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한테 남편 빼앗긴 조강지처
첩한테 남편 빼앗긴 조강지처
내가 수시로 스마트북 <울타리>를 발행하면서
변변찮은 글을 그래도 읽어주시는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지금은 책이 조강지처이고 스마트폰이 첩 같은 세상입니다.
종이에 먹칠을 뒤집어쓰고 책장 속에서 독자를 기다리는
늙은 시대를 맞은 종이 책이 불쌍합니다.
반짝거리고 예쁘고 화려한 얼굴로 그림도 보여주고,
노래도 들려주고, 말 심부름까지 하여 사람이
홀딱 반하게 하여 온 국민을 몽땅 사로잡은 스마트 폰이야 말로
귀신도 못 당할 요물이 아닌가요.
낡고 둔한 종이책이 바라볼 때 스마트폰은
남편을 빼앗아간 첩년 같은 것이지요.
그래서 책들은 이 구석 저 구석에서 무심하게
돌아선 주인을 바라보며 울고 있습니다.
* 책장의 책들을 한번 둘러보시면
때 묻고 정든 그것들이 안타깝고 귀하게 보일 것입니다
알고 보니 첩년이 도둑년
광일님이 내 지식의 눈을 뜨게 하시고 옹달샘님이
지혜의 눈을 뜨게 하시어 감사합니다.
두 분의 가르침에서 첩년이 조강지처한테서
모든 것을 훔쳐내어 여우 짓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조강지처는 천년을 하루같이 머리에는 동화와 만화를 이고,
가슴에는 진솔 담백한 수필을, 배에는 칼날 같은 평론을,
치마 속엔 온 세상인심, 정치 이야기 가지가지 소문을 담은 소설을,
팬티 속엔 날마다 들여다보고 읽고 읽어도 달곰한 시를 담고
누가 와도 다 내주고 살았는데......
어느 날 눈 깜짝할 새에 아무도 모르게
첩년이 살금살금 들어와 그림을 퍼가더니
시, 소설, 수필, 동화, 철학 정보를 있는 대로 훔쳐다
남의 서방을 유혹하니 바보가 된 남편은
밥보다도, 부모 자식보다도, 친구보다도, 스승까지 다 버리고
눈에 청색 안병이 드는 줄도 모르고 첩년 치마 속에 빠져
헤어날 줄 모른다.
도둑이 바로 첩년일 줄이야!
조강지처는 맘 변한 서방님을 그래도 기다린다.
딱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