸 데가 없잖아.”

북구가 대답했습니다.

우리 심심한데 한탕 할까?”

무얼?”

우리 옆집 자동차를 빌려 타고 은행이나 한번…….”

남철이 놀라 물었습니다.

은행을?”

돈도 궁하고 할 만한 것도 없으니 은행이나 한번 털어 돈이나 실컷 써보자.”

남철이 망설였습니다.

글쎄, 괜찮을까?”

이렇게 하여 두 사람은 권총으로 은행원을 위협하여 성공적으로 돈을 털었습니다. 빌린 자동차에 돈 자루를 싣고 아무도 모르는 바닷가를 향해 달렸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한적한 바닷가에 차를 세우고 생각했습니다.

북구는 남철이만 없어지면 이 돈은 다 제 것이라고 생각하고 빙긋이 웃었습니다. 그 얼굴을 보면서 남철이도 생각했습니다.

북구만 아니면 저 돈은 다 내 것이 아닌가. 나는 부자가 되는 거다, 흐흐흐.’

두 사람이 못된 짓을 할 때마다 멘토 천사가 그 마음속에 똑같이 경고를 했습니다.

나쁜 짓을 자꾸 하면 안 된다. 남들한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는 거야.’

이 말이 두 사람 속에는 언제나 따라 다녔습니다. 할머니 가게에서 사탕 훔쳐 먹을 때도, 할아버지네 창고에서 땅콩을 훔쳐 먹고, 또 곶감을 훔쳐 먹을 때도, 은행강도가 되었을 때도 천사의 경고가 들렸지만 마음속에서 나오는 양심의 소리를 뿌리쳤습니다.

돈 욕심에 눈이 어두워진 친구는 둘이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생각을 하다가 똑같이 권총을 빼들고 상대를 쏘았습니다.

첫발은 신기하게도 총알이 부딪쳐 공중에서 불꽃을 튀기고 날아갔고 다시 한 발씩 쏜 총탄에 두 사람은 나란히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바닷가에는 아무도 없고 두 사람의 시체만 남았습니다. 이 못된 두 친구를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를 지켜보던 멘토 천사가 두 영혼을 데리고 별나라로 갔습니다.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돌아보며 물었습니다.

어떠냐?”

24. 슬픈 떠돌이별

 

한나가 대답했습니다.

나쁜 친구를 사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사람은 어려서부터 좋은 친구와 사귀어야 하고 작은 일이라도 나쁜 짓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말에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 들어보았느냐?”

민구가 물었습니다.

, 들어보았어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자기 것이 아니면 욕심을 내지 말라는 거예요. 그런데 할아버지, 별로 간 두 친구는 어떻게 되었나요?”

네가 바르게 알고 있구나. 신통하다. 그럼 두 친구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은하수를 건너 우주 속으로 갔습니다.

 

남철이와 북구를 데리고 간 천사가 한 별에 도착하여 별을 지키고 있는 악마 사자한테 맡기며 말했습니다.

이것들은 지구에 살던 못된 도둑들이라 잡아 왔으니 알아 하시오.”

악마 사자가 다짜고짜 북구와 남철이를 기다란 철창에 나란히 꿰면서 말했습니다.

너희가 지구에서 친구였다고?”

남철이 죽는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아아! 사자님, 살려주십시오. 철창이 꿰뚫어서 고통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악마 사자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습니다.

이놈! 이 정도를 가지고 아프다고?”

악마 사자가 창으로 꿰뚫은 두 친구를 공중으로 한 바퀴 휘둘렀었습니다. 북구와 남철이는 배가 찢어지는 고통으로 울부짖었습니다.

사자님 살려주소서.”

사자가 대답했습니다.

살려달라고? 하하하 이놈들이 아직도 살아 있는 줄 아는 모양이로구나. 이놈들, 죽어서 온 것을 모르느냐? 누가 먼저 총을 쏘았느냐?”

둘이 똑같이 대답했습니다.

저 놈이 먼저…….”

악마 사자가 더욱 화를 내며 창을 휘둘렀습니다.

이놈들이 죽어서까지 자기 죄를 모르는 모양이로구나. 너희들은 이 바닥이 갈라질 때까지 내 창끝에서 고통을 당해야 한다. 으흐흐흐.”

남철이 고통을 무릅쓰고 물었습니다.

사자님,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악마 사자가 대답했습니다.

“3천억 년 뒤에 이 별은 둘로 갈라질 것이다. 그때까지는 이 창 끝에 달려 날마다 고통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 악마 사자는 창을 또 휘휘 저었습니다. 걸레조각처럼 창에 꿰뚫린 두 친구는 고통으로 몸부림을 쳤습니다. 악마 사자는 하루에 한 번씩 창을 휘둘러 고통을 주었고 그때마다 북구와 남철이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여 정신을 잃었습니다.

그렇게 수백 년이 지난 어느 날입니다. 별 바닥이 미친 듯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아주 큰 별에 부딪칠 듯이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남철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습니다.

큰 별이 부딪쳐온다!!!”

여기서 할아버지는 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어떠냐? 큰 별이 무섭게 다가오고 있는 장면이 떠오르지 않느냐?”

경미가 대답했습니다.

, 갑자기 하늘에서 큰 별이 떨어져 와락 달려들면 무서워요.”

할아버지가 하늘을 올려다보시며 말했습니다.

큰 별들이 부딪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무서운 것이다. 저 하늘을 보아라. 별들이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모래를 뿌려놓은 것 같기도 하고 까만 보자기를 펴놓고 소금을 뿌려놓은 것 같지 않으냐? 저렇게 많은 별들은 모두 이 지구보다 큰 것들이다. 저렇게 많은 별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고 같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별들 사이에는 강한 힘이 서로 버티기 때문이다. 모든 별들은 제각기 붙박이별을 중심으로 공전과 자전을 하면서 끌어당기기도 하고 밀어내기도 한다. 그러다가 아주 큰 별이 작은 별을 끌어당기면 중심을 잃은 작은 별이 제 길을 잃어버리고 이쪽저쪽에서 당기고 미는 힘에 궤도를 잃고 헤매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여 떠돌이별이 된 불쌍한 별은 크고 작은 별과 별 사이를 수천 수억 년을 떠돌다가 또 다른 떠돌이별을 만나 부딪치면 두 별이 깨지고 부서진 조각이 우주를 날아 떠돌다가 어떤 것은 지구 대기권으로 들어와 공기와 부딪쳐 불꽃을 이루고 떨어지다가 재가 되어 사라진다. 그것이 별똥별이다. 남철이와 북구가 간 별은 다른 큰 별에 부딪쳐 궤도를 잃은 미친 떠돌이별이 된 것이다. 그 별에서 악마 사자가 꿰뚫고 휘두르는 창끝에서 배와 가슴이 찢기는 고통을 당하면서 언제 다른 별에 부딪쳐 더 큰 고통을 당할지 모르는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한나가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상상만 해도 무서워요.”

