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하고 아빠가 싸움 났어요
엄마하고 아빠가 싸움 났어요
“선생님 우리 엄마 아빠는 날마다 싸워요.”
담임선생님이 물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 아빠가 왜 날마다 싸우신다는 거야?”
“선생님은 무엇이든지 다 아시지요? 왜 싸우시나요?”
“글쎄다. 왜 싸우실까?”
“우리 엄마는 천당이 있다고 하시고 아빠는 그런 거 없다고 하며 싸우시는 거예요.”
“그래?”
“선생님은 뭐든지 아시잖아요. 엄마가 맞나요 아빠가 맞나요?”
“…….”
“선생님 누구 말이 맞나요?”
“나도 그건 잘 모르겠다.”
“선생님도 모르시면 누가 알아요?”
선생님이 대답을 못하자 집으로 돌아가며 민수가 말했습니다.
“장우야, 우리 선생님 엉터리야. 그지?”
“응, 선생님이 그런 것도 모르시면서…….”
“그렇지? 선생님 엉터리지?”
장우가 뚜벅뚜벅 걸어가며 대답했습니다.
“엉터리 같아. 그런데 누구한테 물어보면 알까?”
두 친구는 차도 안 다니는 산길을 걸어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학교 길에 가장 높은 겨내미고개를 넘다가 길옆에 있는 커다란 효자묘 앞에서 쉬어 가기로 했습니다.
이 효자묘는 옛날 효자가 돌아가신 아버지 산소를 날마다 찾아와 절을 하여 무덤 앞에 무릎 꿇고 절하던 자리가 움푹 들어가 많은 사람들이 효자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재미 삼아 효자가 짚었다는 이마, 팔, 무릎 파인 자리에 맞추어 절하는 시늉을 하다 진짜 절이 되었고 그 자리는 잔디가 없어져 다섯 개 파인 자리가 있는 묘입니다.
민수하고 장우가 효자묘 앞으로 가자 백발 머리에 은빛 수염이 길게 가슴까지 덮은 할아버지가 커다란 바위에 앉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민수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누구세요?”
“넌 누구냐?”
“저는 민수이고 저 애는 장우예요.”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느냐?”
장우가 대답했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도 모르시는 게 있는 거 같았어요.”
“선생님도 모르는 게 있더냐?”
민수가 대답했습니다.
“네, 우리 엄마는 천당이 있다고 하시고 아빠는 날마다 그런 건 없다고 하다가 싸움을 해요.”
“그러냐?”
“할아버지는 아시지요?”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대답했습니다.
“나를 따라 오너라. 누구 말이 맞는지 알려주마.”
민수와 장우는 할아버지를 따라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숲속에는 아주 넓고 아름다운 장미가 흐드러진 터널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넓고 아름다운 터널 옆에는 좁은 자갈길이 하나 보였습니다. 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너희가 보기에 어떠냐?”
민수가 대답했습니다.
“참 아름다운 터널이에요.”
할아버지는 장우한테도 물었습니다.
“너는 어떠냐?”
“장미터널이 참 아름다워요.”
할아버지가 두 아이한테 물었습니다.
“어떠냐? 이 꽃길 말고 저기 좁은 길도 있다. 너희는 어느 길로 가고 싶으냐?”
“당근, 꽃길이지요. 히히히.”
“그럼 꽃길로 가 보자.”
할아버지를 따라 노래를 부르며 둘이는 꽃길을 걸었습니다. 장미향기가 가득하고 천국 같았습니다. 한참 걸어가자 길가에 지하 5백 미터라는 푯말이 세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미는 안 보이고 백합꽃이 나팔을 불며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었습니다. 그 백합 향기를 맡으며 앞으로 걸었습니다.
터널 길이 좁아지고 길가에는 지하 1천 미터라는 푯말이 보이고 백합 길은 끝나고 국화꽃이 길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은은한 국화향기가 터널 가득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기분이 어떠냐?”
두 아이가 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짱이에요, 짱!”
“그러냐. 더 가보자.”
할아버지는 걸음이 점점 빨라졌습니다. 어느새 국화 꽃길이 끝나고 사과나무길이 나타났습니다. 사과나무 길옆 푯말에 지하 5천 미터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민수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저 지하 5천 미터라는 말이 뭐예요?”
“지금 땅속으로 5천 미터를 내려왔다는 뜻이다.”
“5천 미터라면 십리도 넘게 들어왔다는 건가요?”
“그렇지. 이 사과나무가 끝나면 감나무길이 나온다.”
할아버지는 더 빠르게 걸으셨습니다. 두 아이는 뛰다시피 따라 감나무길이 나오는 길목에 다다랐습니다. 길 폭이 좁아지고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이마에 부딪쳤습니다. 그리고 길가에는 1만 미터라는 푯말이 서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장우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1만 미터나 내려왔대요. 무서워요.”
