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 40 / 도토리 키 재기
시골 동네에서 세 동갑내기가 태어났어.
앵두는 봄에 낳았다고 앵두, 자두는 여름에,
호두는 가을에 낳았다고 그렇게 불렀어.
학교도 똑같이 같은 학교를 다녀서 학벌도 똑같았어.
나이 들어 스무 살 때 각자는 자기 길을 택했어.
앵두는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산에는 닭과 염소를 기르고
집에는 돼지와 소를 길렀어.
자두는 서울로 가서 자동차 공장에 들어가고
호두는 부산으로 가서 타이어 공장 직원이 되었어.
자두와 호두는 설과 추석에는 고향 부모님을 찾아 뵌 다음
앵두네 집으로 달려갔어.
자두와 호두는 말끔한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앵두한테 선물을 가지고 왔어.
그러면 앵두는 두 친구가 떠날 때 쌀 한 가마니씩을 주었어.
셋이 모이면 그 동안 일을 서로 자랑했어.

자두가 자기공장 사장님이 훌륭한 분이라고 자랑을 하면 호두는
더 큰소리로 자기가 다니는 타이어공장 사장 자랑을 했어.
그러나 앵두는 자랑거리가 없어서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말했어.
“느덜은 좋겠다. 다달이 월급도 나오고 주말마다 놀러 다니고
잘 차려입고 다니는데 난 요 모양이다.”
그러고 나면 자두와 호두는 자기 말보다 회사
사람들과 타향에서 만난 친구들이야기에 자기들
이야기로 날 새는 줄 몰랐어.
그렇게 고향 떠난 두 친구는 만날 때마다 자기 자랑이 늘어갔고
상대보다 자기가 잘났다는 소리를 했어. 그
러던 추석, 마을 앞을 흐른 내에 다리를 놓기로 하고
집집마다 얼마씩 돈을 내기로 했어.

마침 서울로 가서 잘산다고 자랑하는 자두와 부산서 출세했다고
큰 소리 치는 호두한테 마을 어른이 특별 지원요청을 했어.
그러나 두 친구는 말 뿐 주머니는 가벼웠어.
그것을 안 앵두가 가만히 말했어.
“느덜이 잘 지낸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지만 오늘 보니
사정이 다른 것 같아서 내가 한 마디 할게.
나는 해마다 산에서 기른 닭들이 낳는 알과 토종닭을 찾는 식당에다
제값에 닭을 팔았고 염소도 자연산이라고 비싸게 사가는
사람들 덕에 통장에 3억을 모아놓고 있어.
마을 사람들 바라는 눈치로는 느덜이 천만 원쯤은 내놓을 줄 기대하는데 어쩌겠냐?
친구 간에 체면이 아니잖어.
내가 두 사람한테 천만 원씩 줄 테니 마을 어른들 앞에 기죽지 말고 체면 살려.”
두 친구는 감격하여 눈물을 짰어.

다음 날 앵두가 마을 사람들한테 말했어.
“제 친구들이 추석 지내고 은행에 가서 천만 원씩을 찾아다
공사대금에 보태겠다고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와아 하고 박수를 치며 칭찬했어.
“역시 도시물 먹은 사람이 다르다니께. 경사여 경사!”
다음 날 세 친구가 은행에 다녀왔고 약속대로
셋이 봉투를 마을 앞에 내놓았어. 앵두 덕에 체면 유지는 했지만
자두와 호두는 고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여 고개를 들 수가 없었어.
자두와 호두가 말했어.
“앵두야, 고맙긴 한데 이 돈을 언제까지 갚아주랴?”
“친구 좋은 게 뭐냐. 이럴 때가 좋은 친구지. 나도 느덜 땜에 돈 한번 기분 좋게 썼다.
갚을 생각은 말고 부지런히 일해서 모두 부자가 되어 돌아와 다오.”
친구 사이에는 주머니가 비어도 하하하,
주머니가 가득해도 하하하. 친구란 이런 것이여.
도토리 키 재기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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