, 무섭지. 그런 별로 가지 않으려면 세상에서 양심적이고 착한 일을 하여 멘토 천사가 아름다운 별로 데려다 줄 수 있게 살아야 한다.”

오수철이가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지옥별 말고 천당별로 간 사람은 없나요?”

25. 공평하지 못한 심판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지옥별로만 가는 사람이 22명쯤 되고 천국별로 간 사람이 78명쯤 된다.”

민구가 물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세상에는 착한 사람이 악한 사람보다 많다는 말이다.”

경미가 물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악한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착한 사람이 더 많다고요?”

그렇단다. 한번 생각해 볼래? 세상에 악한 사람이 78이고 착한 사람이 22라면 악에 눌려서 착한 사람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안 그러냐?”

병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마디 했습니다.

아무래도 나쁜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은데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착한 사람은 어디든 숨어 있는 것처럼 잠잠하기 때문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고 악한 사람은 한 사람만 날뛰어도 온통 세상이 시끄러워서 다 나쁘게 보이기 때문이다. 한 마리 미꾸라지가 샘물을 온통 휘젓고 다니면 예쁜 붕어나 송사리들은 숨어서 안 보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다연이가 예쁜 얼굴로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세상도 그런 것 같아요. 착한 일을 열 사람이 해도 강도나 살인범 하나가 날뛰면 신문 방송이 모두 착한 사람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나쁜 것만 보도하니까 세상이 모두 악한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네가 아주 바르게 말했다.”

할아버지가 아주 만족한 얼굴로 웃으시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산속에 까마귀와 앵무새가 같이 살았다.

하루는 까마귀가 앵무새한테 말을 걸었다.

앵무새, 너 나하고 누가 노래를 더 잘 부르는지 내기해 볼래?”

앵무새가 대답했다.

좋아, 너라면 얼마든지!”

까마귀가 대답했다.

우리 노래 실력을 누구한테 심판을 맡길까?”

앵무새가 말했다.

꿩한테 맡기자.”

까마귀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야, 꿩은 건방져. 꿩보다는 두루미가 좋겠어.”

앵무새가 동의했다.

알았어. 언제 할까?”

까마귀가 대답했다.

일주일 뒤에 하자. 두루미한테 말해 둘게, 약속 지켜!”

그리하여 앵무새는 날마다 노래 연습을 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도시라솔파미레도, 뻐꾹뻐꾹 깊은 산속에서 뚝딱뚝딱 나무 찍는 소리, 산골짜기 다람쥐 아기 다람쥐 도토리 점심 가지고,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물새들이 우는 밤은,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앵무새는 밤낮으로 어린이가 부르는 동요서부터 어른이 부르는 유행가, 가곡 이것저것 다 불러보며 음정 박자까지 완전하게 준비했다.

그러나 까마귀는 노래 연습은 하지 않고 커다란 자루를 들고 들로 다니며 개구리만 잡았다.

<참개구리, 늪개구리, 산개구리, 표범개구리, 꼬리개구리, 거북개구리, 발톱개구리, 다윈개구리, 긴발개구리, 무당개구리, 청개구리, 금개구리.>

온 세상 개구리를 다 잡은 까마귀가 밤중에 개구리가 담긴 자루를 가지고 두루미한테 가서 바쳤다.

두루미 영감님, 변변치 않지만 좋아하시는 개구리 몇 마리 잡아왔습니다. 맛있게 드시고…….”

두루미가 입을 짝 벌리고 웃으며 받았다.

뭘 이런 것까지하하하하.”

일주일이 지나고 약속한 날짜가 되어 앵무새와 까마귀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두루미가 심사를 하러 늦게 나탔다.

먼저 목청을 곱게 다듬은 앵무새가 노래를 불렀다. 그 다음에 까마귀가 목을 빼고 끄악깍 끄악악 까악 하고 듣기 거북스런 소리를 질러댔다.

두루미가 한참 동안 다 듣고 나서 왼쪽에는 앵무새를 세우고 오른쪽에는 까마귀를 세웠다.

두루미가 위엄을 보이려고 목을 길게 빼 늘인 다음 오른쪽 까마귀의 날개를 번쩍 추켜올리며 판정했다.

까마귀 승리!”

까마귀는 좋아서 팔딱팔딱 뛰면서 듣기 싫은 소리를 질러댔다.

까윽깍, 까아윽!”

노래를 훨씬 잘 부른 앵무새는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깨물고 중얼거렸다.

내가 노래 실력으로는 이겼지만 개구리가 없어서 졌다. 개구리가 한이다.”

 

할아버지가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물었습니다.

다들 잘 들었느냐? 내 이야기를 듣고 나니 무슨 생각이 드느냐?”

26. 까마귀와 어사 박문수

자경이가 대답했습니다.

까마귀가 너무 비겁해요.”

소라가 엉뚱한 말을 했습니다.

지금은 무슨 경기가 있든지 뒷거래가 있다는 건 다 아는 세상이 아닌가요. 그것을 알았어야 하는데 노래 연습만 한 앵무새가 바보였어요.”

병두가 그 말에 불만을 말했습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경쟁은 정정당당히 했어야 합니다. 앵무새가 졌다고 심판을 하기는 했지만 두루미는 속으로 후회를 했을 것입니다.”

한나도 한 마디 했습니다.

후회가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받았다고 해야 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양심의 가책을 받을 일은 해서는 안 됩니다.”

민구가 엉뚱한 소리를 했습니다.

할아버지, 또 재미있는 이야기 없어요?”

할아버지는 은하수가 흐르는 하늘을 올려다보시며 말했습니다.

어쩌면 저 별들 가운데 어사 박문수 별이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수철이 말했습니다.

어사 박문수요?”

할아버지가 수철을 향해 눈을 둥그렇게 뜨고 물었습니다.

