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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사람 14 / 어! 또 만났네

옆 사람 14 / 어! 또 만났네 지하철 엘리베이터 앞에서 언젠가부터 만나는 사람이 있었다.붉으죽죽한 가죽 개똥 모자를 쓰고 등이 약간 구부정한 영감이다. 우연히 퇴근길에 몇 번을 만났더니 어느 날인가 영감이 나를 보고 놀랍다는 듯 한마디 했다.“어! 또 만났네.” 나도 속으로 ‘그러네, 영감 자주 만나네.’ 하고 형식적으로 머리만 꾸벅해 보였다.  영감은 마치 엿장수나 고물 장수같이 보였다. 이유는 모자 때문이었다. 고물장수나 옛날 엿장수는 그런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나서 얼굴이 익은 영감이 어느 날 무궁화호 내 좌석 31번 석을 지나 33번 석으로 지나다가 나를 발견하고 또 “어! 또 만났네.”했다.  그리고 수원역에서 나를 따라 내렸다. 그리고 내 뒤를..

문학방/수필 2025.03.08

사랑 씨를 뿌리자

사랑 씨를 뿌리자 큰 나무일수록 씨앗이 작은 법 성경에 나오는 겨자 씨도 그렇고  찾아보면 파리똥같이 작은 씨앗이 큰 나무로 크는 것을 보지요 씨씨 씨를 뿌리자 온 동네 골목마다  꽃 피어 향기 날리는 꽃씨  뿌리자 씨씨 씨를 뿌리자 온 동네 사람이  오가는 길목마다 웃으며 다니도록 씨를 뿌리자 다같이 모여서 사랑씨를 뿌리자

종달새와 뻐꾸기

종달새와 뻐꾸기 탁란한 줄 모르고 뻐꾸기한테 속은  종달새 남의 새끼를  제 새끼로 알고 저는 굶어가며 아끼고  키웠더니  어느 날 종달새 새끼가 부화하자 뻐꾸기 새끼가  연약한 종달새  병아리를 둥지에서 몰아내어 다 죽였다 그것도 모르는  어미 종달새는 하늘 높이 떠서 노래만  불렀다 어느 날 다 자란  젊은 뻐꾸기는 배신자가 되어 길러준 어미 종달새를  감옥에 가두고  하는 말 내가 언제 배신했느냐 나는 원래 종달새가 아니고 뻐꾸기라고 주장 구름 위서  내려다보던 하나님이  괘씸하여 배신자 뻐꾸기가  타고 노는 무성한 나무에  벼락을 쳤다 배신자 뻐꾸기는 순간에  새까만 재가 되어  흔적 없이 사라졌다.

문학방/시 2025.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