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간의 사랑
4분간의 사랑
*****************************
무궁화 기차를 타고 가면 옆 사람이 하나뿐인데
전철을 타고 가면 늙은이들 옆 사람 앞사람이 6명이다.
시들어가는 노인들 사이에 늙은 나도 한 몫을 한다.
어제는 오후 3시 퇴근길에 전절을 탔다. 승객이 몇 없어 전철 안이 한산했다. 모처럼 여유 있는 차를 타 보았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한산하고 시원한 전철이라 어디든 더 가고 싶어졌다.
2호 전철 대림역에서 젊은 엄마가 별처럼 작은 아기를 안고 탔다. 마침 내 자리에 나만 앉아 있었는데 아기엄마가 아기를 내 옆자리에 앉혔다.
머리를 짧게 다듬어서 남자 같기도 하고 하얗고 예쁜 얼굴로 보아서는 여아 같았다. 아기는 자리에 앉히자마자 자리에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서더니 이리저리 마구 돌아다녔다. 재미있다는 듯 팔짝팔짝 뛰어 앞 칸으로까지 넘어갔다.
엄마가 급히 따라가 잡아다 내 옆자리에 앉혔다. 작은 아기가 장난꾸러기 같았다. 별같이 귀여운 아기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도 아기를 보다 눈이 맞았다.
아기가 방긋 웃었다. 나도 빙그레 웃어주었다. 아기가 살금살금 내게 다가왔다. 뽀얀 얼굴에 눈이 별처럼 예뻤다. 귀여운 아기가 내게 찰싹 붙었다. 나도 좋아서 아기를 맞으며 손을 내밀었다. 새싹같이 야들한 작은 손이 내 손가락을 잡았다.
손가락이 잡힌 채 위 아래로 흔들었다. 아기가 재미있다는 듯 손을 부지런히 흔들었다. 내가 손가락을 빼어 손바닥을 짝 펴보였다. 아기는 꽃잎 같은 작은 손바닥을 내 손바닥에 엎어 대고 방긋 웃었다.
그제야 아기 엄마를 올려다보았다. 아기엄마가 미인이었다.
아기와 엄마를 맞추어 보니 똑같이 생겼다. 내가 웃으며 아기 엄마한테 말했다.
“붕어빵이시네요.”
“그렇게 보이세요?”
“예, 엄마도 아기도 예뻐요. 그런데 아기가 몇 살인가요?”
“세 살이에요.”
내가 짐작으로 물었다.
“여아지요?”
“네.”
“처음엔 남아로 알았는데…….”
그러는 사이 아기가 내 새끼손가락을 잡아당겼다. 나는 아기 손가락에 손가락을 걸었다. 아기는 좋아하면서 손가락을 걸고 흔들면서 방긋방긋 얼굴을 내 쪽으로 내밀었다.
꼭 뽀뽀해요 하는 듯이. 그러다가 내 손을 두 손으로 감싸더니 제 가슴으로 당겨 꼭 안았다. 나는 아기 가슴에 잡힌 채 별같은 눈을 들여다보았다.
아기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며 생글거렸다. 웃는 입이 얼마나 예쁘던지 꼭 물어주고 싶었다.
전철은 한 정거장을 지나 신림역이었다. 아기는 내 손을 가슴에 안고 놓아주기 않다가 발딱 일어나더니 내 품에 안겼다.
나는 아기를 안고 보드라운 턱과 코와 볼을 쓰다듬었다. 아기엄마는 지켜보면서 웃기만 했다.
나는 가방에서 벚꽃울타리를 건네면서 말했다.
“오늘 아기와 재미있게 왔어요. 기념으로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잘 읽어보겠습니다.”
아기는 한 정거장 가도록 내 품에 안겼다. 두 정거장 사이 4분이 지나가고 차가 봉천역에 도착했다.
엄마가 아이 손을 잡으며 내려야 한다고 하자 아기는 엄마 손에 끌려서 내려서며 내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한 손은 엄마 손에 한 손은 내 손을 잡고 나한테 내리라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무 귀여워서 나도 내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는 것.
아기 손에서 손을 놓고 안녕! 하고 손을 저었다.
아기는 엄마 손에 끌려 내리면서 별같이 작은 눈을 반짝이며 손을 저었다.
아기와 헤어지자 갑자기 서운해졌다.
세 살 아기가 나한테 아기 마음을 안겨주었다. 나는 경로석에서 노인들만 보고 늙다가 예쁜 아기 사랑을 받고 4분간 아기가 되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