어사 박문수를 아느냐?”

다른 아이들도 다 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어사 박문수는 유명하잖아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잘들 아는구나. 유명한 어사였지. 그 어사 이야기 중에 아이들과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를 아느냐?”

아이들이 대답했습니다.

아이들하고 있었던 이야기도 있나요? 어사는 높은 사람인데 아이들하고 뭘 했나요?”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원님놀이를 하는 아이들 이야기다.

박문수는 우리나라 영종 때의 암행어사이다. 어느 날 어사 박문수는 허름한 차림을 하고 시골 작은 마을을 찾아갔다.

서당에서 수십 명의 아이들이 대청에 모여 원님놀이를 하고 있었다. 박문수는 아이들의 노는 모양을 지켜볼 생각으로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숨어서 대청 쪽을 주시했다.

한 아이가 군수가 되어 상좌에 앉아 자못 엄숙한 태도로 좌우에 거느린 아이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러자 한 아이가 그 앞에 공손히 절을 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호소했다.

군수님, 저는 가지고 놀던 사랑하는 새 한 마리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군수님을 찾아 왔는데, 그 새를 찾을 방법이 없겠습니까?”

군수가 된 아이는 제법 위엄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새를 놓쳤다니 그거 참 안됐구나. 놓친 새는 산으로 도망간 게 틀림없을 것이다. 너희는 곧 새를 감춘 산을 잡아 오도록 해라!”

그 아이가 이렇게 영을 내리자 박문수는 군수가 신통하여 그 앞으로 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군수 노릇을 하던 아이가 정색을 하고 박문수를 향해 호통을 쳤다.

아니, 너는 누군데 감히 관청에 들어와 군수의 머리를 만지며 모욕을 주느냐! 이봐라 이 자를 당장 옥에 가두어라,”

예이!”

관졸이 된 아이들이 다가와 박문수를 붙잡아 뜰 한 모퉁이 헛간에다 가두었다. 아이들 장난치고는 너무나 진지해서 나무랄 생각이 없었다.

어디, 이 녀석들이 어떻게 하나 두고 볼까?”

박문수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이윽고 시간이 좀 흐르자, 뜻밖에도 군수가 되었던 아이가 찾아와 공손히 절을 하며 말했다.

아까는 너무 무례한 짓을 범해서 죄송합니다. 저희들은 원님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비록 놀이이기는 하지만 준법정신을 길들여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려고 어르신을 이렇게 한 것이니 나무라지 마시고 용서해 주세요.”

박문수는 아이의 말과 태도가 너무도 진지한데 감탄하여 그 길로 아이의 부모를 찾아가 그 아이의 장래를 책임지고 보살펴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마치고 물었습니다.

어사 박문수 이야기를 듣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누가 말해 볼까?”

다연이가 얌전하게 대답했습니다.

지위가 높은 어사가 아이들을 이해해 준 것은 겸손을 보여주는 교훈이고 아이들 중에 군수를 맡았던 아이가 어른한테 엄한 명령은 내린 것은 준법정신을 가르진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할아버지가 자리를 뜨시며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까마귀같이 살아서는 안 된다. 어사 박문수 같은 넓은 마음으로 동생들을 사랑하고 예법을 지키고 살아야 한다. 알겠느냐? 밤이 늦었다. 돌아가도록 해라.”

병두가 따라 일어서면서 할아버지한테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내일 밤에도 재미있는 이야기 해 주실 건가요?”

27. 지혜로운 효자

오늘도 둥그런 보름달이 환하게 비치는 평상에 동네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할아버지가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 주실까 기다렸습니다.

밝은 달밤에는 은하수가 잘 보이지 않는데 할아버지가 은하수 한가운데 유난히 빛나는 별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 별에 누가 사는지 아느냐?”

아이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은하수를 올려다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은하수 강가로 가서 공자와 그 제자 자권의 옛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공자의 제자 가운데 가장 사랑과 신뢰를 받던 자권이라는 효자가 있었다. 자권은 어렸을 때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계모 슬하에서 소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어느 날, 어린 자권은 아버지를 따라 말을 타고 어딘가 갈 일이 있었다. 그때는 마침 겨울철이라 밖에는 눈이 오고 날씨도 몹시 추웠다. 아버지는 오들오들 떠는 자권을 보고 사내 녀석이 이런 추위도 못 이기고 벌벌 떠느냐, 그래 가지고 곧 불어 닥칠 큰 추위에는 어떻게 견디겠느냐?” 하고 못마땅하다는 듯이 꾸짖었다. 자권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다만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버지께는 말하지 말아야지. 어머니는 세 동생들에게는 솜을 두툼히 넣은 옷을 해 입히셨지만, 나에게는 얇은 홑옷을 주셨으니 떨 수밖에……

자권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계모의 매정한 얼굴을 얼른 지워 버리려고 말을 급히 몰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계속해서 떨고 있는 아들을 눈여겨보다가 자권이 입고 있는 옷을 한번 만져 모았다.

아니, 네 옷은 홑옷이 아니냐? 이런 날씨에 솜을 두둑이 넣어도 추울 텐데 홑옷을 입고 있다니!”

자권의 아버지는 새로 얻은 아내가 제가 낳은 자식에게만 잘해 주고, 자권에게는 정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추운 겨울 날씨에 아내가 자권에게 홑옷을 입힐 줄은 짐작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을 안 아버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돌아가자! 당장 집으로 가서 네 계모를 내쫓겠다!”

아버지는 괘씸한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말머리를 돌려 집으로 되돌아가려고 했다. 그러자 자권이 아버지의 말고삐를 붙잡고 애원했다.

아버지, 어머니와 헤어지시면 안 되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

만일 어머니와 헤어지신다면, 당장 세 동생이 또 다른 계모 밑에서 떨며 울게 되지 않겠어요? 하지만 어머니를 그대로 두시면 저 하나만 참으면 되어요. 아버지, 세 동생이 모두 불쌍하게 되는 것보다 저 혼자 참고 견디겠어요.”

…….”

아버지는 괴로운 신음소리를 냈다. 자권이 또 애원했다.

아버지, 오늘 일은 모르는 체하여 주세요.”