할아버지는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무서우냐? 이제부터는 정말 무서운 것을 구경하게 될 것이다.”
민수하고 장우가 똑같이 말했습니다.
“더 무서운 건 싫어요. 할아버지 돌아가게 해주세요.”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않고 앞으로 갔습니다. 겁이 난 두 친구는 할아버지를 부지런히 따라 걸었습니다. 앞으로 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바닥이 질퍽거리고 여기저기 돌과 바위가 깔려 있어서 걸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성큼성큼 걸어가며 재촉했습니다.
“녀석들아 빨리 따라오너라. 왜 그렇게 느리냐?”
할아버지는 저 앞으로 가시는데 아파에서 뜨거운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앞으로 갈수록 바람이 뜨거워서 더는 걸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민수하고 장우는 그만 털석 주저앉다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습니다.
“앗 뜨거워, 아아!”
할아버지가 돌아보고 소리쳤습니다.
“빨리 따라오지 않고 뭣들 하느냐?”
민수하고 장우는 한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할아버지가 돌아와 두 아이를 번쩍 들고 불이 활활 타는 큰 불구덩이 앞에다 내려놓았습니다.
“저 불 속을 잘 들여다보아라. 무엇이 보이느냐?”
민수가 얼굴이 불에 빨개진 채 대답했습니다.
“할아버지 무서워요. 사람들이 불속에서 타고 있어요.”
장우는 이글거리는 불속에서 한 사람이 지글지글 타는 것을 보고 눈을 감고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무서워요. 돌아가게 해주세요.”
“그렇게 무서우냐? 저 사람을 잘 보아라. 너희들도 아는 사람이지?”
민수하고 장우는 동네 밤 나무집 아저씨가 불속에서 머리와 가슴에 불이 붙어 뜨거워서 뒹구는 것을 보았습니다.
“앗! 저 아저씨는?”
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저 아저씨를 나느냐?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더냐?”
민수가 대답했습니다.
“저 아저씨는 술주정꾼이었고 동네 사람들을 괴롭혔던…….”
장우가 다른 말을 했습니다.
“저 아저씨는 도둑이었습니다. 동네 사람들 돈을 모아 가지고 달아났던 나쁜 사람이었어요.”
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도둑질을 하고도 저런 벌을 받는데 남을 때려 병신을 만들어 놓든가 살인을 한 사람은 어떤 벌을 받겠느냐?”
민수하고 장우는 똑같이 대답했습니다.
“몰라요, 할아버지 빨리 돌아가게 해 주세요.”
“그럼 하나 물어보겠다. 너희가 앞으로 나가면 남한테 해를 끼치거나 못된 짓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나가게 해주마. 알겠느냐?”
민수하고 장우는 똑같이 대답했습니다.
“네, 네 절대로 나쁜 짓 안하고 살겠습니다.”
“알았다. 너희가 약속한 대로 착하게 살지 않으면 저 불가마 속에 잡아다 넣겠다. 알겠느냐?”
“네, 네.”
“약속했으니 돌아가자.”
할아버지는 민수하고 장우를 품에 안고 바람처럼 달려 굴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어떠냐? 무서웠지?”
“네,”
“그럼 이번에는 저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 보자.”
민수하고 장우는 할아버지를 따라 좁을 길로 들어갔습니다.
길이 좁고 진흙과 돌이 깔려 있어서 걷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민수가 투덜거렸습니다.
“할아버지, 길이 너무 엉망이에요. 왜 이 길로 가세요?”
할아버지는 무뚝뚝한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말이 많구나. 따라 오기 싫으면 아까 갔던 넓은 길로 가거라.”
장우가 얼른 대답했습니다.
“할아버지, 거기는 싫어요. 할아버지만 따라 갈게요.”
할아버지는 아주 무서운 얼굴로 돌아보며 명령했습니다.
“잔말 말고 따라와!”
민수하고 장우는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달아나려고 했습니다. 그 속을 알아차린 할아버지가 꾸짖었습니다.
“못된 녀석들. 무슨 생각을 하는 게야?”
민수하고 장우는 납작 엎드렸습니다.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할 거예요.”
할아버지를 따라 한참 가다 보니 높은 고갯길이 나타났습니다. 민수하고 장우는 고개가 너무 높고 가팔아서 겁이 났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성큼성큼 걸었습니다. 민수하고 장우는 땀을 뻘뻘 흘리며 걷다가 지쳐서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그 순간 궁둥이가 비탈길을 타고 주르르 미끄러져 내렸습니다. 민수하고 장우가 할아버지를 불렀습니다.
