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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 들어도 즐거운 이야기 11 / 인생은 창작처럼

웃는곰 2026. 2. 11. 11:01

백번 들어도 즐거운 이야기 11 / 인생은 창작처럼

수도원 신임 원장

 

인생은 필사본이 아닌 각자가 스스로 써 나가는 책

 

어느 수도원의 이야기입니다.

한 젊은 수도자가 새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첫 임무는 고참 수도자들이 경전을 필사하는 작업을 돕는 것이었습니다.

 

해당 수도원은 수 세기 동안 오직 필사만을 업으로 삼아 온 곳이었습니다. 한 세대가 경전을 필사하면 다음 세대는 그 필사본을 다시 옮겨 쓰고 그 다음 세대는 또 그 필사본을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이들은 우리는 원본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원본은 깊은 지하 창고에 잠들어 있었습니다.

아무도, 정말 아무도 원본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필사본만이 진리처럼 받아들였고 그 진리는 수도원 밖 세상으로 전파되었습니다.

 

몇 달 후, 젊은 수도자는 조심스럽게 수도원장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원본과 필사본을 대조해본 적이 있으십니까?

그 말에 잠시 침묵하던 수도원장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는 오랜 경험과 신중함으로 경전을 필사해왔네. 하지만 그대 말이 틀린 것도 아니지.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렇게 수도원장은 오랜 세월 누구도 들어가지 않았던 지하 보관소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그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젊은 수도자가 그를 찾아 내려갔습니다.

어두운 보관소 안에서 수도원장은 벽에 머리를 찧으며 흐

느끼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젊은 수도자가 놀라 물었습니다.

그때 수도원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원본에는 즐겁게 살아라(celebrate)’라고 되어 있더

. 그런데 우리는 독신으로 살아라(celibate)’라고 수백 년간 필사해왔던 거야.

 

삶이란, 어쩌면 이렇게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의 말, 누군가의 기준, 누군가의 필사본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며. 부모가 그러하니까, 선생이 그러하니까, 사회가 그러하니까, 신이 그러하니까. 그러나 우리는 그러니까라는 이유로 우리의 고유한 삶이 얼마나 소외되었는지에 대해 충분히 질문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그것이 옳다’, ‘그렇게 사는 것이다’, ‘그 길이 정답이다라고 속삭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말들이 혹시 원본이 아닌 잘못된 필사본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어떨까요?

 

진리는 필사본 속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진리는 살아있는 오늘의 삶 속에 있습니다.

오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어 원본을 확인해야 합니다. 스스로의 경험과 감각으로 삶을 새겨야 합니다.

우리는 필사자가 아니라 스스로 써내려가는 작가입니다.

삶은 복사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작품입니다.

우리만의 인생을 써 내려갑시다.

수도원장이 수백 년 만에 발견한 그 말처럼.

 

우리 인생도 즐겁게 살아야 할 이유를 되찾아야 합니다.

필사본이 아닌, 각자 스스로 써나가는 창작소설처럼 말입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