아버지는 자권이 하는 말이 기특하여 눈시울을 붉히며 자권의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리고 그날 집으로 돌아와 자권이 없는 틈을 타, 계모에게 오늘 자권과 주고받은 이야기를 낱낱이 들려주었다. 계모는 남편의 말을 듣고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그렇게 말한 계모는 착한 어머니가 되어 자기가 낳은 세 아들보다도 자권을 더 사랑하고 보살펴 주었다. 그 사랑으로 자권은 공부를 하여 공자의 사랑받는 제가까지 되었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물었습니다.

자권이한테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이냐?”

한나가 대답했습니다.

자권이처럼 부모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할아버지가 웃으시며 대답했습니다.

……. 너희는 언제나 자기 생각만 하지 말고 부모님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지혜롭고 효성이 지극한 자권의 식구들은 모두 천사를 따라 은하수 가운데 가장 크고 아름다운 별로 가서 지구를 내려다보고 산단다.”

병두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질렀습니다.

짜라 짜라!”

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28. 별이 갖고 싶은 아이들

다음 날 저녁에도 동네 아이들이 모여들고 할아버지도 나오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어제 묻던 말을 또 물었습니다.

짜라 짜라가 무슨 말이냐?”

병두가 대답했습니다.

짜라 짜라는 남아프리카에 있는 아주 작은 섬 원주민들이 쓰는 말인데요, 좋아좋아 하는 거예요.”

할아버지가 또 물었습니다.

넌 그 말을 어디서 배웠느냐?”

텔레비전에서 배웠어요.”

민구가 장난을 치며 말했습니다.

짜라 짜라 할아버지, 별나라 이야기해 주세요.”

아이들이 짜라짜라 흉내를 내며 와아 하고 웃었습니다. 아이들 웃음소리에 달을 가리고 있던 느티나무 잎사귀도 팔랑팔랑 장난스럽게 손짓을 했습니다.

달은 구름과 구름 사이를 건너뛰며 숨바꼭질을 했습니다. 달이 지나간 자리에 별 하나가 반짝 빛났습니다. 한나가 할아버지한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저 별에는 누가 살까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너희들이 이제 별에 관심이 많이 생긴 것 같구나. 안 그러냐?”

, 네 할아버지.”

별은 하늘에 떠 있는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경미가 대답했습니다.

아니에요, 별은 우리가 꿈을 꾸게 하는 빛이에요.”

할아버지가 놀랍다는 듯 눈을 둥그렇게 뜨고 말했습니다.

, 별이 꿈을 꾸게 하는 빛이라고? 좋은 말이다. 너는 별을 보고 무슨 꿈을 꾸었느냐?”

경미가 재미있게 대답했습니다.

별은 엄마 없는 아이한테는 엄마별이고요, 누나 없는 아기들한테는 누나별이고, 오빠 없는 아기들한테는 오빠별이에요.”

할아버지가 신통하다는 듯 물었습니다.

?”

헤어지기 싫은데 이별해야 하는 사람한테는 눈물이고요,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기념으로 주고받는 기념품이에요.”

장난기가 많은 병두가 경미한테 말했습니다.

경미야, 나한테 별 하나 주라. 어떤 별을 줄 거냐?”

경미가 똑 쏘아붙였습니다.

너한테 줄 별은 없어. 아무리 많아도 너한테는 안 줘. 별은 아무한테나 주는 게 아니야. 갖고 싶으면 네 맘대로 가져라.”

아이들이 와 하고 웃었습니다.

민구가 병두를 보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밑천도 못 찾았구나. 히히히.”

그러나 병두는 지지 않고 엉뚱한 말을 했습니다.

할아버지, 저기 은하수 건너 산 끝에 가물가물하는 별 보이시지요? 저 별을 제 별로 할 거예요. 거기 누가 사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그러자 수철이도 별 하나를 가리켰습니다.

할아버지, 저는 우리 머리 위에 가장 가운데 떠 있는 별을 가질래요. 저 별에는 누가 사는지 이야기해 주에요.”

소라도 한 마디 했습니다.

할아버지, 저는요 남쪽 하늘에서 가장 크게 빛나는 화려한 별을 가질래요. 그 별에는 누가 사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할아버지가 하늘의 별을 이리저리 올려다보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너희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니 내가 한 가지씩 물어보겠다. 각기 그 별에는 누가 살 것 같은지 너희 생각을 먼저 생각나는 대로 말해 보거라. 병두가 먼저 말해 보거라.”

병두가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29. 강도가 받는 벌

할아버지, 그런 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래서 할아버지한테 그 별에 누가 사느냐고 여쭈었잖아요.”

그래, 그럼 우리 그 별로 가 볼까?”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은하수를 건너 아득히 보이는 별로 갔습니다.

그 별은 지구보다 두 배나 큰 별이었는데 별 가까이 이르렀을 때는 꽃향기가 가득했습니다. 아이들이 향기에 취해 즐거워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아이들이 모두 입을 벌리고 감탄했습니다.

! 아름다운 꽃향기! 여기가 천국인가?”

여기서 저 끝까지 모두 꽃밭이야, ! 아름다워!”

꽃은 예쁜데 가시가 칼날 같아요.”

이때 꽃밭 저쪽에서 시커먼 무엇인가가 둥둥 떠서 굴러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할아버지한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저 구름처럼 떠오는 것은 무언가요?”

할아버지가 침통한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잘들 보고 저 검은 덩어리에 누가 있는지 알고 이 별이 어떤 별인지 잊지 말아라.”

그러는 사이에 검은 덩어리가 꽃밭 위를 둥둥 떠서 굴러오더니 아이들 앞에서 멈추었습니다. 그 시커먼 덩어리는 검누른 왕벌덩어리였습니다. 그 벌떼 속에서 한 사람이 몸부림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왕벌들에게 쏘여 이마가 퉁퉁 부은 채 피를 흘리고 악물고 있는 입술에도 벌이 침을 꽂고 물어뜯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맨몸뚱이에도 벌이 겹겹이 달라붙어 여기저기 쏘아댔습니다. 사람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여 몸부림을 치면서 이를 갈았습니다.

아아! 나 좀 살려다오, 아이 따가워! 이아 쓰려!”

벌들은 무섭게 쏘아대다가 사람을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꽃밭에다 던져 버리고 꽃밭으로 화르르 날아가 꿀을 빨았습니다.

그 사람은 꽃 가시에 찔려 피를 줄줄 흘리며 몸부림을 쳤습니다.

아이구 나 죽는다. 아이구 나 죽어…….”

