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시

들로 산으로

웃는곰 2025. 4. 1. 19:32

들로 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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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열 살 때
산나물 뜰으러 가는
동네 아줌마들 따라
땀을 뻘뻘 흘리며
따라 다녔지.

돌나물, 꽃다지, 나생이는
밭에서
곰취, 고사리, 도라지, 둥굴레
원추리, 삽주, 띠깔, 무릇은
산에서

나는 나물 이름도
모양도 모르면서
따라 다녔지

아줌마들이 깔깔대며
그거 먹으면
그거 커져 이년아 하는 소리
그것이 무언지 모르고
나도 먹고 싶어서
그거를 찾아 다녔지

아줌마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는
앞치마 가득
행복 불룩
아줌마들 뒤 따라
내려올 때
나는
진달래 한 다발

그것을 먹으면
그것이 커진다는
그것이 무엇인지
나도 먹고 싶어
궁금증만 안고
내려왔지

그렇게 순박 순진한
아줌마들이 ]
나물을 펴고 말리던 6월
6.25 전쟁에
나물도 행복도
짓밟히고
아저씨들은
아줌마들을 울려 놓고
군대로 가고

그날부터 나는
아버지가
지고 다니시던
지게를 지고
어린 나무꾼이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