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단다
그러나 나는 과거가 싫다
일제가 주는
썩은 콩깨묵 발라먹던 가난
육이오 보리고개 높은 마루를
허리띠 졸라맨 채 줄지어 넘던
슬픈 군상들
즐비한 피란민들
삐이용 쾅쾅 포탄 날고 터지는 소리
사랑이라고 어설프게 하다가
잃어버리고 헤매던 슬픈 추억
군발이 시절 지루했던 삼십 개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감히
사업한다고 쌀값 사기 당하고
부모 속인 가책과 자괴감
홍수에 모든 것을 날리고 헤매던
고아 같은 고역의 세월
믿고 마음 주면 배신하는 사람
입술엔 사랑을 바르고
뱃속에 칼 숨긴 사람 사이를
용케 살아 온 날들
자랑할 것도 보여줄 것도 없는
황혼의 나그네
모두가 다시는 이 땅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버리고 싶은 관거.
오직 내가 버리고 싶지 않은 것 하나
만나 본 일도 없으면서
만난 것처럼 믿고 바라보는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