잠시 후 여기저기 흩어져 꿀을 빨던 벌떼가 다시 그 사람한테 몰려들어 날카로운 침으로 등, , 머리, 이마, , , 팔과 다리 허리, 여기저기 달라붙어 쏘아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새까맣게 달라붙어 날개를 펴고 저으며 사람을 공중으로 둥둥 띄우고 꽃밭 멀리 날아갔습니다.

아이들은 그것을 바라보면서 몸을 떨었습니다. 한 아이가 겁먹은 소리로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저 사람은 누군가요?”

궁금하냐?”

다른 아이가 벌벌 떨면서 말했습니다.

정말 무서워요, 저 사람은 왜 벌들한테 쏘이고 있나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저 사람은 지구에 살 때 강도였다. 어려서부터 남의 물건을 훔치고 공부도 안 하고 못된 짓을 하다가 어른이 되어서는 남의 집에 들어가 사람을 죽이고 돈을 빼앗아다가 술집으로 다니며 다 쓰고, 그러다가 돈이 떨어지면 또 강도질을 하였다. 자기가 벌어서 써야 하는데 도둑질을 하고 살다가 죽어서는 악마 사자에게 잡혀 와서 벌을 받는 것이다.”

한 아이가 물었습니다.

저 사람은 언제까지 저렇게 벌들한테 쏘이고 살아야 하나요?”

언제까지가 뭐냐. 저 사람은 이 꽃별이 다른 별하고 부딪쳐 깨질 때까지 벌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나 오래요? 별은 언제 깨지는데요?”

나도 그것은 모른다. 몇 억년이 걸릴는지 아니면 몇 조년이 걸릴는지 모르지만 저 사람은 한번 죽은 사람이기 때문에 더는 죽지도 못하고 저 고통을 날마다 당해야 한다.”

다른 아이가 몸서리를 쳤습니다.

할아버지, 너무 잔인하고 무서워요.”

저 사람이 지구에 살 때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죽이고 할 때 당한 사람들의 고통이 어떻겠느냐? 그 사람들이 당한 고통보다 수백 배는 더 당해야 한다.”

또 다른 아이가 말했습니다.

죄를 지으면 누구나 저렇게 무서운 벌을 받아야 하나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물론이다. 세상 사람들은 남이 모르게 죄를 짓고 숨기지만 우리를 지켜보는 멘토 천사는 언제나 회개하고 죄 짓지 말라고 마음속에서 쉬지 않고 말한다. 하지만 저 사람은 남들이 모른다면서 지은 죄를 숨기고 살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죽어서 지구를 떠나 별로 올 때는 악마 사자한테 끌려 이 별로 온 것이다.”

한 아이가 아득한 별들을 보면서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지구에 사는 육십억 사람이 죽으면 다 따로 돌아갈 별이 그렇게 많을까요?”

우주에는 지구같이 생물체가 사는 별이 수천억 개가 있고 그 별에서 죄 지은 영혼이 돌아갈 별은 우주 에 셀 수도 없이 많다고 했잖으냐.”

우주에 그렇게 많은 별이 있다고요?”

숫자로 하면 무한대수로 사람의 지능으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별이 있다. 내일은 별 이야기를 해주마.”

 

할아버지는 은하수를 건너 별나라 구경을 시켜주고 아이들을 데리고 지구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밤이 늦었다. 다들 돌아가도록 하자.”

30. 황금별 개똥별

동네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오늘도 느티나무 아래 모였습니다. 할아버지가 오시자 다연이가 먼저 인사를 했습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오늘은 별 이야기를 해 주신다고 하셨지요?”

할아버지는 언제나 밝고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아이들을 보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어제 한 말을 기억을 하고 있었구나?”

.”

할아버지는 별들이 뿌옇게 뭉쳐 있는 은하수를 가리키며 설명했습니다.

저 은하수에만 모여 있는 별들도 수십 억 개가 넘는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별들은 그것보다 수백억 배가 많단다. 그러니 별들이 얼마나 많으며 우주가 얼마나 넓은지 짐작이 가느냐?”

민구가 당당하게 대답하며 웃었습니다.

무량대수, 히히히.”

할아버지가 벙긋 웃으며 민구를 바라보았습니다.

네 말이 맞다. 이 녀석 웃기는.”

경미가 눈을 깜작거리며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무량대수는 기억하겠는데 숫자 세기를 다 까먹었어요. 한번만 더 말씀해 주실 수 없어요?”

할아버지가 소라를 보고 물었습니다.

네가 한번 해 볼래?”

소라가 얌전하게 숫자를 불렀습니다.

, , ,천만십만백만천만억십억백억천억 조 십조백조 청조 경.”

여기까지는 세었는데 그 다음을 잊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자경이를 보고 물었습니다.

네가 그 다음을 해 볼래?”

. 제가 아는 데까지 해 보겠습니다. , , ,, , 항하사, 아승지, 나유타, 불가사의 무량대수입니다.”

아이들이 와아 하고 박수를 쳤습니다.

자경이 따봉, 짱짱!! 짜라 짜라!”

할아버지도 신통하다는 듯 자경이를 바라보고 웃으시며 말했습니다.

물어보자. 하늘에는 어떤 별들이 있겠느냐?”

수철이가 대답했습니다.

안질 걸린 별, 조는 별, 지구를 보고 윙크하는 별들이 있을 거예요

아이들이 와아 하고 또 웃었습니다.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안질 걸린 별이라고? 하하하하.”

병두가 한 마디 더 했습니다.

안경 쓴 별은 없냐?”

할아버지가 별들을 설명했습니다.

별에는 황금별, 쇳덩어리 별, 바위 별, 다이아몬드 별, 구리 별, 납별, 얼음덩이 별, 가스 별, 개똥별, 쇠똥별, 꽃밭별, 호빵 별……,”

할아버지가 별의 종류 말하는 중에 똥별, 빵별이 있다는 말에 아이들이 와르르 웃었습니다.

할아버지 농담이시지요? 똥별, 하하하.”

그러나 할아버지는 진지하게 대답했습니다.

이 녀석들아 웃지 마라. 저 많은 별들 중에 무슨 별은 없겠느냐. 내가 생각하여 낸 별이 열두 개밖에 안 되는데 벌써 웃는 게냐? 너희들 가운데 상상으로 어떤 별이 있을 것 같은지 말해 보아라.”