“할아버지 살려주세요.”
할아버지가 화난 얼굴로 내려오더니 두 아이를 잡아끌고 주저앉았던 비탈길에다 세워놓고 호령했습니다.
“다시 따라와!”
민수하고 장우는 친절하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아무 소리도 못하고 온 힘을 다하여 할아버지를 따라 비탈길을 올라갔습니다. 뒤를 따르는 민수하고 장우는 할아버지가 귀신인가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갑자기 무서워졌을까요?
할아버지는 비탈길이 끝나는 언덕에 올라 따라오는 두 아이를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시며 말했습니다.
“어떠냐? 너희가 나를 귀신같다고 생각했지? 지금도 귀신같으냐?”
민수하고 장우가 놀라 겁먹은 눈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 무섭던 할아버지가 사랑이 넘치는 얼굴로 웃으시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민수가 대답했습니다.
“할아버지 저희가 잘못했어요. 할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이제 귀신같이 무섭지 않다는 말이 아니냐? 내가 왜 무서운 얼굴을 했는지 아느냐?”
민수하고 장우는 그 이유를 몰랐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이렇게 하시는 말씀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너희가 비탈에서 미끄러지게 해서는 안 되어서 그랬다. 내가 무서워서 다른 생각을 못하고 비탈길을 ㄸ라 올라오지 않았느냐?”
장우가 대답했습니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하시지 않았으면 우리들은 비탈을 끝까지 오르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 네가 바로 알았구나. 이제 앞으로 더 가보자.”
할아버지는 또 앞서서 걸었습니다. 민수하고 장우는 그 뒤를 바짝 따랐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는데 바로 앞에 강이 길을 가로막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옷을 입은 채 강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따라 들어오너라.”
민수하고 장우는 강물에 빠지는 것이 무서워서 머뭇거렸습니다. 할아버지는 또 무서운 얼굴로 꾸짖었습니다.
“이 녀석들, 내 말 안 들리느냐?”
겁먹은 두 아이가 옷 입은 채 할아버지 뒤를 따라 들어갔습니다. 강물은 생각보다 깊지 않았습니다. 강물도 따듯하고 부드러웠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는데 강물이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강 중간쯤 갔을 때는 얼마나 뜨거운지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민수하고 장우는 뜨거운 것을 참지 못하고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이때 할아버지가 또 무서운 얼굴로 소리쳤습니다.
“이 녀석들, 나를 따라 오라고 했다. 내 말 안 듣겠느냐?”
할아버지는 얼굴이 귀신처럼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뜨거운 물이지만 이를 악물고 따라 걸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할아버지가 웃는 얼굴로 말했습니다.
“잘 하고 있다. 조금만 더 참고 따라 오너라.”
민수하고 장우는 뜨거운 물에 데워 죽을 것만 같았는데 갑자기 펄펄 끓던 물이 얼음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너무 차가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돌아서 가자니 뜨거운 물이 있고 앞으로 가자니 너무 차가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망설이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돌아보시며 꾸짖었습니다.
“따라 오기 싫으며 돌아가! 이 녀석들아!”
민수가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할아버지.”
민수하고 장우는 얼음물같이 차디찬 물을 헤치고 할아버지가 건너가신 대로 따라 강을 건넜습니다. 할아버지는 또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말했습니다.
“잘했다. 이제 좋은 구경을 하러 가자.”
민수하고 장우가 물었습니다.
“정말이에요?”
“녀석들 속기만 하다가 의심만 생겼구나.”
할아버지는 두 손을 들어 민수하고 장우를 양손에 잡고 넓은 초원을 지나 꽃이 만발한 화원으로 갔습니다. 하늘엔 아름다운 무지개가 떠 있고 바람결엔 꽃향기가 묻어 황홀한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어디서 들리는지 모를 아름다운 노래가 들려오고 꽃밭을 지나자 사방에 사과나무, 감나무, 무화과나무, 대추나무, 오렌지나무, 복숭아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끝없이 넓은 포도밭이 나왔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어떠냐?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보았느냐?”
민수하고 장우는 너무 좋아서 입을 벌린 채 두리번거리다 할아버지가 묻는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큰소리로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얘들아, 이제 그만 돌아가자.”
민수하고 장우는 깜짝 놀라 할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천당같이 아름다운 꽃밭과 과수원 대신 할아버지가 바위 위에 앉아 내려다보시며 물었다.
“천국과 지옥이 어떠냐?”
민수하고 장우는 꿈을 꾼 것인지 어디를 정말 갔다 온 것인지 구별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할아버지를 바라만 보자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구름을 잡아타고 하늘로 돌아가며 말했습니다.
“엄마하고 아빠하고 싸우시거든 너희가 본 대로 이야기를 들려드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