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논픽션

개떡 같은 인간

웃는곰 2022. 10. 12. 12:58

개떡 같은 인간

 

아주 개떡 같은 인간을 보았다.

많아야 53세 정도로 보이는 자가 경로석으로 당당히 다가갔다.

마침 할머니 둘이 앉았다가 가운데 자리 노인이 한쪽 빈자리에 놓았던 가방을 얼른 치웠다.

그런데 그 개떡이 어찌나 빨리 앉았는지

그만 가방 끈이 그 자의 엉덩이에 깔렸다가 구제 받듯 빠져나왔다.

 

개떡은 빈자리에 가방을 왜 놓았느냐는 듯

눈을 흘기고 다리를 꺾고 앉아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어쩌다 가운데 할머니도 다리를 꼬고 앉았다가 차가 멈칫하자 어깨를 개떡 어깨에 부딪쳤다.

그 순간 개떡이 다리를 펴고 앉으면서 할머니에게 던지는 소리.

“똑바로 앉지 못해!”

나는 귀를 의심했다.

‘아니, 저놈이 반말을 했잖아? 노인한테……’

 

그 개떡 다시 하는 소리

“그 따위 자세로 살면 못써! 어디서 다리를 꼬고 앉아!”

또 반말, 할머니는 어이가 없어 조용했다.

보다 못한 동행 노인이 한 마디 했다.

“젊은이 무슨 실수라도 했수? 이해해 주시구려.

늙은이들은 차가 흔들리면 중심을 잘 못 잡아요.”

 

개떡- 들은 체도 않고 곁에 앉은 약해빠진 노인에게 눈을 부라리며

“그 따위로 살지 마!”

참다못한 할머니.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했수?”

“어디서 잔소리야! 뭘 잘했다고?”

 

아휴! 아휴! 나는 속이 지글지글 주먹이 불끈불끈

저걸 그냥!

“젊은 놈이 어디라고 감히 경로석에 앉아 지랄이야!”

이렇게 뱉고 싶은 말을 입으로 물고 있자니 어어휴!

개떡은 온갖 욕지걸이를 다 하다가 두 정거장 가서 내리는데 내 뒤를 따라왔다.

나는 그 놈이 너무 싫어서 길을 멀리 돌았다.

 

똥 묻은 개가 전철에 타고 짖다니!

전철 경로석에는 젊은이들 좌석보다 크고 작은 갈등의 전쟁이 심하다

어떤 경우는 늙은이들끼리 나이를 따지며 싸운다.

50대가 거기 앉아 온갖 지랄을 다하고 내리는 걸 보면서

불쾌한 시간을 보냈는데 내 감정이 누그러지지 않는다.

그 할머니 맘은 어땠을까?

늙는 것도 서러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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