아이들이 머리를 굴렸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전에 내가 사람이 상상을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만들어낸다고 하지 않았더냐? 저 많은 별들도 모두가 똑같은 것이 아니다. 별별 모양의 별이 다 있는 것이다. 너희가 상상할 수 있는 모양의 별이 있다고 한다면 우주 속 어딘가에 그런 별이 있는 것이다. 한번 마음껏 상상하여 말해 보아라.”

한나가 생각을 말해 보았습니다.

빵도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 곰보빵별, 누룽지별, 팥빵별, 바나나별, 복숭아별…….”

이때 힌트를 얻은 병두가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국화별, 맨드라미별, 백일홍별, 해바라기별, 채송화별…….”

이번에는 경미가 말을 잘랐습니다.

물고기별중에 붕어별, 메기별, 피라미별, 고등어별…….”

아이들이 너도나도 별이름을 대려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말을 막았습니다.

너희가 생각하는 그 모든 것들이 저 별에는 살고 있다. 어떤 별은 뽕나무가 있는 별, 대추나무가 있는 별, 감나무가 있는 별, 사과나무별, 사막으로 된 별 이 있다. 그 많은 별들 중에는 가지가지 벌레가 있기도 하고 산짐승이 있기도 한데 과일이나 빵이 있는 별에는 지구에서 착하게 살던 사람이 가는 별이고 벌레나 짐승이 사는 별은 사납고 거짓말하고 도둑질하고 남을 미워한 사람들이 죽으면 악마 사자를 따라가서 고생을 하는 별들이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겠느냐?”

한나가 대답했습니다.

착하고 정직하고 바르게 살아야 되겠어요.”

네 대답이 훌륭하다. 모두가 저주받은 별로 가지 말고 아름다운 별에 가서 살 수 있도록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 알겠느냐?”

소라가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지금까지는 벌 받는 별 이야기만 하셨는데 낙원별에 사는 이야기는 없나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았다.”

31. 의좋은 왕자 형제의 탈출

마을 아이들이 모이자 할아버지는 앞장서서 은하수를 건너 구름나라를 지나 크고 작은 별들이 반짝거리는 넓은 우주를 날아 매우 아름다운 별로 갔습니다.

정다연, 서한나, 유소라, 박경미, 구자경, 장민구, 오수철, 윤병두와 손연희, 최주리 등 열 명이 넓은 초원을 둘러보며 감격하여 입을 딱 벌린 채 다물 줄을 몰랐습니다.

다연이 그림같이 아름다운 초록 언덕을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저 아름다운 초원은 누가 가꾸나요?”

한나도 향기가 풍기는 화원을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저기는 지구에서 보지 못한 꽃들이 피어 있고 향기가 꿀 먹는 것보다 진해요. 무슨 꽃인가요?”

늦게 참석한 손연희가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예쁜 과일을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저 과일들은 누가 따먹나요?”

최주리도 한쪽을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저쪽 나무에는 마치 도시락 같은 열매가 열렸어요. 저건 무슨 과일인가요?”

아이들이 모두 황홀한 꽃과 향기에 취해 눈에 띄는 대로 그것에 대하여 할아버지한테 물었습니다. 해도 뜨지 않았는데 머리 위에 뜬 금빛별에서 비치는 빛이 햇빛보다 더 밝게 비추었습니다.

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고 봄날 같기도 하고 가을 날씨 같기도 하고 사방에는 봄꽃이 피어 있는가 하면 맑은 강가에는 가을 과실들이 흐드러지게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려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도시락 열매를 하나 따서 보여주며 설명했습니다.

이 별은 파라다이스 스타라는 별이다. 이 별에는 지구에서 의좋게 살던 형제가 멘토 천사의 축복을 받고 와 있다. 이 도시락 과일은 두 형제가 서로 사랑의 마음을 나누고 싶을 때 따서 주고받는 선물이다. 과일나무에서 도시락이 달린다는 것은 처음 보지 않느냐. 너희도 이 과일을 먹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나 함부로 먹지는 못한다.”

자경이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여 물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도시락 과일을 먹을 수 있나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적어도 이 파라다이스 스타에 온 의좋은 형제 정도의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민구가 물었습니다.

그 의좋은 형제는 어떤 사람들이었나요?”

할아버지가 초원을 가리키며 설명했습니다.

저기를 보아라. 두 형제가 꽃밭을 날고 있지 않으냐?

아이들이 모두 바라보았습니다. 거기는 황금빛 가운을 입은 형제가 꽃향기인 양 꽃밭 위를 나비처럼 멀리 미끄러지듯 달려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러합니다.

 

먼 옛날 아주 먼 옛날 나라를 잘 다스리는 임금님이 있었다. 임금님은 두 왕자를 두었는데 큰아들은 착하기만 하고 지혜롭지 못했다. 그래서 가끔 왕은 혼자 중얼거렸다.

저 애가 동생만큼만 지혜가 있어도 좋겠는데 머리가 왕재가 아니야, 허허허.”

아버지 왕이 허탈하게 웃는 소리를 들은 첫째 왕자는 마음을 굳혔다.

임금은 동생같이 지혜로워야 한다. 나는 임금 감이 아니야. 동생한테 왕좌를 넘겨주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한 형은 아우 왕자를 보고 말했다.

아버지 왕이 우리 형제 가운데 지혜로운 아들을 후계 왕으로 삼고 싶어 하신다. 나는 아무래도 왕 노릇을 할 능력이 없다. 네가 아버님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으면 한다.”

아우 왕도 전에 아버지 왕이 하시는 소리를 들어서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절대 자기가 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형님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아버님 자리는 당연히 장자이신 형님이 맡으셔야 합니다. 그런 민망한 말씀은 거두어 주십시오.”

아니야, 나는 지혜도 부족하고 학문도 너만큼 깊지 못하다. 그리 알고 왕좌에 오를 생각을 하기 바란다.”

이렇게 왕 자리를 놓고 형제가 서로 양보하는 말을 주고받은 날 밤 형 첫째왕자가 밤중에 궁궐을 빠져나오면서 생각했다.

내가 궁궐에 있으면 아우가 아버님 자리에 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궁궐에서 안 보여야 한다.’

그렇게 생각을 굳힌 첫째 왕자가 아무도 모르게 궁궐을 벗어나 멀리 산속으로 달아났다. 그런가 하면 아우 왕자도 같은 생각을 했다.

내가 없어져야 한다. 그러면 형님이 어쩔 수 없이 왕좌에 오르실 것이다. 내가 궁궐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아우 왕자도 궁궐을 빠져나와 산속으로 달아났다.

첫째 왕자는 궁에서 밤새도록 걸어 산촌에 이르러 한 집 문을 두드렸다.

아우 왕자도 밤새도록 산길을 걸어 산속 마을로 들어가 대문이 큰 집으로 가서 주인을 찾았다.

32. 의좋은 왕자의 사랑

첫째 왕자가 찾아든 집은 동네에서 큰소리를 치고 사는 부자로 성질이 사나운 사람이었다. 집주인이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길손인가?”

왕자가 대답했다.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입니다. 주인께서 허락만 하여주신다면 이 댁에서 머슴노릇을 하겠습니다.”

주인이 가만히 바라보더니 물었다.

무슨 일을 시키든지 다 하겠다는 말인가?”

.”

얼굴도 그렇지만 손을 보니 일할 손이 아닌데 그래도 좋은가?”

, 무슨 일이든지 시켜만 주시면 하겠습니다.”

좋아, 요새는 한여름이라 밭에 풀이 우거져서 골친데 콩밭이나 매게.”

네 그리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여 첫째 왕자는 사나운 심통 영감댁 머슴이 되었다.

한편 아우 왕자도 주인을 만나 인사를 했다.

저는 정처 없이 떠도는 사람입니다. 이 댁에서 머슴으로 써 주신다면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일을 해 드리겠습니다.”

그 영감은 사려 깊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다. 상대의 행색을 보거나 고운 손으로 보아 아무 일이나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물었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단 말이지?”

.”

그럼 오늘부터 일을 해 보게. 나를 따라 와.”

주인영감은 들로 나가면서 말했습니다.

요새는 너무 가물어서 논에 물을 대야 하는데 걱정하던 중이었네. 마침 일을 해주겠다니 아래 개울물을 퍼서 위 논에 대도록 하게.”

그리하여 아우 왕자는 개울물을 퍼다 논에 대는 일을 맡았다.

왕자 형제는 해보지 않던 일이라 열심히 했지만 주인의 눈에는 차지 않았다. 그러나 밥만 먹여주고 일을 부리게 되었으니 그런 대로 두 달이나 흘렀다.

하루는 맘씨 고운 영감이 부인 마님하고 하는 소리를 작은 왕자가 들었다.

저 아래 심술 영감 댁에도 굴러들어온 공짜 일꾼이 생겼다는데 일을 못한다고 날마다 꾸지람을 듣는다는구려.”

부인이 말했다.

공짜 일꾼이 다 그렇지요. 그러니까 떠돌다 아무 집에서나 일을 하는 거 아니겠어요.”

작은 왕자가 그 말에 의심을 하게 되었다.

혹시 형이 그 집에 머슴으로 들어간 것이 아닐까?“

그래서 어느 날 밤에 그 집 가까이 찾아가 사정을 알아보았다. 사나운 심술 영감이 젊은 일꾼을 앞에 세워 놓고 호통을 쳐댔다.

이놈아, 하루 종일 콩밭을 반밖에 못 맸다는 말이냐? 그래 가지고 밥값이 되겠느냐?”

작은 왕자는 심술영감한테 꾸지람 듣는 사람이 바로 형이라는 것을 알았다. 심술 영감이 말했다.

저 뒷밭을 내일까지 다 매야 한다. 알겠느냐?”

첫째 왕자가 겸손히 대답했다.

, 그리하겠습니다.”

첫째 왕자는 그런 모욕을 당하면서도 아우가 왕이 되었을 것이라고 믿고 모든 것을 참고 살았다. 아우 왕자는 자기가 사라졌으니 형이 왕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산속에서 모욕을 당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그 날 밤 아우 왕자는 잠을 자지 않고 형 왕자가 매야 할 밭으로 가서 손에 피가 나도록 풀을 뜯고 김을 매어 형이 조금만 하면 될 만큼 일거리를 남겨놓고 돌아왔다.

그렇게 형이 매야 할 밭을 밤마다 매어 놓자 첫째 왕자가 이상하게 생각되어 숨어서 누가 일을 대신 해놓고 가는지 지켜보다가 깜짝 놀랐다.

아니! 아우가?”

그렇지만 첫째왕자는 모르는 척하고 동생이 어디로 가는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동생이 머슴으로 있는 집까지 딸라가 동생은 무슨 일을 하면서 머슴살이를 하는지 지켜보았다. 동생은 날마다 한 길이나 되는 깊은 개천에서 물을 퍼 올려 논에 물을 대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무엇을 하는지 알아낸 형제는 밤마다 형은 동생이 논에 대는 물을 퍼 나르고 동생은 형이 매야 하는 밭에 김을 매놓았다.

밤마다 어디론가 갔다 오는 것을 눈 여겨 보던 맘씨 고운 영감이 뒤를 밟아 보았다. 우연히 그 날 밤에는 형제가 오고가다가 우연히 부딪치는 것을 보게 되었다. 형은 동생네 논물을 대주러 가는 길이고 아우 왕자는 형이 매야 할 콩밭에 김을 매러 가는 길이었다.

첫째 왕자가 동생을 알아보고 놀라서 물었다.

아우야, 네가 여기 살았더냐?”

아우 왕자도 놀라면서 물었다.

형님도 이 동네에 사시었습니까?”

형제는 서로가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말을 주고받았다. 형 왕자가 말했다.

나만 궁궐을 떠나면 네가 어쩔 수 없이 아바마마의 자리에 올라 왕이 되리라 믿었는데…….”

아우왕자가 말했다.

저는 나만 궁궐에서 떠나면 형님이 왕좌에 오르실 줄 알고 떠났는데…….”

첫째 왕자가 단호히 말했다.

당장 돌아가 아바마마의 뒤를 이어 왕이 되어라. 나는 임금감이 아니다.”

그 말과 동시에 형이 호수로 달려갔다. 그리고 깊은 호수에 몸을 던져 풍덩하고 빠졌다. 그것을 본 아우 왕자가 형을 구하려고 물로 뛰어들었다.

형제 왕자는 서로 왕위를 양보하려다 깊은 호수에 같은 날 빠져 죽고 말았다.

형제의 깊은 사랑을 지켜보던 멘토 천사가 형제의 영혼을 파라다이스 별로 보냈다.

 

할아버지가 아이들한테 말했습니다.

왕자 형제의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민구가 말했습니다.

지금 어른들은 부모가 돌아가시면 재산 싸움하는 것을 보는데 그 높은 임금님 자리를 서로 양보했다는 이야기는 감동이에요.”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자란 너희는 재산이나 명예를 가지고 형제간에 싸우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알겠느냐?”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네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33. 새벽별 비너스

아이들이 할아버지한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아졌습니다. 다연이도 한나도 자기가 좋아하는 별에 관하여 알고 싶어진 것입니다.

단연이가 먼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새벽에 동쪽에 뜬 새벽별에는 누가 있을까요?”

할아버지가 입을 크게 벌리고 웃으시면서 반대로 물었습니다.

네 생각에는 그 별에 누가 있을 것 같으냐?”

제가 어떻게 알아요. 새벽마다 가장 환하게 비치는 것이 마치 등대 같아요.”

할아버지가 만족해하시었습니다.

그렇지, 그 별은 새벽을 알리는 등대도 된다. 특히 비행기를 타고 바다 위를 날면서 바라보는 새벽별은 정말 등대가 비치는 것 같단다.”

한나도 끼어들었습니다.

그 별에는 등대지기가 살고 있을지도 몰라요.”

할아버지가 동족을 바라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아직은 산에 가려서 안 보이는구나. 그렇지만 새벽이 되면 동쪽 하늘에 등불이라도 켜놓은 것처럼 유난히 밝게 빛나는 별은 항해하는 항해사에게는 방향등이 되고 농부한테는 아침 일을 서둘라는 재촉 같은 별이지, 안 그러냐?”

아이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네네하고 대답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아이들 얼굴을 돌아보시며 말했습니다.

너희들 눈빛이 모두 샛별 같구나. 샛별 이름이 무엇이 있는지 아느냐?”

민구가 대답했습니다.

새벽별이라고 하사지 않았나요?”

그래, 새벽에 보이는 별이라고 새벽별이라 한다만 지구의 형제 행성으로 해 뜨기 전 동쪽 하늘이나 해진 후 서쪽 하늘에서 보인다. 금성은 그냥 보면 하나의 점처럼 보이지만, 망원경으로 보면 달처럼 그 모습이 변하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 금성의 대기는 두꺼운 이산화탄소로 덮여 있기 때문에 망원경으로는 표면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파장이 긴 전파를 이용해 관측하고 있다. 들에게는 사람들이 붙여준 별 이름이 있단다.”

별들한테 이름이 있다고요?”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신기해하는 것을 보고 흐뭇해 하셨습니다.

너희가 말하는 새벽별의 이름은 태양계에서는 금성이라고 부르고 그리스에서는 아프로디테라고 하는가 하면 서양에서는 비너스라고 부른단다.”

병두가 아는 체하고 말했습니다.

비너스는 미인 아닌가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맞다. 비너스는 미와 풍요의 여신이라고 한단다.”

경미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저는 그리스 신화를 읽어 보려고 하다가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낯선 이름이라 골치가 아파서 읽다가 포기했어요.”

할아버지가 쉽게 설명한다고 하셨지만 역시 어려웠습니다.

비너스에 대하여 알자면 그리스 신화를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나도 경미처럼 등장인물이 하도 복잡하고 길어서 대략만 알고 말았다. 그러나 비너스 이야기가 나왔으니 대략 아는 대로 쉽게 설병해 주마.”

병두가 낄낄러리며 말했습니다.

히히히 할아버지도 우리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노 땡큐인가 보지요?”

할아버기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너나 나나 무엇이 다르겠느냐. 할아버지는 나이가 더 많은 것이 다를 뿐 싫은 건 다 노 땡큐다 하하하.”

아이들도 와아 하고 웃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비너스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비너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미()와 풍요(豊饒)의 여신으로 원래는 로마 여신의 이름이었으나 이후 아프로디테 등과 동일시되면서 모성과 아름다운 여성성을 상징하는 말로 폭넓게 사용되었다. 비너스는 올림포스의 12() 중의 하나이다. 비너스가 얼마나 예뻤던지 올림포스 신들이 서로 자기가 차지하려고 싸움을 하였다. 그것을 보다 못한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가 그 열두 신 중의 하나로 절름발이에다가 턱이 일그러진 가장 못생긴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로마 이름으로는 벨컨)와 결혼을 시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 비너스는 불행하게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남자하고 결혼을 했단다.”

할아버지는 이렇게 설명하고 물었습니다.

내 말이 어려웠느냐?”

수철이가 대답했습니다.

어렵지 않았어요. 가장 예븐 여자가 세상에서 자장 못생긴 남자 그그그 헤헤 하고 결혼했다는 게 채미 있어요.”

자경이 말을 가로 챘습니다.

그그가 뭐냐? 헤파이스토스지 헤헤헤.”

할아버지가 입을 여섰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나왔으니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줄까?”

아이들이 모두 네네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마저 하셨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비너스가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사람한테 시집을 가도 부족할 텐데 못난이한테 시집을 갔으니 어떻겠느냐. 이건 신화니까 그냥 들어야겠다. 미의 여신은 못난이 신량과 얼마 못 살고 아주 잘생긴 신인 아레스(마스)와 정을 통하여 둘 사이에서 에로스(쿠피트 또는 아모르), 안테로스, 디모스, 포보스, 하르모니아가 태어났다고 전한다. 한편 아레스와의 사랑을 나누고 있는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된 헤파이스토스가 침대에 투명한 그물을 쳐두었다가 둘의 비밀 사랑 현장을 잡고 신들에게 공개한 다음, 다시 그물을 풀어 주었다. 구랬더니 여신은 키프로스섬으로, 아레스는 트라키아로 도망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자경이 다른 질문을 했습니다.

비너스가 금성이라고 하는 것은 알겠는데 금성에는 누가 있는지는 말씀하시지 않았어요.”

그러냐? 오늘은 밤이 깊었다. 그만 돌아가고 내일 저녁에 금성 이야기를 해주마.”


'문학방 > 동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푼순이  (0) 2017.07.15
촌놈  (0) 2017.06.08
나는 여섯 살 전체  (0) 2017.02.28
이리 뒹굴 저리뒹굴  (0) 2016.10.25
동물공화국  (0) 2016.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